맨체스터 원정에서 시즌 첫 패배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최고의 출발을 보이고 있는 아스날이 홈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스날은 지난 시즌에도 홈에서는 토트넘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 끝에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후반기에 있었던 원정 경기에서의 패배가 아무래도 대중들에게는 좀 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이번 경기에서 아스날이 과연 시즌 초반의 쾌조를 토트넘을 상대로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아스날은 3-1의 스코어로 홈에서 승리하면서 다시 한번 지난 시즌에 이어서 홈에서 만큼은 토트넘을 상대로 한 더비경기에서의 우세를 이어가게 되었는데, 아스날의 득점 장면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경기 중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전술적 상황에 대한 설명을 가져가 보고자 한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던 바였지만 토트넘은 아스날을 원정에서 상대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진영에 내려앉아 있는 시간이 상당히 길었는데 토트넘의 수비 접근 방식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는 수비가 시작되는 위치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되어지는 수비 방식에 대해서부터 얘기할 필요가 있다.

 

1) 상대가 골킥을 통해서, 혹은 골킥이 아니더라도 자신들의 패널티박스 내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에 대해서 팀 전체가 상대 진영 안에서 압박을 진행하는 Opposite-half Defence, 

 

2) 경기장을 세로로 3등분 했을 때 첫번째 3분의 1 지점에서부터 압박을 전개하는 High-Block Defence.

 

3) 경기장을 세로로 3등분 했을 때 두번째 3분의 2지점인 하프라인 인근에 수비진형을 갖추고 수비를 펼치는 Medium-Block Defence.

 

4)경기장을 세로로 3등분 했을 때 자신들의 진영의 마지막 3분의 1지점에서 수비진형을 구축하고 수비를 펼치는 Low-Block Defence.

 

수비의 근본적인 목적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능동적인 관점 (Proactive way)와 수동적인 관점(Reactcvie way)로 구분이 되어진다. 능동적인 관점에서의 수비의 목적은 ´적극적으로 공의 소유권을 회복해 공격권을 되찾는 것´이고, 이에 반해 수동적인 관점에서의 수비의 목적은 ´실점하지 않는 것´에 좀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2단계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좀 더 능동적인 관점에서 공의 소유권을 회복하기 위한 팀적인 압박이라는 메커니즘에서 접근이 이뤄지게 되고, 반대로 3,4단계의 경우에는 수동적인 관점에서 실점하지 않는 것에 좀 더 큰 비중을 두고 수비 블록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또한 수비가 시작되는 위치의 차이로 인해서 1,2단계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에는 비교적 상대 골대까지의 거리가 짧은 상황에서 역습을 시도하거나 혹은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 자연스럽게 공의 점유를 거쳐 상대 진영에서 지공을 이어가는 형태의 공격 전환이 주를 이루게 된다. 반면 3,4단계의 경우에는비교적 낮은 지점에서부터 수비가 전개되기 때문에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 공격 전환의 과정이 상대 골대까지의 거리가 비교적 긴 상황에서의 역습을 통해서 이뤄지게 된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선수비 후역습'의 경기 운영 방식은 사실상 3,4단계의 형태로 수비 블록을 유지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 빠르게 긴 거리 역습을 시도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수비의 접근 방식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콘테라는 감독은 필요에 따라서는 1,2단계 형태의 수비 형태에서도 전략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3,4단계에 좀 더 능한 감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지금의 토트넘의 경우에는 손흥민, 케인, 히샬리송이라는 3,4단계 수비 형태 이후 공격 전환 국면에서 긴 거리의 역습에 최적화 되어 있는 선수들이 전방 라인을 구성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아스날전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대로 3,4단계에서 수비를 가져가는 시간이 상당히 길었다.

 

이렇게 큰 틀에서의 경기에 대한 전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대로 경기에 나섰던 토트넘인 반면, 세부적으로 보았을 때 좀 더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아스날의 측면 자원인 마르티넬리와 사카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기 위한 방식이었다. 기본적으로 토트넘은 공격 국면에서는 1.3.4.3 시스템을 활용하고 수비국면에서는 상대 진영에서는 1.5.2.3, 자신들의 진영으로 내려앉은 이후에는 1.5.4.1의 형태로 수비 진형을 구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들의 진영에 내려앉은 상황의 관점에서 볼 때 1.5.3.2 진형에 비해서 1.5.4.1 진형의 경우에는 온전하게 측면에 2명의 선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고, 이번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토트넘은 이를 활용해 아스날의 좌우 측면 자원인 마르티넬리와 사카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2x1의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전술적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아스날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마르티넬리가 왼쪽 측면에서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는 윙백인 에메르송이 1x1로 이에 대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측면 미드필더인 히샬리송이 내려와 2x1 상황을 형성하며 수적 우위를 확보했고, 이를 통해 마르티넬리가 가지고 있는 1x1상황에서의 질적 우위가 발현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했다. 반대쪽 측면에 위치했던 사카가 공을 소유한 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카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도 토트넘은 윙백인 페리시치가 사카에 1x1로 대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측면 미드필더였던 손흥민이 가세해서 2x1의 수적 우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1x1에 능한 선수를 상대로 2x1의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보통 영어권 표현으로는 Doubling-Up이라고 하는데, 이런식으로 토트넘은 아스날의 좌우 측면 자원들이 공을 가진 상황에 대해서 2x1 상황을 형성함으로써 해당 선수들의 드리블 돌파가 시도되는 것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술적으로 보았을 때 이런식의 대응은 상대에게 전하는 메세지가 비교적 분명하다. 쉽게 말해서 "완벽하게 수적 열세에 놓여 있으니 여기서는 너가 우위를 가져갈 수 없다."의 메세지를 전하는 것으로 상대의 장점 자체를 상쇄하는 대응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을 통해서 사이드 채널에서의 1x1 상황에 대해서는 리그 탑급으로 거듭난 마르티넬리와 사카이기에 토트넘의 이러한 대응 방식은 두 선수의 장점을 상쇄한다는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 주효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문제가 되었던 것은 기회비용 차원에서 가장 위협적인 옵션이었던 두 선수를 막기 위해서 감행했던 대응 방식이 이후 상황에서 연쇄적으로 팀의 수비 진형에 균열을 가져왔다는 것에 있다.

 

본래라면 사이드 채널은 보통 수적으로 2x2 상황에서의 대결이 주를 이룬다. 이번 아스날과 토트넘의 경기의 상황을 예로 들자면 공을 가진 사카에 대한 수비는 윙백인 페리시치가, 그리고 반대로 아스날의 오른쪽 풀백인 벤 화이트에 대해서는 손흥민이 마크를 펼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쪽 측면의 경우에는 공을 가진 마르티넬리를 에메르송이, 왼쪽 풀백인 진첸코의 경우에는 히샬리송이 마크를 가져가게 된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토트넘은 마르티넬리와 사카가 가지고 있는 1x1 상황에서의 질적 우위를 상쇄하기 위해서 두 선수가 공을 가진 상황에 대해서 2x1의 수적 위를 확보하는 것을 택했고, 이로 인해서 여러가지 문제를 겪으며 실점을 기록하게 되었다. 

 

위 이미지에서 묘사되어 있는 아스날의 첫번째 득점 장면의 경우에는 일반적이라면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벤 화이트에 대한 수비를 가져갔어야 할 손흥민이 2x1 상황을 형성하며 공을 가진 사카에게 전념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사카에서 벤 화이트로 공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공을 넘겨 받은 벤 화이트에 대한 수비는 호이비예르가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연속적인 상황의 연출로 인해서 중앙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공을 넘겨받은 파티는 다이렉트로 중거리 슛을 통해 득점을 뽑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반대로 아스날의 두번째 득점의 경우에는 마르티넬리가 위치한 왼쪽 측면에서부터 연속적인 상황의 연출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르티넬리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 에메르송과 히샬리송이 2x1 수적 우위를 가져갔고, 이로 인해 마르티넬리로부터 공을 건네 받은 진첸코에 대한 마킹은 호이비에르 가져가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 미드필더였던 호이비에르와 벤탄쿠르 사이의 공간이 비교적 크게 벌어졌고, 이후 케인을 상대로 2x1의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가브리엘과 살리바는 호이비에르와 벤탄쿠르 사이에 벌어진 공간에서 자유롭게 공을 받을 수 있었던 파티에게 대각선으로 공을 건네게 된다.

 

살리바에서 파티로 향하는 대각선 패스는 대각선 패스가 유발하는 시야적 제한으로 인해 공을 받는 파티에 대한 견제는 벤탄쿠르가 아닌 호이비에르가 가져가야만 했다. 하지만 이전 상황에서 진첸코에 대한 마킹을 가져가야 했기 때문에 호이비에르는 파티가 공을 받아 자신들이 구성하고 있는 미드필더 라인을 직면하는 것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공을 가지고 토트넘의 미드필더 라인을 직면한 파티는 1차적으로는 제수스와의 패스 라인을 통해서 호이비에르와 벤탄쿠르에게 중앙으로의 Shifting을 강요했으며, 2차적으로는 외데고르와의 패스라인을 통해서 벤탄쿠르와 손흥민의 중앙으로의 Shifting을 강요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파티는 오른쪽 측면에 위치해있던 사카가 순간적으로 손흥민으로 인한 수적 열세 없이 1x1의 상황에서 공을 받을 수 있게끔 공을 건넬 수 있었고, 뒤늦게 손흥민이 2x1 수적우위를 형성하고자 합류했지만 상황은 이미 오버래핑을 시도한 벤 화이트에 의해서 2x2 형태로 전개가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사카는 2x2상황 안에서 페리시치가 아닌 손흥민을 상대로 1x1을 시도함으로써 슈팅을 가져갈 수 있었고, 슈팅 이후의 세컨드 볼 과정에서 제수스가 득점을 기록한 끝에 아스날은 역전골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토트넘의 1.5.4.1 진형을 통한 3,4단계 형태의 수비 접근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콘테 감독 개인으로 보았을 경우 콘테 감독은 과거 첼시 감독 시절에도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이런식으로 1.5.4.1 형태로 3,4단계의 수비를 펼친 끝에 홈에서 0대1로 패배를 기록했던 바 있다. 당시에는 이번 아스날과의 경기 두번째 득점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었던 미드필더 라인의 안쪽 공간을 막는 Shifting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점을 내줄 수 밖에 없었는데, 당시의 맨체스터 시티와 이번 아스날의 공격 전개는 기본적으로 구기 종목에서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하는 팀이 수비를 펼치는 팀을 상대로 가질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그대로 보여준다.

 

팀이 공을 가진 선수에게 다수의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상대가 특정 옵션을 차단하는 것을 강요하고, 만약 상대가 특정 옵션을 차단함으로 인해서 다른 옵션에 무방비로 노출될 경우 해당 옵션을 활용해서 상대 골대를 직접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도 1.5.4.1 진형을 갖춰 자신들의 진영에서 수비를 가져가다가 실점을 허용했던 콘테의 첼시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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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tothelaneandback.com/

 

최근 들어서 우리는 공격 국면에서 3명의 센터백을 배치하는, 소위 말하는 3백 시스템을 활용하는 팀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것과 더불어 공격 국면에서 센터백의 역할을 강조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양적 관점에서 이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난 것과는 별개로,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공을 가진 상황에서 센터백이 온전하게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을 가졌을 때 센터백이 '수비수'가 아닌, 공을 가지고 공격을 진행해야 하는 11명 중의 1명으로써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의 여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센터백이라는 포지션을 얘기하는 관점에서 '수비수'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곤 한다. 그리고 이 수비수라는 단어를 머릿 속에 연상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들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걷어내기, 태클, 헤더, 슛 블락, 마킹 등과 같은, 말 그대로 '팀이 공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기술적/전술적 행위들이 연상될 것이라고 본다.

 

반면 해당 인식 자체부터가 어떻게 보면 상당히 큰 오류라고 볼 수 있다. 축구는 하나의 공을 가지고 두 팀이 공격과 수비로 나뉘어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종목이다. 다시 말해 공을 가진 팀은 득점을 위해, 그리고 공을 갖지 않은 팀은 공을 가진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고 나아가서는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 자신들이 공격을 하기 위해 경기를 펼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공을 갖지 않은 팀은 팀 전체가 수비를 펼쳐 상대의 공격을 저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11명 모두가 '수비수'의 역할을 수행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공간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선수가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공간에 위치하느냐, 혹은 자신의 골대와 먼 공간에 위치하느냐에 따라서 요구 받는 기술적/전술적 행위들에서 차이가 존재할 뿐이지 기본적으로는 11명이 모두 모두 수비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뱐대로 공을 가진 공격 국면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팀이 공을 가진 공격 국면에서는 팀을 구성하는 11명의 구성원은 모두 '공격수'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 그저 수비 국면과는 반대로 공간적 기준을 자신들의 골대가 아닌 상대 골대를 기준으로 해서 상대 골대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공간에 위치하느냐, 혹은 먼 공간에 위치하느냐에 따라서 선수가 각기 다른 기술적/전술적 행위들을 요구 받게 될 뿐이다.

 

이러한 축구 종목의 본질을 온전하게 이해했을 때 우리는 앞서 언급했던 인식 과정에서부터 존재하는 센터백의 역할과 관련한 오류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게 된다. 센터백은 수비 국면에서는 수비수로써 기능해야 하지만 이는 센터백 뿐만이 아니라 팀의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반대로 팀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는 센터백 또한 팀의 나머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해야하는 선수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센터백이라는 역할을 정의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했던 공간적인 이해라고 볼 수 있다. 센터백은 수비 국면에서는 통상적으로 자신들의 골대와 가까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해당 공간적 특성에 기인해서 발생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기술적/전술적 능력을 요구받게 된다. 앞서 언급한 걷어내기, 태클, 헤더, 슛 블락, 마킹과 같은 능력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로 행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계속해서 노출되는 것이다. 반대로 공격 국면에서는 상대 골대와 먼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에 기인해서 발생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기술적/전술적 능력이 필요하게 된다.

