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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 우리는 공격 국면에서 3명의 센터백을 배치하는, 소위 말하는 3백 시스템을 활용하는 팀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것과 더불어 공격 국면에서 센터백의 역할을 강조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양적 관점에서 이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난 것과는 별개로,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공을 가진 상황에서 센터백이 온전하게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을 가졌을 때 센터백이 '수비수'가 아닌, 공을 가지고 공격을 진행해야 하는 11명 중의 1명으로써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의 여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센터백이라는 포지션을 얘기하는 관점에서 '수비수'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곤 한다. 그리고 이 수비수라는 단어를 머릿 속에 연상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들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걷어내기, 태클, 헤더, 슛 블락, 마킹 등과 같은, 말 그대로 '팀이 공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기술적/전술적 행위들이 연상될 것이라고 본다.

 

반면 해당 인식 자체부터가 어떻게 보면 상당히 큰 오류라고 볼 수 있다. 축구는 하나의 공을 가지고 두 팀이 공격과 수비로 나뉘어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종목이다. 다시 말해 공을 가진 팀은 득점을 위해, 그리고 공을 갖지 않은 팀은 공을 가진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고 나아가서는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 자신들이 공격을 하기 위해 경기를 펼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공을 갖지 않은 팀은 팀 전체가 수비를 펼쳐 상대의 공격을 저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11명 모두가 '수비수'의 역할을 수행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공간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선수가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공간에 위치하느냐, 혹은 자신의 골대와 먼 공간에 위치하느냐에 따라서 요구 받는 기술적/전술적 행위들에서 차이가 존재할 뿐이지 기본적으로는 11명이 모두 모두 수비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뱐대로 공을 가진 공격 국면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팀이 공을 가진 공격 국면에서는 팀을 구성하는 11명의 구성원은 모두 '공격수'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 그저 수비 국면과는 반대로 공간적 기준을 자신들의 골대가 아닌 상대 골대를 기준으로 해서 상대 골대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공간에 위치하느냐, 혹은 먼 공간에 위치하느냐에 따라서 선수가 각기 다른 기술적/전술적 행위들을 요구 받게 될 뿐이다.

 

이러한 축구 종목의 본질을 온전하게 이해했을 때 우리는 앞서 언급했던 인식 과정에서부터 존재하는 센터백의 역할과 관련한 오류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게 된다. 센터백은 수비 국면에서는 수비수로써 기능해야 하지만 이는 센터백 뿐만이 아니라 팀의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반대로 팀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는 센터백 또한 팀의 나머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해야하는 선수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센터백이라는 역할을 정의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했던 공간적인 이해라고 볼 수 있다. 센터백은 수비 국면에서는 통상적으로 자신들의 골대와 가까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해당 공간적 특성에 기인해서 발생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기술적/전술적 능력을 요구받게 된다. 앞서 언급한 걷어내기, 태클, 헤더, 슛 블락, 마킹과 같은 능력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로 행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계속해서 노출되는 것이다. 반대로 공격 국면에서는 상대 골대와 먼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에 기인해서 발생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기술적/전술적 능력이 필요하게 된다.

 

최근 들어서는 센터백의 역할을 정의하는 관점에서 공격 국면에서 요구되는 기술적/전술적 능력을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많아 진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는 어디까지나 '수비수+@' 정도의 관점에서 이해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종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온전한 의미에서의 센터백이라는 역할은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공간에 위치한 수비수+상대 골대와 먼 공간에 위치한 공격수' 정도로 정의되어야 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육면체는 말 그대로 정육면체이지 애초부터 정사각형이었던적이 없다. 다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 정사각형으로 잘못 이해하고 인식할 뿐이다.

 

물론 센터백이라는 역할을 이러한 형태로 정의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시선을 뒷받침 하는 주요 논지는 아마도 센터백은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공을 가진 상황에서 공의 소유권을 잃었을 경우 실점을 할 수 있는 리스크는 크고, 반대로 상대 골대와는 먼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득점 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도가 될 것이라고 본다. 

 

어느 정도는 근거가 있는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논지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접하는 하이라이트 영상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하이라이트 영상은 영상의 길이에 따라서 내용이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 득점, 혹은 득점과 가까웠던 장면 위주로 구성이 된다. 그리고 영상은 해당 장면이 일어나기 직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예를 들어 득점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하면 통상적으로는 득점이 발생하기 10초 전 쯤 상황에서 영상이 시작해서 득점이 이뤄지는 장면을 보여주고, 득점에 대한 리플레이가 몇 차례 더 재생이 되면서 다음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영상에 등장하는 선수의 관점에서 얘기를 하자면 직접적으로 득점을 하는 선수, 그리고 득점을 어시스트 하는 선수 정도가 영상에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중들이 경기를 인식하는 방식은 사실 하이라이트의 편집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적으로 긴 시간인 90분 동안 경기가 거의 끊김 없이 실시간으로 진행이 된다는 점, 타 종목에 비해 많은 22명의 선수가 운동장에서 동시에 움직인다는 사실로 인해 운동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혹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파악하기란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작업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득점이라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기점으로 해서 득점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선수가 누구인지를 판단해 공격과 수비의 관점에서 쉽게 말하면 잘잘못을 가리는 것으로 경기를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결과를 분석)

 

이에 반해서 온전하게 경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기를 득점과는 관계 없이 '상황의 연속'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금 이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 다음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상황의 연속이라는 관점에서 인과 관계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결국 득점이라는 것은 이러한 상황의 연속 안에서 탄생하는 '부산물' 이라는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과정을 분석)

 

그리고 이런식으로 후자의 관점에서 축구를 이해했을 때, 즉 과정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센터백이라는 역할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롱패스를 통해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장면이나 세트피스에서 득점을 하는 장면 정도를 제외하면 화면에 잡히지 조차 않을 정도로 영향력이 없는 존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득점이 이뤄진 상황이 발생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연출되어야만 했던 이전 상황들을 만들어내는 존재가 바로 센터백이기 때문이다. 득점이 이뤄지기 1분 전, 혹은 2분 전의 상황을 연출했기 때문에 득점과 연관지어 이를 인지하기란 쉽지 않지만, 흔히 얘기하는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 혹은 이보다 더 전 과정을 연출하는 것이 센터백이라는 역할인 것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서 센터백이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하다가 실수를 저질러 실점이 발생했을 경우 대중들은 '굳이 저런 리스크를 감수해야하느냐'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센터백이 필연적으로 극복해야만 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해당 센터백은 사람들이 인지를 하지 못했을 뿐이지 자신의 실수로 실점한 숫자 보다 훨씬 더 많은 팀의 득점에 기여했을 공산이 크다.

 

실수를 저지른 스톤스에 대한 질문에 "스톤스는 여기 있는 사람들을 전부 다 합친 것 보다도 배짱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응답했던 과르디올라. 스톤스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이에 대한 비판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이 센터백으로써 해야만 하는 것을 실행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가진 센터백이다.

 

그렇다면 공격 국면에서 센터백에게 요구되는 구체적인 기술적/전술적 능력은 무엇일까? 국내의 경우에는 항상 영어권 어휘들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빌드업 능력이 좋다' 정도로 센터백의 공격 국면에서의 공격 전개 능력을 평가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추상적이며 명확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애시당초 빌드업이라는 것 자체가 '후방에서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것' 정도로 명확하게 정립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해당 개념에서 파생된 추가적인 개념은 더욱 더 불분명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개념이 필요한 것이 현실인데, 개인적으로는 이를 '드리블과 패스'라는 기술적/전술적 능력으로 어느 정도 설명하고 정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축구 종목에서 기술이라는 것은 '동작의 실행'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패스의 경우에는 한 선수가 A라는 지점에서 B라는 지점까지 패스를 10번 시도해서 10번을 모두 성공 시킨다면 해당 선수는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흠잡을 구석이 없는 선수가 될 것이다.(물론 해당 평가 기준에는 단순히 공의 목적지 도달 여부가 아닌, 공의 구질이나 공의 속도, 공의 높이 등도 고려되어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에 반해서 전술의 경우에는 '판단'을 의미한다. 축구는 총 22명의 선수가 운동장에 동시에 존재하는 팀 종목인데다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선수는 특정 동작을 실행하기 전에 항상 판단이라는 프로세스를 가져간다. 예를 들어 A라는 선수가 공을 가졌을 때 B라는 선수에게 패스를 할 것인지 C라는 선수에게 패스를 할 것인지, 혹은 패스를 하는 것이 아니고 슈팅을 할 것인지 선택을 하는 것이 전술으로써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종합해 보았을 때 공을 가진 센터백에게 요구되는 주된 능력은 적절한 전술적 판단을 바탕으로 드리블과 패스라는 기술적 행위를 실행하는 것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 때 아마 센터백에게 패스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에는 크게 의문 부호가 따라붙지 않는 반면에 드리블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에서는 아마 다소 의문 부호가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센터백은 그 어떤 포지션 보다 드리블 능력이 강조되는 포지션이고, 반면 국내에서는 그 개념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센터백이 '수비수+@'정도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드리블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경우에는 측면에 위치한 윙어가 상대 풀백을 상대로 현란한 발재간을 자랑하면서 해당 풀백을 벗겨내기 위한 동작을 실행하는 것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반면 드리블을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정의한다면 첫번째는 전방에 존재하는 공간에 대해서 선수가 해당 공간으로 공을 가지고 이동하는 드리블을 얘기할 수 있겠고, 두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직접적으로 공을 가지고 수비를 벗겨내기 위한 형태의 드리블을 애기할 수 있겠다.

