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자주 만나는, 하지만 만날 때 마다 경기 내적으로 상당히 많은 이슈를 만들어내는 두 팀간의 경기가 홈팀인 리버풀의 1대0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최근 경기들에서 리버풀은 그전까지와는 다르게 자신들의 메인 시스템을 1.4.3.3에서 1.4.4.2, 혹은 1.4.2.3.1로 변화를 주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번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도 리버풀은 수비 국면에서는 1.4.4.2, 공격 국면에서는 1.4.2.3.1을 기본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리버풀의 시스템적인 변화는 이를 상대하는 맨체스터 시티에게도 변화를 유발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 글을 통해서는 시스템적인 변화를 준 리버풀을 공략하기 위해서 맨체스터 시티가 공을 가지고 연출하려고 했던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수비 국면에서 1.4.4.2에 가까운 진형을 구축했던 리버풀을 상대로 맨체스터 시티가 들고 나온 시스템은 1.3.4.3 이었다. 토트넘의 경우로 인해서 1.3.4.3 시스템 자체가 이제는 국내에서도 많이 익숙한 것이 되었지만, 시스템의 Variation, 즉 변화 형태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맨체스터 시티의 1.3.4.3은 토트넘의 1.3.4.3에 비해서 좀 더 Positional 했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서 11명의 선수들 중 특정 선수들이 2인, 혹은 3인 유닛으로 묶여서 유닛이라는 틀 안에서 비교적 큰 폭으로 위치 변화를 가져가는 것이 토트넘의 1.3.4.3의 특징이라면, 이번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보여준 1.3.4.3은 유닛의 구성을 통한 위치 변화가 그렇게 크지 않은 형태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1.3.4.3 시스템의 활용을 통해서 맨체스터 시티가 연출하고자 했던 상황은 비교적 분명하다. 1.3.4.3 시스템은 완전히 공격 국면으로 전환이 된 상황에서의 선수들의 실질적인 배치는 1.3.2.5에 가깝다. 최전방 3명과 좌우 윙백이 사실상 동일한 높이에 위치하게 되고, 이러한 1.3.2.5 형태의 선수 배치는 백4를 사용하는 팀을 상대로 지속적인 5x4의 수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가능케 됨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 안토니오 콘테가 재임했던 시절의 첼시에서도 굉장히 잘 드러나는 사항이었다. 이번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그러했던 것처럼 당시 콘테의 첼시는 지금의 토트넘 보다는 좀 더 Positional 한 1.3.4.3 시스템을 보여주었고, 공격 국면에서는 실질적으로 1.3.2.5 형태로 선수 배치를 가져감으로써 백4를 활용하는 팀들을 사실상 평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바 있다.

 

시대상으로 보았을 때 콘테의 첼시 부임 시즌이었던 2016/2017 시즌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수비 국면에서 백5를 구성하는 팀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배경 속에서 안토니오 콘테의 첼시는 백4를 활용하는 팀들을 상대로 무력 시위라도 하듯 감독 부임 첫 시즌에 리그에서 우승을 거두었던 바 있다.

 



반면 이러한 1.3.2.5 형태의 선수 배치가 갖는 이점은 단순히 상대 백라인을 상대로 1명 더 많은 숫자를 배치한다는 것에서 발생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해당 선수 배치를 통해서 팀이 이점을 가져갈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경기장의 좌우폭을 최대치에 가깝게 확보하고 있는 윙백의 존재이다. 

 

수비 국면과 다르게 공격 국면에서는 사실상 윙백이란 포지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1.3.2.5 선수 배치를 가져갔을 경우 우리가 통상적으로 윙백이라고 일컫는 선수들이 위치하는 공간은 사실상 1.4.4.2, 혹은 1.4.3.3 과 같은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측면 미드필더, 혹은 우리가 윙어라고 일컫는 선수들이 위치하는 공간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1.3.2.5 형태의 선수 배치는 좀 더 Positional 하다. 1.4.4.2나 1.4.3.3의 경우에는 윙어와 풀백이라는 두 선수들이 측면 공간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반해, 1.3.2.5의 경우에는 좌우폭을 고정적으로 확보하는 옵션이 윙백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윙백의 존재는 상대 백4의 입장에서 볼 때 좌우 풀백이 끊임없이 2x1의 수적 열세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특히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9번 포워드인 디에구 코스타에게 공이 전개된 이후 반라인 밑에서 백라인을 직면하고 있는 뼤드로, 혹은 아자르가 3자 플레이를 통해 공을 소유하게 되는 상황에서 풀백은 끊임 없이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 받게 된다. 즉 공을 가진 뼤드로를 막기 위해서 안쪽으로 좁혀들 경우 측면에 위치한 모제스를 프리로 풀어주게 되고, 반대로 측면에 있는 모제스를 의식해서 안쪽으로 좁히지 않을 경우에는 공을 가진 뻬드로를 프리로 놓아줘야 함과 동시에 뻬드로에서 자신의 등 뒤로 움직이는 모제스에게 향하는 패스를 허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또한 이렇게 공이 중앙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아니고 측면으로 전개되는 경우에도 백4 라인은 좌우폭을 확보하는 윙백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콘테의 첼시의 경우에는 오른쪽 측면에는 1v1 능력이 뛰어난 모제스를, 그리고 반대쪽인 왼쪽 측면에는 제공권과 슈팅력이 있는 윙백 자원인 마르코스 알론소를 배치함으로써 이를 극대화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기장을 가로로 보았을 때 오른쪽 측면에서 모제스가 공을 가지고 상대 풀백과 1v1을 시도할 경우, 상대 백라인은 모제스가 위치한 첼시의 오른쪽 측면으로 전체적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이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반대쪽 측면에서 왼쪽 윙백으로 좌우폭을 최대치로 확보하고 있는 마르코스 알론소의 존재이다. 

