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원정에서 시즌 첫 패배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최고의 출발을 보이고 있는 아스날이 홈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스날은 지난 시즌에도 홈에서는 토트넘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 끝에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후반기에 있었던 원정 경기에서의 패배가 아무래도 대중들에게는 좀 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이번 경기에서 아스날이 과연 시즌 초반의 쾌조를 토트넘을 상대로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아스날은 3-1의 스코어로 홈에서 승리하면서 다시 한번 지난 시즌에 이어서 홈에서 만큼은 토트넘을 상대로 한 더비경기에서의 우세를 이어가게 되었는데, 아스날의 득점 장면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경기 중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전술적 상황에 대한 설명을 가져가 보고자 한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던 바였지만 토트넘은 아스날을 원정에서 상대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진영에 내려앉아 있는 시간이 상당히 길었는데 토트넘의 수비 접근 방식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는 수비가 시작되는 위치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되어지는 수비 방식에 대해서부터 얘기할 필요가 있다.

 

1) 상대가 골킥을 통해서, 혹은 골킥이 아니더라도 자신들의 패널티박스 내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에 대해서 팀 전체가 상대 진영 안에서 압박을 진행하는 Opposite-half Defence, 

 

2) 경기장을 세로로 3등분 했을 때 첫번째 3분의 1 지점에서부터 압박을 전개하는 High-Block Defence.

 

3) 경기장을 세로로 3등분 했을 때 두번째 3분의 2지점인 하프라인 인근에 수비진형을 갖추고 수비를 펼치는 Medium-Block Defence.

 

4)경기장을 세로로 3등분 했을 때 자신들의 진영의 마지막 3분의 1지점에서 수비진형을 구축하고 수비를 펼치는 Low-Block Defence.

 

수비의 근본적인 목적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능동적인 관점 (Proactive way)와 수동적인 관점(Reactcvie way)로 구분이 되어진다. 능동적인 관점에서의 수비의 목적은 ´적극적으로 공의 소유권을 회복해 공격권을 되찾는 것´이고, 이에 반해 수동적인 관점에서의 수비의 목적은 ´실점하지 않는 것´에 좀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2단계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좀 더 능동적인 관점에서 공의 소유권을 회복하기 위한 팀적인 압박이라는 메커니즘에서 접근이 이뤄지게 되고, 반대로 3,4단계의 경우에는 수동적인 관점에서 실점하지 않는 것에 좀 더 큰 비중을 두고 수비 블록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또한 수비가 시작되는 위치의 차이로 인해서 1,2단계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에는 비교적 상대 골대까지의 거리가 짧은 상황에서 역습을 시도하거나 혹은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 자연스럽게 공의 점유를 거쳐 상대 진영에서 지공을 이어가는 형태의 공격 전환이 주를 이루게 된다. 반면 3,4단계의 경우에는비교적 낮은 지점에서부터 수비가 전개되기 때문에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 공격 전환의 과정이 상대 골대까지의 거리가 비교적 긴 상황에서의 역습을 통해서 이뤄지게 된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선수비 후역습'의 경기 운영 방식은 사실상 3,4단계의 형태로 수비 블록을 유지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 빠르게 긴 거리 역습을 시도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수비의 접근 방식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콘테라는 감독은 필요에 따라서는 1,2단계 형태의 수비 형태에서도 전략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3,4단계에 좀 더 능한 감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지금의 토트넘의 경우에는 손흥민, 케인, 히샬리송이라는 3,4단계 수비 형태 이후 공격 전환 국면에서 긴 거리의 역습에 최적화 되어 있는 선수들이 전방 라인을 구성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아스날전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대로 3,4단계에서 수비를 가져가는 시간이 상당히 길었다.

 