 

최근 들어서는 센터백의 역할을 정의하는 관점에서 공격 국면에서 요구되는 기술적/전술적 능력을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많아 진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는 어디까지나 '수비수+@' 정도의 관점에서 이해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종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온전한 의미에서의 센터백이라는 역할은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공간에 위치한 수비수+상대 골대와 먼 공간에 위치한 공격수' 정도로 정의되어야 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육면체는 말 그대로 정육면체이지 애초부터 정사각형이었던적이 없다. 다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 정사각형으로 잘못 이해하고 인식할 뿐이다.

 

물론 센터백이라는 역할을 이러한 형태로 정의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시선을 뒷받침 하는 주요 논지는 아마도 센터백은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공을 가진 상황에서 공의 소유권을 잃었을 경우 실점을 할 수 있는 리스크는 크고, 반대로 상대 골대와는 먼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득점 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도가 될 것이라고 본다. 

 

어느 정도는 근거가 있는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논지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접하는 하이라이트 영상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하이라이트 영상은 영상의 길이에 따라서 내용이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 득점, 혹은 득점과 가까웠던 장면 위주로 구성이 된다. 그리고 영상은 해당 장면이 일어나기 직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예를 들어 득점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하면 통상적으로는 득점이 발생하기 10초 전 쯤 상황에서 영상이 시작해서 득점이 이뤄지는 장면을 보여주고, 득점에 대한 리플레이가 몇 차례 더 재생이 되면서 다음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영상에 등장하는 선수의 관점에서 얘기를 하자면 직접적으로 득점을 하는 선수, 그리고 득점을 어시스트 하는 선수 정도가 영상에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중들이 경기를 인식하는 방식은 사실 하이라이트의 편집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적으로 긴 시간인 90분 동안 경기가 거의 끊김 없이 실시간으로 진행이 된다는 점, 타 종목에 비해 많은 22명의 선수가 운동장에서 동시에 움직인다는 사실로 인해 운동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혹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파악하기란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작업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득점이라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기점으로 해서 득점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선수가 누구인지를 판단해 공격과 수비의 관점에서 쉽게 말하면 잘잘못을 가리는 것으로 경기를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결과를 분석)

 

이에 반해서 온전하게 경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기를 득점과는 관계 없이 '상황의 연속'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금 이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 다음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상황의 연속이라는 관점에서 인과 관계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결국 득점이라는 것은 이러한 상황의 연속 안에서 탄생하는 '부산물' 이라는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과정을 분석)

 

그리고 이런식으로 후자의 관점에서 축구를 이해했을 때, 즉 과정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센터백이라는 역할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롱패스를 통해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장면이나 세트피스에서 득점을 하는 장면 정도를 제외하면 화면에 잡히지 조차 않을 정도로 영향력이 없는 존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득점이 이뤄진 상황이 발생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연출되어야만 했던 이전 상황들을 만들어내는 존재가 바로 센터백이기 때문이다. 득점이 이뤄지기 1분 전, 혹은 2분 전의 상황을 연출했기 때문에 득점과 연관지어 이를 인지하기란 쉽지 않지만, 흔히 얘기하는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 혹은 이보다 더 전 과정을 연출하는 것이 센터백이라는 역할인 것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서 센터백이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하다가 실수를 저질러 실점이 발생했을 경우 대중들은 '굳이 저런 리스크를 감수해야하느냐'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센터백이 필연적으로 극복해야만 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해당 센터백은 사람들이 인지를 하지 못했을 뿐이지 자신의 실수로 실점한 숫자 보다 훨씬 더 많은 팀의 득점에 기여했을 공산이 크다.

 

실수를 저지른 스톤스에 대한 질문에 "스톤스는 여기 있는 사람들을 전부 다 합친 것 보다도 배짱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응답했던 과르디올라. 스톤스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이에 대한 비판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이 센터백으로써 해야만 하는 것을 실행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가진 센터백이다.

 

그렇다면 공격 국면에서 센터백에게 요구되는 구체적인 기술적/전술적 능력은 무엇일까? 국내의 경우에는 항상 영어권 어휘들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빌드업 능력이 좋다' 정도로 센터백의 공격 국면에서의 공격 전개 능력을 평가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추상적이며 명확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애시당초 빌드업이라는 것 자체가 '후방에서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것' 정도로 명확하게 정립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해당 개념에서 파생된 추가적인 개념은 더욱 더 불분명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개념이 필요한 것이 현실인데, 개인적으로는 이를 '드리블과 패스'라는 기술적/전술적 능력으로 어느 정도 설명하고 정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축구 종목에서 기술이라는 것은 '동작의 실행'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패스의 경우에는 한 선수가 A라는 지점에서 B라는 지점까지 패스를 10번 시도해서 10번을 모두 성공 시킨다면 해당 선수는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흠잡을 구석이 없는 선수가 될 것이다.(물론 해당 평가 기준에는 단순히 공의 목적지 도달 여부가 아닌, 공의 구질이나 공의 속도, 공의 높이 등도 고려되어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에 반해서 전술의 경우에는 '판단'을 의미한다. 축구는 총 22명의 선수가 운동장에 동시에 존재하는 팀 종목인데다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선수는 특정 동작을 실행하기 전에 항상 판단이라는 프로세스를 가져간다. 예를 들어 A라는 선수가 공을 가졌을 때 B라는 선수에게 패스를 할 것인지 C라는 선수에게 패스를 할 것인지, 혹은 패스를 하는 것이 아니고 슈팅을 할 것인지 선택을 하는 것이 전술으로써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종합해 보았을 때 공을 가진 센터백에게 요구되는 주된 능력은 적절한 전술적 판단을 바탕으로 드리블과 패스라는 기술적 행위를 실행하는 것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 때 아마 센터백에게 패스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에는 크게 의문 부호가 따라붙지 않는 반면에 드리블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에서는 아마 다소 의문 부호가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센터백은 그 어떤 포지션 보다 드리블 능력이 강조되는 포지션이고, 반면 국내에서는 그 개념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센터백이 '수비수+@'정도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드리블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경우에는 측면에 위치한 윙어가 상대 풀백을 상대로 현란한 발재간을 자랑하면서 해당 풀백을 벗겨내기 위한 동작을 실행하는 것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반면 드리블을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정의한다면 첫번째는 전방에 존재하는 공간에 대해서 선수가 해당 공간으로 공을 가지고 이동하는 드리블을 얘기할 수 있겠고, 두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직접적으로 공을 가지고 수비를 벗겨내기 위한 형태의 드리블을 애기할 수 있겠다.

 

이 두 가지 형태의 드리블 중 센터백에게 요구되는 형태의 드리블은 바로 전자에 해당하는 전방의 공간을 향해 공을 가지고 이동하는 형태의 드리블이다. 직접적으로 수비를 벗겨내는 형태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센터백이 굳이 공을 가지고 공간을 향해 전진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에 조금 더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서 왜 센터백에게 드리블이 필수불가결한 능력인지에 대해서 얘기를 이어나가보도록 하겠다.

 

스페인 대표팀과 스웨덴 대표팀의 경기 영상

위 영상을 보았을 때 통상적으로 대중이 주목하는 장면은 사라비아가 슈팅을 하는 장면이겠지만 사전에 언급했던 '과정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저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영상의 초반인 라포르트가 공을 가지고 드리블을 통해서 만들어낸 상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1.4.4.2의 형태로 수비진형을 갖춘 스웨덴을 상대로 라포르트는 자신의 전방에 존재하는 공간을 향해 드리블을 실행하는데, 이 때 이 라포르트의 드리블은 스웨덴의 1선으로 하여금 뭔가를 강요하게 하는, 다시 말해 상대가 특정 행동을 하게끔 유발하는 드리블이다. 그리고 공간적으로 보았을 때도 좀 더 명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단순히 전방의 공간을 향한 드리블이 아닌, 스웨덴의 1선을 구성하는 2명의 사이 공간을 향하는 드리블이다. 해당 드리블을 통해서 라포르트는 스웨덴 1선이 자신들의 등 뒤에 위치한 부스케츠로 공이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게끔 했고, 이를 의식한 스웨덴의 1선은 라포르트에서 부스케츠로 향하는 패스라인을 저지하기 위해서 2명의 선수가 안쪽으로 좁히는 움직임을 가져가게 된다.

 

이 때 스웨덴 입장에서 문제는 라포르트에게 이미 다른 옵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해당 선택을 강요당했고 이를 실행했다는 것에 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라포르트는 스웨덴의 1선에게 드리블을 통해서 해당 선택을 강요한 이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옵션인 빠우 또레스를 향해 패스를 실행한다. 라포르트의 드리블로 인해 빠우 또레스는 스웨덴의 1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시간적-공간적 여유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을 소유하게 되고, 이어지는 상황에서 스웨덴의 2선은 가비를 의식해 중앙에서 간격이 벌어지면서 이를 활용해 모라따가 또 다시 한번 시간적-공간적 여유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을 소유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사라비아의 슈팅이 득점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득점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고,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라포르트의 드리블은 농담반 진담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 정도 되는 상황을 연출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결국 득점이라는 것은 최종적으로 슈팅이 골대로 들어가느냐 여부에 따라서 달라질 뿐이지 연출해내는 상황의 연속 안에서 나타나는 부산물인 것이고, 코칭스태프를 필두로 경기에 뛰는 11명의 선수들이 시도해야 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상황을 연출해내는 것에 있다. 그리고 해당 과정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센터백의 드리블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라포르트의 드리블에서 볼 수 있었던 것 처럼 후방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관점에서 상대로 하여금 특정 선택을 강요하게끔 하는 수단이라는 것에 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센터백의 공간을 향하는 전술적인 드리블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라포르트의 경우에서 보았던 것 처럼 2명의 사이 공간, 즉 라인을 구성하는 선수들 사이의 인터벌(intervalo)을 향한 형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방의 공간을 향해서 이동하긴 하되 특정 선수를 향해 드리블을 시도함으로써 해당 선수를 자신에게 끌어들여 해당 선수가 막아야 하는 팀 동료를 해방 시켜 공을 중심으로 2x1 상황을 만들어내는 형태이다. 

 

반면 아직까지도 국내에는 프로 레벨과 아마추어 레벨을 막론하고 센터백의 이러한 공격 전개를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상대가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할 경우에는 상대쪽에서 공을 가진 센터백에게 어느 정도 선택을 강요하면서 오기 때문에 센터백이 능동적으로 드리블을 통해서 상대에게 선택을 강요해야할 경우가 많지 않지만, 반대로 상대가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하기 보다는 스웨덴의 경우처럼 경기장을 세로로 보았을 때 4분의1 지점 이하로 물러나 블록을 형성할 경우에는 드리블을 통해서 센터백이 능동적으로 상대에게 특정 선택을 강요해야 하는데 이러한 플레이 자체가 시도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당 상황에서 센터백들은 라포르트의 경우처럼 공을 가지고 상대의 1,2미터 앞까지 전진해서 상대가 특정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끔 강요를 해야 하지만,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센터백들은 상대로부터 5미터 이상 떨어져서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태로 공을 순환하다가 롱패스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센터백이 뒤로 물러나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미드필더가 센터백으로부터 공을 건네 받기 위해서 센터백을 향해 내려오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그러면서 전방에서는 상대 백라인을 상대로 수적/위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롱패스가 나가더라도 이후 상황에서 공격을 효율적으로 전개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결과를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당장 센터백이 공을 빼앗겨서 실점하는 장면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는 것은 맞지만, 과정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 공을 가진 상황에서 상대를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 했기 때문에 공의 소유권을 내줄 수 밖에 없게 되면서 결국에는 실점으로 이어지는 조삼모사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센터백이라는 역할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공간에 위치한 수비수+상대 골대와 먼 공간에 위치한 공격수 라는 공간적 전제를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이번 글을 통해서는 상대적으로 센터백의 수비수로써의 역할이 아직까지도 크게 강조되고 있음에 따라서 공을 가진 상황에서의 역할에 대해서 주로 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온전한 의미의 센터백은 수비와 공격 둘 중 하나를 등한시 하지 않고 모든 측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여야만 한다. 특히 팀의 게임 모델이나 경기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팀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센터백 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해당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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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bpschool.com


현대 축구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전투, 혹은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인해 상대팀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과정이 굉장히 용이해졌고, 특히 프로 레벨에서는 TV 중계 화면이 아닌 11vs11의 상황의 연속으로써 촬영된 경기 영상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영상 정보를 기반으로 사전에 상대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스스로의 정체성(게임 모델)은 잃지 않되 상대의 강점은 무력화, 반대로 상대의 약점은 극대화 할 수 있게끔 훈련을 통해서 팀을 준비 시키는 것이 전략 수립의 과정으로써 정립되었다.

 

 

전략의 수립과 실행 싸이클

 


반면 모두가 이러한 과정을 가져가게 되면서 전략 수립 과정에서는 비교적 동등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에서의 승자와 패자는 갈리고 있으며, 전략의 수립과 실행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어떤식으로 상대할 것이냐'는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아이디어와, 이를 운동장에서 직접 실행하는 선수들의 전술적 수행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10년 간 축구는 공을 가진 공격 국면에서 큰 변혁을 가져왔다. 공을 가진 상황에서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려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는 변수를 최소화 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좀 더 본질적으로는 상대 골대를 공략할 수 있는 위치까지 공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큰 발전을 이뤄왔다. 이에 대한 결과로 우리는 공의 위치에 따라 11명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를 가지고 해당 팀의 경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공이 상대 골대를 공략할 수 있는 지점까지 도달하는 상황을 몇번이나 연출했느냐에서 선수들의 전술적 수행 능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목적은 정반대 되지만 수비 국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축구가 공격 국면에서 상당히 큰 폭으로 변화를 가져감에 따라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수비 국면에서의 접근법 또한 정교해질 수 밖에 없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전 분석의 과정을 거쳐서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기 위한 전략 수립과 이를 실행하는 선수들의 전술적 능력이 극단적으로 개선될 수 밖에 없었다.

