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들어서 중원 조합에 다소 애를 먹고 있는 바르셀로나가 주말 있었던 아틀레틱과의 경기에서는 1.4.2.3.1 카드를 꺼내들었고, 전반에만 3골을 몰아넣은 끝에 최종적으로는 4대0의 스코어로 홈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변 경기에서의 바르셀로나는 단순히 시스템적으로만 변화를 주었다기 보다는 상대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상대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형태로써 해당 카드를 꺼내든 모습이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고 해당 변화를 통해서 바르셀로나가 상대팀이었던 아틀레틱을 어떤식으로 공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설명을 가져가보고자 한다.

 



이번 아틀레틱과의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기본적으로 공격 국면에서는 1.4.2.3.1 시스템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시즌 들어서 아틀레틱은 수비 국면에서 상대 진영에서는 1.4.4.2, 혹은 1.4.2.3.1 형태를 구축하는 경우가 잦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써 바르셀로나는 1.4.2.3.1 시스템을 꺼내들었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바르셀로나의 이러한 접근 방식이 다소 의외라고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무래도 바르셀로나라는 클럽 자체가 1.4.3.3 시스템, 특히 중앙 미드필더를 역삼각형 형태로 배치하는 시스템에 굉장히 익숙하다는 점이다. 

 

부스케츠를 6번 미드필더에 배치한 이후 뻬드리, 가비, 프랭키, 케시에와 같은 선수들이 8번과 10번 인사이드 하프로 배치되는 것이 이번 시즌 현재까지 대부분의 경기에서의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라인 구성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프랭키와 부스케츠를 동시에 기용하되 둘을 1.4.3.3이 아닌 1.4.2.3.1, 즉 동일한 라인에 위치시키는 것 자체는 상당히 낯선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부스케츠의 경우에는 과거 2010남아공 월드컵 당시 샤비 알론소와 함께 비슷한 형태로 중원을 구성했던 경험이 있지만 이미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이후이고 부스케츠는 그 이후로 줄곧 대부분의 경기에서 역삼각형 미드필더 구성의 6번 미드필더, 즉 Medio centro로 플레이 해온 바 있다.

 

반면 이렇게 다소 낯설 수 밖에 없었던 1.4.2.3.1 시스템 활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의 이러한 선발 라인업 구성과 시스템 채용은 경기에서 굉장히 적절하게 작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아틀레틱의 1선과 2선을 공략하는 관점에 있어서 바르셀로나는 프랭키와 부스케츠와 3선 배치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상대로부터 수적 우위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 가능했다.

 



기본적으로 공을 한쪽 센터백이 가지고 있다고 가정했을 경우 프랭키와 부스케츠는 지속적으로 아틀레틱의 2선을 구성했던 베스가를 상대로 2x1의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위 그림의 경우처럼 공이 왼쪽 센터백이었던 에릭 가르시아에게 있는 상황에서 베스가는 공이 위치한 자신의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시야를 고정시킬 수 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프랭키는 베스가의 마크 대상으로써 자리하게 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베스가에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자신의 시야 밖에 위치했던 부스케츠의 존재이다.

 

 

공이 프랭키에게 전개가 된 상황에서 공을 소유하게 되는 프랭키를 마크하기 위해 전진했을 경우, 베스가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부스케츠를 무방비로 놓아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의 연출은 공을 받기 직전의 상황에서 상체 페인팅을 활용해 원투터치로 플레이하는 것에 굉장히 능하다고 볼 수 있는 프랭키와 부스케츠가 해당 수적 우위를 활용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두 선수 중 하나가 상대 골대를 등진 상태에서 공을 소유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그 이후 상황에서 또 다른 한명은 2x1의 수적 우위를 살려 상대 골대를 마주본 상황에서 공을 받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서 바르셀로나는 공을 가진 상황에서 경기의 흐름을 자신들의 것으로 살리는 것에 성공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있다. 전반 8분 있었던 위 상황의 경우 골키퍼인 테어 슈테겐으로부터 부스케츠가 곧바로 상대 골대를 등을 진 상태에서 공을 건네 받는 경우이다. 공을 건네 받는 부스케츠에 대한 마크를 실행하기 위해서 베스가가 부스케츠를 향해 이동하고 있고, 이로 인해 베스가의 대각선 등 뒤 사각지대에 위치한 프랭키는 자유로운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런식으로 프랭키와 부스케츠는 누가 먼져 공을 건네 받느냐와는 관계 없이 2x1의 수적 우위와 3자 플레이를 통해 둘 중 한명이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러한 프랭키-부스케츠 라인의 수적 우위 연출은 단순히 베스가에 대한 2x1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는 기본적으로 프랭키의 위치가 아틀레틱의 2선인 니코 윌리암스와 베스가의 사이였다는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1.4.4.2 에서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위치했던 니코 윌리암스는 바르셀로나의 왼쪽 풀백이었던 발데에 대한 마크를 가져가야 했음과 동시에 안쪽 공간에 위치한 프랭키에 대한 마크도 가져가야만 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양자택일의 상황이 강요되었던 니코 윌리암스가 만약 안쪽으로 좁혀 공을 가지게 되는 프랭키를 마크했을 경우에는, 왼쪽 풀백이었던 발데가 자유로운 상태에 놓이게 되면서 부스케츠-프랭키-발데가 베스가-니코 윌리암스를 상대로 3x2의 수적 우위를 가져가게 되는 상황 또한 적지 않게 발생했다.

 

 

 

 



이 외에도 프랭키-부스케츠 3선 구성은 바르셀로나가 한쪽 측면으로 공을 전개한 이후 반대쪽 측면으로 공격 방향의 전환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히 큰 실효를 거두었다. 프랭키와 부스케츠는 모두 팀이 자신들의 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백3를 형성하면서 세번째 센터백으로 기능하는 것에 굉장히 능한 선수이고, 두 선수의 이러한 장점은 1.4.4.2 형태의 수비 진형을 구축했던 아틀레틱의 1선과 2선을 공략하는 과정에 있어서 상당히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쪽 측면으로 공이 전개된 상황에서 반대쪽 측면으로 공격 방향의 전환이 이뤄질 경우 프랭키와 부스케츠는 2명의 센터백 중 한명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한 공간을 활용해 팀의 세번째 센터백으로 기능하는 모습을 비교적 빈번하게 보여주었다. 해당 상황의 연출을 통해서 바르셀로나는 후방에서 아틀레틱의 1선을 상대로 3x2의 수적 우위에 더해 1선의 등 뒤에 위치한 프랭키 혹은 부스케츠의 존재를 통해서 위치적인 우위까지 확보한 3+1 vs 2의 상황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최종적으로는 아틀레틱의 2선 측면 미드필더였던 니코 윌리암스, 혹은 베렝게르를 세번째 센터백이 끌어들임으로써 좌우 풀백을 완전히 프리 상태로 만드는 것이 가능했던 바르셀로나였다.
 