이렇게 큰 틀에서의 경기에 대한 전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대로 경기에 나섰던 토트넘인 반면, 세부적으로 보았을 때 좀 더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아스날의 측면 자원인 마르티넬리와 사카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기 위한 방식이었다. 기본적으로 토트넘은 공격 국면에서는 1.3.4.3 시스템을 활용하고 수비국면에서는 상대 진영에서는 1.5.2.3, 자신들의 진영으로 내려앉은 이후에는 1.5.4.1의 형태로 수비 진형을 구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들의 진영에 내려앉은 상황의 관점에서 볼 때 1.5.3.2 진형에 비해서 1.5.4.1 진형의 경우에는 온전하게 측면에 2명의 선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고, 이번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토트넘은 이를 활용해 아스날의 좌우 측면 자원인 마르티넬리와 사카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2x1의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전술적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아스날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마르티넬리가 왼쪽 측면에서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는 윙백인 에메르송이 1x1로 이에 대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측면 미드필더인 히샬리송이 내려와 2x1 상황을 형성하며 수적 우위를 확보했고, 이를 통해 마르티넬리가 가지고 있는 1x1상황에서의 질적 우위가 발현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했다. 반대쪽 측면에 위치했던 사카가 공을 소유한 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카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도 토트넘은 윙백인 페리시치가 사카에 1x1로 대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측면 미드필더였던 손흥민이 가세해서 2x1의 수적 우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1x1에 능한 선수를 상대로 2x1의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보통 영어권 표현으로는 Doubling-Up이라고 하는데, 이런식으로 토트넘은 아스날의 좌우 측면 자원들이 공을 가진 상황에 대해서 2x1 상황을 형성함으로써 해당 선수들의 드리블 돌파가 시도되는 것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술적으로 보았을 때 이런식의 대응은 상대에게 전하는 메세지가 비교적 분명하다. 쉽게 말해서 "완벽하게 수적 열세에 놓여 있으니 여기서는 너가 우위를 가져갈 수 없다."의 메세지를 전하는 것으로 상대의 장점 자체를 상쇄하는 대응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을 통해서 사이드 채널에서의 1x1 상황에 대해서는 리그 탑급으로 거듭난 마르티넬리와 사카이기에 토트넘의 이러한 대응 방식은 두 선수의 장점을 상쇄한다는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 주효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문제가 되었던 것은 기회비용 차원에서 가장 위협적인 옵션이었던 두 선수를 막기 위해서 감행했던 대응 방식이 이후 상황에서 연쇄적으로 팀의 수비 진형에 균열을 가져왔다는 것에 있다.

 

본래라면 사이드 채널은 보통 수적으로 2x2 상황에서의 대결이 주를 이룬다. 이번 아스날과 토트넘의 경기의 상황을 예로 들자면 공을 가진 사카에 대한 수비는 윙백인 페리시치가, 그리고 반대로 아스날의 오른쪽 풀백인 벤 화이트에 대해서는 손흥민이 마크를 펼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쪽 측면의 경우에는 공을 가진 마르티넬리를 에메르송이, 왼쪽 풀백인 진첸코의 경우에는 히샬리송이 마크를 가져가게 된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토트넘은 마르티넬리와 사카가 가지고 있는 1x1 상황에서의 질적 우위를 상쇄하기 위해서 두 선수가 공을 가진 상황에 대해서 2x1의 수적 위를 확보하는 것을 택했고, 이로 인해서 여러가지 문제를 겪으며 실점을 기록하게 되었다. 

 

위 이미지에서 묘사되어 있는 아스날의 첫번째 득점 장면의 경우에는 일반적이라면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벤 화이트에 대한 수비를 가져갔어야 할 손흥민이 2x1 상황을 형성하며 공을 가진 사카에게 전념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사카에서 벤 화이트로 공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공을 넘겨 받은 벤 화이트에 대한 수비는 호이비예르가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연속적인 상황의 연출로 인해서 중앙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공을 넘겨받은 파티는 다이렉트로 중거리 슛을 통해 득점을 뽑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반대로 아스날의 두번째 득점의 경우에는 마르티넬리가 위치한 왼쪽 측면에서부터 연속적인 상황의 연출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르티넬리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 에메르송과 히샬리송이 2x1 수적 우위를 가져갔고, 이로 인해 마르티넬리로부터 공을 건네 받은 진첸코에 대한 마킹은 호이비에르 가져가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 미드필더였던 호이비에르와 벤탄쿠르 사이의 공간이 비교적 크게 벌어졌고, 이후 케인을 상대로 2x1의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가브리엘과 살리바는 호이비에르와 벤탄쿠르 사이에 벌어진 공간에서 자유롭게 공을 받을 수 있었던 파티에게 대각선으로 공을 건네게 된다.