 

이미지 출처 : objetivoanalista.com


이렇게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완전히 대척되는 입장에서 존재하는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이지만, 이 둘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공격 국면에 놓인 공의 위치에 따라서 팀이 11명이 유기체로써 움직이며 자신들의 포지션에 변화를 주며 상대를 공략하려고 한다면, 반대로 수비 국면에 놓인 팀은 해당 포지션 변화에 대응하는 관점에서 어떤식으로 자신들의 포지션에 변화를 주며 이를 무력화 시킬 것이냐가 양 팀의 전략이자 이를 수행하는 전술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감안해야 할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의 포지션은 풀백, 센터백 등으로 대변되는 '역할' 관점의 포지션이 아닌, 온전하게 '선수의 경기장에서의 위치'라는 관점에서의 포지션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축구 종목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이렇게 포지션을 두가지 의미로 나눠서 이해할 필요가 없었다. 선수는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에서의 차이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포지션이란 특정 공간에 위치하는 선수를 일컫는 말이었으며, 선수는 해당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플레이를 가져갔기 때문에 우리는 '위치=역할'의 관점에서 포지션을 정의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 Beier/Getty Images for FC Bayern


반면 현대 축구에서, 특히 최근 10년 간 축구가 발전해 온 관점에서 보았을 때 포지션은 더 이상 위치와 역할을 동시에 내포할 수 없게 되었다. 가장 단적인 예로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가짜 공격수'(Falso nueve) 혹은 '가짜 풀백'(Falso lateral)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포지션을 위치=역할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 기존의 선수들이 위치하던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플레이 하는 경우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에 대한 이해 과정에 도입했을 경우, 우리는 기본적으로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이 수비 국면에 놓인 팀에 비해 선수 포지션이라는 것에 더해서 좀 더 큰 폭의 자유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또한 그렇기 때문에 수비 국면에 놓이게 되는 팀이 사전 분석을 통해서 상대를 무력화 시키기 위한 준비가 아무리 잘 준비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결국에는 전략적으로, 그리고 전술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이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레알 베티스와 세비야의 국왕컵 전반전 발생한 상황 ;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까날레스의 포지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위 영상은 레알 베티스와 세비야의 국왕컵 경기 전반전에 발생했던 상황을 재현한 영상이다. 레알 베티스가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하는 공격 국면에 놓여 있으며, 반대로 세비야는 공을 가진 레알 베티스의 공격을 무력화 시켜야 하는 수비 국면에 놓여 있다. 최후방에 위치한 후이 실바가 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베티스는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알렉스 모레노에게 공을 전개 시켰는데, 알렉스 모레노에게 공이 전개된 이후 주목해서 보아야 할 것은 바로 까날레스의 위치 변화이다.

까날레스는 통상적인 위치=역할 관점에서의 포지션으로 보았을 경우 1.4.2.3.1 에서 오른쪽 윙어 혹은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했던 선수이다. 반면 세비야와의 경기에서 까날레스의 역할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치와 역할을 분리시켜서 보아야 한다.이 날 경기에서 까날레스는 경기장을 가로로 2등분 했을 때 공이 자신들의 오른쪽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오른쪽 윙어 혹은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가 위치하는 공간에서 플레이를 펼쳐보였지만, 반대로 공이 왼쪽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오른쪽 절반에서 완전히 벗어나 왼쪽 절반으로 넘어와 플레이 하며 공을 중심으로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날레스의 포지션 변화는 결국 공격 국면에 놓인 베티스가 공에 대한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선수의 포지션에 대해서 다소 극단적인 변화를 가져간 것인데, 반대로 수비 국면에 놓인 세비야는 해당 상황에서 이를 무력화 시키는 것에는 실패했다. 포지션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 까날레스에 대한 마킹을 가져가야 했던 것은 레킥이었지만 만약 레킥이 까날레스를 따라서 이동했다면 레킥이 지켜야했던 공간은 완전히 노출될 수 밖에 없었고, 베티스 입장에서는 보르하 이글레시아스나 베예린을 통해서 해당 공간을 직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기에 레킥은 까날레스의 이러한 포지션 변화를 두고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리버풆과의 경기에서 쟈카가 퇴장을 당했던 장면; 쟈카가 조따를 트랙백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 마갈량이스와 피르미누의 위치에 주목해 보자.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까날레스-레킥의 사례와는 반대에 해당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최근 있었던 리버풀과 아스날의 경기에서 쟈카가 퇴장을 당하는 장면에서도 우리는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이 포지션 변화를 통해서 수비 국면에 놓인 팀을 상대로 이점을 가져가는 것을 다른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위 영상을 보는 과정에 있어서 대부분은 쟈카가 조따를 발로 가격하면서 퇴장을 당하는 장면에 대해서 주로 언급을 하겠지만, 쟈카의 퇴장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버슨에서 조따로 롱패스가 나가기 전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영상이 시작된 직후 상황을 보면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피르미누이고, 이에 대한 마킹을 실행하고 있는 것은 마갈량이스이다. 해당 상황에서 피르미누는 통상적으로 선수가 가짜 공격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사실상 백라인에 가깝게 위치하며 경기장을 세로로 보았을 때 굉장히 큰 폭으로 자신이 플레이 하는 포지션에 변화를 준 상태이고, 마갈량이스는 베티스와 세비야의 경기에서 레킥이 까날레스에 대한 마킹을 포기했던 것과는 반대로 자신 또한 큰 폭으로 포지션 변화를 주며 피르미누에 대한 마킹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상황의 결과로써 발생한 것이 바로 마갈량이스가 이탈한 공간으로 전진하는 조따를 향해 나가는 로버슨의 롱패스였으며, 쟈카의 레드카드는 마갈량이스가 피르미누를 마킹하기 위해서 가져간 포지션 변화에 따른 결과의 결과였다고 볼 수 있겠다.

 


위의 두 가지 예를 통해서 우리는 선수의 포지션의 변화, 즉 플레이하는 위치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이 수비 국면에 놓이는 팀에 대해서 어떤식으로 우위에 놓여 있게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수비 국면에 놓인 선수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지역방어에 기반해 '공간과 선수'라는, 두 가지 대상을 동시에 수비해야 한다. 자신이 마킹해야하는 선수가 자신이 수비해야 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움직일 경우, 즉 자신이 수비 해야하는 공간과 선수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는공간이냐 선수냐에 대한 양자택일의 상황에 강요될 수 밖에 없고, 반대로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은 해당 선택을 강요하는 것 자체로 거기서 어떠한 선택이 나오더라도 공에 대해 벌어지는 다음 상황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의 선수가 이처럼 비교적 큰 폭으로 플레이 하는 위치에 변화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이를 '프리롤', 즉 선수가 공에 관여하기 위해서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서 설명했던 현대 축구의 특징을 감안했을 때 최근의 축구, 특히 탑레벨에서의 이러한 포지션 변화는 대부분이 전략성, 즉 계획된 것으로 이해되어져야 할 것이다. 사전 분석을 통해서 더욱더 정교해진 상대 수비를 파훼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격과 수비라는 입장 차이에서부터 발생하는 선수 위치 변화에 대한 자유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언뜻 보았을 경우에는 선수가 자신이 지켜야 할 포지션을 벗어나 공을 소유하기 위해서 무작정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이 특정 선수, 혹은 특정 공간에 위치했을 경우에 대해서 공에 대한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실행되는 조건부 움직임일 공산이 크다.

반면 이러한 공격 국면에서의 큰 폭의 포지션 변화는 결국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렸을 경우, 즉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해야 하는 수비 전환 국면에서의 리스크를 어느 정도 동반한다고 봐야한다. 수비 전환 국면은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리기 직후의 상황으로써 공격 국면에서 팀이 공을 가지고 어떤식으로 공격을 전개했느냐에 사실상 종속될 수 밖에 없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까날레스의 경우처럼 한쪽 측면에 위치한 선수를 반대쪽 측면으로 이동시켜 수적 우위를 확보하게 했을 경우에는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린 이후 상대가 공격 방향 전환을 통해서 역습을 전개하는 것에 취약할 수 밖에 없고, 피르미누처럼 전방의 선수를 낮은 지점까지 내려오게 했을 경우에는 공의 소유권을 잃은 상황에서 해당 선수의 수비적인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해당 지점에서 곧 바로 공의 소유권을 되찾을 확률은 줄어들게 된다.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이기에 애초에 공의 소유권을 잃을 확률을 최소화 하는 관점에서도 이러한 포지션 변화가 시도 되는 것은 충분히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감독에 따라 이러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에 대한 의견은 분명히 갈릴 수 밖에 없고, 대표적으로 과르디올라의 경우에는 가짜 공격수나 가짜 풀백 이상으로 특정 선수 포지션에 대해서 큰 폭으로 변화를 주는 것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앙리의 바르셀로나 시절 경험담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선수의 포지션 변화를 가져감으로써 상대 수비에게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하기는 하되, 어디까지나 공을 잃어버려 수비로 전환되는 국면에서 문제를 겪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이러한 변화가 이뤄지는 것을 의도한다고 볼 수 있겠다.

티에리 앙리, "가장 중요한 것은 포지션이었다. 누구든 자신의 포지션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했고, 동료를 믿고 공이 자신에게 올 때 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했다."

"훈련에서 과르디올라는 특히 챠비와 이니에스타가 이것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 경기장을 가로로 2등분 하는 형태로 콘을 라스트 써드까지 놓곤 했다. 해당 콘을 기점으로 오른쪽에 위치한 선수들은 왼쪽으로 넘어와서는 안 됐고, 왼쪽에 위치한 선수들은 오른쪽으로 넘어와서는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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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Twitter @alexhconrad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성화와 해외 매체에 대한 접근이 훨씬 쉽고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축구 관련 어휘들이 국내에 쏟아져 들어오고 빠른 속도로 대중화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최근 몇 년 간 그 사용 빈도가 가장 많이 높아진 어휘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하프 스페이스(Half-Space)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펩 과르디올라가 바이언 감독이었을 당시 과르디올라가 훈련장의 피치를 어떤식으로 나눠서 선수들에게 좀 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포지션이라는 개념, 즉 '공과 연관되기 위해서 공의 위치에 따라 운동장의 어느 곳에 위치해 있어야 하느냐'를 주지시키는지가 독일 언론을 통해서 공개가 되었다. 이 중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은 해당 공간 분할법에 있어서 경기장을 가로로 나눠서 채널(Channel) 개념으로 보았을 경우 골 에어리어와 패널티 박스 폭 사이에 위치하는 공간을 말하는 것인데, 해당 어휘가 해외 언론에 의해 자주 사용이 되면서 국내에도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 최근에는 가장 많이 쓰이는 축구 어휘 중 하나로써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서 던져볼만한 질문은 바로 하프 스페이스 라는 공간의 실질적인 그 의의가 무엇이냐이다. 축구 현직 종사자와 팬을 포함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경기 중 공이 하프 스페이스라고 불리우는 공간에 위치했을 경우 '아 지금 저 선수가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소유하고 있다' 라던지 혹은 '오늘 경기에서 저 선수가 지속적으로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받고 있다' 라고 얘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경기 중 공이 어느 공간에 위치해 있느냐 정도를 설명하는 관점에서 해당 어휘를 활용하는 것이지, 해당 공간에서 공을 소유했을 경우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이며 해당 공간에 공이 위치하는 것이 다음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와 같은 본질적인 설명을 명쾌하게 던지는 경우는 사실상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글을 통해서는 단순히 공간적인 분류를 얘기하기 위해서 해당 어휘를 맹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에서 공을 소유했을 경우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이며 공이 해당 공간에 위치했을 경우 다음 상황에 대해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농구에서의 Drive and kick은 공을 가진 선수가 수비수들을 자신에게 고정시켜 이로 인해 자유로워지는 선수를 활용하는 것이 잘 정립된 전술적 개념이다

 

기본적으로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공을 소유한 선수'(Poseedor)가 수행하는 '상대 선수를 고정하는 선수'(Fijador)로서의 역할이다. 축구, 풋살, 농구, 핸드볼, 하키 등 구기 종목 중 '드리블'이라는 개념과 '패스'라는 기술적/전술적 행위가 존재하는 종목에서 공을 가진 선수는, 항상 자신들의 골대를 지키려고 하는 상대 수비수들을 자신에게 고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수비수들은 실점하지 않기 위해서 공을 가진 상대가 자신들의 골대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야만 하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공을 소유한 선수를 자신의 시야에 둠으로써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공의 위치에 따라서 자신들의 위치에도 지속적으로 변화를 줘야한다. 반면 수비수들은 이와 동시에 지역방어냐 대인방어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이 마크 해야하는 공이 없는 상대 선수, 즉 '잠재적으로 공을 가질 수 있는 선수'를 자신의 시야에 두며 해당 선수에게 공이 연결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한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했을 때 수비수 개인의 입장에서 공의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떠나서 아닌 수비를 하기 가장 용이한 경우는 ´공을 소유한 선수와 자신이 마크 해야 하는 선수가 동일한 경우´이다. 반면 공을 소유한 선수와 자신이 마크 해야 하는 선수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특히 공을 소유한 선수와 자신이 마크 해야 하는 선수를 동시에 시야에 둘 수 없는 상황에서 수비수는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고려한다면 하프 스페이스 라는 공간은 공을 소유한 선수가 상대 수비수들에게 유발할 수 있는 어려움을 가장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공간이라는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위 그림에서의 상황처럼 공을 소유한 선수가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해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공을 소유한 선수가 왼발잡이일 경우(예를 들어 메시) 백라인을 구성하고 있는 수비수들의 몸의 방향과 시야는 공을 소유한 선수에게 고정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와 동시에 수비수들은 공을 소유한 선수가 안쪽 공간을 향해 드리블을 시작하는 경우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당하게 된다.

