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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의 홈에서 펼쳐진 수원FC와 수원삼성(이하 수원) 간의 수원더비가 득점 없이 0대0의 무승부로 끝나며 양팀이 승점을 1점씩 나눠가지게 되었다. 개막 이후 2연승을 거두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던 수원이었기에 경기 전 승부에 대한 예상은 무게중심이 비교적 수원쪽으로 쏠려 있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수원은 더비 라이벌인 수원FC에게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승점 1점을 획득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단순히 경기가 득점 없는 무승부로 끝났다는 결과와는 별개로 과정이라는 관점에서도 1,2라운드와는 다르게 공의 순환을 통해서 공격을 전개하는 것에 다소 애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수원FC가 수비 국면에서 1.5.4.1의 형태를 가져가며 경기에 대한 전략을 수립한 것이 유효했다는 것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림1 : 수원이 공을 가지고 공격국면에 놓여 있을 때 양팀의 선수 배치

 

이날 홈팀이었던 수원FC는 기본적으로 공격 국면에서는 1.4.3.3 시스템으로 경기를 치뤘고, 반대로 수비국면에서는 홀딩 미드필더였던 김건웅을 두명의 센터백 사이로 내리면서 1.5.4.1의 형태를 갖춰 경기를 치뤘다. 수원의 지난 두경기를 돌아봤을 때 첫번째 경기 상대였던 광주의 경우에는 수비 국면에서 1.4.4.2의 형태를 갖췄고, 반면에 두번째 상대였던 성남의 경우에는 1.5.3.2의 형태를 갖추고 경기를 진행하다가 퇴장 이후에는 1.4.4.1로 변화를 주었고, 후반전에는 다시 1.5.3.1의 형태로 변화를 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 퇴장으로 인해 절대적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성남전을 제외하고 광주전과 비교했을 때 수원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 가장 큰 차이를 드러냈던 부분은 바로 상대가 4백이 아닌 5백을 활용했다는 것에 있다. 

 

통상적으로 경기장의 크기가 105mx68m라고 감안했을 때, 4백의 경우에는 수비시 가로폭에 해당하는 68m를 순간적으로 4명이서 커버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공이 패널티박스 폭 안, 즉 하프 스페이스를 포함한 센터 채널에 공이 있다가 사이드 채널로 전개되었을 경우, 공에 대한 수비를 가져가야 하는 풀백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보았을 때 비교적 큰 제약이 걸리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공에 도달하는 시점에 상대는 이미 공을 컨트롤 해놓고 자신을 공략할 준비를 갖춰놓고 있을 공산이 크고, 또한 이에 대한 수비를 펼치기 위해 이동함으로써 자신의 등 뒤에 비교적 큰 공간을 허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풀백의 등 뒤를 공략하는 형태의 공격을 하프스페이스 공략법이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사실 하프 스페이스 공략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어디까지나 '풀백의 등 뒤'로 공이 향하는 과정에서 공이 향하는 공간이 하프 스페이스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사이드 채널의 공간으로 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5백의 경우에는 4백이 가로폭 68m를 4명이 커버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를 5명이 커버하게 된다. 1명 차이이지만 이로 인해 사이드채널로 공이 향했을 경우 이를 위한 수비를 위해서 윙백이 움직였을 때 공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4백의 풀백에 비해서는 훨씬 적게 소요될 수 밖에 없고, 또한 공에 대한 수비를 가져간 윙백의 등뒤의 공간을 노출한다는 관점에서도 가까운쪽 센터백의 커버로 인해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1.5.4.1의 형태로 수비국면을 가져갔던 수원FC는, 수원의 윙백을 활용한 플레이를 무력화 시키고 상쇄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고 이는 실제로 경기 내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개막전이었던 광주전과는 다르게 좌우폭을 확보하고 있던 윙백의 활용을 통해서 시도되는 플레이가 수원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 거의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공을 가진 수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수원FC의 1.5.4.1 블록을 공략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는데, 별 것 아닌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날 경기에서 수원은 선수들의 포지셔닝이라는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림2 : 공이 미들써드까지 전개되었을 때, 좌우 센터백들은 하프스페이스 채널 폭 안에 위치해야 한다.