 

살리바에서 파티로 향하는 대각선 패스는 대각선 패스가 유발하는 시야적 제한으로 인해 공을 받는 파티에 대한 견제는 벤탄쿠르가 아닌 호이비에르가 가져가야만 했다. 하지만 이전 상황에서 진첸코에 대한 마킹을 가져가야 했기 때문에 호이비에르는 파티가 공을 받아 자신들이 구성하고 있는 미드필더 라인을 직면하는 것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공을 가지고 토트넘의 미드필더 라인을 직면한 파티는 1차적으로는 제수스와의 패스 라인을 통해서 호이비에르와 벤탄쿠르에게 중앙으로의 Shifting을 강요했으며, 2차적으로는 외데고르와의 패스라인을 통해서 벤탄쿠르와 손흥민의 중앙으로의 Shifting을 강요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파티는 오른쪽 측면에 위치해있던 사카가 순간적으로 손흥민으로 인한 수적 열세 없이 1x1의 상황에서 공을 받을 수 있게끔 공을 건넬 수 있었고, 뒤늦게 손흥민이 2x1 수적우위를 형성하고자 합류했지만 상황은 이미 오버래핑을 시도한 벤 화이트에 의해서 2x2 형태로 전개가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사카는 2x2상황 안에서 페리시치가 아닌 손흥민을 상대로 1x1을 시도함으로써 슈팅을 가져갈 수 있었고, 슈팅 이후의 세컨드 볼 과정에서 제수스가 득점을 기록한 끝에 아스날은 역전골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토트넘의 1.5.4.1 진형을 통한 3,4단계 형태의 수비 접근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콘테 감독 개인으로 보았을 경우 콘테 감독은 과거 첼시 감독 시절에도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이런식으로 1.5.4.1 형태로 3,4단계의 수비를 펼친 끝에 홈에서 0대1로 패배를 기록했던 바 있다. 당시에는 이번 아스날과의 경기 두번째 득점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었던 미드필더 라인의 안쪽 공간을 막는 Shifting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점을 내줄 수 밖에 없었는데, 당시의 맨체스터 시티와 이번 아스날의 공격 전개는 기본적으로 구기 종목에서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하는 팀이 수비를 펼치는 팀을 상대로 가질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그대로 보여준다.

 

팀이 공을 가진 선수에게 다수의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상대가 특정 옵션을 차단하는 것을 강요하고, 만약 상대가 특정 옵션을 차단함으로 인해서 다른 옵션에 무방비로 노출될 경우 해당 옵션을 활용해서 상대 골대를 직접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도 1.5.4.1 진형을 갖춰 자신들의 진영에서 수비를 가져가다가 실점을 허용했던 콘테의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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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bpschool.com


현대 축구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전투, 혹은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인해 상대팀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과정이 굉장히 용이해졌고, 특히 프로 레벨에서는 TV 중계 화면이 아닌 11vs11의 상황의 연속으로써 촬영된 경기 영상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영상 정보를 기반으로 사전에 상대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스스로의 정체성(게임 모델)은 잃지 않되 상대의 강점은 무력화, 반대로 상대의 약점은 극대화 할 수 있게끔 훈련을 통해서 팀을 준비 시키는 것이 전략 수립의 과정으로써 정립되었다.

 

 

전략의 수립과 실행 싸이클

 


반면 모두가 이러한 과정을 가져가게 되면서 전략 수립 과정에서는 비교적 동등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에서의 승자와 패자는 갈리고 있으며, 전략의 수립과 실행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어떤식으로 상대할 것이냐'는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아이디어와, 이를 운동장에서 직접 실행하는 선수들의 전술적 수행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10년 간 축구는 공을 가진 공격 국면에서 큰 변혁을 가져왔다. 공을 가진 상황에서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려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는 변수를 최소화 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좀 더 본질적으로는 상대 골대를 공략할 수 있는 위치까지 공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큰 발전을 이뤄왔다. 이에 대한 결과로 우리는 공의 위치에 따라 11명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를 가지고 해당 팀의 경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공이 상대 골대를 공략할 수 있는 지점까지 도달하는 상황을 몇번이나 연출했느냐에서 선수들의 전술적 수행 능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목적은 정반대 되지만 수비 국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축구가 공격 국면에서 상당히 큰 폭으로 변화를 가져감에 따라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수비 국면에서의 접근법 또한 정교해질 수 밖에 없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전 분석의 과정을 거쳐서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기 위한 전략 수립과 이를 실행하는 선수들의 전술적 능력이 극단적으로 개선될 수 밖에 없었다.