 

바르셀로나의 네번째 득점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
 


이러한 프랭키-부스케츠 3선의 세번째 센터백으로써의 기능은 팀의 네번째 득점 장면이었던 페란 토레스의 득점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다. 오른쪽 측면으로 한번 공격 전개가 된 이후 왼쪽으로 공격 전개 방향의 전환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부스케츠가 에릭 가르시아가 중앙으로 이동하며 비운 공간을 활용하는 관점에서 세번째 센터백으로써 기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해당 플레이를 통해서 부스케츠는 아틀레틱의 2선을 구성했던 니코 윌리암스를 자신에게 끌어들이는 것에 성공함으로써 발데와 함께 니코 윌리암스에 대한 2x1의 수적 우위를 활용할 수 있었다. 이후 상황에서 발데-페란-프랭키-뎀벨레로 이어지는 공격 전개를 통해서 바르셀로나는 다시 한번 오른쪽 측면으로 공격 전개 방향의 전환을 가져가는 것에 성공했고, 최종적으로는 페란 토레스가 득점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축구는 매 경기 상대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형태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바르셀로나가 이번 아틀레틱과의 경기에서 선보였던 1.4.2.3.1 시스템을 활용한 전략-전술이 다른 팀을 상대로도 그대로 성공적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현재 바르셀로나가 팀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점이나 공격 전개 과정에서의 효율을 극대화 하는 관점에서 볼 때 이번 경기에서 볼 수 있었던 프랭키-부스케츠를 동일한 높이인 3선에 배치하는 1.4.2.3.1 시스템은 향후에도 충분히 상황에 따라서 그 가치를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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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리그에서 4승 4패를 기록하며 썩 좋지 않은 시즌 초반 흐름을 기록하고 있는 인테르가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바르셀로나를 홈으로 불러들여 승리를 거두며 조별 라운드에서 두번째 승리를 거두는 것에 성공했다. 핸드볼 파울로 인한 이슈가 있기는 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전반 종료 직전 성공 시켰던 찰하노글루의 결승골을 잘 지킨 끝에 1대0으로 경기를 마무리한 것이다. 

 

 홈/원정의 여부와 관계 없이 90분 경기를 치루는 관점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대다수의 팀이 그러하듯 이번 경기에서도 공에 대한 주도권은 홈팀이 아닌 원정팀인 바르셀로나에게 있었고, 이러한 사실을 감안했을 때 인테르가 자신들에게 주어진 몇 안되는 지공 찬스를 살려서 득점을 성공 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던 경기였다.

 

인테르가 이번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몇 안되는 지공 상황에서의 찬스를 살려서 득점까지 성공 시키는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은 적절한 '좌우 윙백의 높이'였다고 볼 수 있는데, 경기 중 발생한 상황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이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수비 국면이 아닌 공을 가지고 공격을 진행하는 공격 국면에서 보았을 때 백4를 구성하는 풀백의 경우에는 공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높이 뿐만 아니라 좌우폭이라는 공간적 개념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공이 자신과 반대되는 측면 공간에 위치했을 경우, 특히 자신의 반대쪽 측면 풀백이 공을 가진 상황에 대해서 풀백은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려 수비로 전환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자신의 높이를 조절함과 동시에 좌우폭 또한 조절해야 한다.

 

공이 자신들의 진영에 머물 경우에는 좌우폭에 대해서만 인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공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간 이후에는 반대쪽 풀백의 위치에 따라서 좌우폭 뿐만 아니라 높이에 대해서도 변화를 가져가며 발생할 수 있는 수비 전환에 대비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아스날처럼 한쪽 풀백을 완전히 센터백 성향이 강한 선수를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좌우폭과 높이에 대한 변동폭 자체를 줄이는 경우도 다수 존재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백4의 풀백이란 공격 국면에서는 이러한 사항들을 시각을 활용한 상황인지를 통해 계속해서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이에 반해 공격 국면에서 고정적으로 백3를 구성해서 공격을 전개할 경우 백4의 풀백에 비해서 백3의 윙백은 좌우폭이라는 공간적 개념에 대해서는 자유로워진다고 볼 수 있다. 공격을 진행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넘겨줘 수비로 전환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백3는 백4와는 다르게 이미 기본적으로 3명의 수비수가 확보되어 있는 상태이기에 수비로 전환되기 위한 기본적인 간격 유지가 자동적으로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윙백은 공격 국면에서는 경기장으로 가로로 보았을 때 상시 터치라인에 가깝게 좌우폭을 최대로 확보한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반대로 종적으로 높이라는 공간적 개념에대서만 상황인지를 가져가며 유기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수정하게 된다. 

 

이와 같은 윙백의 높이라는 요소를 적절하게 활용한 인테르는 몇차례 되지 않았던 자신들의 진영에서부터 시작된 지공 찬스에서 바르셀로나를 전술적으로 적절하게 공략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번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인테르가 자신들의 진영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할 경우 1.4.2.3.1의 형태에 가까운 진형을 구축해서 압박을 시도했다. 특히 골키퍼였던 오나나에서부터 공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바르셀로나는 인테르의 3백에 대해서 1x1 형태로 마크를 실행했고, 이를 통해서 바스토니-데 브라이-스크리니아르가 직접 앞을 보고 오나나로부터 공을 받는 상황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반면 문제가 되었던 것은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골키퍼인 오나나에서 좌우 윙백으로 한번에 공이 전개되는 상황이었다. 상대 진영에서부터 1x1 형태로 압박을 진행하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바르셀로나의 왼쪽 풀백인 마르코스 알론소가 인테르의 오른쪽 윙백이었던 다르미안을 마크 하기에 다르미안은 상당히 낮은 지점에 위치해 있었고, 이는 지역방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스크리니아르에 대한 마크를 수행하고 있던 하피냐의 수비 범위에 해당하는 지점이었다. 즉 다르미안이 자신의 높이를 의도적으로 낮추며 마르코스 알론소의 수비 범위가 아닌 하피냐의 수비 범위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마르코스 알론소는 이에 대한 마크를 하피냐에게 넘길 수 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마르코스 알론소의 다르미안에 대한 마크를 방해했던 요소는 존재하는데, 바로 인테르의 오른쪽 인사이드 하프였던 바렐라의 존재였다. 바렐라는 지속적으로 자신에 대한 마크를 실행했던 페드리 시야의 사각지대, 즉 페드리의 등 뒤에 위치한 상태에서 마르코스 알론소의 수비 범위로 이동을 했고, 이로 인해 마르코스 알론소는 다르미안이냐 바렐라냐의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바렐라가 자신의 등 뒤로 이동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마르코스 알론소였기에 다르미안에 대한 마크를 실행하는 것에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마르코스 알론소는 오나나에서 다르미안으로 공이 전개되는 상황에서의 다르미안에 대한 마크가 한발 늦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오나나에서 다르미안으로 공이 전개된 이후 공을 가진 다르미안은 마르코스 알론소의 한발 늦은 대응으로 인해 공을 가지고 대각선 안쪽의 하프 스페이스로 이동을 감행할 수 있었는데, 이는 마르코스 알론소의 대응이 늦은 것 이외에도 페드리와 패어(Pair)를 구성한 바렐라의 움직임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1.3.5.2 시스템의 2인 유닛이라고 할 수 있는 윙백과 인사이드하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르미안이 공을 가지고 이동한 공간에 있어야 했던 페드리를 바렐라가 마르코스 알론소의 등 뒤, 즉 본래라면 윙백이었던 다르미안이 있었을 공간으로 끌어냈기 때문에 다르미안에게 공간이 주어졌던 것이다. 