 

첫번째 선택의 경우에는 공을 소유한 선수가 안쪽으로 드리블을 시도해서 들어와 슈팅을 시도할 경우를 생각해 라인을 버리고 앞으로 전진해 자신이 공에 대한 직접적인 수비를 가져가는 경우인데, 반면 이런 선택을 할 경우에는 자신이 마크해야하는 선수를 완전히 시야에서 잃어버리게 되며 해당 선수에게 자신의 등 뒤 공간을 공략당할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두번째 선택의 경우에는 자신이 공과 함께 시야에 둬야 하는 잠재적으로 공을 가질 수 있는 선수에 대한 마크를 하기 위해서 그대로 라인을 지키는 경우인데, 이럴 경우에는 반대로 공을 소유한 선수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며 해당 선수가 드리블 이후 슈팅을 시도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실점을 허용할 수도 있게 된다.

 

즉 수비수 입장에서는 상대 선수가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소유하게 되는 그 순간부터는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히 클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2021/2022 시즌 초반 호르헤 삼파올리의 올림피크 마르세유 라인업

 

 

그리고 아직까지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이번 시즌 호르헤 삼파올리의 마르세유는 이러한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에 있어서 상당히 흥미로운 사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삼파올리의 마르세유는 수비 국면에서는 1.4.4.2 형태의 수비 진형을 구축하지만, 공격 국면에서 지공을 전개할 경우에는 1.3.4.3(1.3.2.5)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 때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과 관련해서 공을 가지고 가장 직접적으로 해당 공간을 활용하는 선수는 바로 오른쪽 윙백인 17번 윈데르와 가짜 9번이라고 할 수 있는 10번 파예이다.

 

마르세유는 좌우 윙백을 모두 측면과 일치하는 발이 아닌 측면과 반대되는 발을 주로 사용하는 선수를 배치한다. 하지만 왼쪽 윙백인 콘라드의 경우에는 오른발잡이 왼쪽 윙백이라고 할지라도 엔드라인까지 향하는 직선적인 돌파를 즐겨하는 선수인 반면, 오른쪽 윙백인 윈데르의 경우에는 엔드라인까지 가는 직선적인 돌파보다는 공을 가진 상황에서 횡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 진입하는 경우가 잦은 선수이다.

 

몽펠리에전에서 볼 수 있었던 공을 가진 윈데르를 통한 하프 스페이스 활용

 

이러한 윈데르의 하프 스페이스 활용을 통해서 마르세유는 1 라운드 몽펠리에전에서는 상대가 4백인 점을 이용해 오른쪽 윙백인 윈데르에서 왼쪽 윙백인 콘라드로 한번에 측면 전환을 가져가는 상황을 연출하며 몽펠리에 백라인을 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해당 상황 자체는 몽펠리에 백라인이 어느 정도 제대로 기능한 것을 의미하기는 한다.

 

공을 소유하고 있는 윈데르가 슈팅까지는 가지 못하도록 막아섰을 뿐만 아니라, 나머지 백라인 선수들은 잠재적으로 공을 소유할 수 있는 자신들이 마크해야 하는 선수들을 시야에서 잃지 않음으로써 윈데르가 사실상 골대와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선수에게 공을 보내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몽펠리에는 마르세유의 하프 스페이스를 활용한 공격에 공략 당했다고 볼 수 있다. 4v4 상황에서 하프 스페이스로 진입하는 윈데르를 수비하기 위해서 왼쪽 풀백과 왼쪽 센터백 2명이 윈데르에게 고정되었고, 이로 인해 나머지 2명이 자신의 마크 대상인 파예와 제르송에 대한 수비를 정상적으로 실행했음에도 결국에는 수적으로 열세에 놓이며 콘라드를 완전히 무방비로 상태로 방치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하프 스페이스에서 드리블이 행해지는 순간 수비수들의 입장에서는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리스크가 수적인 열세로 나타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파예의 몽펠리에전 득점 장면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
파예의 보르도전 득점 장면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

 

윈데르가 마르세유 공격에 있어서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에 기여하는 선수라면 파예의 경우에는 왼쪽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을 주로 가져가는 선수이다. 다만 파예의 경우에는 선수가 가지고 있는 기술적 우위를 활용하기 위해서 조금 더 온전하게 드리블 이후 슈팅이라는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고, 윈데르가 사이드 채널에서 공을 건네받아 하프 스페이스로 진입하는 경우였다면 파예의 경우에는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받아 플레이를 시작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상단에 있는 링크를 통해서 파예의 1라운드 몽펠리에전 득점 장면과 2라운드 보르도전 득점 장면을 보았을 경우 해당 관점에서 얘기할 수 있는 포인트는 바로 하프 스페이스를 활용하는, 혹은 위치하는 선수에게 전제되어야 하는 능력이다.

 

 

보르도전 드미트리 파예의 득점 장면; 파예가 드리블을 통해서 하프 스페이스에 진입했고 보르도의 백라인은 전부 파예에게 고정되어 있다.

 

몽펠리에전과 보르도전 득점 장면에서 파예를 직접적으로 파예를 막아서기 위해 움직이는 공이 위치한 스트롱 사이드 수비수들은 윅 사이드 수비수들과는 다르게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당하지 않는 상태이다. 다시 말하자면 하프 스페이스(혹은 인접 공간)에서 공을 받아 드리블을 시도하는 파예를 막아서는 선택을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기회비용으로써의 리스크인 자신이 시야에 두며 마크해야 하는 선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술적 판단에 있어서는 훨씬 난이도가 낮은 상황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예는 본인이 해당 수비수들을 상대로 확보하고 있는 질적 우위(Superioridad cualitativa)를 통해서 1대 다수의 상황에서도 이들을 공략하고 득점에까지 성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에서의 이점을 온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공간을 활용하는 선수에게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하프 스페이스는 상대 미드필더 라인과 백라인 사이의 공간을 의미하고, 상대 백라인을 직면해야 하는 공간이다. 쉽게 말하자면 공간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드리블이라는 기술적 행위를 통해 상대 수비수들을 상대로 질적인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선수여야만 온전하게 상대 수비수들에게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질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선수여야만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파예의 경우처럼 직접적으로 득점을 시도하는 형태로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이 가능하게 된다. 만약 이와 같은 질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선수를 해당 공간에 위치시켜놓는다고 한들 100번 공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유효한 공격이 나오기는 커녕 공의 소유권을 상대 수비수에게 잃어버리는 상황이 연속해서 발생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90min.com

 

정리를 하자면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는 사실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단순히 해당 공간에서 공을 소유했다, 해당 공간에서 공을 몇번 받았다 라는 행위 자체로는 의미를 찾기가 힘들다. 이를 본질적으로는 어떤 선수가 어떤 상황에서 공을 소유 했느냐 를 파악해야 하며, 해당 공간에서의 공 소유가 이후 상황에서 어떠한 형태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를 가져가려고 시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온전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을 소유하고 있는 선수를 분리시키고 고립시켜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거시적으로 운동장 전체를 보고 11명 대 11명이 대치하는 상황의 일부분으로써 이해하려는 노력이 전제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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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google.com

테데스코 부임 이후 RB라이프치히(이하 라이프치히)가 리그에서만 세번째 경기를 치뤘다. 데뷔전에서 묀헨글라드바흐를 상대로 4대1 승리를 거둔 뒤 아우쿠스부르크 원정에서는 경기 막판 패널티킥으로 아쉬운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승점 1점 획득에 만족해야만 했던 라이프치히였다. 승리와 무승부를 한차례씩 거뒀던 라이프치히는 이번 경기에서는 0대2로 홈에서 패배를 기록하면서 테데스코는 감독 부임 이후 치뤄진 경기에서 1승 1무 1패라는 성적을 받아들게 된 상황이다.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승점 획득 추이에 있어서 꾸준함이라는 핵심 포인트가 결여된 것이 이번 시즌의 라이프치히이기 때문에, 향후 경기들, 특히 윈터 브레이크를 가져간 이후 얼마나 승점 획득을 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테데스코의 감독으로써의 평가가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1명 퇴장을 당한 상대에게 홈에서 2골을 내주며 0대2로 패배를 한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경기 내용적인 관점에서는 얘기할만한 요소들이 분명 존재했던 지난 빌레펠트전이었다. 특히 앞선 2경기와는 다르게 1.3.4.1.2가 아닌 1.3.5.2 시스템을 선발 라인업에 적용해 들고나왔던 라이프치히였고, 빌레펠트가 이를 수비하기 위해서 1.4.2.1.3에 가까운 진형을 갖추면서 발생했던 라이프치히의 공격 국면 상황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1.3.5.2 시스템을 들고나온 라이프치히를 수비하는 빌레펠트의 1.4.2.1.3 진형의 실질적인 배치

경기 극초반 포르스베리가 부상을 당하면서 아웃되고 아담스가 대신 경기에 투입되기는 했지만 경기의 전체적인 양상에 큰 변화는 없었고, 라이프치히가 공을 가졌을 때, 특히 경기장을 세로로 4등분 했을 때 라이프치히쪽 4분의 1지점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수비를 시작했던 빌레펠트였다. 빌레펠트는 라이프치히가 1.3.5.2 시스템으로 경기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1.4.2.1.3에 가까운 형태의 수비 진형을 구축해서 라이프치히를 무력화 시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실상 이는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본적으로는 라이프치히의 1.3.5.2 진형을 완전히 덮어씌우는 형태였다고 할 수 있다. 1.4.2.1.3 블록을 유지하기는 하되 라이프치히의 공을 가진 선수로부터 직접적으로 공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1대1 대인방어의 형태로 수비를 할 수 있도록 라이프치히 선수들의 포지셔닝과 완전히 겹치는 형태로 선수가 배치되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서 이런식으로 한쪽이 공을 가졌을 경우 다른 한쪽이 공을 가진 상대의 포지셔닝을 완전히 덮어버림으로써 공을 가지게 되는 선수를 지속적으로 대인방어하고, 이를 통해서 공을 가진 선수가 앞을 보지 못하게끔 하는 형태의 수비가 제일 자주 발생했던 구도는 바로 1.3.4.3 vs 1.3.4.3의 구도였다. 1.3.4.3 시스템의 경우에는 안토니오 콘테의 첼시가 성공을 거둔 이후 프리미어리그 뿐만 아니라 타리그에서도 활용되는 빈도가 굉장히 높아졌고, 1.3.4.3 시스템을 활용하는 팀들 중 공격 국면에서 유독 강점을 드러내는 팀을 상대할 경우 이에 맞서는 팀들이 자신들이 기존에 주로 사용했던 시스템이 무엇이었느냐의 여부와는 관계 없이 상대의 공격 국면을 무력화 하기 위해서 동일하게 1.3.4.3 시스템을 활용해 대인방어에 가까운 지역방어를 펼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반면 이번 경기에서는 이러한 공격 국면에 놓인 팀과 수비 국면에 놓인 팀간의 대칭 구도가 1.3.5.2 vs 1.4.1.2.3의 구도로 나타난 것인데, 이러한 빌레펠트의 수비 형태를 타개하기 위해서 라이프치히는 다음과 같은 1.3.5.2 시스템 특유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은 전반 11분과 14분 경기에서 두 차례 발생한 장면이다. 왼쪽 센터백인 그바르디올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 상대 오른쪽 윙어인 비머가 압박을 시도한다. 이 때 공을 가진 그바르디올에 대해서 가까운 옵션에 해당하는 앙헬리뇨가 공을 받기 위해서 공과 가까워지는 움직임 (Support Unmark - Desmarque de apoyo)을 가져가고, 이로 인해서 앙헬리뇨에 대한 마킹을 가져가던 브루너가 끌려온다. 이러한 앙헬리뇨의 움직임으로 인해서 발생한 브루너 등 뒤에 해당하는 공간, 즉 빌레펠트의 오른쪽 센터백과 풀백 사이의 간격이 벌어짐으로써 발생하는 공간에 대해서 소보슬라이가 침투하는 움직임(Deep Unmark - Desmarque de ruptura)을 가져가고, 브루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소보슬라이를 마킹하고 있던 쇱프는 소보슬라이의 이러한 움직임에 끌려가며 공을 가진 그바르디올을 마킹하는 비머의 등 뒤 공간을 허용하게 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당 공간에서 공을 건네받아 다음 공 소유자가 되는 것은 최전방에 위치해 있던 안드레 실바이다. 반면 안드레 실바를 마킹해야 하는 피퍼는 자신이 안드레 실바를 쫓아 이동했을 경우 자신과 골키퍼 사이에 해당하는 공간, 즉 백라인 뒷공간이 노출되는 것을 의식하여 안드레 실바에 대한 마킹을 포기하게 된다. 이로 인해서 안드레 실바는 상대 선수에 대한 마킹 없이 앞을 본 상태로 공을 소유하게 되고, 공을 소유하는 것 자체로 자신을 마킹해야하는 피퍼에 이어서 소보슬라이를 마킹하던 쇱프까지 자신에게 고정시키면서(Fix - Fijación) 쇱프의 마킹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백라인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소보슬라이에게 공을 건네게 된다.