 

이 두 가지 형태의 드리블 중 센터백에게 요구되는 형태의 드리블은 바로 전자에 해당하는 전방의 공간을 향해 공을 가지고 이동하는 형태의 드리블이다. 직접적으로 수비를 벗겨내는 형태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센터백이 굳이 공을 가지고 공간을 향해 전진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에 조금 더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서 왜 센터백에게 드리블이 필수불가결한 능력인지에 대해서 얘기를 이어나가보도록 하겠다.

 

스페인 대표팀과 스웨덴 대표팀의 경기 영상

위 영상을 보았을 때 통상적으로 대중이 주목하는 장면은 사라비아가 슈팅을 하는 장면이겠지만 사전에 언급했던 '과정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저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영상의 초반인 라포르트가 공을 가지고 드리블을 통해서 만들어낸 상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1.4.4.2의 형태로 수비진형을 갖춘 스웨덴을 상대로 라포르트는 자신의 전방에 존재하는 공간을 향해 드리블을 실행하는데, 이 때 이 라포르트의 드리블은 스웨덴의 1선으로 하여금 뭔가를 강요하게 하는, 다시 말해 상대가 특정 행동을 하게끔 유발하는 드리블이다. 그리고 공간적으로 보았을 때도 좀 더 명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단순히 전방의 공간을 향한 드리블이 아닌, 스웨덴의 1선을 구성하는 2명의 사이 공간을 향하는 드리블이다. 해당 드리블을 통해서 라포르트는 스웨덴 1선이 자신들의 등 뒤에 위치한 부스케츠로 공이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게끔 했고, 이를 의식한 스웨덴의 1선은 라포르트에서 부스케츠로 향하는 패스라인을 저지하기 위해서 2명의 선수가 안쪽으로 좁히는 움직임을 가져가게 된다.

 

이 때 스웨덴 입장에서 문제는 라포르트에게 이미 다른 옵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해당 선택을 강요당했고 이를 실행했다는 것에 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라포르트는 스웨덴의 1선에게 드리블을 통해서 해당 선택을 강요한 이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옵션인 빠우 또레스를 향해 패스를 실행한다. 라포르트의 드리블로 인해 빠우 또레스는 스웨덴의 1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시간적-공간적 여유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을 소유하게 되고, 이어지는 상황에서 스웨덴의 2선은 가비를 의식해 중앙에서 간격이 벌어지면서 이를 활용해 모라따가 또 다시 한번 시간적-공간적 여유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을 소유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사라비아의 슈팅이 득점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득점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고,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라포르트의 드리블은 농담반 진담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 정도 되는 상황을 연출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결국 득점이라는 것은 최종적으로 슈팅이 골대로 들어가느냐 여부에 따라서 달라질 뿐이지 연출해내는 상황의 연속 안에서 나타나는 부산물인 것이고, 코칭스태프를 필두로 경기에 뛰는 11명의 선수들이 시도해야 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상황을 연출해내는 것에 있다. 그리고 해당 과정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센터백의 드리블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라포르트의 드리블에서 볼 수 있었던 것 처럼 후방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관점에서 상대로 하여금 특정 선택을 강요하게끔 하는 수단이라는 것에 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센터백의 공간을 향하는 전술적인 드리블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라포르트의 경우에서 보았던 것 처럼 2명의 사이 공간, 즉 라인을 구성하는 선수들 사이의 인터벌(intervalo)을 향한 형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방의 공간을 향해서 이동하긴 하되 특정 선수를 향해 드리블을 시도함으로써 해당 선수를 자신에게 끌어들여 해당 선수가 막아야 하는 팀 동료를 해방 시켜 공을 중심으로 2x1 상황을 만들어내는 형태이다. 

 

반면 아직까지도 국내에는 프로 레벨과 아마추어 레벨을 막론하고 센터백의 이러한 공격 전개를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상대가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할 경우에는 상대쪽에서 공을 가진 센터백에게 어느 정도 선택을 강요하면서 오기 때문에 센터백이 능동적으로 드리블을 통해서 상대에게 선택을 강요해야할 경우가 많지 않지만, 반대로 상대가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하기 보다는 스웨덴의 경우처럼 경기장을 세로로 보았을 때 4분의1 지점 이하로 물러나 블록을 형성할 경우에는 드리블을 통해서 센터백이 능동적으로 상대에게 특정 선택을 강요해야 하는데 이러한 플레이 자체가 시도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당 상황에서 센터백들은 라포르트의 경우처럼 공을 가지고 상대의 1,2미터 앞까지 전진해서 상대가 특정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끔 강요를 해야 하지만,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센터백들은 상대로부터 5미터 이상 떨어져서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태로 공을 순환하다가 롱패스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센터백이 뒤로 물러나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미드필더가 센터백으로부터 공을 건네 받기 위해서 센터백을 향해 내려오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그러면서 전방에서는 상대 백라인을 상대로 수적/위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롱패스가 나가더라도 이후 상황에서 공격을 효율적으로 전개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결과를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당장 센터백이 공을 빼앗겨서 실점하는 장면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는 것은 맞지만, 과정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 공을 가진 상황에서 상대를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 했기 때문에 공의 소유권을 내줄 수 밖에 없게 되면서 결국에는 실점으로 이어지는 조삼모사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센터백이라는 역할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공간에 위치한 수비수+상대 골대와 먼 공간에 위치한 공격수 라는 공간적 전제를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이번 글을 통해서는 상대적으로 센터백의 수비수로써의 역할이 아직까지도 크게 강조되고 있음에 따라서 공을 가진 상황에서의 역할에 대해서 주로 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온전한 의미의 센터백은 수비와 공격 둘 중 하나를 등한시 하지 않고 모든 측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여야만 한다. 특히 팀의 게임 모델이나 경기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팀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센터백 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해당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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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bpschool.com


현대 축구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전투, 혹은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인해 상대팀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과정이 굉장히 용이해졌고, 특히 프로 레벨에서는 TV 중계 화면이 아닌 11vs11의 상황의 연속으로써 촬영된 경기 영상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영상 정보를 기반으로 사전에 상대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스스로의 정체성(게임 모델)은 잃지 않되 상대의 강점은 무력화, 반대로 상대의 약점은 극대화 할 수 있게끔 훈련을 통해서 팀을 준비 시키는 것이 전략 수립의 과정으로써 정립되었다.

 

 

전략의 수립과 실행 싸이클

 


반면 모두가 이러한 과정을 가져가게 되면서 전략 수립 과정에서는 비교적 동등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에서의 승자와 패자는 갈리고 있으며, 전략의 수립과 실행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어떤식으로 상대할 것이냐'는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아이디어와, 이를 운동장에서 직접 실행하는 선수들의 전술적 수행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10년 간 축구는 공을 가진 공격 국면에서 큰 변혁을 가져왔다. 공을 가진 상황에서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려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는 변수를 최소화 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좀 더 본질적으로는 상대 골대를 공략할 수 있는 위치까지 공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큰 발전을 이뤄왔다. 이에 대한 결과로 우리는 공의 위치에 따라 11명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를 가지고 해당 팀의 경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공이 상대 골대를 공략할 수 있는 지점까지 도달하는 상황을 몇번이나 연출했느냐에서 선수들의 전술적 수행 능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목적은 정반대 되지만 수비 국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축구가 공격 국면에서 상당히 큰 폭으로 변화를 가져감에 따라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수비 국면에서의 접근법 또한 정교해질 수 밖에 없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전 분석의 과정을 거쳐서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기 위한 전략 수립과 이를 실행하는 선수들의 전술적 능력이 극단적으로 개선될 수 밖에 없었다.

 

이미지 출처 : objetivoanalista.com


이렇게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완전히 대척되는 입장에서 존재하는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이지만, 이 둘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공격 국면에 놓인 공의 위치에 따라서 팀이 11명이 유기체로써 움직이며 자신들의 포지션에 변화를 주며 상대를 공략하려고 한다면, 반대로 수비 국면에 놓인 팀은 해당 포지션 변화에 대응하는 관점에서 어떤식으로 자신들의 포지션에 변화를 주며 이를 무력화 시킬 것이냐가 양 팀의 전략이자 이를 수행하는 전술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감안해야 할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의 포지션은 풀백, 센터백 등으로 대변되는 '역할' 관점의 포지션이 아닌, 온전하게 '선수의 경기장에서의 위치'라는 관점에서의 포지션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축구 종목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이렇게 포지션을 두가지 의미로 나눠서 이해할 필요가 없었다. 선수는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에서의 차이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포지션이란 특정 공간에 위치하는 선수를 일컫는 말이었으며, 선수는 해당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플레이를 가져갔기 때문에 우리는 '위치=역할'의 관점에서 포지션을 정의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 Beier/Getty Images for FC Bayern


반면 현대 축구에서, 특히 최근 10년 간 축구가 발전해 온 관점에서 보았을 때 포지션은 더 이상 위치와 역할을 동시에 내포할 수 없게 되었다. 가장 단적인 예로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가짜 공격수'(Falso nueve) 혹은 '가짜 풀백'(Falso lateral)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포지션을 위치=역할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 기존의 선수들이 위치하던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플레이 하는 경우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에 대한 이해 과정에 도입했을 경우, 우리는 기본적으로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이 수비 국면에 놓인 팀에 비해 선수 포지션이라는 것에 더해서 좀 더 큰 폭의 자유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또한 그렇기 때문에 수비 국면에 놓이게 되는 팀이 사전 분석을 통해서 상대를 무력화 시키기 위한 준비가 아무리 잘 준비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결국에는 전략적으로, 그리고 전술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이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레알 베티스와 세비야의 국왕컵 전반전 발생한 상황 ;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까날레스의 포지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위 영상은 레알 베티스와 세비야의 국왕컵 경기 전반전에 발생했던 상황을 재현한 영상이다. 레알 베티스가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하는 공격 국면에 놓여 있으며, 반대로 세비야는 공을 가진 레알 베티스의 공격을 무력화 시켜야 하는 수비 국면에 놓여 있다. 최후방에 위치한 후이 실바가 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베티스는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알렉스 모레노에게 공을 전개 시켰는데, 알렉스 모레노에게 공이 전개된 이후 주목해서 보아야 할 것은 바로 까날레스의 위치 변화이다.