 

해당 과정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 다르미안이 자신의 높이를 낮춤으로써 하피냐에 대해서 2x1 상황을 형성

2. 다르미안에 대한 수비를 펼치기 위해 마르코스 알론소는 자신의 등 뒤 공간을 바렐라에게 내준채 점프

3. 다르미안으로 인해 발생한 마르코스 알론소의 등 뒤 공간으로 바렐라가 자신의 마크인 페드리를 달고 이동

4. 바렐라가 페드리를 끌고 이동하면서 발생한 공간으로 공을 가진 다르미안이 이동

 

이후 상황에서 다르미안은 마르코스 알론소 뿐만 아니라 페드리의 부재로 인해 중앙의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온 세르히오 부스케츠 2명을 동시에 자신에게 고정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마크에서 자유롭게 풀린 찰하노글루는 다르미안-라우타로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제3의 선수로 기능하게 되면서(el tercer hombre) 수비의 마크 없이 앞을 본 상태로 자유롭게 공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상황이 여기까지 전개 되었을 때 때 중요한 것은 공이 위치한 측면의 반대쪽 측면에 위치해서 공과 완전히 관여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인테르의 왼쪽 윙백인 디마르코이다. 

 

앞서 글의 초반에 언급했던 것처럼 백3 시스템에서의 윙백은 높이를 제외한 좌우폭이라는 관점에서는 크게 자신의 위치를 수정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수정을 해서도 안 되는 역할을 부여받게 되고, 이로 인해 왼쪽 윙백인 디마르코는 수비를 전개하는 바르셀로나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찰하노글루로부터 공격 방향 전환 패스를 건네 받는 디마르코는 단순히 해당 위치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팀의 공격 방향 전환을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상황에서 자신을 마크하기 위해 다가온 세르지 로베르토에 대해서 므키타리안과 2x1 상황을 연출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인테르의 공격 전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대응을 한 이후의 바르셀로나는 최종적으로 므키타리안의 크로스가 올라오는 시점에서 자신들의 패널티박스에서 인테르를 상대로 3x4의 수적 열세에 놓이게 되고, 실점에 가까운 위기 상황을 연출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전반 종료 직전 발생했던 득점의 경우에는 앞서 설명한 상황과 좌우 측면이 바뀌었다는 점을 포함해 세부 사항에서는 차이를 드러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인테르가 윙백의 높이를 통해서 바르셀로나의 전방 압박을 공략했다는 것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들의 진영에서 인테르가 빠르게 후방으로 쓰로인을 전개한 이후 왼쪽 센터백인 바스토니에 대한 뎀벨레의 수비가 늦었고, 이로 인해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할 수 있었던 바스토니는 바스토니-코레아-디마르코로 이어지는 3자 전개를 가져가기 위해 전방의 호아킨 코레아에게 공을 전개한다. 뎀벨레가 자신과 디마르코로 이어지는 패스라인을 막으면서 압박을 시도했기에 직접적으로 디마르코에게 향하는 패스가 아닌 3자 전개를 통해서 자유로운 상태에 놓여 있는 디마르코에게 공을 전개하고자 한 것이다.

 

 

본래라면 패스를 받기 위해 움직인 호아킨 코레아에 대한 마크를 수행해야 했던 것은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센터백인 크리스텐센이었지만 크리스텐센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라우타로를 마크해야 했기에 코레아에 대한 마크를 수행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코레아에 대한 마크를 수행했던 것은 세르지 로베르토였는데, 이로 인해 디마르코는 자신을 마크해야 했던 세르지 로베르토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반대쪽 측면에서 좌우폭을 확보하고 있던 다르미안을 향해 공격 전환 패스를 시도하게 된다.

 

디마르코로부터 공격 전환 패스를 건네 받은 다르미안은 바르셀로나의 왼쪽 풀백인 마르코스 알론소에 대해서 바렐라와 함께 2x1상황을 형성하게 된다. 이후 다르미안은 마르코스 알론소가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공을 가진 자신이 아닌 본인의 등 뒤로 이동하는 바렐라에 대한 마크를 수행하자 바렐라에게 공을 전개하지 않고 먼 포스트를 향해 크로스를 시도하게 된다.

 

 

먼포스트에서의 2x1 수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크로스 직후 상황에서 득점을 기록하는 것에는 실패하지만, 인테르의 반복되는 공격 방향 전환으로 인해 수비 진형이 완전히 무너진 바르셀로나는 결국 찰하노글루에게 중거리 슈팅을 허용하면서 실점을 기록하게 된다.

 

이번 경기에서 인테르가 보여준 이러한 모습은 챔피언스리그라는 무대에 최적화되어 있는 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축구 경기라는 것이 90분 동안 공격 국면, 수비 국면, 수비 전환, 공격 전환, 그리고 세트피스라는 것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챔피언스리그에서라는 무대에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특정 상황이 주어졌을 때 해당 상황에서 최고의 효율을 발휘하는 것이다. 