 

첫번째로 수원이 1.3.5.2(1.3.1-2.4) 시스템으로 경기를 치뤄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수원FC의 1.5.4.1 블록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좌우 센터백의 올바른 포지셔닝이 필수적이었다. 그림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양쪽 윙백을 모두 끌어올린 상태에서 공이 미들써드까지 진입하는 것에 성공했을 때, 후방에서 공을 순환하는 과정에서 좌우 센터백은 가로폭으로 보았을 때는 패널티박스 폭 안, 구체적으로 공간에 대한 구분으로 보았을 경우에는 하프 스페이스 채널 안에서 플레이를 해야한다. 또한 중앙의 리베로가 공을 받았을 경우에는 리베로와 완전히 평행한 위치까지 내려와 본인이 공을 받았을 경우에 앞을 볼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이런식으로 포지셔닝을 가져갔을 경우 좌우 센터백이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은 상대 1.5.4.1의 4의 양쪽 윙에 해당하는 선수들에게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좌우 센터백 중 하나가 공을 가졌을 때 해당 센터백은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할 수 있게 되고, 이 때 이러한 센터백에 직면하게 되는 윙어는 크게 두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강요받게 된다. 공을 가진 센터백에서 윙백으로 향하는 대각선 패스라인을 막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등 뒤에서 '위치적 우위'(Superioridad posicional)을 점하고 있는 인사이드 하프에게 향하는 패스라인을 막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윙이 자신의 등 뒤를 막는 것을 택했다면 공을 가진 센터백은 자신과 대각선에 위치한 윙백에 대한 패스라인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해당 패스라인을 활용해 공을 전개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이 때 중요한 것은 윙백이 공을 받는 위치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5백의 경우에는 수비시 4백에 비해서 가로폭을 커버하는 과정에서 공이 사이드 채널로 향했을 경우 1x1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센터백으로부터 공을 받는 윙백은 공을 받았을 때 즉각적으로 상대 윙백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깊은 공간이 아닌, 상대 윙에 대해서 2x1상황을 형성하게 되는 공간에서 공을 받아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 되었을 경우 상대 윙백이 수비를 하기 위해서 움직여야하는 동선 자체가 대각선(가로+세로)이 되게 되고, 이를 통해 수비시 이동해야하는 거리를 늘림으로써 공격팀 윙백은 공을 컨트롤 하고 앞을 보기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후 과정에서는 4백의 경우와는 다르게 공에 대한 수비를 펼치는 윙백의 등 뒤를 공략하는 것이 아닌, 윙백의 등 뒤를 커버하는 공과 가까운 쪽 센터백의 등 뒤를 공략함으로써 동시에 두명의 수비를 공략하는 것이 가능하다. 쉽게 말하자면 공을 가진 윙백이 자신을 수비하는 상대 윙백을 자신에게 고정시키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뒤를 커버하는 가까운 쪽 센터백까지 자신에게 고정시킴으로써 이 2명을 한번에 무력화 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반대로 상대 윙이 이러한 대각선으로 나가는 윙백과의 패스라인을 막는 것을 선택했을 경우에는, 윙의 등 뒤에서 위치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던 인사이드 하프로 향하는 패스를 시도하거나 상대 중앙 미드필더 사이에서 나타나는 패스라인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그림3 : 실제 경기에서 수원의 센터백들이 자주 보여주었던 포지셔닝

반면에 실제 경기에서 수원의 센터백들이 다수의 상황에서 보여주었던 포지셔닝은 그림3에서 볼 수 있는 형태가 훨씬 잦았다. 가로폭으로 보았을 때는 패널티박스 폭의 밖, 그리고 공간에 대한 구분으로 보았을 때는 하프 스페이스 밖에 위치한 상태에서 리베로였던 민상기로부터 공을 건네 받는 경우가 많았고, 또한 민상기와 평행한 위치가 아닌 대각선으로 높은 지점에서 공을 받으면서 공을 받는 시점에 고개를 들고 앞을 보았을 경우에는 이미 상대 윙으로부터 압박을 당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몇미터 안되는 공간의 차이이지만 이런식으로 포지셔닝을 가져가게 되었을 경우 공을 가지는 센터백은 더 이상 상대 윙에게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할 수 없고 공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 한쪽 사이드로 밀려나게 된다. 1차적으로는 자신이 공을 가지는 시점에서 이미 상대 윙으로부터 압박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고, 2차적으로는 상대 윙은 센터백에게 압박을 하는것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등 뒤에 위치한 옵션은 자연스럽게 차단할 수 있기에 공이 나갈 수 있는 방향이 윙백 하나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식으로 상황이 전개되었을 경우 상대 윙백은 공이 나올 수 있는 방향을 미리 예상하고 훨씬 이른 시점에 압박을 나오게 되기 때문에, 센터백에서 윙백으로 공이 향한다고 하더라도 상대 윙백의 수비로 인해 이미 윙백은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림4 : 좌측 센터백이었던 박대원의 포지셔닝. 해당 위치에서 공을 받았을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이미 하나로 제약된다.