 

이미지 출처 : objetivoanalista.com


이렇게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완전히 대척되는 입장에서 존재하는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이지만, 이 둘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공격 국면에 놓인 공의 위치에 따라서 팀이 11명이 유기체로써 움직이며 자신들의 포지션에 변화를 주며 상대를 공략하려고 한다면, 반대로 수비 국면에 놓인 팀은 해당 포지션 변화에 대응하는 관점에서 어떤식으로 자신들의 포지션에 변화를 주며 이를 무력화 시킬 것이냐가 양 팀의 전략이자 이를 수행하는 전술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감안해야 할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의 포지션은 풀백, 센터백 등으로 대변되는 '역할' 관점의 포지션이 아닌, 온전하게 '선수의 경기장에서의 위치'라는 관점에서의 포지션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축구 종목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이렇게 포지션을 두가지 의미로 나눠서 이해할 필요가 없었다. 선수는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에서의 차이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포지션이란 특정 공간에 위치하는 선수를 일컫는 말이었으며, 선수는 해당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플레이를 가져갔기 때문에 우리는 '위치=역할'의 관점에서 포지션을 정의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 Beier/Getty Images for FC Bayern


반면 현대 축구에서, 특히 최근 10년 간 축구가 발전해 온 관점에서 보았을 때 포지션은 더 이상 위치와 역할을 동시에 내포할 수 없게 되었다. 가장 단적인 예로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가짜 공격수'(Falso nueve) 혹은 '가짜 풀백'(Falso lateral)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포지션을 위치=역할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 기존의 선수들이 위치하던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플레이 하는 경우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에 대한 이해 과정에 도입했을 경우, 우리는 기본적으로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이 수비 국면에 놓인 팀에 비해 선수 포지션이라는 것에 더해서 좀 더 큰 폭의 자유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또한 그렇기 때문에 수비 국면에 놓이게 되는 팀이 사전 분석을 통해서 상대를 무력화 시키기 위한 준비가 아무리 잘 준비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결국에는 전략적으로, 그리고 전술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이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레알 베티스와 세비야의 국왕컵 전반전 발생한 상황 ;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까날레스의 포지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위 영상은 레알 베티스와 세비야의 국왕컵 경기 전반전에 발생했던 상황을 재현한 영상이다. 레알 베티스가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하는 공격 국면에 놓여 있으며, 반대로 세비야는 공을 가진 레알 베티스의 공격을 무력화 시켜야 하는 수비 국면에 놓여 있다. 최후방에 위치한 후이 실바가 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베티스는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알렉스 모레노에게 공을 전개 시켰는데, 알렉스 모레노에게 공이 전개된 이후 주목해서 보아야 할 것은 바로 까날레스의 위치 변화이다.

까날레스는 통상적인 위치=역할 관점에서의 포지션으로 보았을 경우 1.4.2.3.1 에서 오른쪽 윙어 혹은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했던 선수이다. 반면 세비야와의 경기에서 까날레스의 역할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치와 역할을 분리시켜서 보아야 한다.이 날 경기에서 까날레스는 경기장을 가로로 2등분 했을 때 공이 자신들의 오른쪽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오른쪽 윙어 혹은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가 위치하는 공간에서 플레이를 펼쳐보였지만, 반대로 공이 왼쪽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오른쪽 절반에서 완전히 벗어나 왼쪽 절반으로 넘어와 플레이 하며 공을 중심으로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날레스의 포지션 변화는 결국 공격 국면에 놓인 베티스가 공에 대한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선수의 포지션에 대해서 다소 극단적인 변화를 가져간 것인데, 반대로 수비 국면에 놓인 세비야는 해당 상황에서 이를 무력화 시키는 것에는 실패했다. 포지션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 까날레스에 대한 마킹을 가져가야 했던 것은 레킥이었지만 만약 레킥이 까날레스를 따라서 이동했다면 레킥이 지켜야했던 공간은 완전히 노출될 수 밖에 없었고, 베티스 입장에서는 보르하 이글레시아스나 베예린을 통해서 해당 공간을 직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기에 레킥은 까날레스의 이러한 포지션 변화를 두고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리버풆과의 경기에서 쟈카가 퇴장을 당했던 장면; 쟈카가 조따를 트랙백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 마갈량이스와 피르미누의 위치에 주목해 보자.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까날레스-레킥의 사례와는 반대에 해당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최근 있었던 리버풀과 아스날의 경기에서 쟈카가 퇴장을 당하는 장면에서도 우리는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이 포지션 변화를 통해서 수비 국면에 놓인 팀을 상대로 이점을 가져가는 것을 다른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위 영상을 보는 과정에 있어서 대부분은 쟈카가 조따를 발로 가격하면서 퇴장을 당하는 장면에 대해서 주로 언급을 하겠지만, 쟈카의 퇴장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버슨에서 조따로 롱패스가 나가기 전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영상이 시작된 직후 상황을 보면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피르미누이고, 이에 대한 마킹을 실행하고 있는 것은 마갈량이스이다. 해당 상황에서 피르미누는 통상적으로 선수가 가짜 공격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사실상 백라인에 가깝게 위치하며 경기장을 세로로 보았을 때 굉장히 큰 폭으로 자신이 플레이 하는 포지션에 변화를 준 상태이고, 마갈량이스는 베티스와 세비야의 경기에서 레킥이 까날레스에 대한 마킹을 포기했던 것과는 반대로 자신 또한 큰 폭으로 포지션 변화를 주며 피르미누에 대한 마킹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상황의 결과로써 발생한 것이 바로 마갈량이스가 이탈한 공간으로 전진하는 조따를 향해 나가는 로버슨의 롱패스였으며, 쟈카의 레드카드는 마갈량이스가 피르미누를 마킹하기 위해서 가져간 포지션 변화에 따른 결과의 결과였다고 볼 수 있겠다.