 

즉 경기를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감독은 상대 팀의 특성과 우리 팀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경기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를 예측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바르셀로나와 같은 팀을 상대로 할 경우 아무리 능동적으로 경기에 접근한다고 할지라도 상대적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수비 국면에 놓이는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해서 수비 국면을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하고, 또한 수비 국면에서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 공격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집중적으로 준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이번 경기에서 인테르가 보여준 것처럼 경기의 흐름상 몇 차례 되지 않는, 소수의 드문 경우라고 할지라도 지공을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면 해당 상황에서 지공으로 차이를 만들어내는 팀이 챔피언스리그라는 무대에서 성과를 거두는 팀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인테르는 안토니오 콘테라는 감독이 1.3.5.2 시스템을 바탕으로 구축해 놓은 팀에 대한 연속성을 굉장히 잘 살리고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콘테라는 감독이 팀을 떠난 이후 리그 내에서 해당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후임 감독을 영입함으로써 경험적인 지식이라는 관점에서 팀이 시스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지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했으며, 이는 주중 경기와 주말 경기가 반복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상당히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볼 때 아무래도 경기 중 좀 더 높은 빈도로 벌어지는 상황을 대비하는 것 외에는 훈련을 계획하고 진행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다년간 동일한 시스템으로 연속성을 가져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체화된 팀의 지공은 이미 선수들의 무의식에 내장되어 있는 팀의 무기로써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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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tothelaneandback.com/

 

최근 들어서 우리는 공격 국면에서 3명의 센터백을 배치하는, 소위 말하는 3백 시스템을 활용하는 팀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것과 더불어 공격 국면에서 센터백의 역할을 강조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양적 관점에서 이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난 것과는 별개로,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공을 가진 상황에서 센터백이 온전하게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을 가졌을 때 센터백이 '수비수'가 아닌, 공을 가지고 공격을 진행해야 하는 11명 중의 1명으로써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의 여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센터백이라는 포지션을 얘기하는 관점에서 '수비수'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곤 한다. 그리고 이 수비수라는 단어를 머릿 속에 연상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들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걷어내기, 태클, 헤더, 슛 블락, 마킹 등과 같은, 말 그대로 '팀이 공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기술적/전술적 행위들이 연상될 것이라고 본다.

 

반면 해당 인식 자체부터가 어떻게 보면 상당히 큰 오류라고 볼 수 있다. 축구는 하나의 공을 가지고 두 팀이 공격과 수비로 나뉘어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종목이다. 다시 말해 공을 가진 팀은 득점을 위해, 그리고 공을 갖지 않은 팀은 공을 가진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고 나아가서는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 자신들이 공격을 하기 위해 경기를 펼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공을 갖지 않은 팀은 팀 전체가 수비를 펼쳐 상대의 공격을 저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11명 모두가 '수비수'의 역할을 수행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공간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선수가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공간에 위치하느냐, 혹은 자신의 골대와 먼 공간에 위치하느냐에 따라서 요구 받는 기술적/전술적 행위들에서 차이가 존재할 뿐이지 기본적으로는 11명이 모두 모두 수비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뱐대로 공을 가진 공격 국면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팀이 공을 가진 공격 국면에서는 팀을 구성하는 11명의 구성원은 모두 '공격수'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 그저 수비 국면과는 반대로 공간적 기준을 자신들의 골대가 아닌 상대 골대를 기준으로 해서 상대 골대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공간에 위치하느냐, 혹은 먼 공간에 위치하느냐에 따라서 선수가 각기 다른 기술적/전술적 행위들을 요구 받게 될 뿐이다.

 

이러한 축구 종목의 본질을 온전하게 이해했을 때 우리는 앞서 언급했던 인식 과정에서부터 존재하는 센터백의 역할과 관련한 오류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게 된다. 센터백은 수비 국면에서는 수비수로써 기능해야 하지만 이는 센터백 뿐만이 아니라 팀의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반대로 팀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는 센터백 또한 팀의 나머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해야하는 선수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센터백이라는 역할을 정의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했던 공간적인 이해라고 볼 수 있다. 센터백은 수비 국면에서는 통상적으로 자신들의 골대와 가까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해당 공간적 특성에 기인해서 발생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기술적/전술적 능력을 요구받게 된다. 앞서 언급한 걷어내기, 태클, 헤더, 슛 블락, 마킹과 같은 능력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로 행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계속해서 노출되는 것이다. 반대로 공격 국면에서는 상대 골대와 먼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에 기인해서 발생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기술적/전술적 능력이 필요하게 된다.

 

최근 들어서는 센터백의 역할을 정의하는 관점에서 공격 국면에서 요구되는 기술적/전술적 능력을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많아 진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는 어디까지나 '수비수+@' 정도의 관점에서 이해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종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온전한 의미에서의 센터백이라는 역할은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공간에 위치한 수비수+상대 골대와 먼 공간에 위치한 공격수' 정도로 정의되어야 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육면체는 말 그대로 정육면체이지 애초부터 정사각형이었던적이 없다. 다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 정사각형으로 잘못 이해하고 인식할 뿐이다.

 

물론 센터백이라는 역할을 이러한 형태로 정의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시선을 뒷받침 하는 주요 논지는 아마도 센터백은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공을 가진 상황에서 공의 소유권을 잃었을 경우 실점을 할 수 있는 리스크는 크고, 반대로 상대 골대와는 먼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득점 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도가 될 것이라고 본다. 

 

어느 정도는 근거가 있는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논지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접하는 하이라이트 영상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하이라이트 영상은 영상의 길이에 따라서 내용이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 득점, 혹은 득점과 가까웠던 장면 위주로 구성이 된다. 그리고 영상은 해당 장면이 일어나기 직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예를 들어 득점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하면 통상적으로는 득점이 발생하기 10초 전 쯤 상황에서 영상이 시작해서 득점이 이뤄지는 장면을 보여주고, 득점에 대한 리플레이가 몇 차례 더 재생이 되면서 다음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영상에 등장하는 선수의 관점에서 얘기를 하자면 직접적으로 득점을 하는 선수, 그리고 득점을 어시스트 하는 선수 정도가 영상에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중들이 경기를 인식하는 방식은 사실 하이라이트의 편집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적으로 긴 시간인 90분 동안 경기가 거의 끊김 없이 실시간으로 진행이 된다는 점, 타 종목에 비해 많은 22명의 선수가 운동장에서 동시에 움직인다는 사실로 인해 운동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혹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파악하기란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작업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득점이라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기점으로 해서 득점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선수가 누구인지를 판단해 공격과 수비의 관점에서 쉽게 말하면 잘잘못을 가리는 것으로 경기를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결과를 분석)

 

이에 반해서 온전하게 경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기를 득점과는 관계 없이 '상황의 연속'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금 이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 다음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상황의 연속이라는 관점에서 인과 관계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결국 득점이라는 것은 이러한 상황의 연속 안에서 탄생하는 '부산물' 이라는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과정을 분석)

 

그리고 이런식으로 후자의 관점에서 축구를 이해했을 때, 즉 과정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센터백이라는 역할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롱패스를 통해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장면이나 세트피스에서 득점을 하는 장면 정도를 제외하면 화면에 잡히지 조차 않을 정도로 영향력이 없는 존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득점이 이뤄진 상황이 발생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연출되어야만 했던 이전 상황들을 만들어내는 존재가 바로 센터백이기 때문이다. 득점이 이뤄지기 1분 전, 혹은 2분 전의 상황을 연출했기 때문에 득점과 연관지어 이를 인지하기란 쉽지 않지만, 흔히 얘기하는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 혹은 이보다 더 전 과정을 연출하는 것이 센터백이라는 역할인 것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서 센터백이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하다가 실수를 저질러 실점이 발생했을 경우 대중들은 '굳이 저런 리스크를 감수해야하느냐'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센터백이 필연적으로 극복해야만 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해당 센터백은 사람들이 인지를 하지 못했을 뿐이지 자신의 실수로 실점한 숫자 보다 훨씬 더 많은 팀의 득점에 기여했을 공산이 크다.