 

수비를 하는 백4 라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마르코스 알론소에 대한 수비를 가져가야 하는 것은 자신들의 오른쪽 풀백이지만, 공이 반대쪽 측면에 있음으로 인해서 오른쪽 풀백은 마르코스 알론소를 완전히 등질 수 밖에 없게 되며 시야에 둘 수 없게 된다. 이는 결국 마르코스 알론소가 먼 포스트 쪽의 공간에서 완전히 프리 상태에 놓여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하게 되고, 모제스가 1v1 상황에서의 돌파를 통해서 먼 포스트 쪽으로 크로스를 시도하거나 혹은 공이 공격 전개 방향의 전환을 거쳐서 반대쪽 측면으로 넘어왔을 경우 마르코스 알론소가 상당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피니싱을 가져갈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당시 마르코스 알론소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리그 31경기에 출전해 6골 3도움을 기록하며 윙백으로써는 상당히 많은 숫자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던 바 있다.

 

 

5x4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상황을 만들기까지 맨체스터 시티는 리버풀의 수비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선발 라인업을 구성하는 선수들의 특성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콘테의 첼시와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상황의 연출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이번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의도했던 것은 2016/2017 시즌 당시의 콘테의 첼시와 사실상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1.4.4.2 형태로 수비 진형을 구축하는 리버풀을 상대로 후방에서부터 리버풀의 1선을 상대로 3x2의 수적 우위를 가지고 공격을 전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방에 위치한 선수들이 리버풀의 백라인을 직면한 상태로 공을 가지는 상황에 대한 빈도를 높임으로써 5x4의 수적우위가 발현되는 상황을 최대한으로 가져가고자 한 것이다.

 

반면 이러한 맨체스터 시티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문제가 되었던 것은 리버풀의 컴팩트한 수비 진형이었다. 1.4.3.3으로 경기에 나섰을 때와 비교했을 때 리버풀은 전체적으로 수비를 시작하는 지점 자체를 낮췄고, 맨체스터 시티의 패널티 박스에서부터 압박을 전개하기 보다는 경기장 세로 4분의 1지점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수비 방식을 통해서 리버풀이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은 눈 앞에 공을 가진 선수로부터 공을 탈취하는 것보다는, 공을 가진 선수가 자신들의 등 뒤, 즉 1선의 경우에는 피르미누와 살라의 등 뒤, 그리고 2선의 경우에는 조따-티아고-파비뉴-엘리옷의 등 뒤가 공략 당하는 상황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었다. 이러한 리버풀의 수비는 선수 교체를 통한 시스템 변화가 있기 전까지, 특히 살라의 결승골 득점이 이뤄지기 전까지를 놓고 보았을 때 실효를 거두며 맨체스터 시티에게 판정승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맨체스터 시티는 기어코 몇 차례 리버풀의 백라인을 상대로 5x4의 수적 우위가 발현되는 상황을 만들기는 했지만 결국 득점을 하는 것에는 실패했고, 특히 공격 방향의 전환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반대쪽 측면에 위치한 프리 상태에 놓이는 윙백을 활용하는 상황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리버풀의 판정승을 얘기할 수 있게 된다. 

 

지속적으로 공을 가진 선수를 막는 수비수에게 양자택일, 혹은 삼자택일의 상황을 강요하면서 공을 가진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공을 전개하는 것이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 전개 방식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리버풀의 1선과 2선은 자신들의 등 뒤에 존재하는 옵션으로 공이 향하는 것을 막는 관점에서 사실상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대치의 경기력을 선보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완전히 막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고 몇몇 장면들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자신들의 백라인을 상대로 5x4의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허용한 리버풀이었지만, 해당 상황에서는 3선 백라인과 골키퍼인 알리송의 적절한 대처를 통해서 실점 없이 해당 상황을 타개할 수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 입장에서 가장 득점에 가까웠던 상황은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오른쪽 윙백인 깐셀루에서 시작해서 깐셀루-드 브루이네-홀란드까지 공격 방향의 전환이 이뤄졌고, 이를 통해 홀란드-귄도간-포든은 리버풀 백라인의 우측 유닛인 조 고메즈와 밀너를 상대로 5x4 상황에서 3x2의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에서 홀란드가 드리블을 통해서 조 고메즈와 밀너를 중앙으로 좁혀들게까지 한 것은 좋았으나 이후 포든에게 향하는 패스가 대각선 앞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 횡패스에 가까운 완만한 형태의 패스가 되면서 해당 수적 우위를 살려 공격 찬스를 만들어내는 것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실점 직전 상황에서 최종 수비수로써 살라와 경합을 벌였던 깐셀루

결승골로 기록되었던 살라의 득점에 대한 언급 이후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는 골을 성공시킨 살라와 살라에게 공을 연결한 알리송의 기술-전술 능력을 높게 평가해야겠지만, 반대로 최종 수비수로 수비를 펼쳤던 깐셀루에 대한 것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수비라는 것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능동적인 관점에서 상대로부터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와 공격권을 되찾기 위한 것에 목적이 있고, 수동적인 관점에서는 실점하지 않는 것에 목적이 있다. 반면 득점이 일어났던 세트피스 이후 역습 상황을 비롯해서 최종 수비수로 있는 선수의 경우에는 앞선 두가지의 수비 목적 중 극단적으로 후자가 강조될 수 밖에 없다. 