 

두번째로 이러한 좌우 센터백의 포지셔닝과 더불어서 수원이 공격 국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었던 부분은, 바로 홀딩 미드필더, 6번 역할을 수행했던 한석종과 리베로였던 민상기가 상대 1선을 공략하는 형태였다 . 수원FC는 수비 국면에서 1.5.4.1, 즉 자신들의 1선에는 원톱이었던 라스만을 배치한채 경기를 치뤘기에 리베로였던 민상기가 공을 잡았을 경우 적절한 상황 연출이 이뤄졌다면 지속적으로 상대의 1선을 넘어서서 2선을 직면한 상태로 경기를 치루는 것이 가능했다.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1.5.4.1의 1이었던 수원FC의 라스는, 수원의 리베로였던 민상기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는 공을 가진 민상기에게 고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6번 역할을 수행했던 한석종은 이러한 라스의 '등 뒤'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러한 조건들을 바탕으로 한석종은 민상기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라스의 등 뒤에서 공에 대해 대각선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것이 가능했고, 이러한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라스에 대해 2x1 수적 우위를 가져갔을 경우 공을 건네받는 것만으로도 상대 1선을 공략하는 것이 가능했던 수원이었다. 

 

 

그림5 : 실제 경기에서의 민상기와 한석종이 연출한 상황. 공을 가진 상황에서 민상기는 드리블을 통해서 라스를 자신에게 좀 더 고정시켜야 했고, 한석종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라스의 대각선 등 뒤에서 포지셔닝을 가져가야 했다.

 

 

반면 실제 경기에서 수원이 수원FC의 1선을 공략하는 형태는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6번 역할을 수행했던 한석종이 라스의 등 뒤에 있는 것이 아닌 사실상 민상기와 같은 높이까지 내려와 앞을 보고 공을 잡고, 이러한 한석종의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한 라스 등 뒤의 공간을 활요하기 위해서는 고승범이 한승규의 등 뒤에 있다가 나타나는 식이었다.

 

이런 형태로 공을 전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좌우 센터백을 포함해 상대 1선을 넘어서기 위해 총 5명의 선수가 동원 됨으로써 전방에서 상대 5백에 대한 수적 우위를 잃어버리게 되는 점이다. 두번째는 영상에서처럼 상대 중앙 미드필더 등 뒤에서 나타난 인사이드 하프, 즉 고승범이 상대 1선을 넘어서는 위치에서 공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수비를 펼치는 중앙 미드필더를 등을 지고 공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연속적인 압박으로 인해 공은 결국 앞으로 향하지 못하고 뒤로 향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만약 해당 상황에서 골키퍼가 롱패스를 시도해 최전방으로 공이 향한다고 할지라도, 전방에 투톱은 상대 3명의 센터백을 상대로 2x3의 수적열세에 놓이기 때문에 공의 소유권이 계속해서 이뤄지기가 힘들게 된다. 

 

결론적으로 수원이 이번 시즌을 포함해서 향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격 국면에서 5백을 상대로 했을 때 후방에서부터 공이 좀 더 '깨끗하게' 나가기 위한 (Salida límpia) 상황의 연출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전의 경우처럼 상대가 4백을 활용했을 경우에는 윙백의 활용을 통한 공격 전개가 좀 더 수월할 것이 예상이 되지만, 이번 수원FC와의 경기에서처럼 5백을 활용하는 팀, 특히 1.5.4.1의 형태로 수비를 하는 팀을 만났을 경우에는 같은 상황의 연출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수비를 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회복해 빠르게 전방으로 향하는 역습에 비해서 지공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은 그 복잡성(Complexity)이다. 역습의 경우에는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시점을 기점으로 공과 직접적으로 관련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2,3명 정도가 득점까지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복잡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지공의 경우에는 팀 11명이 연속적인 상황의 연출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고, 매 순간 공이 전개된 그 다음 상황을 고려해서 포지셔닝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그 복잡성이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공격 전환 과정에서의 역습보다는 지공 상황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수원이, 이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 수반되어야 하는 복잡성을 잘 조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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