 

실수를 저지른 스톤스에 대한 질문에 "스톤스는 여기 있는 사람들을 전부 다 합친 것 보다도 배짱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응답했던 과르디올라. 스톤스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이에 대한 비판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이 센터백으로써 해야만 하는 것을 실행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가진 센터백이다.

 

그렇다면 공격 국면에서 센터백에게 요구되는 구체적인 기술적/전술적 능력은 무엇일까? 국내의 경우에는 항상 영어권 어휘들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빌드업 능력이 좋다' 정도로 센터백의 공격 국면에서의 공격 전개 능력을 평가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추상적이며 명확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애시당초 빌드업이라는 것 자체가 '후방에서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것' 정도로 명확하게 정립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해당 개념에서 파생된 추가적인 개념은 더욱 더 불분명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개념이 필요한 것이 현실인데, 개인적으로는 이를 '드리블과 패스'라는 기술적/전술적 능력으로 어느 정도 설명하고 정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축구 종목에서 기술이라는 것은 '동작의 실행'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패스의 경우에는 한 선수가 A라는 지점에서 B라는 지점까지 패스를 10번 시도해서 10번을 모두 성공 시킨다면 해당 선수는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흠잡을 구석이 없는 선수가 될 것이다.(물론 해당 평가 기준에는 단순히 공의 목적지 도달 여부가 아닌, 공의 구질이나 공의 속도, 공의 높이 등도 고려되어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에 반해서 전술의 경우에는 '판단'을 의미한다. 축구는 총 22명의 선수가 운동장에 동시에 존재하는 팀 종목인데다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선수는 특정 동작을 실행하기 전에 항상 판단이라는 프로세스를 가져간다. 예를 들어 A라는 선수가 공을 가졌을 때 B라는 선수에게 패스를 할 것인지 C라는 선수에게 패스를 할 것인지, 혹은 패스를 하는 것이 아니고 슈팅을 할 것인지 선택을 하는 것이 전술으로써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종합해 보았을 때 공을 가진 센터백에게 요구되는 주된 능력은 적절한 전술적 판단을 바탕으로 드리블과 패스라는 기술적 행위를 실행하는 것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 때 아마 센터백에게 패스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에는 크게 의문 부호가 따라붙지 않는 반면에 드리블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에서는 아마 다소 의문 부호가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센터백은 그 어떤 포지션 보다 드리블 능력이 강조되는 포지션이고, 반면 국내에서는 그 개념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센터백이 '수비수+@'정도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드리블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경우에는 측면에 위치한 윙어가 상대 풀백을 상대로 현란한 발재간을 자랑하면서 해당 풀백을 벗겨내기 위한 동작을 실행하는 것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반면 드리블을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정의한다면 첫번째는 전방에 존재하는 공간에 대해서 선수가 해당 공간으로 공을 가지고 이동하는 드리블을 얘기할 수 있겠고, 두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직접적으로 공을 가지고 수비를 벗겨내기 위한 형태의 드리블을 애기할 수 있겠다.

 

이 두 가지 형태의 드리블 중 센터백에게 요구되는 형태의 드리블은 바로 전자에 해당하는 전방의 공간을 향해 공을 가지고 이동하는 형태의 드리블이다. 직접적으로 수비를 벗겨내는 형태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센터백이 굳이 공을 가지고 공간을 향해 전진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에 조금 더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서 왜 센터백에게 드리블이 필수불가결한 능력인지에 대해서 얘기를 이어나가보도록 하겠다.

 

스페인 대표팀과 스웨덴 대표팀의 경기 영상

위 영상을 보았을 때 통상적으로 대중이 주목하는 장면은 사라비아가 슈팅을 하는 장면이겠지만 사전에 언급했던 '과정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저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영상의 초반인 라포르트가 공을 가지고 드리블을 통해서 만들어낸 상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1.4.4.2의 형태로 수비진형을 갖춘 스웨덴을 상대로 라포르트는 자신의 전방에 존재하는 공간을 향해 드리블을 실행하는데, 이 때 이 라포르트의 드리블은 스웨덴의 1선으로 하여금 뭔가를 강요하게 하는, 다시 말해 상대가 특정 행동을 하게끔 유발하는 드리블이다. 그리고 공간적으로 보았을 때도 좀 더 명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단순히 전방의 공간을 향한 드리블이 아닌, 스웨덴의 1선을 구성하는 2명의 사이 공간을 향하는 드리블이다. 해당 드리블을 통해서 라포르트는 스웨덴 1선이 자신들의 등 뒤에 위치한 부스케츠로 공이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게끔 했고, 이를 의식한 스웨덴의 1선은 라포르트에서 부스케츠로 향하는 패스라인을 저지하기 위해서 2명의 선수가 안쪽으로 좁히는 움직임을 가져가게 된다.

 

이 때 스웨덴 입장에서 문제는 라포르트에게 이미 다른 옵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해당 선택을 강요당했고 이를 실행했다는 것에 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라포르트는 스웨덴의 1선에게 드리블을 통해서 해당 선택을 강요한 이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옵션인 빠우 또레스를 향해 패스를 실행한다. 라포르트의 드리블로 인해 빠우 또레스는 스웨덴의 1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시간적-공간적 여유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을 소유하게 되고, 이어지는 상황에서 스웨덴의 2선은 가비를 의식해 중앙에서 간격이 벌어지면서 이를 활용해 모라따가 또 다시 한번 시간적-공간적 여유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을 소유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사라비아의 슈팅이 득점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득점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고,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라포르트의 드리블은 농담반 진담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 정도 되는 상황을 연출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결국 득점이라는 것은 최종적으로 슈팅이 골대로 들어가느냐 여부에 따라서 달라질 뿐이지 연출해내는 상황의 연속 안에서 나타나는 부산물인 것이고, 코칭스태프를 필두로 경기에 뛰는 11명의 선수들이 시도해야 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상황을 연출해내는 것에 있다. 그리고 해당 과정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센터백의 드리블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라포르트의 드리블에서 볼 수 있었던 것 처럼 후방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관점에서 상대로 하여금 특정 선택을 강요하게끔 하는 수단이라는 것에 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센터백의 공간을 향하는 전술적인 드리블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라포르트의 경우에서 보았던 것 처럼 2명의 사이 공간, 즉 라인을 구성하는 선수들 사이의 인터벌(intervalo)을 향한 형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방의 공간을 향해서 이동하긴 하되 특정 선수를 향해 드리블을 시도함으로써 해당 선수를 자신에게 끌어들여 해당 선수가 막아야 하는 팀 동료를 해방 시켜 공을 중심으로 2x1 상황을 만들어내는 형태이다. 