 

쉽게 말해서 최종 수비수로 위치한 선수가 공을 가진 상대 공격수에 대해서 취해야 하는 스탠스는 '지연'인 것이다. 공의 소유권을 되찾기 위한 동작을 시도함으로써 완전히 벗겨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공을 가진 상대가 직접적으로 슈팅을 시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적정 수준의 거리와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패널티박스 라인까지 물러나면서 상대 공격을 지연시키는 것이 기본 전제이다. 또한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최종 수비수는 팀 동료가 자신과 함께 라인을 구성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이에 반해 깐셀루는 사실상 본인이 최종 수비수라는 것이 전혀 인지가 되어 있지 않은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공을 가지게 되는 살라에 대해서 2x1의 상황이 형성되어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1x1의 상황에서 깐셀루는 지연을 시키는 판단이 아닌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 오기 위한 판단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해당 행위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가 그대로 발현되며 살라에게 완전히 벗겨짐으로써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물론 지연을 시켰다고 해서 백퍼센트 실점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가까운 곳에 3명의 동료가 이미 백라인을 구성하기 위해 다가오고 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깐셀루의 해당 판단, 즉 전술이라는 관점에서의 행위는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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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bpschool.com


현대 축구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전투, 혹은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인해 상대팀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과정이 굉장히 용이해졌고, 특히 프로 레벨에서는 TV 중계 화면이 아닌 11vs11의 상황의 연속으로써 촬영된 경기 영상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영상 정보를 기반으로 사전에 상대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스스로의 정체성(게임 모델)은 잃지 않되 상대의 강점은 무력화, 반대로 상대의 약점은 극대화 할 수 있게끔 훈련을 통해서 팀을 준비 시키는 것이 전략 수립의 과정으로써 정립되었다.

 

 

전략의 수립과 실행 싸이클

 


반면 모두가 이러한 과정을 가져가게 되면서 전략 수립 과정에서는 비교적 동등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에서의 승자와 패자는 갈리고 있으며, 전략의 수립과 실행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어떤식으로 상대할 것이냐'는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아이디어와, 이를 운동장에서 직접 실행하는 선수들의 전술적 수행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10년 간 축구는 공을 가진 공격 국면에서 큰 변혁을 가져왔다. 공을 가진 상황에서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려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는 변수를 최소화 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좀 더 본질적으로는 상대 골대를 공략할 수 있는 위치까지 공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큰 발전을 이뤄왔다. 이에 대한 결과로 우리는 공의 위치에 따라 11명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를 가지고 해당 팀의 경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공이 상대 골대를 공략할 수 있는 지점까지 도달하는 상황을 몇번이나 연출했느냐에서 선수들의 전술적 수행 능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목적은 정반대 되지만 수비 국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축구가 공격 국면에서 상당히 큰 폭으로 변화를 가져감에 따라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수비 국면에서의 접근법 또한 정교해질 수 밖에 없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전 분석의 과정을 거쳐서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기 위한 전략 수립과 이를 실행하는 선수들의 전술적 능력이 극단적으로 개선될 수 밖에 없었다.

 

이미지 출처 : objetivoanalista.com


이렇게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완전히 대척되는 입장에서 존재하는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이지만, 이 둘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공격 국면에 놓인 공의 위치에 따라서 팀이 11명이 유기체로써 움직이며 자신들의 포지션에 변화를 주며 상대를 공략하려고 한다면, 반대로 수비 국면에 놓인 팀은 해당 포지션 변화에 대응하는 관점에서 어떤식으로 자신들의 포지션에 변화를 주며 이를 무력화 시킬 것이냐가 양 팀의 전략이자 이를 수행하는 전술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감안해야 할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의 포지션은 풀백, 센터백 등으로 대변되는 '역할' 관점의 포지션이 아닌, 온전하게 '선수의 경기장에서의 위치'라는 관점에서의 포지션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축구 종목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이렇게 포지션을 두가지 의미로 나눠서 이해할 필요가 없었다. 선수는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에서의 차이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포지션이란 특정 공간에 위치하는 선수를 일컫는 말이었으며, 선수는 해당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플레이를 가져갔기 때문에 우리는 '위치=역할'의 관점에서 포지션을 정의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 Beier/Getty Images for FC Bayern