 


위의 두 가지 예를 통해서 우리는 선수의 포지션의 변화, 즉 플레이하는 위치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이 수비 국면에 놓이는 팀에 대해서 어떤식으로 우위에 놓여 있게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수비 국면에 놓인 선수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지역방어에 기반해 '공간과 선수'라는, 두 가지 대상을 동시에 수비해야 한다. 자신이 마킹해야하는 선수가 자신이 수비해야 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움직일 경우, 즉 자신이 수비 해야하는 공간과 선수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는공간이냐 선수냐에 대한 양자택일의 상황에 강요될 수 밖에 없고, 반대로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은 해당 선택을 강요하는 것 자체로 거기서 어떠한 선택이 나오더라도 공에 대해 벌어지는 다음 상황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공격 국면에 놓인 팀의 선수가 이처럼 비교적 큰 폭으로 플레이 하는 위치에 변화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이를 '프리롤', 즉 선수가 공에 관여하기 위해서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서 설명했던 현대 축구의 특징을 감안했을 때 최근의 축구, 특히 탑레벨에서의 이러한 포지션 변화는 대부분이 전략성, 즉 계획된 것으로 이해되어져야 할 것이다. 사전 분석을 통해서 더욱더 정교해진 상대 수비를 파훼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격과 수비라는 입장 차이에서부터 발생하는 선수 위치 변화에 대한 자유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언뜻 보았을 경우에는 선수가 자신이 지켜야 할 포지션을 벗어나 공을 소유하기 위해서 무작정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이 특정 선수, 혹은 특정 공간에 위치했을 경우에 대해서 공에 대한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실행되는 조건부 움직임일 공산이 크다.

반면 이러한 공격 국면에서의 큰 폭의 포지션 변화는 결국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렸을 경우, 즉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해야 하는 수비 전환 국면에서의 리스크를 어느 정도 동반한다고 봐야한다. 수비 전환 국면은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리기 직후의 상황으로써 공격 국면에서 팀이 공을 가지고 어떤식으로 공격을 전개했느냐에 사실상 종속될 수 밖에 없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까날레스의 경우처럼 한쪽 측면에 위치한 선수를 반대쪽 측면으로 이동시켜 수적 우위를 확보하게 했을 경우에는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린 이후 상대가 공격 방향 전환을 통해서 역습을 전개하는 것에 취약할 수 밖에 없고, 피르미누처럼 전방의 선수를 낮은 지점까지 내려오게 했을 경우에는 공의 소유권을 잃은 상황에서 해당 선수의 수비적인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해당 지점에서 곧 바로 공의 소유권을 되찾을 확률은 줄어들게 된다.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이기에 애초에 공의 소유권을 잃을 확률을 최소화 하는 관점에서도 이러한 포지션 변화가 시도 되는 것은 충분히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감독에 따라 이러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에 대한 의견은 분명히 갈릴 수 밖에 없고, 대표적으로 과르디올라의 경우에는 가짜 공격수나 가짜 풀백 이상으로 특정 선수 포지션에 대해서 큰 폭으로 변화를 주는 것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앙리의 바르셀로나 시절 경험담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선수의 포지션 변화를 가져감으로써 상대 수비에게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하기는 하되, 어디까지나 공을 잃어버려 수비로 전환되는 국면에서 문제를 겪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이러한 변화가 이뤄지는 것을 의도한다고 볼 수 있겠다.