까날레스는 통상적인 위치=역할 관점에서의 포지션으로 보았을 경우 1.4.2.3.1 에서 오른쪽 윙어 혹은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했던 선수이다. 반면 세비야와의 경기에서 까날레스의 역할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치와 역할을 분리시켜서 보아야 한다.이 날 경기에서 까날레스는 경기장을 가로로 2등분 했을 때 공이 자신들의 오른쪽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오른쪽 윙어 혹은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가 위치하는 공간에서 플레이를 펼쳐보였지만, 반대로 공이 왼쪽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오른쪽 절반에서 완전히 벗어나 왼쪽 절반으로 넘어와 플레이 하며 공을 중심으로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날레스의 포지션 변화는 결국 공격 국면에 놓인 베티스가 공에 대한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선수의 포지션에 대해서 다소 극단적인 변화를 가져간 것인데, 반대로 수비 국면에 놓인 세비야는 해당 상황에서 이를 무력화 시키는 것에는 실패했다. 포지션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 까날레스에 대한 마킹을 가져가야 했던 것은 레킥이었지만 만약 레킥이 까날레스를 따라서 이동했다면 레킥이 지켜야했던 공간은 완전히 노출될 수 밖에 없었고, 베티스 입장에서는 보르하 이글레시아스나 베예린을 통해서 해당 공간을 직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기에 레킥은 까날레스의 이러한 포지션 변화를 두고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리버풆과의 경기에서 쟈카가 퇴장을 당했던 장면; 쟈카가 조따를 트랙백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 마갈량이스와 피르미누의 위치에 주목해 보자.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까날레스-레킥의 사례와는 반대에 해당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최근 있었던 리버풀과 아스날의 경기에서 쟈카가 퇴장을 당하는 장면에서도 우리는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이 포지션 변화를 통해서 수비 국면에 놓인 팀을 상대로 이점을 가져가는 것을 다른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위 영상을 보는 과정에 있어서 대부분은 쟈카가 조따를 발로 가격하면서 퇴장을 당하는 장면에 대해서 주로 언급을 하겠지만, 쟈카의 퇴장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버슨에서 조따로 롱패스가 나가기 전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영상이 시작된 직후 상황을 보면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피르미누이고, 이에 대한 마킹을 실행하고 있는 것은 마갈량이스이다. 해당 상황에서 피르미누는 통상적으로 선수가 가짜 공격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사실상 백라인에 가깝게 위치하며 경기장을 세로로 보았을 때 굉장히 큰 폭으로 자신이 플레이 하는 포지션에 변화를 준 상태이고, 마갈량이스는 베티스와 세비야의 경기에서 레킥이 까날레스에 대한 마킹을 포기했던 것과는 반대로 자신 또한 큰 폭으로 포지션 변화를 주며 피르미누에 대한 마킹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상황의 결과로써 발생한 것이 바로 마갈량이스가 이탈한 공간으로 전진하는 조따를 향해 나가는 로버슨의 롱패스였으며, 쟈카의 레드카드는 마갈량이스가 피르미누를 마킹하기 위해서 가져간 포지션 변화에 따른 결과의 결과였다고 볼 수 있겠다.

 


위의 두 가지 예를 통해서 우리는 선수의 포지션의 변화, 즉 플레이하는 위치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이 수비 국면에 놓이는 팀에 대해서 어떤식으로 우위에 놓여 있게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수비 국면에 놓인 선수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지역방어에 기반해 '공간과 선수'라는, 두 가지 대상을 동시에 수비해야 한다. 자신이 마킹해야하는 선수가 자신이 수비해야 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움직일 경우, 즉 자신이 수비 해야하는 공간과 선수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는공간이냐 선수냐에 대한 양자택일의 상황에 강요될 수 밖에 없고, 반대로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은 해당 선택을 강요하는 것 자체로 거기서 어떠한 선택이 나오더라도 공에 대해 벌어지는 다음 상황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의 선수가 이처럼 비교적 큰 폭으로 플레이 하는 위치에 변화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이를 '프리롤', 즉 선수가 공에 관여하기 위해서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서 설명했던 현대 축구의 특징을 감안했을 때 최근의 축구, 특히 탑레벨에서의 이러한 포지션 변화는 대부분이 전략성, 즉 계획된 것으로 이해되어져야 할 것이다. 사전 분석을 통해서 더욱더 정교해진 상대 수비를 파훼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격과 수비라는 입장 차이에서부터 발생하는 선수 위치 변화에 대한 자유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언뜻 보았을 경우에는 선수가 자신이 지켜야 할 포지션을 벗어나 공을 소유하기 위해서 무작정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이 특정 선수, 혹은 특정 공간에 위치했을 경우에 대해서 공에 대한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실행되는 조건부 움직임일 공산이 크다.

반면 이러한 공격 국면에서의 큰 폭의 포지션 변화는 결국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렸을 경우, 즉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해야 하는 수비 전환 국면에서의 리스크를 어느 정도 동반한다고 봐야한다. 수비 전환 국면은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리기 직후의 상황으로써 공격 국면에서 팀이 공을 가지고 어떤식으로 공격을 전개했느냐에 사실상 종속될 수 밖에 없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까날레스의 경우처럼 한쪽 측면에 위치한 선수를 반대쪽 측면으로 이동시켜 수적 우위를 확보하게 했을 경우에는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린 이후 상대가 공격 방향 전환을 통해서 역습을 전개하는 것에 취약할 수 밖에 없고, 피르미누처럼 전방의 선수를 낮은 지점까지 내려오게 했을 경우에는 공의 소유권을 잃은 상황에서 해당 선수의 수비적인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해당 지점에서 곧 바로 공의 소유권을 되찾을 확률은 줄어들게 된다.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이기에 애초에 공의 소유권을 잃을 확률을 최소화 하는 관점에서도 이러한 포지션 변화가 시도 되는 것은 충분히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감독에 따라 이러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에 대한 의견은 분명히 갈릴 수 밖에 없고, 대표적으로 과르디올라의 경우에는 가짜 공격수나 가짜 풀백 이상으로 특정 선수 포지션에 대해서 큰 폭으로 변화를 주는 것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앙리의 바르셀로나 시절 경험담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선수의 포지션 변화를 가져감으로써 상대 수비에게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하기는 하되, 어디까지나 공을 잃어버려 수비로 전환되는 국면에서 문제를 겪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이러한 변화가 이뤄지는 것을 의도한다고 볼 수 있겠다.

티에리 앙리, "가장 중요한 것은 포지션이었다. 누구든 자신의 포지션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했고, 동료를 믿고 공이 자신에게 올 때 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했다."

"훈련에서 과르디올라는 특히 챠비와 이니에스타가 이것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 경기장을 가로로 2등분 하는 형태로 콘을 라스트 써드까지 놓곤 했다. 해당 콘을 기점으로 오른쪽에 위치한 선수들은 왼쪽으로 넘어와서는 안 됐고, 왼쪽에 위치한 선수들은 오른쪽으로 넘어와서는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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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Twitter @alexhconrad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성화와 해외 매체에 대한 접근이 훨씬 쉽고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축구 관련 어휘들이 국내에 쏟아져 들어오고 빠른 속도로 대중화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최근 몇 년 간 그 사용 빈도가 가장 많이 높아진 어휘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하프 스페이스(Half-Space)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펩 과르디올라가 바이언 감독이었을 당시 과르디올라가 훈련장의 피치를 어떤식으로 나눠서 선수들에게 좀 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포지션이라는 개념, 즉 '공과 연관되기 위해서 공의 위치에 따라 운동장의 어느 곳에 위치해 있어야 하느냐'를 주지시키는지가 독일 언론을 통해서 공개가 되었다. 이 중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은 해당 공간 분할법에 있어서 경기장을 가로로 나눠서 채널(Channel) 개념으로 보았을 경우 골 에어리어와 패널티 박스 폭 사이에 위치하는 공간을 말하는 것인데, 해당 어휘가 해외 언론에 의해 자주 사용이 되면서 국내에도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 최근에는 가장 많이 쓰이는 축구 어휘 중 하나로써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서 던져볼만한 질문은 바로 하프 스페이스 라는 공간의 실질적인 그 의의가 무엇이냐이다. 축구 현직 종사자와 팬을 포함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경기 중 공이 하프 스페이스라고 불리우는 공간에 위치했을 경우 '아 지금 저 선수가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소유하고 있다' 라던지 혹은 '오늘 경기에서 저 선수가 지속적으로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받고 있다' 라고 얘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경기 중 공이 어느 공간에 위치해 있느냐 정도를 설명하는 관점에서 해당 어휘를 활용하는 것이지, 해당 공간에서 공을 소유했을 경우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이며 해당 공간에 공이 위치하는 것이 다음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와 같은 본질적인 설명을 명쾌하게 던지는 경우는 사실상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글을 통해서는 단순히 공간적인 분류를 얘기하기 위해서 해당 어휘를 맹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에서 공을 소유했을 경우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이며 공이 해당 공간에 위치했을 경우 다음 상황에 대해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농구에서의 Drive and kick은 공을 가진 선수가 수비수들을 자신에게 고정시켜 이로 인해 자유로워지는 선수를 활용하는 것이 잘 정립된 전술적 개념이다