반면 현대 축구에서, 특히 최근 10년 간 축구가 발전해 온 관점에서 보았을 때 포지션은 더 이상 위치와 역할을 동시에 내포할 수 없게 되었다. 가장 단적인 예로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가짜 공격수'(Falso nueve) 혹은 '가짜 풀백'(Falso lateral)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포지션을 위치=역할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 기존의 선수들이 위치하던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플레이 하는 경우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에 대한 이해 과정에 도입했을 경우, 우리는 기본적으로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이 수비 국면에 놓인 팀에 비해 선수 포지션이라는 것에 더해서 좀 더 큰 폭의 자유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또한 그렇기 때문에 수비 국면에 놓이게 되는 팀이 사전 분석을 통해서 상대를 무력화 시키기 위한 준비가 아무리 잘 준비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결국에는 전략적으로, 그리고 전술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이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레알 베티스와 세비야의 국왕컵 전반전 발생한 상황 ;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까날레스의 포지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위 영상은 레알 베티스와 세비야의 국왕컵 경기 전반전에 발생했던 상황을 재현한 영상이다. 레알 베티스가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하는 공격 국면에 놓여 있으며, 반대로 세비야는 공을 가진 레알 베티스의 공격을 무력화 시켜야 하는 수비 국면에 놓여 있다. 최후방에 위치한 후이 실바가 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베티스는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알렉스 모레노에게 공을 전개 시켰는데, 알렉스 모레노에게 공이 전개된 이후 주목해서 보아야 할 것은 바로 까날레스의 위치 변화이다.

까날레스는 통상적인 위치=역할 관점에서의 포지션으로 보았을 경우 1.4.2.3.1 에서 오른쪽 윙어 혹은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했던 선수이다. 반면 세비야와의 경기에서 까날레스의 역할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치와 역할을 분리시켜서 보아야 한다.이 날 경기에서 까날레스는 경기장을 가로로 2등분 했을 때 공이 자신들의 오른쪽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오른쪽 윙어 혹은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가 위치하는 공간에서 플레이를 펼쳐보였지만, 반대로 공이 왼쪽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오른쪽 절반에서 완전히 벗어나 왼쪽 절반으로 넘어와 플레이 하며 공을 중심으로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날레스의 포지션 변화는 결국 공격 국면에 놓인 베티스가 공에 대한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선수의 포지션에 대해서 다소 극단적인 변화를 가져간 것인데, 반대로 수비 국면에 놓인 세비야는 해당 상황에서 이를 무력화 시키는 것에는 실패했다. 포지션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 까날레스에 대한 마킹을 가져가야 했던 것은 레킥이었지만 만약 레킥이 까날레스를 따라서 이동했다면 레킥이 지켜야했던 공간은 완전히 노출될 수 밖에 없었고, 베티스 입장에서는 보르하 이글레시아스나 베예린을 통해서 해당 공간을 직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기에 레킥은 까날레스의 이러한 포지션 변화를 두고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리버풆과의 경기에서 쟈카가 퇴장을 당했던 장면; 쟈카가 조따를 트랙백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 마갈량이스와 피르미누의 위치에 주목해 보자.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까날레스-레킥의 사례와는 반대에 해당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최근 있었던 리버풀과 아스날의 경기에서 쟈카가 퇴장을 당하는 장면에서도 우리는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이 포지션 변화를 통해서 수비 국면에 놓인 팀을 상대로 이점을 가져가는 것을 다른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위 영상을 보는 과정에 있어서 대부분은 쟈카가 조따를 발로 가격하면서 퇴장을 당하는 장면에 대해서 주로 언급을 하겠지만, 쟈카의 퇴장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버슨에서 조따로 롱패스가 나가기 전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영상이 시작된 직후 상황을 보면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피르미누이고, 이에 대한 마킹을 실행하고 있는 것은 마갈량이스이다. 해당 상황에서 피르미누는 통상적으로 선수가 가짜 공격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사실상 백라인에 가깝게 위치하며 경기장을 세로로 보았을 때 굉장히 큰 폭으로 자신이 플레이 하는 포지션에 변화를 준 상태이고, 마갈량이스는 베티스와 세비야의 경기에서 레킥이 까날레스에 대한 마킹을 포기했던 것과는 반대로 자신 또한 큰 폭으로 포지션 변화를 주며 피르미누에 대한 마킹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상황의 결과로써 발생한 것이 바로 마갈량이스가 이탈한 공간으로 전진하는 조따를 향해 나가는 로버슨의 롱패스였으며, 쟈카의 레드카드는 마갈량이스가 피르미누를 마킹하기 위해서 가져간 포지션 변화에 따른 결과의 결과였다고 볼 수 있겠다.

 


위의 두 가지 예를 통해서 우리는 선수의 포지션의 변화, 즉 플레이하는 위치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이 수비 국면에 놓이는 팀에 대해서 어떤식으로 우위에 놓여 있게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수비 국면에 놓인 선수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지역방어에 기반해 '공간과 선수'라는, 두 가지 대상을 동시에 수비해야 한다. 자신이 마킹해야하는 선수가 자신이 수비해야 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움직일 경우, 즉 자신이 수비 해야하는 공간과 선수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는공간이냐 선수냐에 대한 양자택일의 상황에 강요될 수 밖에 없고, 반대로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은 해당 선택을 강요하는 것 자체로 거기서 어떠한 선택이 나오더라도 공에 대해 벌어지는 다음 상황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의 선수가 이처럼 비교적 큰 폭으로 플레이 하는 위치에 변화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이를 '프리롤', 즉 선수가 공에 관여하기 위해서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서 설명했던 현대 축구의 특징을 감안했을 때 최근의 축구, 특히 탑레벨에서의 이러한 포지션 변화는 대부분이 전략성, 즉 계획된 것으로 이해되어져야 할 것이다. 사전 분석을 통해서 더욱더 정교해진 상대 수비를 파훼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격과 수비라는 입장 차이에서부터 발생하는 선수 위치 변화에 대한 자유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언뜻 보았을 경우에는 선수가 자신이 지켜야 할 포지션을 벗어나 공을 소유하기 위해서 무작정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이 특정 선수, 혹은 특정 공간에 위치했을 경우에 대해서 공에 대한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실행되는 조건부 움직임일 공산이 크다.