 

반면 아직까지도 국내에는 프로 레벨과 아마추어 레벨을 막론하고 센터백의 이러한 공격 전개를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상대가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할 경우에는 상대쪽에서 공을 가진 센터백에게 어느 정도 선택을 강요하면서 오기 때문에 센터백이 능동적으로 드리블을 통해서 상대에게 선택을 강요해야할 경우가 많지 않지만, 반대로 상대가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하기 보다는 스웨덴의 경우처럼 경기장을 세로로 보았을 때 4분의1 지점 이하로 물러나 블록을 형성할 경우에는 드리블을 통해서 센터백이 능동적으로 상대에게 특정 선택을 강요해야 하는데 이러한 플레이 자체가 시도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당 상황에서 센터백들은 라포르트의 경우처럼 공을 가지고 상대의 1,2미터 앞까지 전진해서 상대가 특정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끔 강요를 해야 하지만,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센터백들은 상대로부터 5미터 이상 떨어져서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태로 공을 순환하다가 롱패스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센터백이 뒤로 물러나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미드필더가 센터백으로부터 공을 건네 받기 위해서 센터백을 향해 내려오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그러면서 전방에서는 상대 백라인을 상대로 수적/위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롱패스가 나가더라도 이후 상황에서 공격을 효율적으로 전개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결과를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당장 센터백이 공을 빼앗겨서 실점하는 장면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는 것은 맞지만, 과정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 공을 가진 상황에서 상대를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 했기 때문에 공의 소유권을 내줄 수 밖에 없게 되면서 결국에는 실점으로 이어지는 조삼모사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센터백이라는 역할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공간에 위치한 수비수+상대 골대와 먼 공간에 위치한 공격수 라는 공간적 전제를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이번 글을 통해서는 상대적으로 센터백의 수비수로써의 역할이 아직까지도 크게 강조되고 있음에 따라서 공을 가진 상황에서의 역할에 대해서 주로 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온전한 의미의 센터백은 수비와 공격 둘 중 하나를 등한시 하지 않고 모든 측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여야만 한다. 특히 팀의 게임 모델이나 경기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팀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센터백 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해당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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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우리가 축구 종목에서 일컫는 세트피스(Set Piece)는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본래 세트 피스라는 것의 정의는, 규정에 근거한 이유로 인해 공이 정지(Dead Ball)되어 경기가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되는 경우를 얘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세트피스의 범주를 넓혀서 보았을 경우, 자연스럽게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 뿐만 아니라 패널티킥, 쓰로인, 그리고 골킥까지 세트피스의 범주에 포함이 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통 코너킥과 프리킥을 이 나머지 세가지 상황과 떼어놓고 이들만 세트피스로 칭하는 경우 해당 세트피스의 정의는 무엇일까? 통상적인 관념이기 때문에 이를 확실하게 100퍼센트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대략적으로는 '상대 골대와 가까운 공간으로 한번에 공을 보내서 득점을 노리는 단발성 플레이'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키커와 골키퍼의 1대1 상황이 벌어지는 페널티킥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쓰로인과 골킥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리는 형태로 플레이가 재개되는 것에는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트피스로 인식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플레이를 재개하는 선수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쓰로인의 경우에는 공을 던지는 선수의 능력에 따라, 골킥의 경우에는 공을 차는 선수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좀 더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로리 델랍을 비롯해 이미 다수의 예가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벤피카 시절 에데르손이 대표적이다. 당시 에데르손은 골킥 상황에서 공을 차서 상대 패널티박스까지 공을 보내곤 했었고, 벤피카는 공중볼 경합에 능한 미트로글루를 통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곤 했다.)

 

여기서 이제 우리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만한 부분은, 플레이가 재개되는 공간적인 조건으로 봤을 때 득점과는 가장 거리가 먼, 즉 상대 골대와 가장 먼 위치에서 진행되는 골킥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에서 이해를 가져가야하느냐 라는 부분이다. 특히 공중볼 경합이 가능한 옵션을 향해서 길게 차서 경기를 재개하는 형태가 아닌, 가까운 옵션의 활용을 통해서 경기를 재개하는 경우에 해당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본래 세트피스는 전략의 성향이 강하다. 전략이라는 것은 '예측, 예상, 계획, 준비' 등의 단어와 연관지어서 생각할 수 있는 개념이다. 경기가 있기 전 상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상대의 특성과 강점/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우리의 특성과 강점/약점이라는 요소들과 연계해서 경기에서 상대를 공략하고 무력화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흔히 얘기하는 세트피스 상황들은, 상대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반응, 대응, 상호작용'하는 개념인 전술의 성향이 강하지 않은 온전하게 '예측'과 '계획'의 성향이 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속된 플레이'라는 단어 그 자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무엇을 할지는 상대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미 계획이 되어져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를 성공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는 상대와 얼마나 적절하게 상호작용 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기 보다는, 킥을 통해서 경기를 재개하는 선수를 포함해서 나머지 선수들이 얼마나 온전하게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코너킥 전략의 예 ; 상대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 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 이미지 출처 : soccercoachingpro.com

 

이에 반해 가까운 옵션을 통해서 재개되는 골킥의 경우에는, 세트피스의 전략적 특성을 지니고 있음과 동시에 그것이 행해지는 공간의 공간적 한계로 인해 전술적인 성향 또한 지니고 있다.