 

기본적으로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공을 소유한 선수'(Poseedor)가 수행하는 '상대 선수를 고정하는 선수'(Fijador)로서의 역할이다. 축구, 풋살, 농구, 핸드볼, 하키 등 구기 종목 중 '드리블'이라는 개념과 '패스'라는 기술적/전술적 행위가 존재하는 종목에서 공을 가진 선수는, 항상 자신들의 골대를 지키려고 하는 상대 수비수들을 자신에게 고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수비수들은 실점하지 않기 위해서 공을 가진 상대가 자신들의 골대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야만 하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공을 소유한 선수를 자신의 시야에 둠으로써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공의 위치에 따라서 자신들의 위치에도 지속적으로 변화를 줘야한다. 반면 수비수들은 이와 동시에 지역방어냐 대인방어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이 마크 해야하는 공이 없는 상대 선수, 즉 '잠재적으로 공을 가질 수 있는 선수'를 자신의 시야에 두며 해당 선수에게 공이 연결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한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했을 때 수비수 개인의 입장에서 공의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떠나서 아닌 수비를 하기 가장 용이한 경우는 ´공을 소유한 선수와 자신이 마크 해야 하는 선수가 동일한 경우´이다. 반면 공을 소유한 선수와 자신이 마크 해야 하는 선수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특히 공을 소유한 선수와 자신이 마크 해야 하는 선수를 동시에 시야에 둘 수 없는 상황에서 수비수는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고려한다면 하프 스페이스 라는 공간은 공을 소유한 선수가 상대 수비수들에게 유발할 수 있는 어려움을 가장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공간이라는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위 그림에서의 상황처럼 공을 소유한 선수가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해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공을 소유한 선수가 왼발잡이일 경우(예를 들어 메시) 백라인을 구성하고 있는 수비수들의 몸의 방향과 시야는 공을 소유한 선수에게 고정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와 동시에 수비수들은 공을 소유한 선수가 안쪽 공간을 향해 드리블을 시작하는 경우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당하게 된다.

 

첫번째 선택의 경우에는 공을 소유한 선수가 안쪽으로 드리블을 시도해서 들어와 슈팅을 시도할 경우를 생각해 라인을 버리고 앞으로 전진해 자신이 공에 대한 직접적인 수비를 가져가는 경우인데, 반면 이런 선택을 할 경우에는 자신이 마크해야하는 선수를 완전히 시야에서 잃어버리게 되며 해당 선수에게 자신의 등 뒤 공간을 공략당할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두번째 선택의 경우에는 자신이 공과 함께 시야에 둬야 하는 잠재적으로 공을 가질 수 있는 선수에 대한 마크를 하기 위해서 그대로 라인을 지키는 경우인데, 이럴 경우에는 반대로 공을 소유한 선수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며 해당 선수가 드리블 이후 슈팅을 시도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실점을 허용할 수도 있게 된다.

 

즉 수비수 입장에서는 상대 선수가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소유하게 되는 그 순간부터는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히 클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2021/2022 시즌 초반 호르헤 삼파올리의 올림피크 마르세유 라인업

 

 

그리고 아직까지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이번 시즌 호르헤 삼파올리의 마르세유는 이러한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에 있어서 상당히 흥미로운 사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삼파올리의 마르세유는 수비 국면에서는 1.4.4.2 형태의 수비 진형을 구축하지만, 공격 국면에서 지공을 전개할 경우에는 1.3.4.3(1.3.2.5)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 때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과 관련해서 공을 가지고 가장 직접적으로 해당 공간을 활용하는 선수는 바로 오른쪽 윙백인 17번 윈데르와 가짜 9번이라고 할 수 있는 10번 파예이다.

 

마르세유는 좌우 윙백을 모두 측면과 일치하는 발이 아닌 측면과 반대되는 발을 주로 사용하는 선수를 배치한다. 하지만 왼쪽 윙백인 콘라드의 경우에는 오른발잡이 왼쪽 윙백이라고 할지라도 엔드라인까지 향하는 직선적인 돌파를 즐겨하는 선수인 반면, 오른쪽 윙백인 윈데르의 경우에는 엔드라인까지 가는 직선적인 돌파보다는 공을 가진 상황에서 횡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 진입하는 경우가 잦은 선수이다.

 

몽펠리에전에서 볼 수 있었던 공을 가진 윈데르를 통한 하프 스페이스 활용

 

이러한 윈데르의 하프 스페이스 활용을 통해서 마르세유는 1 라운드 몽펠리에전에서는 상대가 4백인 점을 이용해 오른쪽 윙백인 윈데르에서 왼쪽 윙백인 콘라드로 한번에 측면 전환을 가져가는 상황을 연출하며 몽펠리에 백라인을 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해당 상황 자체는 몽펠리에 백라인이 어느 정도 제대로 기능한 것을 의미하기는 한다.

 

공을 소유하고 있는 윈데르가 슈팅까지는 가지 못하도록 막아섰을 뿐만 아니라, 나머지 백라인 선수들은 잠재적으로 공을 소유할 수 있는 자신들이 마크해야 하는 선수들을 시야에서 잃지 않음으로써 윈데르가 사실상 골대와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선수에게 공을 보내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몽펠리에는 마르세유의 하프 스페이스를 활용한 공격에 공략 당했다고 볼 수 있다. 4v4 상황에서 하프 스페이스로 진입하는 윈데르를 수비하기 위해서 왼쪽 풀백과 왼쪽 센터백 2명이 윈데르에게 고정되었고, 이로 인해 나머지 2명이 자신의 마크 대상인 파예와 제르송에 대한 수비를 정상적으로 실행했음에도 결국에는 수적으로 열세에 놓이며 콘라드를 완전히 무방비로 상태로 방치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하프 스페이스에서 드리블이 행해지는 순간 수비수들의 입장에서는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리스크가 수적인 열세로 나타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파예의 몽펠리에전 득점 장면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
파예의 보르도전 득점 장면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

 

윈데르가 마르세유 공격에 있어서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에 기여하는 선수라면 파예의 경우에는 왼쪽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을 주로 가져가는 선수이다. 다만 파예의 경우에는 선수가 가지고 있는 기술적 우위를 활용하기 위해서 조금 더 온전하게 드리블 이후 슈팅이라는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고, 윈데르가 사이드 채널에서 공을 건네받아 하프 스페이스로 진입하는 경우였다면 파예의 경우에는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받아 플레이를 시작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상단에 있는 링크를 통해서 파예의 1라운드 몽펠리에전 득점 장면과 2라운드 보르도전 득점 장면을 보았을 경우 해당 관점에서 얘기할 수 있는 포인트는 바로 하프 스페이스를 활용하는, 혹은 위치하는 선수에게 전제되어야 하는 능력이다.

 

 

보르도전 드미트리 파예의 득점 장면; 파예가 드리블을 통해서 하프 스페이스에 진입했고 보르도의 백라인은 전부 파예에게 고정되어 있다.

 

몽펠리에전과 보르도전 득점 장면에서 파예를 직접적으로 파예를 막아서기 위해 움직이는 공이 위치한 스트롱 사이드 수비수들은 윅 사이드 수비수들과는 다르게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당하지 않는 상태이다. 다시 말하자면 하프 스페이스(혹은 인접 공간)에서 공을 받아 드리블을 시도하는 파예를 막아서는 선택을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기회비용으로써의 리스크인 자신이 시야에 두며 마크해야 하는 선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술적 판단에 있어서는 훨씬 난이도가 낮은 상황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예는 본인이 해당 수비수들을 상대로 확보하고 있는 질적 우위(Superioridad cualitativa)를 통해서 1대 다수의 상황에서도 이들을 공략하고 득점에까지 성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에서의 이점을 온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공간을 활용하는 선수에게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하프 스페이스는 상대 미드필더 라인과 백라인 사이의 공간을 의미하고, 상대 백라인을 직면해야 하는 공간이다. 쉽게 말하자면 공간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드리블이라는 기술적 행위를 통해 상대 수비수들을 상대로 질적인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선수여야만 온전하게 상대 수비수들에게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질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선수여야만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파예의 경우처럼 직접적으로 득점을 시도하는 형태로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이 가능하게 된다. 만약 이와 같은 질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선수를 해당 공간에 위치시켜놓는다고 한들 100번 공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유효한 공격이 나오기는 커녕 공의 소유권을 상대 수비수에게 잃어버리는 상황이 연속해서 발생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90min.com

 

정리를 하자면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는 사실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단순히 해당 공간에서 공을 소유했다, 해당 공간에서 공을 몇번 받았다 라는 행위 자체로는 의미를 찾기가 힘들다. 이를 본질적으로는 어떤 선수가 어떤 상황에서 공을 소유 했느냐 를 파악해야 하며, 해당 공간에서의 공 소유가 이후 상황에서 어떠한 형태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를 가져가려고 시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온전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을 소유하고 있는 선수를 분리시키고 고립시켜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거시적으로 운동장 전체를 보고 11명 대 11명이 대치하는 상황의 일부분으로써 이해하려는 노력이 전제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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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우리가 축구 종목에서 일컫는 세트피스(Set Piece)는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본래 세트 피스라는 것의 정의는, 규정에 근거한 이유로 인해 공이 정지(Dead Ball)되어 경기가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되는 경우를 얘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세트피스의 범주를 넓혀서 보았을 경우, 자연스럽게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 뿐만 아니라 패널티킥, 쓰로인, 그리고 골킥까지 세트피스의 범주에 포함이 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통 코너킥과 프리킥을 이 나머지 세가지 상황과 떼어놓고 이들만 세트피스로 칭하는 경우 해당 세트피스의 정의는 무엇일까? 통상적인 관념이기 때문에 이를 확실하게 100퍼센트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대략적으로는 '상대 골대와 가까운 공간으로 한번에 공을 보내서 득점을 노리는 단발성 플레이'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키커와 골키퍼의 1대1 상황이 벌어지는 페널티킥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쓰로인과 골킥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리는 형태로 플레이가 재개되는 것에는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트피스로 인식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플레이를 재개하는 선수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쓰로인의 경우에는 공을 던지는 선수의 능력에 따라, 골킥의 경우에는 공을 차는 선수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좀 더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로리 델랍을 비롯해 이미 다수의 예가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벤피카 시절 에데르손이 대표적이다. 당시 에데르손은 골킥 상황에서 공을 차서 상대 패널티박스까지 공을 보내곤 했었고, 벤피카는 공중볼 경합에 능한 미트로글루를 통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곤 했다.)