반면 이러한 공격 국면에서의 큰 폭의 포지션 변화는 결국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렸을 경우, 즉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해야 하는 수비 전환 국면에서의 리스크를 어느 정도 동반한다고 봐야한다. 수비 전환 국면은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리기 직후의 상황으로써 공격 국면에서 팀이 공을 가지고 어떤식으로 공격을 전개했느냐에 사실상 종속될 수 밖에 없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까날레스의 경우처럼 한쪽 측면에 위치한 선수를 반대쪽 측면으로 이동시켜 수적 우위를 확보하게 했을 경우에는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린 이후 상대가 공격 방향 전환을 통해서 역습을 전개하는 것에 취약할 수 밖에 없고, 피르미누처럼 전방의 선수를 낮은 지점까지 내려오게 했을 경우에는 공의 소유권을 잃은 상황에서 해당 선수의 수비적인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해당 지점에서 곧 바로 공의 소유권을 되찾을 확률은 줄어들게 된다.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이기에 애초에 공의 소유권을 잃을 확률을 최소화 하는 관점에서도 이러한 포지션 변화가 시도 되는 것은 충분히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감독에 따라 이러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에 대한 의견은 분명히 갈릴 수 밖에 없고, 대표적으로 과르디올라의 경우에는 가짜 공격수나 가짜 풀백 이상으로 특정 선수 포지션에 대해서 큰 폭으로 변화를 주는 것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앙리의 바르셀로나 시절 경험담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선수의 포지션 변화를 가져감으로써 상대 수비에게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하기는 하되, 어디까지나 공을 잃어버려 수비로 전환되는 국면에서 문제를 겪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이러한 변화가 이뤄지는 것을 의도한다고 볼 수 있겠다.

티에리 앙리, "가장 중요한 것은 포지션이었다. 누구든 자신의 포지션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했고, 동료를 믿고 공이 자신에게 올 때 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했다."

"훈련에서 과르디올라는 특히 챠비와 이니에스타가 이것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 경기장을 가로로 2등분 하는 형태로 콘을 라스트 써드까지 놓곤 했다. 해당 콘을 기점으로 오른쪽에 위치한 선수들은 왼쪽으로 넘어와서는 안 됐고, 왼쪽에 위치한 선수들은 오른쪽으로 넘어와서는 안 됐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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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google.com

코로나 이슈로 인해서 한동안 경기를 치루지 못했던 토트넘이 복귀전이었던 리버풀과의 리그 홈경기에서 2대2 무승부를 거두며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2대2 동점골이 들어간 직후인 77분경 로버슨이 퇴장을 당한 이후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되려 직접적인 득점 기회를 놓고 보자면 퇴장이 발생한 이후가 아닌 퇴장이 발생하기 전 시점인 전반전에 스코어가 토트넘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경기였다. 이렇듯 표면적으로는 시즌 중 비교적 긴 시간 동안 경기를 쉬고 복귀한 경기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승점을 획득했다는 점, 그리고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경기기도 했지만, 이번 경기에 가장 본질적인 의의는 안토니오 콘테가 토트넘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처음으로 1.3.5.2 시스템이 팀에 적용되었다는 것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안토니오 콘테는 과거 유벤투스, 이탈리아, 첼시, 그리고 지난 시즌까지 맡았던 인테르까지 사실상 자신이 프로 무대에 감독으로 데뷔한 시점 이후로 대부분의 시간에서 3백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팀에 적용해 온 인물이다. 특히 첼시 시절 리그 우승을 거뒀던 첫번째 시즌에 이례적으로 1.3.4.3 시스템을 활용했던 것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경기를 1.3.5.2 시스템으로 치뤄왔다고 할 수 있다. 토트넘에 합류한 이후 팀이 어떤식으로 운영될지에 대해서도 잉글랜드 언론의 경우에는 첼시 시절 1.3.4.3 시스템이 큰 레퍼런스로 남아 있기 때문에 1.3.4.3 시스템을 좀 더 비중 있게 언급하곤 했지만, 궁극적으로 콘테가 팀에 적용하기를 원하는, 그리고 향후 선수단 개편의 방향을 정할 시스템은 1.3.5.2 시스템일 가능성이 크다. 팀을 맡은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1.3.4.3 시스템을 팀에 적용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던 콘테였지만 이번 리버풀과의 경기에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1.3.5.2 시스템을 팀에 적용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경기 중 발생한 상황을 통해서 시스템 자체가 토트넘에서는 어떤식으로 발현되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 리버풀 공격 국면 1.4.3.3 vs 토트넘 수비 국면 1.5.3.2