기본적으로 안드레 실바가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하게 되기 까지, 앙헬리뇨와 소보슬라이가 가져갔던 움직임은 두 선수가 잠재적으로 공을 소유할 수 있는 선수, 혹은 간접적으로 공을 소유하는 선수(Poseedor mediato)로써 실행한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수비 입장에서는 공과 가까운 옵션에 해당하는 선수, 즉 즉각적으로 공을 건네받아 공을 소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움직임 (Unmark - Desmarque)을 가져갈 경우 이를 마킹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런 경우 공을 직접적으로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수비를 자신의 움직임에 반응하게 만들어 특정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선수를 간적적으로 공을 소유하는 선수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간접적으로 공을 소유하는 선수의 움직임은 최근 들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후방에서부터 공을 깨끗하게 전개하면서 공격 국면에서 강점을 드러내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고, 반대로 이를 무력화 하기 위한 대응책으로써 많은 팀들이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앞선 1.3.4.3 vs 1.3.4.3의 예나 지금 살펴본 라이프치히를 상대한 빌레펠트의 예에서 볼 수 있는 수비 진형을 상대 공격 진형에 완전히 덮어 씌워 대인방어를 가져가는 수비 형태이다.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자연적으로 공을 가진 상대를 포함해 상대 필드 플레이어 10명에 대해서 대인방어를 가져갈 수 있게 되고, 해당 형태의 수비를 가져가는 팀이 사전 분석을 기반으로 한 훈련을 통해서 어느 정 숙달이 되어 있는 상태라면 공을 가진 팀은 지속적으로 앞을 보고, 혹은 상대 골대를 바라보고 공을 소유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 지게 된다. 이 때 공을 가진 팀의 입장에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앙헬리뇨와 소보슬라이의 움직임과 같은 간접적으로 공을 소유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이다. 이를 실행하는 선수들은 어디까지나 공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 움직임을 가져가지만 자신이 공을 받지 못하더라도 2명 이상의 선수가 연쇄적으로 움직임을 가져감으로써, 첫번째가 아니라면 두번째, 두번째가 아니면 세번째로 움직임을 가져가는 선수가 상대 마킹에서 벗어나 공을 건네 받아 상대 골대를 바라보고 공을 소유하는 것이 가능하게끔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가능하게끔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시스템적인 경험, 혹은 지식'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 1.4.3.3, 1.4.4.2, 1.3.5.2 같은 시스템을 단순히 '숫자놀음'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상대가 공격 진형을 완전히 덮어씌우는 형태로 대인 방어를 가져갈 경우에 특히 얘기가 상당히 많이 달라진다. 왼쪽 센터백인 그바르디올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 윙백인 앙헬리뇨와 인사이드-하프인 소보슬라이, 최전방 공격수인 안드레 실바가 3인 유닛으로 연쇄적인 움직임을 가져간 것처럼, 특정 선수가 공을 가졌을 경우 어떤 선수들이 하나의 유닛이 되어 연쇄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야 하고 해당 움직임이 실행되었을 경우 공을 전개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디가 되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이는 굉장히 어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 시스템은 그 고유의 선수 배치로 인해서 자연적으로 유닛으로 묶이는 선수가 발생하게끔 하고,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훈련을 통해서 체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감독을 포함한 코칭 스태프의 시스템적인 지식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카를로 안첼로티, "레지오 에밀리아에서의 나의 모험은 1.4.4.2 시스템으로 시작되었다. 1.4.4.2는 내가 선수 시절 사키 감독과 그의 코칭 스태프들과 함께 했던 덕분에 그 당시 내가 가장 잘 아는 시스템이었다. 당시 나는 감독으로 경험이 일천했고, 선수들의 특성과는 관계 없이 내가 좀 더 확실히 알고 있는 시스템을 활용하고자 해당 시스템을 활용했다."
Carlo Ancelotti, Mi árbol de navidad

이를 감안했을 때 테데스코는 여태까지 지도자 커리어를 살펴보았을 경우 1.3.5.2 시스템과 1.3.4.1.2 시스템에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반면 팀에 부임한 이후 일주일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무려 3경기를 치룬 상태이기에 이를 온전하게 팀에 적용시키고 극대화 시키는 것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 예상된다. 1.3.5.2 시스템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라이프치히 선수들이 지난 시즌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시스템이란 말 그대로 이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가 온전하게 상호작용 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기능을 하는 것이기에 비교적 큰 폭으로 선수단에 변화가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라이프치히는 온전하게 해당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이번 경기에서 몇 차례 볼 수 있었던 장면을 감안했을 때 윈터 브레이크 기간 동안 테데스코와 그의 코칭스태프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적인 지식과 경험이 팀에 온전하게 전달된다면, 후반기에는 공격 국면에서 전반기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 예상되는 라이프치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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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 라이프치히에 새롭게 부임한 도메니코 테데스코 (이미지 출처 : https://www.insidesport.in)

지난 시즌 리그 2위를 차지했던 것을 감안했을 때 14라운드 기준 5승 3무 6패의 성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던 이번 시즌의 RB 라이프치히. 결국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제시 마쉬 감독이 팀을 떠나고 지난 시즌까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를 이끌었던 도메니코 테데스코가 팀을 이끌 감독으로 시즌 중 새롭게 합류했다. 프로젝트 자체가 하나의 게임 모델을 공유하는 레드불 프로젝트의 특성상 지난 시즌까지 잘츠브루크를 이끌었던 제시 마쉬 감독은 그 누구보다 레드불 프로젝트의 정점에 있는 라이프치히를 이끌기에 적임자로 느껴졌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즌을 치루면서 마쉬 감독은 랄프 랑닉이 구축했던 레드블 프로젝트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경기에서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꾸준함을 가져오는 것에 실패했고, 결국에는 비교적 이른 시점인 리그 14라운드만에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팀을 떠나게 되었다.

 

마쉬의 후임으로 팀에 합류한 도메니코 데데스코는 러시아 무대로 넘어가면서 최근에는 언급되는 빈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지만 프로 레벨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하던 시점부터 이미 어느 정도 율리안 나겔스만 현 바이언 감독과 직접적인 대결 구도를 가져갔던 인물이다. 나겔스만이 호펜하임의 감독직을 맡아 프로 레벨 최연소 지도자로써 세간의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축구적인 관점에서도 경쟁력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비슷한 시기에 함께 주목을 받은 것이 도메니코 테데스코라고 할 수 있다. 테데스코는 2016년 독일축구협회 UEFA-Pro 라이센스 수료 당시 나겔스만의 동기생이었으며, 그 당시 이 둘은 수료 성적에 있어서 테데스코가 수석, 나겔스만이 차석을 기록했던 이른바 우등생들이었다. 이후 나겔스만이 2016/17 시즌 도중 호펜하임의 감독으로 부임을 해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후 한 발 늦게 테데스코가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샬케에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둘의 관계가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테데스코가 샬케에 부임했을 당시 나겔스만은 이미 세간의 집중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2016년 라이센스 수료 당시 나겔스만 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둔 감독이 이번에 샬케에 부임했다'의 형태로 테데스코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나이에서는 테데스코가 85년생, 나겔스만이 87년생으로 테데스코가 2살 더 많은데다가 라이센스 과정에서도 수석 자리를 가져갔지만, 프로 데뷔 시점 자체는 차석이었던 나겔스만이 더 빠르게 가져간 상황이었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형태의 관심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2016년 헤네스-바이스바일러 아카데미에서 라이센스 수료 당시 수석과 차석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테데스코와 나겔스만 (이미지 출처 : bundesliga.com)

 

이 둘이 모두 분데스리가 1부 리그 무대에 데뷔한 17/18 시즌은 상당히 뜨거웠다. 직전 시즌이었던 16/17 시즌, 반환점이 지난 시점에서 팀을 넘겨 받아서 리그 4위로 시즌을 마쳤던 나겔스만은, 17/18 시즌에도 감독으로써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만개해서 펼쳐보였고 이를 기반으로 호펜하임은 리그에서 직전 시즌 대비 한 단계 더 올라선 3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반면 한 발 늦게 1부 리그 무대에 데뷔한 테데스코가 거둔 성적은 데뷔 시즌만을 놓고 보았을 경우 나겔스만 보다 한 단계 위의 것이었다. 16/17 시즌 당시 리그에서 10위의 성적을 기록했던 샬케를 맡아 데뷔 시즌이었던 17/18시즌에 곧 바로 팀을 리그 2위에 올려놓으며 확실하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에 성공했던 테데스코이다.

 

당시 나겔스만의 호펜하임의 경우에는 1.3.5.2 시스템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공을 가진 공격 국면, 특히 지공 상황에서의 경쟁력이 상당히 돋보이는 팀이었다. 이에 반해 테데스코의 샬케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공격 국면 보다는 수비 국면, 특히 상대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11대11의 상황의 관점에서 어떻게 팀의 압박 메커니즘을 구성하느냐라는 부분에서 최대 장점을 가지는 팀이었다. 상대가 공을 어떤식으로 순환 시키느냐를 사전에 분석하고 패스가 길어지는 구간에서 상대에 대한 압박을 시작하며, 1차적인 압박 플랜이 기능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 2차적인 압박 플랜까지 갖춰진 것이 테데스코의 샬케였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매 경기 상대에 대해 최적화 되어 있는 팀 압박 메커니즘을 가지고 경기에 나섰던 것이 테데스코의 샬케였는데, 코치로서 이렇게 전략적인 능력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테데스코는 직전 시즌 대비 무려 8칸이나 높은 2위 자리에서 팀이 시즌을 마칠 수 있게끔 했다. 

 

도메니코 테데스코, "어떤 선수가 어떤 상황에서 압박을 가할 것인지 분명 해야만 한다. 누가 압박을 시작하는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 상대가 어떤 패스를 시도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압박을 시작하기 위한 신호로서 인지하고 있을 것인가? 에 대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서 자신들의 진영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두 명의 센터백이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서 공을 주고 받는 팀들이 있다. 만약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에게 패스를 시도할 경우 공은 상대적으로 먼거리를 이동해야만 한다. 이 말은 공이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는 얘기이고, 공이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는 얘기는 공이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상태가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떄가 바로 압박을 가하기 최적의 순간이다."

2017년 11월 24일 Spielverlagerung 인터뷰 중
(원문 : https://spielverlagerung.de/2017/11/24/tedesco-domenico-interview-schalke/)

 

 

테데스코가 예로써 설명하는 상황. 상단의 경우에는 다이아몬드 1.4.4.2의 전형적인 압박 형태이다. 상대 센터백에서 풀백으로 패스가 나갈 경우 8번 미드필더가 상대적으로 긴 거리를 뛰어가서 압박을 가한다. 

하단의 경우에는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 테데스코가 제시한 압박의 형태이다. 투톱 중 하나가 센터백에서 풀백으로 나가는 패스 라인을 차단함으로써 센터백 간의 패스를 유발한다. 이를 통해서 센터백 간의 패스를 유발했을 경우, 투톱 중 또 다른 한 명의 경우에는 공을 받는 센터백을 향해 뛰어가 압박의 강도를 올리기 위해 움직인다. 10번의 경우에는 압박으로 인해서 공을 받는 센터백이 부정확한 패스를 했을 경우 이를 차단한다. 만약 패스가 정확해서 상대 센터백에서 6번 미드필더로 공이 이어졌을 경우, 8번 미드필더는 곧 바로 6번 미드필더가 돌아설 수 없게 압박을 가한다. 만약 해당 상황에서 상대 6번이 원터치 플레이로 자신과 가까운 풀백에게 공을 넘겼을 경우에는, 6번이 돌아설 수 없게 압박을 가했던 8번이 공을 받는 풀백을 향해 압박을 가하면 된다. 8번은 상대 6번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 이미 앞으로 전진하면서 탄력이 붙은 상태이기 때문에 큰 폭의 방향전환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24일 Spielverlagerung 인터뷰 중
(원문 : https://spielverlagerung.de/2017/11/24/tedesco-domenico-interview-schalke/)

 

과거 테데스코가 샬케 감독으로 재임하던 시절 Spielverlagerung과의 인터뷰 중 일부를 발췌해서 살펴 보았는데, 이를 통해서 우리는 테데스코가 수비 진형을 완전히 갖춘 정렬된 상황에서의 압박, 특히 상대 진영에서의 압박을 팀적으로 행하는데 있어서 얼마만큼 디테일 하고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감독인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테데스코의 이러한 코치로서의 정체성은 라이프치히에 부임한 이후 데뷔전이었던 지난 분데스리가 15라운드 묀헨글라드바흐전에서도 여지 없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부임 이후 단 이틀의 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테데스코는 상대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전략적으로 가장 적절한 형태의 압박을 준비했고, 이는 전술적으로 운동장에서 상당히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팀의 4대1 승리에 기여하는 모습이었다.