 

여기서 이제 우리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만한 부분은, 플레이가 재개되는 공간적인 조건으로 봤을 때 득점과는 가장 거리가 먼, 즉 상대 골대와 가장 먼 위치에서 진행되는 골킥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에서 이해를 가져가야하느냐 라는 부분이다. 특히 공중볼 경합이 가능한 옵션을 향해서 길게 차서 경기를 재개하는 형태가 아닌, 가까운 옵션의 활용을 통해서 경기를 재개하는 경우에 해당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본래 세트피스는 전략의 성향이 강하다. 전략이라는 것은 '예측, 예상, 계획, 준비' 등의 단어와 연관지어서 생각할 수 있는 개념이다. 경기가 있기 전 상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상대의 특성과 강점/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우리의 특성과 강점/약점이라는 요소들과 연계해서 경기에서 상대를 공략하고 무력화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흔히 얘기하는 세트피스 상황들은, 상대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반응, 대응, 상호작용'하는 개념인 전술의 성향이 강하지 않은 온전하게 '예측'과 '계획'의 성향이 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속된 플레이'라는 단어 그 자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무엇을 할지는 상대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미 계획이 되어져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를 성공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는 상대와 얼마나 적절하게 상호작용 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기 보다는, 킥을 통해서 경기를 재개하는 선수를 포함해서 나머지 선수들이 얼마나 온전하게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코너킥 전략의 예 ; 상대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 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 이미지 출처 : soccercoachingpro.com

 

이에 반해 가까운 옵션을 통해서 재개되는 골킥의 경우에는, 세트피스의 전략적 특성을 지니고 있음과 동시에 그것이 행해지는 공간의 공간적 한계로 인해 전술적인 성향 또한 지니고 있다.

 

세트피스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은 경기를 다시 재개하기까지 일정 수준의 시간이 주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주어진 시간 동안 팀은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선수를 배치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세트피스가 가지는 시간적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축구의 경우에는 골키퍼를 포함해서 11명 누구든 운동장 위에 위치하고 오프사이드 룰을 위반하지만 않는다면, 위치에 대한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축구에서의 세트피스는 이러한 종목의 특성을 극대화 함으로써 전술보다 전략의 성향이 강해지는 순간인 것이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Football이 American Football과 비슷해지는 순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골킥은 상대방의 마지막 볼터치를 통해서 공이 우리 골대 엔드라인으로 나가게 되었을 경우 플레이를 재개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서 공간적으로는 상대 골대와 가장 먼 공간인 우리 골대의 골 에어리어에서 플레이가 재개되긴하지만, 주어지는 시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다른 세트피스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세트피스 상황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이뤄진 분석의 과정을 통해서 상대의 수비 형태를 예상, 이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선수 배치를 가져간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다른 세트피스와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이해를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세트피스 상황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존재하는 부분은, 상대 골대를 직접적으로 공략할 수 없는 위치에서 행해진다는 것에 기인한 목적의 차이이다. 코너킥이나 프리킥은 상대 골대와 인접한 거리에서(혹은 상대 패널티박스로 공을 보낼 수 있는 거리에서)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리기 위한 형태로 이뤄지지만, 가까운 옵션을 활용하는 골킥의 경우에는 그 목적이 득점을 하는 것이 아닌 득점을 시도할 수 있는 위치까지 공의 운반을 시작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골킥 상황에서의 온전한 이해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운동장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펼치지는 온전한 11대11의 상황으로서 이해를 시도해야 한다. 11대 11의 인플레이 상황을 시작한다는 관점에 있어서 상대의 수비 국면에서의 특징을 감안했을 때, 이를 공략하기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갖춰놓고 플레이를 재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골킥이기 때문이다.

 

그림1 : 일반적인 중계화면에서 볼 수 있는 골킥 상황. 11대11 상황으로 경기를 이해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림2 : 골킥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11대 11 상황의 관점에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골킥 상황에서 가까운 옵션의 활용을 통해서 플레이가 재개되는 빈도가 굉장히 높아졌고, 이로 인해서 골킥룰이 개정된 이후에는 골킥이 전개되는 형태에 대한 제약이 사실상 없어져 버렸다. 결과적으로 골킥을 실행하기까지의 과정, 즉 전략적인 관점에서 패널티박스 안에 선수를 배치하는 형태가 굉장히 다양해짐으로써 골킥에 대한 관심도나 언급 또한 과거에 비해 굉장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져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는 바로 골킥의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상대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형태로 선수가 배치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공을 받을 수 있는 패널티박스 인근의 선수 뿐만이 아니라 운동장 전체에 11명의 선수가 상대 11명에 대해서 어떻게 배치가 되어 있느냐라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골킥의 목적은 앞서 말한 것처럼 득점을 시도할 수 있는 위치까지 공을 운반하는 것에 있기 때문에 배치 그 자체에서 의의를 찾기 보다는, 향후 상황이 전개됨에 있어서 해당 선수 배치가 어떤식의 영향을 미치느냐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공이 한번, 두번 연결된 이후의 단기적인 과정까지만을 보고 이에 대한 정의를 내리거나 결론을 지어버리기 때문에 해당 의의를 파악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림1의 인테르vs라치오 경기에서 발생했던 상황의 연속. 시모네 인자기의 라치오는 유럽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골킥에 대해서 가장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팀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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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진행하는 토마스 투헬 현 첼시 Coach  (이미지 출처 : mirror.co.uk)

 

 

 

코치(Coach)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을 경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볼 수 있다. 

 

'스포츠 팀에 있어서 팀의 전문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신체적인 준비 과정에 종사하는 사람. 매경기 경기에 나서야 하는 선수를 정하며 각 선수가 수행해야 하는 기능적 역할을 지정한다. 특히 이런 분야에 프로로서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러한 설명을 토대로 보았을 때 우리는 코치(국내에서 얘기하는 감독/코치의 구분 없이 직업적인 의미에서 이를 총칭) 라는 존재가 경기에서 선수가 수행하는 기능적 역할을 지정하고 제시하며, 이를 통해서 최종적으로는 스포츠 종목에서 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코치는 훈련을 통해서 앞서 언급한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혹은 어떤 방식으로 코치가 이러한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1. 게임 모델의 구축과 수정

 

코치가 팀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 그리고 훈련을 진행하기에 앞서서 가장 먼져 해야하는 것은 바로 게임 모델의 구축이다. 선수 개인이 수행하는 기능적 역할에 대한 지정과 더불어서 훈련을 주관하기 위해서는 우선 코치 스스로 팀이 어떻게 플레이 해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는 이러한 게임 모델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을 통해서 생각하기를 코치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축구 철학, 혹은 축구관 그 자체로 생각하며 선수들이 이에 맹목적으로 적응을 하고 맞춰야 하는 일방향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게임 모델이란 그렇게 일방향적인 것이 아닌 코치와 선수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구성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코치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축구관이 핵심이 되긴 하지만, 게임 모델은 한번 구축이 된 이후에 고정불변으로 그 형태가 계속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되려 지속적인 수정의 과정을 통해서 게임 모델은 진화하고 변화하게 된다. 특히 팀을 넘어서 구단과 국가에 존재하는 문화, 선수들 개개인의 특성, 그리고 대회의 특성 같은 요소들과 상호작용함으로써 게임 모델은 계속해서 수정되어 진화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게임 모델이란 어떠한 구조로 구성이 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임 모델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축구에서의 4가지 국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축구는 공의 소유권에 따라서 공격과 수비의 역할이 구분될 뿐이지 전/후반을 나누는 하프타임과 세트피스 상황 정도를 제외하고는 경기가 끊김이 없이 진행되는 실시간 종목이다. (물론 최근에는 VAR의 개입으로 인해 그 끊기는 빈도가 좀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턴(Turn)제로 진행되는 야구처럼 완벽하게 경기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끊어서 구분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감안해서 경기를 상황의 연속으로 이해하기는 하되, 공의 소유권을 기준으로 해서 팀이 어떠한 국면에 놓여있는지는 구분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때 그 기본단위가 되는 것이 바로 아래서 볼 수 있는 4개의 국면이다.