티에리 앙리, "가장 중요한 것은 포지션이었다. 누구든 자신의 포지션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했고, 동료를 믿고 공이 자신에게 올 때 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했다."

"훈련에서 과르디올라는 특히 챠비와 이니에스타가 이것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 경기장을 가로로 2등분 하는 형태로 콘을 라스트 써드까지 놓곤 했다. 해당 콘을 기점으로 오른쪽에 위치한 선수들은 왼쪽으로 넘어와서는 안 됐고, 왼쪽에 위치한 선수들은 오른쪽으로 넘어와서는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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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전반기 맞대결과는 다르게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자신들의 홈에서 맨시티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것에 성공했던 아스날. 59분경 마갈량이스의 경고 누적으로 인한 퇴장이 발생한 이후에는 경기의 흐름 자체가 많이 기울고 말았지만, 그 전까지는 박빙의 승부를 연출하는 것에 성공했다. 과르디올라의 시티와 경기를 펼칠 경우 대부분의 팀들은 경기에서 많은 시간을 수비 국면, 즉 수비 진형을 완전히 갖춘 상태에서 시티의 지공을 막아내야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일 수 밖에 없고, 이는 아스날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아스날은 자신들의 진형으로 쉽사리 내려앉는 것이 아닌 시티의 진영에서부터 시티의 지공을 무력화 시키기 위한 모습을 적절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공을 가지지 않은 수비 국면에서의 '공격성'을 유지하는 것에 성공하면서, 수비의 가장 수동적인 형태인 '실점하지 않기 위해 공간을 지키는 블록 형성' 과 가장 능동적인 형태인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 오기 위한 상대 진영에서의 1v1 형태의 압박'이 적절하게 조화된 형태로 공의 소유권과는 관계 없이 경기의 흐름을 리드하는 것에 성공했다.

 

반면 블록을 갖추고 수비를 하는 상황에서 아스날에게 어느 정도 리스크가 존재했던 부분은, 쟈카에게 강제되는 2vs1 상황이었다. 시티는 상대가 4백일 경우, 공격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좌우폭을 완전히 확보하는 윙어에게 공을 연결해 상대 센터백과 풀백 사이의 공간을 벌어지게 하고, 해당 공간을 8번 미드필더의 언더랩을 통해서 공략하는 3vs2 트라이앵글 플레이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가져가는 팀이다. 반대로 쟈카는 자신의 시야, 즉 1선의 등 뒤를 커버함과 동시에, 시티가 오른쪽 측면으로 공을 전개했을 경우에는 3vs3 상황을 만들어 시티가 3vs2 트라이앵글 플레이를 가져가는 것 또한 저지해야만 했다

 

1선의 등 뒤를 커버하기 위해 움직였을 경우에는 자신의 대각선 등 뒤에 존재하는 베르나르두를 커버하는 것에 문제를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쟈카
왼쪽 측면 수비 유닛으로 3vs3 상황 또한 가져가야만 했던 쟈카

 

전체적으로 퇴장이 발생하기 전까지 수비 국면에서의 적절한 압박과 블록 형성을 통해서 좀처럼 시티가 유효한 공격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것에 성공했던 아스날이었지만, 결국에는 패널티킥이 발생했던 52분 경에는 해당 리스크를 상대에게 그대로 노출하며 경기의 흐름을 내주고 말았다고 볼 수 있다.