 

다이아몬드 1.4.4.2 시스템의 묀헨글라드바흐에 대해서 1.3.4.1.2 진형을 구축했던 테데스코의 라이프치히

기본적으로 이 날 경기에서 라이프치히는 다이아몬드 1.4.4.2 시스템을 활용했던 묀헨글라드바흐에 대해서 1.3.4.1.2 진형을 구축해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기장을 세로로 4등분 했을 때 묀헨글라드바흐가 4분의 1을 넘어서는 지점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압박을 구사하기 시작했는데 이 날 압박의 경우에는 묀헨글라드바흐의 시스템을 감안했을 때 중앙 채널에서 공간을 내주지 않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3선에는 라이머와 캄플, 2선에는 포르스베리, 1선에는 실바와 은쿤쿠가 위치하면서 중앙 채널의 공간을 가장 우선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고, 이를 통해서 중앙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들인 슈틴들과 엠볼로를 향해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패스 라인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었다. 반면 1.3.4.1.2 시스템상 문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3선의 라이머와 캄플에 측면에 해당하는 공간이었는데, 해당 공간의 경우에도 라이프치히는 사전에 전략적으로 계획된 압박을 통해서 상당히 효율적으로 커버하는 것이 가능했다.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카리아가 센터백들과 동일한 높이로 내려와서 공을 가졌을 경우에는 1차적으로는 안드레 실바와 쿤쿠가 안쪽으로 좁혀들어옴으로써 라이머 혹은 캄플의 대각선 위치, 즉 라이머와 캄플이 시야를 확보할 수 없는 공간으로 패스 라인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또한 이를 통해서 자카리아가 좌우 센터백 중 하나에게 공을 전개했을 경우에는 안드레 실바와 쿤쿠 중 해당 센터백과 가까운 쪽 포워드가 센터백이 다시금 자카리아와 패스할 수 있는 패스 라인을 차단하면서 압박을 가져갔고, 이는 결국 만약 공이 라이머나 캄플의 측면에 위치한 공간으로 공이 연결된다고 할지라도 이미 해당 공간은 라이머 혹은 캄플이 시야를 확보한 상태로 바깥쪽으로 몰아낼 수 있는 수비를 마친 상태이기에 크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압박을 팀 단위의 메커니즘으로 생각했을 경우 이는 직접적으로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움직임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직접적으로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오다기 보다는 공을 가진 상대가 장점을 발현할 수 없도록 이를 무력화(Neutralize) 한다는 관점에서 경기 내내 상당히 훌륭한 압박을 유지했던 라이프치히 였다고 볼 수 있겠다. 실제로 해당 경기의 90분 종류 이후 최종 점유율 퍼센테이지는 52대 48로 라이프치히가 근소하게 앞섰지만 상대적으로 라이프치히는 묀헨글라드바흐가 공을 가지고 있었을 경우 이를 무력화 하는 것에 성공함으로써 경기를 4대1의 스코어로 승리할 수 있었다.

 

 

과거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공이 비교적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투톱이 압박을 가해서 공의 소유권을 탈취,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모습 또한 보였던 테데스코를 위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포르투갈어로 Vamos sim André! sim André!를 반복적으로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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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수원이 홈에서 강원을 상대로 1대1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을 획득하는 것에 만족해야했다. 지난 주중에 있었던 수원FC와의 더비 경기에 이어서 다시 한번 승점 1점을 획득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던 수원이었는데, 경기 중 발생했던 상황을 살펴보자면 수원FC와의 더비 경기에서 볼 수 있었던 5백을 상대로 했을 때의 문제점이 그대로 다시 한번 노출되는 모습이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보자면 수원FC의 경우에는 1.5.4.1, 반면에 강원의 경우에는 1.5.3.2의 형태로 수비국면을 가져갔기에 차이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개막전이었던 광주전과 비교했을 때 4백을 상대할 때와 다르게 5백을 상대로 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이라는 측면에서는 거의 동일한 양상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었다. 

 

지난 수원FC와의 경기를 복기하면서 언급했던 것처럼 5백의 경우에는 4백에 비해서 백라인이 한명 더 많은 숫자를 안고 구성되기 때문에 68m의 좌우폭을 커버하는데 있어서 이점이 있다. 특히 현재 수원의 경우처럼 공격 국면에서 1.3.5.2 (1.3.1-2.4) 시스템을 활용하는 팀을 상대로 할 경우에는 좌우폭을 확보하고 있는 윙백에 대해서 5백의 윙백이 이에 대해 1x1의 형태로 대인마크 형태를 가져가면 되기 때문에 수비하기가 확실히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공을 가진 팀의 입장에서는 결국 상대가 수비하기가 '용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득점을 가능케 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고, 결국에는 그것이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수원이 어떤식으로 강원이 '수비하기에 용이한 상황'을 연출해주었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그림 1 : 축구에서 실질적으로 공을 가지고 플레이 하게 되는 '위치',혹은 '공간'으로서의 15개 포지션

 

실질적으로 선수가 공을 가지고 플레이 하게 되는 '위치', 혹은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림1에서 Medio centro와 Interior, 즉 홀딩 미드필더와 인사이드 하프 포지션에 위치하게 되는 선수는 기본적으로 상대 1선과 2선의 '등 뒤'에 위치함으로써 상대 1선과 2선에 대해서 '위치적 우위'(Superioridad posicional)를 점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역삼각의 형태로 미드필더 라인을 구성하는 1.4.3.3, 1.3.5.2 두 시스템에서 굉장히 핵심적인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2 : 강원과의 경기에서 수원이 공을 가졌을 때 수원 미드필더들이 가져가야 했던 포지셔닝

이를 1.5.3.2의 형태로 수비 국면을 가져갔던 강원을 상대로 재현 했을 때는 그림2와 같은 형태의 포지셔닝이 이뤄지게 되고 그 의의는 다음과 같다. 먼져 강원의 1선의 등 뒤에서 위치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홀딩미드필더인 최성근이고, 해당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최성근은 강원 1선에게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할 수 있다. 즉 수원의 3백에게 공이 있을 때 강원 1선이 자신들의 등 뒤에 있는 최성근을 수비하기 위해서 눈 앞에 공을 가진 선수를 자유롭게 둘 것인지, 반대로 자신들의 눈 앞에 있는 공을 가진 선수에 대한 수비를 펼치기 위해 자신들의 등 뒤에 있는 최성근을 자유롭게 둘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강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강원 1선이 전자를 택했을 경우에는 후자의 옵션이, 반대로 후자를 택했을 경우에는 전자의 옵션이 수원의 입장에서는 강원의 1선을 공략할 수 있는 옵션으로써 기능하게 된다.

 

이러한 양자택일 선택의 강요는 인사이드하프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앞서 언급한 상황을 거쳐 수원이 공을 가지고 강원의 1선을 공략하는 것에 성공했을 때, 인사이드하프인 고승범과 김민우는 홀딩미드필더였던 최성근이 강원 1선에 대해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영-김동현-김대우로 구성되는 강원 2선의 '등 뒤'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포지셔닝을 고수함으로써 두명의 인사이드하프인 고승범과 김민우는 강원 2선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 즉 강원의 3선과 2선 사이에 위치하게 되고, 이를 통해서 강원 2선은 강원1선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공을 가진 선수를 막음으로써 등 뒤의 공략을 허용하느냐, 혹은 반대로 등 뒤를 막음으로써 공을 가진 선수를 허용하느냐의 선택이 강요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공이 2선을 넘어서서 강원의 3선, 즉 백라인을 직면하게 되었을 경우에도 위와 같은 인사이드하프의 포지셔닝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1.3.5.2 시스템의 경우에는 실질적인 선수 배치가 1.3.1-2.4가 되기 때문에 2에 해당하는 인사이드하프의 가세가 없을 경우에는 최전방에 위치한 공격수와 윙백에 대해서 상대 5백이 5x4의 수적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인사이드하프가 지속적으로 상대 2선의 등 뒤에 위치했을 경우에는 상대 2선의 수비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로 상대 5백에 대해서 수적우위를 확보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영상1 : 인사이드하프 포지셔닝을 통한 1.5.3.2 공략의 긍정적인 예시

이에 반해 강원과의 경기에서 나타난 수원 미드필더들의 포지셔닝은 강원의 1선과 2선에 대한 이점을 가져가기에는 다소 부적절한 형태였다 . 기본적으로 왼쪽 인사이드하프 포지션에 있었던 김민우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강원의 2선의 등 뒤에 위치하면서 공이 왼쪽 윙백이었던 이기제에게 전개 되었을 경우, 영상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공을 가진 이기제를 막는 김수범의 '등 뒤'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림3 : 실제 경기에서 나타난 수원 미드필더들의 포지셔닝

반면 홀딩미드필더였던 최성근과 오른쪽 인사이드하프였던 고승범의 경우에는 그 포지셔닝이 강원의 1선과 2선을 공략하기에는 다소 부적절한 형태로 이뤄졌다. 강원의 1선의 등 뒤에서 위치적인 우위를 확보해야 했던 최성근은 강원 1선과 동일 선상, 혹은 강원 1선보다 밑으로 내려가 공을 받는 경우가 비교적 잦았다. 또한 오른쪽 인사이드하프였던 고승범 또한 왼쪽 인사이드하프였던 김민우와는 다르게 지속적으로 강원 2선의 등 뒤가 아닌 강원의 2선 시야, 특히 강원의 왼쪽 인사이드하프였던 한국영의 시야 안에서 움직임으로써 지속적으로 한국영을 등진 상태로 공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림4,5 : 경기에서 고승범과 최성근의 포지셔닝은 경기장을 세로로 보았을 때 상대 라인에 대해서 한칸씩 밀려난 형태로 이뤄졌다.

 

이러한 고승범과 최성근의 포지셔닝은 경기장을 가로로 보고 절반으로 나눴을 때 수원의 공격이 오른쪽으로 전개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리게 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특히 그림4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측 윙백이었던 김태환이 상대 윙백이었던 윤석영의 대인방어를 의식해 오른쪽 센터백이었던 장호익이 공을 가졌을 때 강원의 2선보다 낮은 위치까지 공을 받으러 움직이는 상황에서 이는 더욱 부각되었다. 김태환이 윤석영을 비교적 낮은 위치까지 끌어냈을 경우 공간이 발생하는 곳은 강원의 왼쪽 윙백이었던 윤석영의 등 뒤였지만, 이를 공략해야할 고승범은 지속적으로 한국영의 시야 안에 있었기 때문에 강원의 왼쪽 인사이드하프였던 한국영과 왼쪽 센터백이었던 김영빈은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시야에 대해서만 수비하면 되는 '수비하기에 용이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다.

 

영상2 : 고승범의 포지셔닝으로 인해 강원의 한국영과 김영빈은 수비국면에서 굉장히 '편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다.

 

영상3 : 수원FC와의 경기에서도 수원은 이미 같은 문제를 드러냈던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수원의 미드필더 포지셔닝 문제는 이미 지난 수원FC와의 경기에서도 동일한 형태로 문제를 드러냈던 바 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수원FC의 경우에는 1.5.4.1, 강원의 경우에는 1.5.3.2의 형태로 수비를 가져가면서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당시에도 수원은 홀딩미드필더였던 한석종과 오른쪽 인사이드하프였던 고승범의 포지셔닝을 통해서 스스로 문제를 자초했던 바 있다. 이렇게 동일한 문제가 반복 되었기 때문에 수원은 수원FC와의 경기에 이어서 강원과의 경기에서도 지공 상황에서 문제를 겪을 수 밖에 없었고, 이러한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5백을 기반으로 수비 국면을 가져가는 팀들을 상대로는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 예상이 된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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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의 홈에서 펼쳐진 수원FC와 수원삼성(이하 수원) 간의 수원더비가 득점 없이 0대0의 무승부로 끝나며 양팀이 승점을 1점씩 나눠가지게 되었다. 개막 이후 2연승을 거두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던 수원이었기에 경기 전 승부에 대한 예상은 무게중심이 비교적 수원쪽으로 쏠려 있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수원은 더비 라이벌인 수원FC에게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승점 1점을 획득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단순히 경기가 득점 없는 무승부로 끝났다는 결과와는 별개로 과정이라는 관점에서도 1,2라운드와는 다르게 공의 순환을 통해서 공격을 전개하는 것에 다소 애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수원FC가 수비 국면에서 1.5.4.1의 형태를 가져가며 경기에 대한 전략을 수립한 것이 유효했다는 것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림1 : 수원이 공을 가지고 공격국면에 놓여 있을 때 양팀의 선수 배치

 

이날 홈팀이었던 수원FC는 기본적으로 공격 국면에서는 1.4.3.3 시스템으로 경기를 치뤘고, 반대로 수비국면에서는 홀딩 미드필더였던 김건웅을 두명의 센터백 사이로 내리면서 1.5.4.1의 형태를 갖춰 경기를 치뤘다. 수원의 지난 두경기를 돌아봤을 때 첫번째 경기 상대였던 광주의 경우에는 수비 국면에서 1.4.4.2의 형태를 갖췄고, 반면에 두번째 상대였던 성남의 경우에는 1.5.3.2의 형태를 갖추고 경기를 진행하다가 퇴장 이후에는 1.4.4.1로 변화를 주었고, 후반전에는 다시 1.5.3.1의 형태로 변화를 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 퇴장으로 인해 절대적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성남전을 제외하고 광주전과 비교했을 때 수원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 가장 큰 차이를 드러냈던 부분은 바로 상대가 4백이 아닌 5백을 활용했다는 것에 있다. 