 

 

 

 

 

게임 모델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기본이 되는 축구 경기에서 발생하는 4개 국면

 

 

 

 

기본적으로 팀이 공을 가지고 공격을 진행할 경우에는 공격 국면, 반면에 공격을 진행하다가 공을 빼앗긴 직후에는 수비전환 국면에 놓인 것으로 분류한다. 또한 수비전환 국면을 통해서 팀이 완전히 수비로 전환했을 경우에는 수비 국면, 그리고 수비를 하다가 상대로부터 공의 소유권을 다시 회복했을 경우에는 공격전환 국면을 거쳐 다시 공격의 국면으로 회귀하는 것을 축구 경기에 존재하는 하나의 싸이클로써 이해한다.

 

그리고 게임 모델이란 결국 축구 경기에 존재하는 이 4개 국면에서 팀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한 '행동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각 국면에서 상황에 따라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원칙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반복적으로 훈련을 진행하여 이것이 경기에서도 그대로 발현되게 한다. 코치의 머릿속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형태,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매번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혼동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 훈련 상황에서의 반복을 통해서 명확하고 분명하게 선수들에게 전달이 되고 입력이 되는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게임 모델의 구축은 큰 단위의 상위 원칙들에 종속되는 하위 원칙들의 정립을 통해서 더 구체화 된다. 예를 들면 공격을 진행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빼앗겨 수비로 전환해야하는 수비전환 국면의 경우에는, 상위 원칙으로 '즉각적인 압박'이냐 혹은 '수비진형의 구축'이냐를 설정하고 상황에 따라 이를 선택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두가지 형태의 상위 원칙은 기본적으로 팀의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반면에 하위 원칙의 정립을 통해서 필요한 것은 라인 단위, 혹은 선수 개인 단위로 해당 상위 원칙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조금 더 세부적인 행동양식이다. 단적인 예로 '수비진형의 구축'이라는 상위 원칙을 실행하는 관점에서 볼 때, 공과 가장 가까운 선수가 가져가야하는 행동과 공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선수가 가져가야하는 행동은 동일할 수 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감안한 구체적인 하위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2. 훈련의 구성과 진행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어떻게 구성되고 진행되어야 하는가 라는 포스팅을 통해서 이론적인 관점에서 훈련이라는 것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대략적인 이해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론적인 관점에서의 설명 보다는, 토마스 투헬 (현 첼시 Coach)의 말을 빌려 좀 더 실질적인 관점에서의 얘기를 해보고자한다. 

 


토마스 투헬, "나의 팀은 사이드 채널에 공이 있을 경우, 사이드라인을 따라서 플레이 하는 방식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ex) 사이드라인에 있는 풀백이 같은 사이드라인에 있는 윙에게 하는 종패스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편하고 안전한 방법이었다. 선수들은 공을 가진 선수가 전방에서 뭘 하는지 볼 수 있었으며, 자신이 플레이에 관여되려고 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그런식으로 플레이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나는 나의 팀이 좀 더 후방에서부터 전방을 향해 대각선으로 나가는 날카로운 패스를 통해서 플레이 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했냐고? 우리는 우리가 훈련하는 운동장에서 코너 부근을 잘라내버렸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골대 2개가 배치되어 있는 운동장이긴 한데,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직사각형의 모서리가 없는 운동장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운동장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우리는 모든 경기에 대한 준비를 그 다이아몬드 형태의 운동장에서 진행했다.¨

 

¨왜냐고? 우리의 핵심 원칙이 대각선의 형태로 플레이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각선 방향으로, 땅볼로, 역동적으로 들어가는 패스를 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고 나의 코칭 스태프의 목표였다."

 

"그래서 우리는 운동장의 형태 변화를 통해서 선수들이 해당 플레이를 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었다. 우리는 선수들의 내적인 관점에서 변화를 준 것이 아니라, 운동장의 형태라는 외적인 환경의 변화를 줌으로써 선수들의 창의력을 최대치로 강제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다이아몬드 공간 안에서 상황을 타개하는 관점에서 볼 때, 선수들 자신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조건들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그러한 조건들을 원치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나의 코치에 대한 역할을 극단적으로 바꾼 프로세스이다."

 

"나는 그렇게 선수들이 뭔가 스스로 조건을 만드는 것을 당시에도 원하지 않았고, 지금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사이드라인에서 사이드라인으로 종패스가 시도될 때 마다 훈련을 멈추고 이를 지적하는 코치가 되고 싶지 않다."

 

""내가 몇번이나 말했어, 대각선으로 플레이해야된다고 했잖아!" 나는 그런 유형의 코치가 되고 싶지않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한 방식이 아니다."

 

"나는 그저 운동장에서 코너 부분들을 잘라서 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그런 얘기를 하기 위해 훈련을 계속해서 멈출 필요가 없어진다."

 

"대신에 나는 선수들이 그 다이아몬드 공간 안에서 어떻게 상황을 타개하는지 관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할 수 있다. 관찰의 과정을 통해서 선수들에게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다면 격려와 칭찬을 건넬 수 있을 것이고, 만약에 적절하게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비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바로 내가 훈련하는 방식을 바꾼 상황이다. 이러한 방식이 바로 내가 원했던 방식이며, 지금도 내가 계속해서 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형태의 훈련 모델, 그리고 행동 양식은 여전히 내 코칭스태프 안에서 주류로써 자리매김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최근의 인간 뇌에 대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발전시키고 개선해왔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계속해서 반복해서 훈련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반복은 결코 같은 상황의 재현, 즉 재생산에 있지 않다. 우리의 훈련방식은 생산적인 것이지, 재생산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는 훈련 과정에서 전략을 적용하거나 사전에 준비된 패턴을 활용하지 않는다."


 

투헬이 도르트문트 시절 진행한 컨디션 매치(Partido modificado). 역시나 코너를 잘라낸 다이아몬드, 혹은 8각형 형태의 공간에서 이를 실행하고 있다.

 

 

위와 같은 투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결국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의 연출' 그 자체여야만 한다. 투헬의 경우에는 공간적으로 운동장의 코너 부근을 잘라서 들어냄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게임 모델에 근거한 플레이가 실행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선수가 해당 상황에 계속해서 노출되게 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축구를 뇌에서 시작되는 활동, 즉 무의식이 개입이 그 무엇보다 크다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훈련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선수가 특정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유도하지만, 행위 자체를 반복하는 재생산의 개념이 아닌 다른 구성요소들과 상호작용하게끔 함으로서 '새로운 습관의 형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정리를 하자면 훈련의 주관자로서 코치는, 우선적으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팀의 게임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게임 모델은 각 국면별로 명확하고 세부적인 상위 원칙과 하위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자신 뿐만 아니라 선수에게도 구체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형태의 것이어야 한다. 또한 이렇게 구축된 게임 모델은 고정불변의 형태가 아니고 선수의 특성을 비롯한 여러가지 요소들과 상호작용 하며 끊임 없이 수정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코치는 이렇게 선결 과제로써 마련된 게임 모델을 기반으로 해서 훈련을 구성하고 진행하게 된다. 반면에 이는 투헬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을 통해서 이뤄진다기 보다는 '상황의 연출'을 통해서 이뤄진다. 적정 수준에서의 피드백은 분명히 이뤄져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투헬의 말처럼 훈련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코치의 이상적인 역할은, 연출된 상황에서 선수들이 상호작용 하는 것을 관찰하는 '관찰자'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관찰자가 되기 위해서는 훈련을 계획하고 구상하는 단계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만 한다. 어떠한 조건들을 통해서 선수들이 게임 모델을 체화하기에 좀 더 나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 없는 고민과 고뇌가 필요하며, 이러한 고민과 고뇌를 통해서 구상되고 계획된 훈련에서만이 자신의 개입은 최소화 한 상태로 원하는 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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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undoneurona.wordpress.com

 

 

축구는 결국 몸이 아니고 뇌가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할 수 있다. 축구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축구를 단순히 공을 발로 차면서 하는 행위가 아닌, 정확하게 말하자면 뇌에서부터 시작되는 활동으로써 이해해야하는 것은 확실히 맞는 얘기다. 하지만 뇌 또한 우리 몸의 일부로써 기능하는 신체 기관이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몸과 고립시키고 분리시켜서 생각할 수 없으므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축구와 뇌라는 두 단어를 연관지어서 얘기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느끼는 그 거리감은 상당히 클 수 밖에 없고, 어쩌면 뇌라는 단어를 축구와 엮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 조차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뇌라는 단어, 그리고 뇌와 관련된 지식은 우리가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면 일상생활에서는 접할 수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생소하기만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뇌는 굳이 축구가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생활에서 그 어떤 신체 기관보다 큰 영향을 우리의 삶에 미친다. 우리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밤에 잠이드는 그 순간까지, 우리의 뇌는 우리가 내리는 모든 판단과 결정을 관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판단과 결정은 크게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축구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무의식적으로 뇌가 내리는 판단과 결정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이니에스타의 득점은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 3년 동안 9관왕을 기록했던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 헤게모니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도 같았던 득점이었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니에스타는 왼쪽에서 패스가 넘어온 것을 컨트롤 하지 않고 오른발로 다이렉트로 처리했고 공은 골대 우측 상단으로 향했다. 수비의 위치나 여러가지 정황들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득점이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공이 향했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이후 다수의 기자들이 득점의 주인공인 이니에스타에게 다가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건넸다.