경기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았을 때 퇴장이 발생하기 전까지의 상황을 보았을 경우 리버풀이 조금 더 공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갔던 것을 감안해 리버풀이 공을 가진 상황, 다시 말해 토트넘이 자신들의 수비 국면에서 어떤식으로 수비를 가져갔으며 리버풀의 경우에는 어떤식으로 유효한 공격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해서 먼져 애기해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1.3.5.2 시스템의 경우에는 완전히 수비 국면으로 전환했을 경우에는 1.5.3.2 형태로 전환이 된다. 최근에는 공격 국면에서 활용되는 시스템과 수비 국면에서의 수비 진형을 구축을 다르게 하면서 공격에서 수비로, 혹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이동하는 폭 자체를 줄이기 위해 공격시에는 3백을 활용하지만 수비시에는 양쪽 윙백이 내려와 5백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닌, 한쪽 윙백을 백라인에 위치시키고 다른 한쪽 윙백은 미드필더 라인에 위치시킴으로서 4백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 1.3.4.3->1.4.4.2 주제 무리뉴 부임 직후의 토트넘

반면 안토니오 콘테의 경우에는 팀에 3백을 적용했을 경우 온전하게 양쪽 윙백이 사이드 채널을 커버하는 것을 선호하는 감독으로 수비 국면에서는 전통적인 형태의 5백을 가져가는 감독이다. 쉽게 말하자면 수비 국면에서는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나는 1.5.3.2 진형을 갖춰 수비에 임한다는 것인데, 이는 1.3.5.2 시스템을 처음으로 선보인 리버풀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비 국면에서의 1.5.3.2는 상대로 하여금 U자 형태의 공 순환을 가져갈 수 밖에 없게끔 한다

기본적으로 1.3.5.2 시스템이 수비 국면에서 1.5.3.2 형태를 갖췄을 경우 가져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그 배치 자체로 인해서 상대가 중앙의 공간을 활용하기 힘들게끔 한다는 것에 있다. 특히 1선과 2선의 경우 각각 라인의 구성이 2명과 3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배치 자체가 대각선으로 교차되면서 1선의 등 뒤를 2선이 자연스럽게 커버하게끔 되어 있다. 상대는 이로 인해 1.5.3.2의 1선과 2선의 사이 공간, 그리고 나아가서는 2선과 3선 사이의 공간으로 공을 정면에서 전개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울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서 공의 전개는 자연스럽게 한쪽 측면에서 후방으로 그리고 다시 다른쪽 측면으로 향하는 대문자 U자의 형태를 그리게 된다.

이러한 1.5.3.2 진형의 특징은 토트넘이 리버풀을 상대한 상황에서도 어김 없이 드러났으며 리버풀의 경우에도 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공의 순환 자체를 대부분 U자 형태로 가져가야만 했는데, 반면 리버풀의 경우에는 몇몇 상황에서 토트넘의 이러한 1.5.3.2 진형을 공략하는 것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토트넘의 1.5.3.2를 상대로 주로 왼쪽 측면에서 공격 전개를 시도했던 리버풀

리버풀은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주로 왼쪽 측면에서 공격 전개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공이 U자 형태로 순환되는 과정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왼쪽 측면에서의 과부하를 통해서 1.5.3.2 시스템의 약점을 어느 정도 공략하는 플레이를 선보였던 리버풀이라고 볼 수 있다. 1.4.3.3에서 8번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던 밀너가 공의 순환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왼쪽 센터백이 플레이하는 공간으로 빠져나와 공을 넘겨 받음으로써 토트넘의 1.5.3.2 중 3의 오른쪽에 해당하는 은돔벨레를 끌어내고, 이후 상황에서 공을 넘겨받는 로버슨은 공을 받는 것 자체로 토트넘의 오른쪽 윙백인 에메르송을 끌어내게 된다.

 

이렇게 은돔벨레와 에메르송이 공을 가진 선수에 대한 수비를 가져갔을 경우 공이 한쪽 측면에 있다는 것을 감안한 두 선수의 바디 포지션을 생각했을 때 두 선수의 등 뒤, 즉 2선에서는 은돔벨레와 윙스의 사이, 3선에서는 에메르송과 산체스 사이에 해당 되는 공간이 발생하게 된다. 이 때 2선에 발생한 공간의 경우에는 조따에 의해서, 3선에 발생한 공간의 경우에는 마네에 의해서 활용이 되고, 공과 가까운 옵션에 해당하는 해당 선수들의 움직임을 수비하기 위해서 토트넘에서는 윙스와 산체스가 커버링을 가져갈 수 밖에 없게 된다. 상황이 여기까지 전개되었을 경우 해당 측면에서는 3v3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이 때 리버풀이 공략할 수 있는 공간, 다시 말해서 1.5.3.2 진형이 가지고 있는 약점에 해당되는 공간이 열리게 된다.