 

통상적으로 경기장의 크기가 105mx68m라고 감안했을 때, 4백의 경우에는 수비시 가로폭에 해당하는 68m를 순간적으로 4명이서 커버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공이 패널티박스 폭 안, 즉 하프 스페이스를 포함한 센터 채널에 공이 있다가 사이드 채널로 전개되었을 경우, 공에 대한 수비를 가져가야 하는 풀백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보았을 때 비교적 큰 제약이 걸리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공에 도달하는 시점에 상대는 이미 공을 컨트롤 해놓고 자신을 공략할 준비를 갖춰놓고 있을 공산이 크고, 또한 이에 대한 수비를 펼치기 위해 이동함으로써 자신의 등 뒤에 비교적 큰 공간을 허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풀백의 등 뒤를 공략하는 형태의 공격을 하프스페이스 공략법이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사실 하프 스페이스 공략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어디까지나 '풀백의 등 뒤'로 공이 향하는 과정에서 공이 향하는 공간이 하프 스페이스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사이드 채널의 공간으로 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5백의 경우에는 4백이 가로폭 68m를 4명이 커버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를 5명이 커버하게 된다. 1명 차이이지만 이로 인해 사이드채널로 공이 향했을 경우 이를 위한 수비를 위해서 윙백이 움직였을 때 공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4백의 풀백에 비해서는 훨씬 적게 소요될 수 밖에 없고, 또한 공에 대한 수비를 가져간 윙백의 등뒤의 공간을 노출한다는 관점에서도 가까운쪽 센터백의 커버로 인해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1.5.4.1의 형태로 수비국면을 가져갔던 수원FC는, 수원의 윙백을 활용한 플레이를 무력화 시키고 상쇄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고 이는 실제로 경기 내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개막전이었던 광주전과는 다르게 좌우폭을 확보하고 있던 윙백의 활용을 통해서 시도되는 플레이가 수원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 거의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공을 가진 수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수원FC의 1.5.4.1 블록을 공략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는데, 별 것 아닌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날 경기에서 수원은 선수들의 포지셔닝이라는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림2 : 공이 미들써드까지 전개되었을 때, 좌우 센터백들은 하프스페이스 채널 폭 안에 위치해야 한다.

 

첫번째로 수원이 1.3.5.2(1.3.1-2.4) 시스템으로 경기를 치뤄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수원FC의 1.5.4.1 블록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좌우 센터백의 올바른 포지셔닝이 필수적이었다. 그림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양쪽 윙백을 모두 끌어올린 상태에서 공이 미들써드까지 진입하는 것에 성공했을 때, 후방에서 공을 순환하는 과정에서 좌우 센터백은 가로폭으로 보았을 때는 패널티박스 폭 안, 구체적으로 공간에 대한 구분으로 보았을 경우에는 하프 스페이스 채널 안에서 플레이를 해야한다. 또한 중앙의 리베로가 공을 받았을 경우에는 리베로와 완전히 평행한 위치까지 내려와 본인이 공을 받았을 경우에 앞을 볼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이런식으로 포지셔닝을 가져갔을 경우 좌우 센터백이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은 상대 1.5.4.1의 4의 양쪽 윙에 해당하는 선수들에게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좌우 센터백 중 하나가 공을 가졌을 때 해당 센터백은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할 수 있게 되고, 이 때 이러한 센터백에 직면하게 되는 윙어는 크게 두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강요받게 된다. 공을 가진 센터백에서 윙백으로 향하는 대각선 패스라인을 막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등 뒤에서 '위치적 우위'(Superioridad posicional)을 점하고 있는 인사이드 하프에게 향하는 패스라인을 막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윙이 자신의 등 뒤를 막는 것을 택했다면 공을 가진 센터백은 자신과 대각선에 위치한 윙백에 대한 패스라인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해당 패스라인을 활용해 공을 전개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이 때 중요한 것은 윙백이 공을 받는 위치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5백의 경우에는 수비시 4백에 비해서 가로폭을 커버하는 과정에서 공이 사이드 채널로 향했을 경우 1x1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센터백으로부터 공을 받는 윙백은 공을 받았을 때 즉각적으로 상대 윙백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깊은 공간이 아닌, 상대 윙에 대해서 2x1상황을 형성하게 되는 공간에서 공을 받아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 되었을 경우 상대 윙백이 수비를 하기 위해서 움직여야하는 동선 자체가 대각선(가로+세로)이 되게 되고, 이를 통해 수비시 이동해야하는 거리를 늘림으로써 공격팀 윙백은 공을 컨트롤 하고 앞을 보기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후 과정에서는 4백의 경우와는 다르게 공에 대한 수비를 펼치는 윙백의 등 뒤를 공략하는 것이 아닌, 윙백의 등 뒤를 커버하는 공과 가까운 쪽 센터백의 등 뒤를 공략함으로써 동시에 두명의 수비를 공략하는 것이 가능하다. 쉽게 말하자면 공을 가진 윙백이 자신을 수비하는 상대 윙백을 자신에게 고정시키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뒤를 커버하는 가까운 쪽 센터백까지 자신에게 고정시킴으로써 이 2명을 한번에 무력화 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반대로 상대 윙이 이러한 대각선으로 나가는 윙백과의 패스라인을 막는 것을 선택했을 경우에는, 윙의 등 뒤에서 위치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던 인사이드 하프로 향하는 패스를 시도하거나 상대 중앙 미드필더 사이에서 나타나는 패스라인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그림3 : 실제 경기에서 수원의 센터백들이 자주 보여주었던 포지셔닝

반면에 실제 경기에서 수원의 센터백들이 다수의 상황에서 보여주었던 포지셔닝은 그림3에서 볼 수 있는 형태가 훨씬 잦았다. 가로폭으로 보았을 때는 패널티박스 폭의 밖, 그리고 공간에 대한 구분으로 보았을 때는 하프 스페이스 밖에 위치한 상태에서 리베로였던 민상기로부터 공을 건네 받는 경우가 많았고, 또한 민상기와 평행한 위치가 아닌 대각선으로 높은 지점에서 공을 받으면서 공을 받는 시점에 고개를 들고 앞을 보았을 경우에는 이미 상대 윙으로부터 압박을 당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몇미터 안되는 공간의 차이이지만 이런식으로 포지셔닝을 가져가게 되었을 경우 공을 가지는 센터백은 더 이상 상대 윙에게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할 수 없고 공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 한쪽 사이드로 밀려나게 된다. 1차적으로는 자신이 공을 가지는 시점에서 이미 상대 윙으로부터 압박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고, 2차적으로는 상대 윙은 센터백에게 압박을 하는것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등 뒤에 위치한 옵션은 자연스럽게 차단할 수 있기에 공이 나갈 수 있는 방향이 윙백 하나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식으로 상황이 전개되었을 경우 상대 윙백은 공이 나올 수 있는 방향을 미리 예상하고 훨씬 이른 시점에 압박을 나오게 되기 때문에, 센터백에서 윙백으로 공이 향한다고 하더라도 상대 윙백의 수비로 인해 이미 윙백은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림4 : 좌측 센터백이었던 박대원의 포지셔닝. 해당 위치에서 공을 받았을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이미 하나로 제약된다.

 

두번째로 이러한 좌우 센터백의 포지셔닝과 더불어서 수원이 공격 국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었던 부분은, 바로 홀딩 미드필더, 6번 역할을 수행했던 한석종과 리베로였던 민상기가 상대 1선을 공략하는 형태였다 . 수원FC는 수비 국면에서 1.5.4.1, 즉 자신들의 1선에는 원톱이었던 라스만을 배치한채 경기를 치뤘기에 리베로였던 민상기가 공을 잡았을 경우 적절한 상황 연출이 이뤄졌다면 지속적으로 상대의 1선을 넘어서서 2선을 직면한 상태로 경기를 치루는 것이 가능했다.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1.5.4.1의 1이었던 수원FC의 라스는, 수원의 리베로였던 민상기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는 공을 가진 민상기에게 고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6번 역할을 수행했던 한석종은 이러한 라스의 '등 뒤'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러한 조건들을 바탕으로 한석종은 민상기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라스의 등 뒤에서 공에 대해 대각선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것이 가능했고, 이러한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라스에 대해 2x1 수적 우위를 가져갔을 경우 공을 건네받는 것만으로도 상대 1선을 공략하는 것이 가능했던 수원이었다. 

 

 

그림5 : 실제 경기에서의 민상기와 한석종이 연출한 상황. 공을 가진 상황에서 민상기는 드리블을 통해서 라스를 자신에게 좀 더 고정시켜야 했고, 한석종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라스의 대각선 등 뒤에서 포지셔닝을 가져가야 했다.

 

 

반면 실제 경기에서 수원이 수원FC의 1선을 공략하는 형태는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6번 역할을 수행했던 한석종이 라스의 등 뒤에 있는 것이 아닌 사실상 민상기와 같은 높이까지 내려와 앞을 보고 공을 잡고, 이러한 한석종의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한 라스 등 뒤의 공간을 활요하기 위해서는 고승범이 한승규의 등 뒤에 있다가 나타나는 식이었다.

 

이런 형태로 공을 전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좌우 센터백을 포함해 상대 1선을 넘어서기 위해 총 5명의 선수가 동원 됨으로써 전방에서 상대 5백에 대한 수적 우위를 잃어버리게 되는 점이다. 두번째는 영상에서처럼 상대 중앙 미드필더 등 뒤에서 나타난 인사이드 하프, 즉 고승범이 상대 1선을 넘어서는 위치에서 공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수비를 펼치는 중앙 미드필더를 등을 지고 공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연속적인 압박으로 인해 공은 결국 앞으로 향하지 못하고 뒤로 향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만약 해당 상황에서 골키퍼가 롱패스를 시도해 최전방으로 공이 향한다고 할지라도, 전방에 투톱은 상대 3명의 센터백을 상대로 2x3의 수적열세에 놓이기 때문에 공의 소유권이 계속해서 이뤄지기가 힘들게 된다. 

 

결론적으로 수원이 이번 시즌을 포함해서 향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격 국면에서 5백을 상대로 했을 때 후방에서부터 공이 좀 더 '깨끗하게' 나가기 위한 (Salida límpia) 상황의 연출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전의 경우처럼 상대가 4백을 활용했을 경우에는 윙백의 활용을 통한 공격 전개가 좀 더 수월할 것이 예상이 되지만, 이번 수원FC와의 경기에서처럼 5백을 활용하는 팀, 특히 1.5.4.1의 형태로 수비를 하는 팀을 만났을 경우에는 같은 상황의 연출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수비를 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회복해 빠르게 전방으로 향하는 역습에 비해서 지공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은 그 복잡성(Complexity)이다. 역습의 경우에는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시점을 기점으로 공과 직접적으로 관련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2,3명 정도가 득점까지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복잡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지공의 경우에는 팀 11명이 연속적인 상황의 연출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고, 매 순간 공이 전개된 그 다음 상황을 고려해서 포지셔닝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그 복잡성이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공격 전환 과정에서의 역습보다는 지공 상황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수원이, 이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 수반되어야 하는 복잡성을 잘 조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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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우리가 축구 종목에서 일컫는 세트피스(Set Piece)는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본래 세트 피스라는 것의 정의는, 규정에 근거한 이유로 인해 공이 정지(Dead Ball)되어 경기가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되는 경우를 얘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세트피스의 범주를 넓혀서 보았을 경우, 자연스럽게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 뿐만 아니라 패널티킥, 쓰로인, 그리고 골킥까지 세트피스의 범주에 포함이 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통 코너킥과 프리킥을 이 나머지 세가지 상황과 떼어놓고 이들만 세트피스로 칭하는 경우 해당 세트피스의 정의는 무엇일까? 통상적인 관념이기 때문에 이를 확실하게 100퍼센트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대략적으로는 '상대 골대와 가까운 공간으로 한번에 공을 보내서 득점을 노리는 단발성 플레이'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키커와 골키퍼의 1대1 상황이 벌어지는 페널티킥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쓰로인과 골킥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리는 형태로 플레이가 재개되는 것에는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트피스로 인식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플레이를 재개하는 선수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쓰로인의 경우에는 공을 던지는 선수의 능력에 따라, 골킥의 경우에는 공을 차는 선수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좀 더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로리 델랍을 비롯해 이미 다수의 예가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벤피카 시절 에데르손이 대표적이다. 당시 에데르손은 골킥 상황에서 공을 차서 상대 패널티박스까지 공을 보내곤 했었고, 벤피카는 공중볼 경합에 능한 미트로글루를 통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곤 했다.)

 

여기서 이제 우리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만한 부분은, 플레이가 재개되는 공간적인 조건으로 봤을 때 득점과는 가장 거리가 먼, 즉 상대 골대와 가장 먼 위치에서 진행되는 골킥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에서 이해를 가져가야하느냐 라는 부분이다. 특히 공중볼 경합이 가능한 옵션을 향해서 길게 차서 경기를 재개하는 형태가 아닌, 가까운 옵션의 활용을 통해서 경기를 재개하는 경우에 해당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본래 세트피스는 전략의 성향이 강하다. 전략이라는 것은 '예측, 예상, 계획, 준비' 등의 단어와 연관지어서 생각할 수 있는 개념이다. 경기가 있기 전 상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상대의 특성과 강점/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우리의 특성과 강점/약점이라는 요소들과 연계해서 경기에서 상대를 공략하고 무력화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흔히 얘기하는 세트피스 상황들은, 상대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반응, 대응, 상호작용'하는 개념인 전술의 성향이 강하지 않은 온전하게 '예측'과 '계획'의 성향이 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속된 플레이'라는 단어 그 자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무엇을 할지는 상대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미 계획이 되어져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를 성공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는 상대와 얼마나 적절하게 상호작용 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기 보다는, 킥을 통해서 경기를 재개하는 선수를 포함해서 나머지 선수들이 얼마나 온전하게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코너킥 전략의 예 ; 상대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 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 이미지 출처 : soccercoachingpro.com

 

이에 반해 가까운 옵션을 통해서 재개되는 골킥의 경우에는, 세트피스의 전략적 특성을 지니고 있음과 동시에 그것이 행해지는 공간의 공간적 한계로 인해 전술적인 성향 또한 지니고 있다.