Q. 공을 차기 전에, 슛팅을 하기 전에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그 공간이 유일하게 득점을 성공시킬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았나요?
그러자 이니에스타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A.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전 그저 제 혼을 담아서 공을 찼을 뿐이고, 공이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대중들은 선수들이 행하는 행위의 대부분이 의식적으로 행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끊임없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하는 축구의 특성상 이는 사실이 아니다. 특히 우리가 텔레비젼이나 모바일 중계를 통해서 볼 수 있는 레벨의 경기들에서는 선수들에게 주어진 공간적/시간적 여유가 극히 제한적이다. 이는 축구라는 종목을 행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주어진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써 이뤄지는 무의식에서 나온 행동을 통해서 경기에 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니에스타의 위와 같은 인터뷰는 그 사실을 뒷받침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최근의 뇌과학 분야에서 정설로서 받아들여지는 의식-무의식의 관계와도 일치한다. 선수가 특정 동작을 취한다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최근의 뇌과학은 해당 동작이 내려지기까지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무의식을 통해서 선수는 특정 동작을 실행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선수의 의식은 해당 동작이 실행되었다는 정보를 전달 받고 이를 본인의 자유 의지(libre albedrío)를 통해서 선택했다고 인식한다' (Rafel Pol, 2011)

 

이를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생각하는 특정 행동의 의도라는 것은 사실상 무의식을 통해서 실행된 행위에 대한 ´이유 혹은 설명´으로써 후에 덧붙여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의식이라는 것 또한 우리의 행동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행동을 시작하는 그 시발점으로써 기능하기 보다는, 무의식을 통해서 결정된 행동에 대한 일종의 '거부권'으로써 활용된다. 즉 무의식을 통해서 결정된 행동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의식이 개입하여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Libet, 1983). 반면 앞서 말했듯이 축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축구에서 행해지는 선수들의 동작들에는 이러한 거부권으로써의 의식이 개입하는 비중 보다는 무의식이 개입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무의식의 행동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무의식이란 결국에는 말 그대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예측할 수 없고 우리의 자유의지로는 전혀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인 것일까? 무의식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으로 인해서 이렇게 생각하기가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무의식의 행동, 특히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 종목에서 행해지는 무의식에서부터 시작되는 동작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기억'이라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보통 기억을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회상할 수 있는 능력 정도로 생각하고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억은 저장되는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서 세부적으로 그 종류가 나눠지게 되는데, 우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무의식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억은 바로 장기기억의 한 종류인 '절차기억'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기억은 크게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뉘게 되고, 장기기억의 경우에는 또 다시 외현기억과 암묵기억 두 종류로 나뉘게 된다. 외현기억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떠올리는 기억인 반면, 암묵기억에서의 절차기억은 습관화, 즉 반복과 연습을 통해서 남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몸에 남는 기억'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절차기억이 바로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반응을 일으키는 우리의 뇌에 내재된 기억인 것이다.

 

축구로 상황을 설정할 경우 공이 우리를 향해 왔을 때 그 공을 컨트롤 하는 동작, 동료에게 정확한 패스를 보낼 수 있는 동작, 그리고 골대를 향해서 슛팅을 시도하는 동작까지 우리가 기술이라고 하는 모든 동작들은 이처럼 반복과 연습을 통해서 우리 몸에 남는 기억인 절차기억을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실행되게 된다. 이말은 결국 선수가 자신이 경기에서 실행하는 동작을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는 없지만, 특정 행동을 반복과 연습을 통해서 습관화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경기 중에 개입하는 이 무의식의 영역에도 충분히 개입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 때 이러한 선수의 무의식의 영역에 개입해서 올바른 습관의 형성에 기여해야하는 것이 바로 훈련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때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바로 축구라는 종목의 특성이다. 훈련 방법론에 대한 포스팅기술과 전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포스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축구는 단순히 기술적인 행위를 실행하는 것으로는 선수가 경기에서 온전하게 기능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놓인 상황이 어떠한 상황인지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당 상황에 대한 적응, 혹은 적절한 해결책으로써 기술적인 동작을 실행해야만 하기 때문에 반드시 실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 상태에서 반복과 연습을 해야지만 유효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이강인이 느끼는 스페인과 한국 선수들의 차이 : 7분 17초부터 9분1초.> 스페인 선수들은 폼, 즉 기술적인 능력이 조금은 부족할지라도, 올바른 상황인식과 판단(전술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11대11 상황을 타개한다. 또한 가장 경기에 가까운 훈련은 결국 경기이고, 훈련은 결국 경기에서 발생하는 상황의 연출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축구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들의 훈련 방법론과 국내의 훈련 방법론에는 비교적 큰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유소년 레벨에서 이 접근방식의 차이는 굉장히 두드러진다. 우리가 축구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들은 대부분이 이렇게 축구의 훈련과 경기에 대한 접근방식 자체를 뇌과학적인 관점에 두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경기 상황과 비슷한 상황 속에서 선수들이 올바른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다시 말해서 국내에서 흔히 얘기하는 코디네이션이나 레슨, 즉 마커나 장비들을 배치해 놓고 움직이는 동료나 상대 없이 공을 가지고 선수 개인이 기술적인 동작을 반복하는 '상황 인식이 배제된' 형태는 훈련의 보조가 될 수는 있어도 주가 되지는 않는다.

 

오프사이드. 쓰로인, 골킥 등 축구의 규칙이나 여러가지 상황들을 이해하는 것이 아직 힘들고, 축구라는 행위를 하기에 앞서 온전하게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법을 학습해야 하는 미취학 아동 연령대의 경우, 그런 형태가 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미 축구 경기에서의 규칙이나 온전하게 축구 종목 자체를 이해할 수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 연령대에만 이르더라도, 통상적으로 훈련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전술적인 상황 안에서 올바른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되게 된다.

 

아직은 기술적인 능력이 부족해서 컨트롤에 실패해 동료로부터 건네 받은 공이 발에서 튀어나간다고 할지라도, 움직이는 동료가 있고 움직이는 상대가 있는 상황 안에서 그 컨트롤이라는 기술 능력의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다. 결국 좋은 컨트롤이란 다음 플레이를 전개하기에 적절한 것이 되어야만 하는데, 움직이는 동료와 상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다음 플레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그 기준 자체가 없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상황 인식이 없는 형태로 훈련을 반복했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상황 인식이 배제된 '공과 나'라는 관점에서의 습관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번 포스팅에서 살펴본 것처럼 훈련은 결국 무의식의 단계에 개입할 수 있는 습관을 형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반면에 '뇌의 가소성' (뇌가 외부 자극에 대해 상호작용 하는 능력)이 가장 높은 시기인 만 8세에서 16세 사이에 축구 경기에 존재하는 요소, 즉 '나, 상대, 동료, 공'이라는 요소들이 존재하지 않는 오직 '공과 나'라는 요소만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습관이 형성된다면, 이는 결국 상대와 동료라는 요소들이 개입하는 경기 상황이 되었을 경우에는 굉장히 크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기술-전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포스팅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기술적인 능력을 분리시켜서 보았을 때는 분명 능력이 출중한 선수이지만, 움직이는 동료와 상대에 대해서 상호작용을 해야하는 경기 상황에 놓이게 되면 상황인식 능력과 판단 능력의 결여로 인해 그 기술적인 능력을 온전하게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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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futbolsesion.com

 

먼저 살펴보았던 축구에서의 기술-전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어떻게 구성되고 진행되어야 하는가, 다시 말해 최근의 축구 '훈련 방법론'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본격적으로 내용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자 한다.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것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구체적으로 어떠한 장면이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은 위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마커와 허들, 스틱 등 우리가 흔히 훈련 장비들이라고 하는 것들이 운동장 위에 배치가 되어 있고, 선수들이 공을 가지고, 혹은 공을 가지지 않은 상태로 그 훈련 장비들을 장애물로써 통과하거나 극복하는 모습으로써 말이다. 이 외에도 선수들이 운동장을 돌고 있는 모습이나 웨이트 장비를 활용해서 실내에서 훈련하는 등의 모습들을 떠올리는 것이 '훈련'이라는 단어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연상작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훈련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일반적인 이미지들을 다른 어휘로 표현해보자면 이는 '개인의 수련 ' 정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훈련은 개인이 개인의 신체적, 기술적 능력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 행하는 성격이 강하다. 어떤 종목들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훈련이 가장 효율적이며 이를 가장 필요로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를 하자면 실시간으로 상대를 직면하지 않는 종목의 경우가 그러한데, 구기 종목에서 예를 들자면 가장 대표적인 종목은 아마 골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골프는 공이 정지된 상태에서 타인의 간섭이나 개입 없이 온전하게 자신의 신체적, 기술적 능력을 활용해서 공을 목적지로 보내야만 하는 종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반복적으로 기술 행위를 실행하고 이를 통해서 자신의 신체적인 능력과 기술적인 능력을 향상 시키는 수련의 느낌이 강한 훈련이 가장 효율적인 훈련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구기 종목을 벗어나서 예를 찾는다면 기계 체조도 같은 경우에 해당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유명한 양학선 선수의 경우를 떠올려보자. 기계체조 종목 중에서도 양학선 선수의 주종목은 도마에 해당한다. 즉 양학선 선수가 자신의 종목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해야하는 것은, 도마 위에서, 혹은 도마를 발판 삼아 할 수 있는 기술적인 행위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학선 선수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십번, 수백번, 혹은 수천번에 가깝게 도마를 가지고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 훈련할 것이고, 이 또한 온전하게 개인이 수행하는 수련에 가까운 훈련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도마 위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는 양학선     (이미지 출처 : 2020 Tokyo 올림픽 홈페이지)

 

 