1.5.3.2 진형은 앞서 언급했듯이 1선과 2선의 선수들이 2명과 3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상대가 중앙의 공간으로 공을 전개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에는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측면에서의 수비 관점에서 보자면 2선이 3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상대가 한쪽 측면에서 공을 지속적으로 전개함으로써 해당 측면으로 2선이 2명 이상 이동했을 경우, 상대가 공격 방향 전환을 시도해 Weak side로 공을 전개한다면 2선에서 좌우폭을 커버하는 것에 상당히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리버풀의 경우에는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왼쪽 측면에서 공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밀너-로버슨-마네-조따 유닛을 통해서 왼쪽 측면에서 이러한 1.5.3.2 진형의 약점을 끌어내는 것에 몇 차례 성공했고, 이후 공격 방향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토트넘의 Weak side, 즉 델레 알리의 등 뒤에서 이러한 어드벤테이지를 가져갔던 것은 알렌산더-아놀드였다. Weak side 에 위치한 데이비스와 쎄쎄뇽의 경우에는 바디 포지션을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더불어 각각 케이타와 살라에게 고정을 당한 상태였기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전진할 수 가 없는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경기 1분에 벌어진 상황; 토트넘 1.5.3.2 진형의 맹점인 알리의 등 뒤 공간에 마크 없이 위치해 있는 알렉산더-아놀드

 

공이 아놀드에게 전개될 경우 쎄쎄뇽과 데이비스는 케이타와 살라로 인해서 2x1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공을 향해 전진할 수 없다. 여기에 이런식으로 공격 방향 전환이 이뤄졌을 경우 측면으로 끌려나갔던 에메르손과 산체스의 라인 정렬이 늦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선수는 두 선수의 마킹 대상인 조따와 로버슨이다.

 

두번째 실점 장면이 발생하기 직전 상황. 토트넘의 1.5.3.2 진형의 맹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아놀드가 세컨드볼 처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영상 시작 이후 최초 장면과 46초, 1분 26초에 해당하는 리버풀의 득점 장면에서 1.5.3.2 진형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번째 득점 장면의 경우에는 전환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데이비스의 기술적인 에러가 나오면서 득점이 발생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실점을 허용함과 동시에 몇 차례 약점을 노출하기는 했지만 강점과 약점이 존재하는 것은 1.5.3.2 뿐만이 아닌 모든 수비 형태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다면 상당히 좋은 경기를 펼친 토트넘이라고 볼 수 있다. 약점을 공략 당했다는 것을 다른말로 표현하자면 약점을 공략한 플레이를 제외한 나머지 상황에서는 상대의 공격을 잘 무력화 시켰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 지향적인 성향이 강한 리버풀을 상대하기에 적절한 형태로 수비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었고, 결국 이것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전반전 여러차레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 위협적인 역습을 전개할 수 있었던 토트넘이다.

좌측 : 성공한 태클이 행해진 위치 /  우측 : 윙스의 인터셉트 포지션 (공격 방향 좌->우) 출처 : whoscored.com 

이번 시즌 들어서 오른쪽 터치 라인에 가깝게 위치해 좌우폭(Amplitud)을 확보하고 상대 풀백, 혹은 윙백과의 1v1에서 강점을 드러내고 있는 살라. 이러한 살라를 직접적으로 상대했던 왼쪽 윙백 쎄쎄뇽은 터치라인을 따라서 총 6차례 성공적인 태클을 기록했고, 반대로 리버풀의 왼쪽 측면 공격에 대해서는 에메르송-산체스-윙스가 유닛으로 총 9차례 성공적인 태클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윙스는 선수 개인이 총 4회 인터셉트를 기록했는데, 이 중 2번이 자신들의 진영에서 수비 진형을 갖춘 상황에서 기록되었다는 점에서도 토트넘의 수비 진형이 전체적으로 잘 기능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체감이 가능하다. 인터셉트라는 것은 1차적으로 공을 가진 선수에 대한 수비가 효율적으로 이뤄져 해당 선수가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는 옵션을 제한함으로써 다음 플레이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토트넘 공격 국면 1.3.5.2 vs 리버풀 수비 국면 1.4.3.3

원정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공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던 것은 리버풀이었고, 경기 막판 로버슨의 퇴장 이후 11v10의 경기가 되기 전까지는 수비 국면에서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 공격 전환 국면에서 빠르게 역습을 전개하는 것이 토트넘의 주된 공격 방식이었다. 이러한 경기의 내용 혹은 흐름( Match Context)을 감안했을 때 그 비중 자체는 확실히 적을 수 밖에 없었던 토트넘의 지공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날 경기에서 기록되었던 두 번의 득점은 모두 토트넘이 역습이 아닌 지공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토트넘이 자신들의 진영 4분의 1에서 리버풀의 1선 압박을 상대로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