 

세트피스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은 경기를 다시 재개하기까지 일정 수준의 시간이 주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주어진 시간 동안 팀은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선수를 배치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세트피스가 가지는 시간적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축구의 경우에는 골키퍼를 포함해서 11명 누구든 운동장 위에 위치하고 오프사이드 룰을 위반하지만 않는다면, 위치에 대한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축구에서의 세트피스는 이러한 종목의 특성을 극대화 함으로써 전술보다 전략의 성향이 강해지는 순간인 것이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Football이 American Football과 비슷해지는 순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골킥은 상대방의 마지막 볼터치를 통해서 공이 우리 골대 엔드라인으로 나가게 되었을 경우 플레이를 재개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서 공간적으로는 상대 골대와 가장 먼 공간인 우리 골대의 골 에어리어에서 플레이가 재개되긴하지만, 주어지는 시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다른 세트피스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세트피스 상황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이뤄진 분석의 과정을 통해서 상대의 수비 형태를 예상, 이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선수 배치를 가져간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다른 세트피스와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이해를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세트피스 상황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존재하는 부분은, 상대 골대를 직접적으로 공략할 수 없는 위치에서 행해진다는 것에 기인한 목적의 차이이다. 코너킥이나 프리킥은 상대 골대와 인접한 거리에서(혹은 상대 패널티박스로 공을 보낼 수 있는 거리에서)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리기 위한 형태로 이뤄지지만, 가까운 옵션을 활용하는 골킥의 경우에는 그 목적이 득점을 하는 것이 아닌 득점을 시도할 수 있는 위치까지 공의 운반을 시작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골킥 상황에서의 온전한 이해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운동장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펼치지는 온전한 11대11의 상황으로서 이해를 시도해야 한다. 11대 11의 인플레이 상황을 시작한다는 관점에 있어서 상대의 수비 국면에서의 특징을 감안했을 때, 이를 공략하기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갖춰놓고 플레이를 재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골킥이기 때문이다.

 

그림1 : 일반적인 중계화면에서 볼 수 있는 골킥 상황. 11대11 상황으로 경기를 이해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림2 : 골킥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11대 11 상황의 관점에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골킥 상황에서 가까운 옵션의 활용을 통해서 플레이가 재개되는 빈도가 굉장히 높아졌고, 이로 인해서 골킥룰이 개정된 이후에는 골킥이 전개되는 형태에 대한 제약이 사실상 없어져 버렸다. 결과적으로 골킥을 실행하기까지의 과정, 즉 전략적인 관점에서 패널티박스 안에 선수를 배치하는 형태가 굉장히 다양해짐으로써 골킥에 대한 관심도나 언급 또한 과거에 비해 굉장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져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는 바로 골킥의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상대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형태로 선수가 배치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공을 받을 수 있는 패널티박스 인근의 선수 뿐만이 아니라 운동장 전체에 11명의 선수가 상대 11명에 대해서 어떻게 배치가 되어 있느냐라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골킥의 목적은 앞서 말한 것처럼 득점을 시도할 수 있는 위치까지 공을 운반하는 것에 있기 때문에 배치 그 자체에서 의의를 찾기 보다는, 향후 상황이 전개됨에 있어서 해당 선수 배치가 어떤식의 영향을 미치느냐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공이 한번, 두번 연결된 이후의 단기적인 과정까지만을 보고 이에 대한 정의를 내리거나 결론을 지어버리기 때문에 해당 의의를 파악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림1의 인테르vs라치오 경기에서 발생했던 상황의 연속. 시모네 인자기의 라치오는 유럽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골킥에 대해서 가장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팀 중 하나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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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진행하는 토마스 투헬 현 첼시 Coach  (이미지 출처 : mirror.co.uk)

 

 

 

코치(Coach)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을 경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볼 수 있다. 

 

'스포츠 팀에 있어서 팀의 전문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신체적인 준비 과정에 종사하는 사람. 매경기 경기에 나서야 하는 선수를 정하며 각 선수가 수행해야 하는 기능적 역할을 지정한다. 특히 이런 분야에 프로로서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러한 설명을 토대로 보았을 때 우리는 코치(국내에서 얘기하는 감독/코치의 구분 없이 직업적인 의미에서 이를 총칭) 라는 존재가 경기에서 선수가 수행하는 기능적 역할을 지정하고 제시하며, 이를 통해서 최종적으로는 스포츠 종목에서 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코치는 훈련을 통해서 앞서 언급한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혹은 어떤 방식으로 코치가 이러한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1. 게임 모델의 구축과 수정

 

코치가 팀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 그리고 훈련을 진행하기에 앞서서 가장 먼져 해야하는 것은 바로 게임 모델의 구축이다. 선수 개인이 수행하는 기능적 역할에 대한 지정과 더불어서 훈련을 주관하기 위해서는 우선 코치 스스로 팀이 어떻게 플레이 해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는 이러한 게임 모델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을 통해서 생각하기를 코치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축구 철학, 혹은 축구관 그 자체로 생각하며 선수들이 이에 맹목적으로 적응을 하고 맞춰야 하는 일방향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게임 모델이란 그렇게 일방향적인 것이 아닌 코치와 선수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구성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코치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축구관이 핵심이 되긴 하지만, 게임 모델은 한번 구축이 된 이후에 고정불변으로 그 형태가 계속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되려 지속적인 수정의 과정을 통해서 게임 모델은 진화하고 변화하게 된다. 특히 팀을 넘어서 구단과 국가에 존재하는 문화, 선수들 개개인의 특성, 그리고 대회의 특성 같은 요소들과 상호작용함으로써 게임 모델은 계속해서 수정되어 진화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게임 모델이란 어떠한 구조로 구성이 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임 모델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축구에서의 4가지 국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축구는 공의 소유권에 따라서 공격과 수비의 역할이 구분될 뿐이지 전/후반을 나누는 하프타임과 세트피스 상황 정도를 제외하고는 경기가 끊김이 없이 진행되는 실시간 종목이다. (물론 최근에는 VAR의 개입으로 인해 그 끊기는 빈도가 좀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턴(Turn)제로 진행되는 야구처럼 완벽하게 경기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끊어서 구분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감안해서 경기를 상황의 연속으로 이해하기는 하되, 공의 소유권을 기준으로 해서 팀이 어떠한 국면에 놓여있는지는 구분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때 그 기본단위가 되는 것이 바로 아래서 볼 수 있는 4개의 국면이다.

 

 

 

 

 

게임 모델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기본이 되는 축구 경기에서 발생하는 4개 국면

 

 

 

 

기본적으로 팀이 공을 가지고 공격을 진행할 경우에는 공격 국면, 반면에 공격을 진행하다가 공을 빼앗긴 직후에는 수비전환 국면에 놓인 것으로 분류한다. 또한 수비전환 국면을 통해서 팀이 완전히 수비로 전환했을 경우에는 수비 국면, 그리고 수비를 하다가 상대로부터 공의 소유권을 다시 회복했을 경우에는 공격전환 국면을 거쳐 다시 공격의 국면으로 회귀하는 것을 축구 경기에 존재하는 하나의 싸이클로써 이해한다.

