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우리가 축구 종목에서 일컫는 세트피스(Set Piece)는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본래 세트 피스라는 것의 정의는, 규정에 근거한 이유로 인해 공이 정지(Dead Ball)되어 경기가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되는 경우를 얘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세트피스의 범주를 넓혀서 보았을 경우, 자연스럽게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 뿐만 아니라 패널티킥, 쓰로인, 그리고 골킥까지 세트피스의 범주에 포함이 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통 코너킥과 프리킥을 이 나머지 세가지 상황과 떼어놓고 이들만 세트피스로 칭하는 경우 해당 세트피스의 정의는 무엇일까? 통상적인 관념이기 때문에 이를 확실하게 100퍼센트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대략적으로는 '상대 골대와 가까운 공간으로 한번에 공을 보내서 득점을 노리는 단발성 플레이'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키커와 골키퍼의 1대1 상황이 벌어지는 페널티킥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쓰로인과 골킥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리는 형태로 플레이가 재개되는 것에는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트피스로 인식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플레이를 재개하는 선수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쓰로인의 경우에는 공을 던지는 선수의 능력에 따라, 골킥의 경우에는 공을 차는 선수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좀 더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로리 델랍을 비롯해 이미 다수의 예가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벤피카 시절 에데르손이 대표적이다. 당시 에데르손은 골킥 상황에서 공을 차서 상대 패널티박스까지 공을 보내곤 했었고, 벤피카는 공중볼 경합에 능한 미트로글루를 통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곤 했다.)

 

여기서 이제 우리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만한 부분은, 플레이가 재개되는 공간적인 조건으로 봤을 때 득점과는 가장 거리가 먼, 즉 상대 골대와 가장 먼 위치에서 진행되는 골킥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에서 이해를 가져가야하느냐 라는 부분이다. 특히 공중볼 경합이 가능한 옵션을 향해서 길게 차서 경기를 재개하는 형태가 아닌, 가까운 옵션의 활용을 통해서 경기를 재개하는 경우에 해당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본래 세트피스는 전략의 성향이 강하다. 전략이라는 것은 '예측, 예상, 계획, 준비' 등의 단어와 연관지어서 생각할 수 있는 개념이다. 경기가 있기 전 상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상대의 특성과 강점/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우리의 특성과 강점/약점이라는 요소들과 연계해서 경기에서 상대를 공략하고 무력화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흔히 얘기하는 세트피스 상황들은, 상대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반응, 대응, 상호작용'하는 개념인 전술의 성향이 강하지 않은 온전하게 '예측'과 '계획'의 성향이 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속된 플레이'라는 단어 그 자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무엇을 할지는 상대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미 계획이 되어져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를 성공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는 상대와 얼마나 적절하게 상호작용 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기 보다는, 킥을 통해서 경기를 재개하는 선수를 포함해서 나머지 선수들이 얼마나 온전하게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코너킥 전략의 예 ; 상대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 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 이미지 출처 : soccercoachingpro.com

 

이에 반해 가까운 옵션을 통해서 재개되는 골킥의 경우에는, 세트피스의 전략적 특성을 지니고 있음과 동시에 그것이 행해지는 공간의 공간적 한계로 인해 전술적인 성향 또한 지니고 있다.

 

세트피스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은 경기를 다시 재개하기까지 일정 수준의 시간이 주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주어진 시간 동안 팀은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선수를 배치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세트피스가 가지는 시간적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축구의 경우에는 골키퍼를 포함해서 11명 누구든 운동장 위에 위치하고 오프사이드 룰을 위반하지만 않는다면, 위치에 대한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축구에서의 세트피스는 이러한 종목의 특성을 극대화 함으로써 전술보다 전략의 성향이 강해지는 순간인 것이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Football이 American Football과 비슷해지는 순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골킥은 상대방의 마지막 볼터치를 통해서 공이 우리 골대 엔드라인으로 나가게 되었을 경우 플레이를 재개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서 공간적으로는 상대 골대와 가장 먼 공간인 우리 골대의 골 에어리어에서 플레이가 재개되긴하지만, 주어지는 시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다른 세트피스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세트피스 상황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이뤄진 분석의 과정을 통해서 상대의 수비 형태를 예상, 이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선수 배치를 가져간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다른 세트피스와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이해를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세트피스 상황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존재하는 부분은, 상대 골대를 직접적으로 공략할 수 없는 위치에서 행해진다는 것에 기인한 목적의 차이이다. 코너킥이나 프리킥은 상대 골대와 인접한 거리에서(혹은 상대 패널티박스로 공을 보낼 수 있는 거리에서)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리기 위한 형태로 이뤄지지만, 가까운 옵션을 활용하는 골킥의 경우에는 그 목적이 득점을 하는 것이 아닌 득점을 시도할 수 있는 위치까지 공의 운반을 시작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골킥 상황에서의 온전한 이해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운동장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펼치지는 온전한 11대11의 상황으로서 이해를 시도해야 한다. 11대 11의 인플레이 상황을 시작한다는 관점에 있어서 상대의 수비 국면에서의 특징을 감안했을 때, 이를 공략하기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갖춰놓고 플레이를 재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골킥이기 때문이다.

 

그림1 : 일반적인 중계화면에서 볼 수 있는 골킥 상황. 11대11 상황으로 경기를 이해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림2 : 골킥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11대 11 상황의 관점에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골킥 상황에서 가까운 옵션의 활용을 통해서 플레이가 재개되는 빈도가 굉장히 높아졌고, 이로 인해서 골킥룰이 개정된 이후에는 골킥이 전개되는 형태에 대한 제약이 사실상 없어져 버렸다. 결과적으로 골킥을 실행하기까지의 과정, 즉 전략적인 관점에서 패널티박스 안에 선수를 배치하는 형태가 굉장히 다양해짐으로써 골킥에 대한 관심도나 언급 또한 과거에 비해 굉장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져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는 바로 골킥의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상대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형태로 선수가 배치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공을 받을 수 있는 패널티박스 인근의 선수 뿐만이 아니라 운동장 전체에 11명의 선수가 상대 11명에 대해서 어떻게 배치가 되어 있느냐라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골킥의 목적은 앞서 말한 것처럼 득점을 시도할 수 있는 위치까지 공을 운반하는 것에 있기 때문에 배치 그 자체에서 의의를 찾기 보다는, 향후 상황이 전개됨에 있어서 해당 선수 배치가 어떤식의 영향을 미치느냐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공이 한번, 두번 연결된 이후의 단기적인 과정까지만을 보고 이에 대한 정의를 내리거나 결론을 지어버리기 때문에 해당 의의를 파악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림1의 인테르vs라치오 경기에서 발생했던 상황의 연속. 시모네 인자기의 라치오는 유럽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골킥에 대해서 가장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팀 중 하나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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