 

세트피스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은 경기를 다시 재개하기까지 일정 수준의 시간이 주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주어진 시간 동안 팀은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선수를 배치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세트피스가 가지는 시간적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축구의 경우에는 골키퍼를 포함해서 11명 누구든 운동장 위에 위치하고 오프사이드 룰을 위반하지만 않는다면, 위치에 대한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축구에서의 세트피스는 이러한 종목의 특성을 극대화 함으로써 전술보다 전략의 성향이 강해지는 순간인 것이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Football이 American Football과 비슷해지는 순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골킥은 상대방의 마지막 볼터치를 통해서 공이 우리 골대 엔드라인으로 나가게 되었을 경우 플레이를 재개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서 공간적으로는 상대 골대와 가장 먼 공간인 우리 골대의 골 에어리어에서 플레이가 재개되긴하지만, 주어지는 시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다른 세트피스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세트피스 상황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이뤄진 분석의 과정을 통해서 상대의 수비 형태를 예상, 이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선수 배치를 가져간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다른 세트피스와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이해를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세트피스 상황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존재하는 부분은, 상대 골대를 직접적으로 공략할 수 없는 위치에서 행해진다는 것에 기인한 목적의 차이이다. 코너킥이나 프리킥은 상대 골대와 인접한 거리에서(혹은 상대 패널티박스로 공을 보낼 수 있는 거리에서)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리기 위한 형태로 이뤄지지만, 가까운 옵션을 활용하는 골킥의 경우에는 그 목적이 득점을 하는 것이 아닌 득점을 시도할 수 있는 위치까지 공의 운반을 시작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골킥 상황에서의 온전한 이해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운동장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펼치지는 온전한 11대11의 상황으로서 이해를 시도해야 한다. 11대 11의 인플레이 상황을 시작한다는 관점에 있어서 상대의 수비 국면에서의 특징을 감안했을 때, 이를 공략하기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갖춰놓고 플레이를 재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골킥이기 때문이다.

 

그림1 : 일반적인 중계화면에서 볼 수 있는 골킥 상황. 11대11 상황으로 경기를 이해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림2 : 골킥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11대 11 상황의 관점에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골킥 상황에서 가까운 옵션의 활용을 통해서 플레이가 재개되는 빈도가 굉장히 높아졌고, 이로 인해서 골킥룰이 개정된 이후에는 골킥이 전개되는 형태에 대한 제약이 사실상 없어져 버렸다. 결과적으로 골킥을 실행하기까지의 과정, 즉 전략적인 관점에서 패널티박스 안에 선수를 배치하는 형태가 굉장히 다양해짐으로써 골킥에 대한 관심도나 언급 또한 과거에 비해 굉장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져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는 바로 골킥의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상대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형태로 선수가 배치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공을 받을 수 있는 패널티박스 인근의 선수 뿐만이 아니라 운동장 전체에 11명의 선수가 상대 11명에 대해서 어떻게 배치가 되어 있느냐라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골킥의 목적은 앞서 말한 것처럼 득점을 시도할 수 있는 위치까지 공을 운반하는 것에 있기 때문에 배치 그 자체에서 의의를 찾기 보다는, 향후 상황이 전개됨에 있어서 해당 선수 배치가 어떤식의 영향을 미치느냐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공이 한번, 두번 연결된 이후의 단기적인 과정까지만을 보고 이에 대한 정의를 내리거나 결론을 지어버리기 때문에 해당 의의를 파악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림1의 인테르vs라치오 경기에서 발생했던 상황의 연속. 시모네 인자기의 라치오는 유럽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골킥에 대해서 가장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팀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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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진행하는 토마스 투헬 현 첼시 Coach  (이미지 출처 : mirror.co.uk)

 

 

 

코치(Coach)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을 경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볼 수 있다. 

 

'스포츠 팀에 있어서 팀의 전문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신체적인 준비 과정에 종사하는 사람. 매경기 경기에 나서야 하는 선수를 정하며 각 선수가 수행해야 하는 기능적 역할을 지정한다. 특히 이런 분야에 프로로서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러한 설명을 토대로 보았을 때 우리는 코치(국내에서 얘기하는 감독/코치의 구분 없이 직업적인 의미에서 이를 총칭) 라는 존재가 경기에서 선수가 수행하는 기능적 역할을 지정하고 제시하며, 이를 통해서 최종적으로는 스포츠 종목에서 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코치는 훈련을 통해서 앞서 언급한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혹은 어떤 방식으로 코치가 이러한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1. 게임 모델의 구축과 수정

 

코치가 팀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 그리고 훈련을 진행하기에 앞서서 가장 먼져 해야하는 것은 바로 게임 모델의 구축이다. 선수 개인이 수행하는 기능적 역할에 대한 지정과 더불어서 훈련을 주관하기 위해서는 우선 코치 스스로 팀이 어떻게 플레이 해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는 이러한 게임 모델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을 통해서 생각하기를 코치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축구 철학, 혹은 축구관 그 자체로 생각하며 선수들이 이에 맹목적으로 적응을 하고 맞춰야 하는 일방향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게임 모델이란 그렇게 일방향적인 것이 아닌 코치와 선수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구성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코치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축구관이 핵심이 되긴 하지만, 게임 모델은 한번 구축이 된 이후에 고정불변으로 그 형태가 계속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되려 지속적인 수정의 과정을 통해서 게임 모델은 진화하고 변화하게 된다. 특히 팀을 넘어서 구단과 국가에 존재하는 문화, 선수들 개개인의 특성, 그리고 대회의 특성 같은 요소들과 상호작용함으로써 게임 모델은 계속해서 수정되어 진화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게임 모델이란 어떠한 구조로 구성이 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임 모델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축구에서의 4가지 국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축구는 공의 소유권에 따라서 공격과 수비의 역할이 구분될 뿐이지 전/후반을 나누는 하프타임과 세트피스 상황 정도를 제외하고는 경기가 끊김이 없이 진행되는 실시간 종목이다. (물론 최근에는 VAR의 개입으로 인해 그 끊기는 빈도가 좀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턴(Turn)제로 진행되는 야구처럼 완벽하게 경기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끊어서 구분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감안해서 경기를 상황의 연속으로 이해하기는 하되, 공의 소유권을 기준으로 해서 팀이 어떠한 국면에 놓여있는지는 구분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때 그 기본단위가 되는 것이 바로 아래서 볼 수 있는 4개의 국면이다.

 

 

 

 

 

게임 모델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기본이 되는 축구 경기에서 발생하는 4개 국면

 

 

 

 

기본적으로 팀이 공을 가지고 공격을 진행할 경우에는 공격 국면, 반면에 공격을 진행하다가 공을 빼앗긴 직후에는 수비전환 국면에 놓인 것으로 분류한다. 또한 수비전환 국면을 통해서 팀이 완전히 수비로 전환했을 경우에는 수비 국면, 그리고 수비를 하다가 상대로부터 공의 소유권을 다시 회복했을 경우에는 공격전환 국면을 거쳐 다시 공격의 국면으로 회귀하는 것을 축구 경기에 존재하는 하나의 싸이클로써 이해한다.

 

그리고 게임 모델이란 결국 축구 경기에 존재하는 이 4개 국면에서 팀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한 '행동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각 국면에서 상황에 따라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원칙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반복적으로 훈련을 진행하여 이것이 경기에서도 그대로 발현되게 한다. 코치의 머릿속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형태,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매번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혼동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 훈련 상황에서의 반복을 통해서 명확하고 분명하게 선수들에게 전달이 되고 입력이 되는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게임 모델의 구축은 큰 단위의 상위 원칙들에 종속되는 하위 원칙들의 정립을 통해서 더 구체화 된다. 예를 들면 공격을 진행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빼앗겨 수비로 전환해야하는 수비전환 국면의 경우에는, 상위 원칙으로 '즉각적인 압박'이냐 혹은 '수비진형의 구축'이냐를 설정하고 상황에 따라 이를 선택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두가지 형태의 상위 원칙은 기본적으로 팀의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반면에 하위 원칙의 정립을 통해서 필요한 것은 라인 단위, 혹은 선수 개인 단위로 해당 상위 원칙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조금 더 세부적인 행동양식이다. 단적인 예로 '수비진형의 구축'이라는 상위 원칙을 실행하는 관점에서 볼 때, 공과 가장 가까운 선수가 가져가야하는 행동과 공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선수가 가져가야하는 행동은 동일할 수 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감안한 구체적인 하위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2. 훈련의 구성과 진행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어떻게 구성되고 진행되어야 하는가 라는 포스팅을 통해서 이론적인 관점에서 훈련이라는 것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대략적인 이해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론적인 관점에서의 설명 보다는, 토마스 투헬 (현 첼시 Coach)의 말을 빌려 좀 더 실질적인 관점에서의 얘기를 해보고자한다. 

 


토마스 투헬, "나의 팀은 사이드 채널에 공이 있을 경우, 사이드라인을 따라서 플레이 하는 방식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ex) 사이드라인에 있는 풀백이 같은 사이드라인에 있는 윙에게 하는 종패스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편하고 안전한 방법이었다. 선수들은 공을 가진 선수가 전방에서 뭘 하는지 볼 수 있었으며, 자신이 플레이에 관여되려고 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그런식으로 플레이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나는 나의 팀이 좀 더 후방에서부터 전방을 향해 대각선으로 나가는 날카로운 패스를 통해서 플레이 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했냐고? 우리는 우리가 훈련하는 운동장에서 코너 부근을 잘라내버렸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골대 2개가 배치되어 있는 운동장이긴 한데,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직사각형의 모서리가 없는 운동장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운동장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우리는 모든 경기에 대한 준비를 그 다이아몬드 형태의 운동장에서 진행했다.¨

 

¨왜냐고? 우리의 핵심 원칙이 대각선의 형태로 플레이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각선 방향으로, 땅볼로, 역동적으로 들어가는 패스를 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고 나의 코칭 스태프의 목표였다."

 

"그래서 우리는 운동장의 형태 변화를 통해서 선수들이 해당 플레이를 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었다. 우리는 선수들의 내적인 관점에서 변화를 준 것이 아니라, 운동장의 형태라는 외적인 환경의 변화를 줌으로써 선수들의 창의력을 최대치로 강제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다이아몬드 공간 안에서 상황을 타개하는 관점에서 볼 때, 선수들 자신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조건들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그러한 조건들을 원치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나의 코치에 대한 역할을 극단적으로 바꾼 프로세스이다."

 

"나는 그렇게 선수들이 뭔가 스스로 조건을 만드는 것을 당시에도 원하지 않았고, 지금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사이드라인에서 사이드라인으로 종패스가 시도될 때 마다 훈련을 멈추고 이를 지적하는 코치가 되고 싶지 않다."

 

""내가 몇번이나 말했어, 대각선으로 플레이해야된다고 했잖아!" 나는 그런 유형의 코치가 되고 싶지않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한 방식이 아니다."

 

"나는 그저 운동장에서 코너 부분들을 잘라서 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그런 얘기를 하기 위해 훈련을 계속해서 멈출 필요가 없어진다."

 

"대신에 나는 선수들이 그 다이아몬드 공간 안에서 어떻게 상황을 타개하는지 관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할 수 있다. 관찰의 과정을 통해서 선수들에게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다면 격려와 칭찬을 건넬 수 있을 것이고, 만약에 적절하게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비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바로 내가 훈련하는 방식을 바꾼 상황이다. 이러한 방식이 바로 내가 원했던 방식이며, 지금도 내가 계속해서 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형태의 훈련 모델, 그리고 행동 양식은 여전히 내 코칭스태프 안에서 주류로써 자리매김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최근의 인간 뇌에 대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발전시키고 개선해왔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계속해서 반복해서 훈련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반복은 결코 같은 상황의 재현, 즉 재생산에 있지 않다. 우리의 훈련방식은 생산적인 것이지, 재생산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는 훈련 과정에서 전략을 적용하거나 사전에 준비된 패턴을 활용하지 않는다."


 

투헬이 도르트문트 시절 진행한 컨디션 매치(Partido modificado). 역시나 코너를 잘라낸 다이아몬드, 혹은 8각형 형태의 공간에서 이를 실행하고 있다.

 

 

위와 같은 투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결국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의 연출' 그 자체여야만 한다. 투헬의 경우에는 공간적으로 운동장의 코너 부근을 잘라서 들어냄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게임 모델에 근거한 플레이가 실행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선수가 해당 상황에 계속해서 노출되게 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축구를 뇌에서 시작되는 활동, 즉 무의식이 개입이 그 무엇보다 크다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훈련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선수가 특정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유도하지만, 행위 자체를 반복하는 재생산의 개념이 아닌 다른 구성요소들과 상호작용하게끔 함으로서 '새로운 습관의 형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정리를 하자면 훈련의 주관자로서 코치는, 우선적으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팀의 게임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게임 모델은 각 국면별로 명확하고 세부적인 상위 원칙과 하위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자신 뿐만 아니라 선수에게도 구체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형태의 것이어야 한다. 또한 이렇게 구축된 게임 모델은 고정불변의 형태가 아니고 선수의 특성을 비롯한 여러가지 요소들과 상호작용 하며 끊임 없이 수정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코치는 이렇게 선결 과제로써 마련된 게임 모델을 기반으로 해서 훈련을 구성하고 진행하게 된다. 반면에 이는 투헬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을 통해서 이뤄진다기 보다는 '상황의 연출'을 통해서 이뤄진다. 적정 수준에서의 피드백은 분명히 이뤄져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투헬의 말처럼 훈련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코치의 이상적인 역할은, 연출된 상황에서 선수들이 상호작용 하는 것을 관찰하는 '관찰자'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관찰자가 되기 위해서는 훈련을 계획하고 구상하는 단계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만 한다. 어떠한 조건들을 통해서 선수들이 게임 모델을 체화하기에 좀 더 나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 없는 고민과 고뇌가 필요하며, 이러한 고민과 고뇌를 통해서 구상되고 계획된 훈련에서만이 자신의 개입은 최소화 한 상태로 원하는 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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