 

그리고 게임 모델이란 결국 축구 경기에 존재하는 이 4개 국면에서 팀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한 '행동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각 국면에서 상황에 따라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원칙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반복적으로 훈련을 진행하여 이것이 경기에서도 그대로 발현되게 한다. 코치의 머릿속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형태,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매번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혼동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 훈련 상황에서의 반복을 통해서 명확하고 분명하게 선수들에게 전달이 되고 입력이 되는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게임 모델의 구축은 큰 단위의 상위 원칙들에 종속되는 하위 원칙들의 정립을 통해서 더 구체화 된다. 예를 들면 공격을 진행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빼앗겨 수비로 전환해야하는 수비전환 국면의 경우에는, 상위 원칙으로 '즉각적인 압박'이냐 혹은 '수비진형의 구축'이냐를 설정하고 상황에 따라 이를 선택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두가지 형태의 상위 원칙은 기본적으로 팀의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반면에 하위 원칙의 정립을 통해서 필요한 것은 라인 단위, 혹은 선수 개인 단위로 해당 상위 원칙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조금 더 세부적인 행동양식이다. 단적인 예로 '수비진형의 구축'이라는 상위 원칙을 실행하는 관점에서 볼 때, 공과 가장 가까운 선수가 가져가야하는 행동과 공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선수가 가져가야하는 행동은 동일할 수 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감안한 구체적인 하위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2. 훈련의 구성과 진행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어떻게 구성되고 진행되어야 하는가 라는 포스팅을 통해서 이론적인 관점에서 훈련이라는 것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대략적인 이해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론적인 관점에서의 설명 보다는, 토마스 투헬 (현 첼시 Coach)의 말을 빌려 좀 더 실질적인 관점에서의 얘기를 해보고자한다. 

 


토마스 투헬, "나의 팀은 사이드 채널에 공이 있을 경우, 사이드라인을 따라서 플레이 하는 방식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ex) 사이드라인에 있는 풀백이 같은 사이드라인에 있는 윙에게 하는 종패스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편하고 안전한 방법이었다. 선수들은 공을 가진 선수가 전방에서 뭘 하는지 볼 수 있었으며, 자신이 플레이에 관여되려고 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그런식으로 플레이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나는 나의 팀이 좀 더 후방에서부터 전방을 향해 대각선으로 나가는 날카로운 패스를 통해서 플레이 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했냐고? 우리는 우리가 훈련하는 운동장에서 코너 부근을 잘라내버렸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골대 2개가 배치되어 있는 운동장이긴 한데,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직사각형의 모서리가 없는 운동장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운동장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우리는 모든 경기에 대한 준비를 그 다이아몬드 형태의 운동장에서 진행했다.¨

 

¨왜냐고? 우리의 핵심 원칙이 대각선의 형태로 플레이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각선 방향으로, 땅볼로, 역동적으로 들어가는 패스를 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고 나의 코칭 스태프의 목표였다."

 

"그래서 우리는 운동장의 형태 변화를 통해서 선수들이 해당 플레이를 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었다. 우리는 선수들의 내적인 관점에서 변화를 준 것이 아니라, 운동장의 형태라는 외적인 환경의 변화를 줌으로써 선수들의 창의력을 최대치로 강제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다이아몬드 공간 안에서 상황을 타개하는 관점에서 볼 때, 선수들 자신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조건들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그러한 조건들을 원치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나의 코치에 대한 역할을 극단적으로 바꾼 프로세스이다."

 

"나는 그렇게 선수들이 뭔가 스스로 조건을 만드는 것을 당시에도 원하지 않았고, 지금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사이드라인에서 사이드라인으로 종패스가 시도될 때 마다 훈련을 멈추고 이를 지적하는 코치가 되고 싶지 않다."

 

""내가 몇번이나 말했어, 대각선으로 플레이해야된다고 했잖아!" 나는 그런 유형의 코치가 되고 싶지않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한 방식이 아니다."

 

"나는 그저 운동장에서 코너 부분들을 잘라서 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그런 얘기를 하기 위해 훈련을 계속해서 멈출 필요가 없어진다."

 

"대신에 나는 선수들이 그 다이아몬드 공간 안에서 어떻게 상황을 타개하는지 관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할 수 있다. 관찰의 과정을 통해서 선수들에게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다면 격려와 칭찬을 건넬 수 있을 것이고, 만약에 적절하게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비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바로 내가 훈련하는 방식을 바꾼 상황이다. 이러한 방식이 바로 내가 원했던 방식이며, 지금도 내가 계속해서 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형태의 훈련 모델, 그리고 행동 양식은 여전히 내 코칭스태프 안에서 주류로써 자리매김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최근의 인간 뇌에 대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발전시키고 개선해왔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계속해서 반복해서 훈련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반복은 결코 같은 상황의 재현, 즉 재생산에 있지 않다. 우리의 훈련방식은 생산적인 것이지, 재생산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는 훈련 과정에서 전략을 적용하거나 사전에 준비된 패턴을 활용하지 않는다."


 

투헬이 도르트문트 시절 진행한 컨디션 매치(Partido modificado). 역시나 코너를 잘라낸 다이아몬드, 혹은 8각형 형태의 공간에서 이를 실행하고 있다.

 

 

위와 같은 투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결국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의 연출' 그 자체여야만 한다. 투헬의 경우에는 공간적으로 운동장의 코너 부근을 잘라서 들어냄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게임 모델에 근거한 플레이가 실행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선수가 해당 상황에 계속해서 노출되게 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축구를 뇌에서 시작되는 활동, 즉 무의식이 개입이 그 무엇보다 크다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훈련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선수가 특정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유도하지만, 행위 자체를 반복하는 재생산의 개념이 아닌 다른 구성요소들과 상호작용하게끔 함으로서 '새로운 습관의 형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정리를 하자면 훈련의 주관자로서 코치는, 우선적으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팀의 게임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게임 모델은 각 국면별로 명확하고 세부적인 상위 원칙과 하위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자신 뿐만 아니라 선수에게도 구체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형태의 것이어야 한다. 또한 이렇게 구축된 게임 모델은 고정불변의 형태가 아니고 선수의 특성을 비롯한 여러가지 요소들과 상호작용 하며 끊임 없이 수정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코치는 이렇게 선결 과제로써 마련된 게임 모델을 기반으로 해서 훈련을 구성하고 진행하게 된다. 반면에 이는 투헬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을 통해서 이뤄진다기 보다는 '상황의 연출'을 통해서 이뤄진다. 적정 수준에서의 피드백은 분명히 이뤄져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투헬의 말처럼 훈련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코치의 이상적인 역할은, 연출된 상황에서 선수들이 상호작용 하는 것을 관찰하는 '관찰자'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관찰자가 되기 위해서는 훈련을 계획하고 구상하는 단계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만 한다. 어떠한 조건들을 통해서 선수들이 게임 모델을 체화하기에 좀 더 나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 없는 고민과 고뇌가 필요하며, 이러한 고민과 고뇌를 통해서 구상되고 계획된 훈련에서만이 자신의 개입은 최소화 한 상태로 원하는 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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