반면 이러한 형태의 훈련방식은 축구 종목에서의 훈련 방식으로 주가 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보았던 두 종목과 비교했을 때 축구는 크게 두가지 부분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낸다. 첫번째로 축구는 팀 종목이기 때문에 1+1=2가 아닌 경우가 굉장히 많다. 나라는 개인이 행하는, 온전히 개인의 행위에 의해서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닌, 11명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기능해야만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단순히 개인의 능력을 향상 시키는 방법이 팀적인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힘들다.  두번째로 축구는 실시간으로 상대를 직면해야 하는 종목이다. 기술-전술의 상관관계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상대가 왼쪽을 막아선다면 나는 오른쪽으로 갈 수 밖에 없고, 반대로 상대가 오른쪽을 막아선다면 나는 왼쪽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축구라는 종목의 특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팀 동료와 상대에 대한 상호작용, 즉 전술적인 관점에서의 상황인식과 판단 및 결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고, 이러한 과정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기술적으로 아무리 높은 수준에 있는 선수라도 본인의 그 기술적인 능력을 만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최근 축구에서의 훈련 방법론이란 이러한 축구의 큰 두가지 특성을 감안해서 훈련이 구성되고 진행되어져야 한다는 이론이다. 한마디로 이를 표현하자면 '훈련에서는 항상 실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어야만 한다'가 되겠다. 축구 경기는 셋트피스 상황 정도를 제외하고는 선수들이 정지되어 있는 경우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의 메인 포커스는 항상 움직이는 동료, 움직이는 상대, 그리고 움직이는 공에 대해서 끊임 없이 상호작용 하는 상황에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경우 선수는 계속해서 해당 상황에 대한 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다음 동작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강요 받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서 무의식의 형태, 즉 습관으로써 경기에서 이러한 것들이 발현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 최근의 훈련 방법론의 최종적인 목표이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되어야 하는 프로세스가 있는데, 이는 바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 의해서 진행되어야 하는 팀의 게임 모델, 혹은 플레이 모델 (Modelo de juego)의 구축이다. 게임 모델이란 선수 개개인을 포함한 팀이 특정 상황에 노출되었을 경우 자신이 어떠한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는 '행동양식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선수가 내릴 수 있는 판단과 결정에 있어서 '모범 답안'을 제시하는 존재인 것이다. 통상적으로 게임 모델은 크게 '공격-수비-공격전환-수비전환' 4가지 국면으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분류하고, 해당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선수 개개인을 포함해서 팀이 어떠한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하는지를 가이드하게 된다. 이러한 플레이 모델의 존재는 또한 궁극적으로는 코칭스태프-선수 간의 커뮤니케이션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선수-선수 간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도 기여하게 된다. 팀을 구성하는 모두가 특정 상황에서 자신들이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하는지를 동일한 플레이 모델이라는 기준을 통해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이 아무래도 효율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리를 하자면 최근 축구에서의 훈련 방법론이 의도하는 것은 훈련이 실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술적 상황을 연출해야 한다는 것이고, 선수를 반복적으로 해당 상황에 노출시킴으로써 선수의 상황인식과 판단 과정을 계획된 방향으로 유도해 이것이 경기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발현되게 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 때 우리가 얘기하는 계획된 방향이란 결국 게임 모델을 의미하게 되고, 게임 모델이란 특정 상황에 대해서 '우리는 이 상황에서 이렇게 판단하고 행동한다'라는 팀의 행동양식 체계인 것이다.

 

 

 

언급한 훈련 방법론에 근거한 축구 팀의 연속적인 싸이클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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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futbolenpositivo.com

 

기술과 전술은 축구라는 종목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모든 종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반면에 이에 대한 정의와 이 둘의 상관관계는 국내에서 비교적 명확치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통상적으로 '기술'(Técnica)이라는 행위는 이를 실행하는 주체가 개인이다. 축구 종목으로 보았을 경우에는 공을 가진 선수가 공이라는 대상을 가지고 실행하는 컨트롤, 드리블, 패스 등의 행위들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정확하게 해낼 수 있느냐가 그 선수의 기술적인 능력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특정 선수의 기술적인 능력 중에서도 패스 능력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을 하고 싶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이를 측정할 수 있다. 

 

먼저 선수를 기준으로 선수가 패스라는 행위를 통해서 공을 보내야하는 목적지를 설정을 하고, 선수가 그곳을 향해 공을 보내게 하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유의미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패스라는 행위를 통해서 공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속도, 그리고 패스를 실행하는데 있어서 사용하는 발의 부위, 공의 높이를 기준으로 한 패스의 종류, 그리고 다양하게 설정된 거리까지 여러가지 기준들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기준들을 바탕으로 일정 횟수 이상의 표본을 뽑아내어 대상이 된 선수의 패스 능력을 수치화 시킬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자면 10회, 20회, 100회 등 일정 숫자 이상의 패스를 시도해서 정해진 기준에 부합하는 패스를 성공 시킨 횟수를 계산하여 수치화 시킨다. 선수를 기준으로 20미터 지점에 목적지를 설정하고, 인사이드 패스로 10회의 패스를 시도하게 하여 일정 속도 이상으로 공이 목적지에 도달한 횟수가 7번이라면, 해당 선수의 20미터 거리에 대한 인사이드 패스 능력은 10점 만점에 7점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인 능력의 측정은 패스 뿐만 아니라 드리블, 혹은 컨트롤의 경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해당 기술적 행위의 성공여부를 판가름 짓는 세부적인 기준들을 각각의 행위에 맞게 설정하고 적용한다면 각각의 행위에 대한 선수의 기술적인 능력을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드리블이라면 직선 드리블이냐 혹은 방향 전환이 있는 드리블이냐의 코스를 정하고,자신의 주발을 사용하느냐 반댓발을 사용하느냐, 혹은 양발이냐 등의 기준을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에 맞는 드리블을 통해서 코스를 통과하는데 걸린 시간의 평균을 낸다면 이 또한 해당 선수의 드리블이라는 능력에 대한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기술적인 능력의 측정에 대한 기준과 그 방식을 보았을 때 이에 대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의문점은 비교적 명백하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나온 평가의 결과가 실질적으로 축구라는 종목을 행하는 과정, 즉 11대11 상황에서 경기를 펼치는데 있어서도 동일하게 선수의 능력으로써 발현이 되느냐 라는 것이다. 기술능력 측정에서 10번 패스를 시도해서 8번을 성공시킨 선수가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로 10번 패스를 시도하면 8번을 성공시킬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의문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그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 원인을 바로 전술(Táctica)라는 또 다른 요소에서 찾을 수 있다.

 

축구는 11명의 선수들이 또 다른 11명을 상대로 공을 놓고 말 그대로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하는 순간의 연속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답이란 것의 도출과정을 '상황 인식-판단 및 결정' (Percepción-Toma de decisión)의 프로세스로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의 역습에 대응해야 하는 센터백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센터백은 가장 우선적으로 공을 가진 상대 선수의 위치를 확인할 것이고 자신과 해당 선수와의 거리, 그리고 우리 골대까지의 거리 등을 파악할 것이다. 또한 잠재적으로 공에 관여할 수 있는 상대 선수의 숫자와 이들의 위치, 자신과 함께 이를 막아설 수 있는 동료의 숫자와 위치를 파악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것 자체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 그 자체, 즉 정보를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이러한 상황인식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시각적인 정보가 될 수 밖에 없으며, 반면에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경로는 동료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청각 정보가 가장 일반적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상황인식을 통해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이 어떠한 동작, 즉 어떠한 기술적 행위를 언제 어떻게 행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 및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이 판단 및 결정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전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즉 '전술적인 능력이 좋은 선수'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함으로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당 상황에 대한 올바른 판단 및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선수를 의미하게 된다.

 

다만 전술을 기술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는 부분은 바로 이를 행하는 주체라는 부분이다. 기술은 결국 개개인이 행하는 것으로 그 행위 자체에 대한 성공과 실패를 온전하게 개인의 행위로써 판단할 수 있는 반면, 전술의 최종적인 주체는 개인이라는 작은 구성요소들이 모여 구성하는 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성공과 실패의 여부는 다수의 행위로써 판단되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공을 가진 미드필더가 자신이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상대 수비라인의 뒷공간을 공략하는 쓰루패스를 시도하는 판단을 내려서 이를 실행했다고 가정해보자. 상대 수비라인의 높이가 비교적 높았고 이를 공략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시각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렸으며, 기술적인 관점에서도 패스의 속도나 정확도 또한 훌륭했다. 하지만 이 쓰루패스를 받아야할 동료가 해당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고 그 결과 필요한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 하면서 공이 연결되지 않았다면, 이 패스는 결국 상대에게 공의 소유권을 내줘버리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이처럼 전술이라는 것의 주체는 그 최소 단위인 1vs1 상황 정도를 제외하고는 항상 2명 이상의 선수가 관여된 팀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져야만 한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이제는 이러한 기술과 전술이 어떠한 상관관계에 놓여 있으며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관점이 필요로 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의 전개 과정에서 기술과 전술을 나눠서 정의하기는 했지만, 결국 축구에서의 기술과 전술은 축구라는 종목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가 없는 요소들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위의 예를 든 상황들에서 알 수 있듯이 기술적인 부문에서는 굉장히 뛰어난 수치를 기록한 선수라고 할지라도, 상황인식을 통해서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즉 전술적인 능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선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능력을 경기 중에 발현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반대로 상황인식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고 이를 통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전술적인 능력을 갖춘 선수라고 할지라도, 최종적으로 그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실행하기 위한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면 결국 전술적인 능력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과 전술이라는 요소는 '기술과 전술'이라는 각기 다른 2개의 존재가 아닌, '기술-전술'이라는 유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하나의 존재로 이해를 해야만이 비로소 온전하게 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향후에는 이러한 기술-전술 능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축구에서의 훈련 방법론적인 부분, 특히 축구 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들에서의 유소년 레벨에서의 훈련 방법론이 국내의 훈련 방법론과 어떤 차이를 드러내는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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