득점 장면을 포함해서 토트넘이 리버풀전에서 보여준 지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1x11의 관점에서 크게 3가지 전술적인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첫번째는 토트넘이 자신들의 진영, 특히 경기장을 세로로 4등분 했을 경우 자신들의 4분의1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하는 상황이다. 토트넘이 자신들이 공을 가진 공격 국면에서는 1.3.5.2 시스템으로 플레이를 진행했다면 반대로 리버풀의 경우에는 1.4.3.3의 형태로 수비 국면을 가져갔다. 양 팀의 이러한 선수 배치가 맞물리면서 토트넘은 최전방에서 리버풀이 압박을 시작할 경우 3+1 vs 3의 형태로 공격을 전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위 첫번째 이미지에서 볼 수있는 것처럼 3명의 센터백에 6번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던 윙스가 포함된 4인 유닛이 리버풀의 1선의 압박을 넘어서는 역할을 수행했고, 이 때 가장 핵심적으로 작용했던 것은 리버풀 1선 압박의 등 뒤 (Superiordad posicional)에서 움직였던 윙스이다. 기본적으로 토트넘의 3백에 대해서는 1선 압박라인이 3vs3의 수적 동위를 가져갈 수 있었던 리버풀이었지만, 좌우 센터백이었던 산체스, 혹은 데이비스가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윙스가 공에 대해 대각선 포지션을 유지하면 1선의 등 뒤에서 +1의 역할을 가져갔기에 리버풀은 문제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해당 포지셔닝을 유지했던 윙스에게 공이 연결 되었을 경우 중앙에 위치해있던 조따는 자신이 마킹을 가져가야 하는 대상인 다이어를 버리고 180도 완전히 돌아서서 윙스에 대한 수비를 가져갈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서 조따로부터 자유로워진 다이어에게 공이 연결되었을 경우 다이어는 살라 혹은 마네를 끌어들여 해당 쪽 센터백이 자유로워 지게 만들어 2v1의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다.
(피르미누가 투입 된 이후에는 1.4.4.2 형태로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선발 형태를 기준으로 얘기해보고자 한다.)

3+1vs3 수적 우외와 위치적 우위가 종합적으로 발현되며 리버풀의 1선을 공략했던 토트넘

 

리버풀의 1선 압박을 넘어서서 2선 압박을 직면한 상황에서 8번 미드필더들의 포지셔닝


두번째 상황은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상대 1선 압박을 넘어선 상황에서 6번 미드필더 혹은 센터백 중 하나가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하는 상황이다. 해당 상황에서 통상적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에러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8번 미드필더가 공을 받기 위해 6번과 동일한 높이까지 내려오는 움직임이다. 공을 가진 선수가 직접적으로 압박을 당하고 있을 경우에는 얘기가 다를 수 있지만 6번 미드필더 혹은 센터백이 상대 골문을 바라보고, 즉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한 상태에서 상대의 압박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는 8번 미드필더들의 포지셔닝은 상대 2선의 시야 밖이 되어야한다. 8번 미드필더에 해당하는 은돔벨레와 알리는 해당 포지셔닝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공을 건네 받는 상황에서 리버풀의 2선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위치에서 공을 받게 되고,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선의 시야 밖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공을 건네 받은 이후 다음 플레이를 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적-공간적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반면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사항들이 제대로 훈련되어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8번이 공을 받기 위해 6번과 동일한 높이까지 내려오면서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수적우위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

수원이 폭우 속에 치뤄진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1:3 패배를 기록했다. 특정 선수와 관련된 이슈가 존재했던 양팀 간의 대결이었기에 경기 외적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두팀 간의 대결은, 홈팀이 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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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19초에서 볼 수 있는 토트넘의 첫번째 득점 장면. 은돔벨레는 1.3.5.2 시스템에서 8번으로써 올바른 포지셔닝을 가져갔기 때문에 케인의 득점을 어시스트 할 수 있는 시간적-공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다.

3백의 중앙인 다이어가 상대의 압박 없이 앞을 보고 공을 가진 상황에서 양쪽 윙백의 포지셔닝

마지막으로 세번째 상황은 3백의 중앙에 위치한 다이어가 상대의 압박 없이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하는 것에 성공한 경우이다. 특히 공간적으로는 첫번째 4분의 1을 넘어서서 두번째 4분의 1 이상 지점에 진입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해당 높이에서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하는 것이 가능했을 때 공을 가진 선수는 직접적으로 상대 백라인의 뒷공간을 공략하는 롱패스를 시도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다이어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해당 거리에서 상당히 정확도가 높은 롱패스를 공급하는 것이 가능한 선수이고, 이 때 양쪽 윙백이 상대 백라인과 동일한 높이에, 좌우폭을 완전하게 확보한 상태로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다면 상대가 리버풀처럼 백라인이 4명으로 구성될 경우에는 대처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고 볼 수 있다.

 

공에 대한 시야를 우선적으로 확보해야하는 풀백의 입장에서 자신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난 공간에서부터 들어오는 윙백의 이러한 움직임은 사전에 인지하고 대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런식으로 중앙에서 좌우 측면의 윙백으로 향하는 롱패스가 반복될 경우 상대 풀백은 이를 의식하게 되면서 자신과 센터백 사이의 공간을 노출하게 되는데, 리버풀과의 경기에서는 알리가 이러한 부분을 잘 살려 아놀드와 마팁 사이의 공간에서부터 뒷공간으로 빠져나가는 움직임(Deep Unmark-Desmarque de ruptura)을 통해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낸 바 있다.

리베로인 다이어에서 윙백인 쎄세뇽으로 롱패스가 한번에 나가는 장면. 오른쪽 풀백인 아놀드는 쎄쎄뇽을 자신의 시야에 둘 수 없다.
다이어는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두번째 4분의1에 진입한 이후 상황에서 롱패스를 총 7회 성공 시켰다.

 

 

영상 1분 18초에서 볼 수 있는 알리의 언마크와 다이어의 롱패스. 아놀드는 윙백으로 향하는 롱패스를 의식하고 있었을 공산이 크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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