52분 경 공의 소유권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비교적 낮은 지점에 수비 블록을 형성할 수 밖에 없었던 아스날이었고, 이 과정에서 1선을 구성했던 외데가르와 라까제트 사이의 간격이 벌어져 둘 사이의 공간으로 이동한 드 브라이너가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고 말았다. 1선이 공략 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을 가진 드 브라이너에대한 마킹, 즉 1선의 등 뒤를 커버해야 했던 것은 쟈카였고, 이로 인해 아스날은 연쇄적으로 깐셀루-마레즈-베르나르두 실바 트라이앵글에게 3vs2 상황까지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드 브라이너에서 마레즈로 다이렉트로 패스가 이뤄졌다면 공과 거리상 가까웠던 마르띠넬리가 베르나르두 실바에 대한 마킹을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드 브라이너에서 깐셀루를 거쳐서 마레즈로 공이 전개가 되었기 때문에 마르띠넬리는 깐셀루에게 순간적으로 고정 될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최종적으로 마레즈와 베르나르두 실바가 티어니에 대해서 2vs1 상황을 가져갈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공격 방향의 전환을 생각하면 한 쪽 측면에서 반대쪽 측면으로 한번에 나가는 롱패스를 통해서 전환이 이뤄지는 형태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해당 형태로 전환이 이뤄질 경우에는 전환이 이뤄진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이 한번에 먼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수비로서는 반대쪽 측면으로 쉬프팅(Shifting-Basculación)할 시간이 주어짐과 동시에, 공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수비를 방해하는 요소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위와 같은 형태로 공을 가진 선수를 기준으로 장 가까운 패스라인을 거쳐서 전환이 이뤄졌을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전환을 가져가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상대 수비를 공을 가진 선수에게 끌어들여 고정시킴으로써, 반대쪽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Cambio de orientación con penúltimo)

 

이후 상황에서 선언된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패널티킥 판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이 갈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패널티킥이 발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내주지 않는 것이 아스날의 수비 국면에서의 목적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시티의 공격 국면vs아스날의 수비 국면'의 대결에서는 경기 결과와는 별개로 시티가 판정승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고 본다.

90분 경기를 계획하는 관점에서 볼 때 수비 국면을 계획함에 있어서 목표가 되는 것은, 항상 단순히 실점하지 않는 것이 아닌 상대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상대의 강점이 발현되지 않게 하는 것', 즉 상대의 공격을 상쇄하고 무력화 함으로써 실점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해당 상황에서 패널티킥이 판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스날로써는 시티가 자신들을 상대로 온전하게 3vs2 플레이를 가져갔다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서 1v1의 강점이 있는 베르나르두 실바와 1v1에 약점을 드러내는 쟈카가 패널티박스에서 대치하는 상황을 허용한 것 자체가 발생해서는 안 될 상황을 허용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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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의 경우 공격 국면에서 1.4.3.3 시스템을 활용했던 반면 노리치의 경우에는 1.4.4.2 진형을 갖춰 수비 국면에 임했다.

아스날 공격 국면 기준으로 보았을 때 노리치와 아스날의 경기에서 양 팀의 선수 배치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이루어졌다. 아스날은 최근 들어서 1.4.2.3.1이 아닌 1.4.3.3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고, 이를 노리치의 진형에 대한 상호작용으로 보았을 때 중요한 포인트는 8번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는 쟈카와 외데가르의 위치이다. 기본적으로 두 선수는 노리치가 1.4.4.2 진형을 갖췄을 경우 노리치의 2선, 즉 미드필더 라인의 등 뒤에 위치해 있다. 자신보다 후방의 선수가 공을 가지고 압박을 받을 경우에는 패스 라인을 형성하기 위해서 가까운 옵션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노리치 2선의 등 뒤에서 해당 선수들의 시야 밖에 위치해 있다가 말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압박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로 공을 가진 선수에게 서포트를 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적인 사항이다. 또한 이를 반대로 얘기하면 자신보다 후방의 선수에게 압박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는 2선의 등 뒤 포지셔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만 하는 것이 8번의 역할이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대 2선을 공략하는 형태

 

오른쪽 사이드 채널에 공이 위치했을 경우, 특히 오른쪽 풀백이었던 벤 화이트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 비교적 빈번하게 발생했다. 벤 화이트는 토미야스가 해당 위치에 출전했을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비 국면에서는 오른쪽 풀백이었지만 공격 국면에서는 사실상 가브리엘과 홀딩에 이어서 세번째 센터백으로 플레이했다고 봐야한다. 자신들의 진영에서 공이 순환될 경우 사이드 채널로 이동해 공을 받았는 상황에서, 사이드 채널이긴 하더라도 완전히 터치라인 인근까지 이동하지 않고 사이드 채널에서 최대한 안쪽 공간에 위치함으로써 터치라인 부근으로 움직이는 외데가르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대각선 포지셔닝을 가져갔다. 해당 포지셔닝을 통해서 벤 화이트는 자신을 마킹해야하는 플라체타따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함과 동시에 플라체따의 등 뒤에 있는 외데가르에게 향하는 패스 각도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했다. 공을 받는 외데가르의 입장에서도 자신과 대각선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서 패스를 받았기 때문에 공을 받는 순간 상대 골대를 등지지 않고 몸을 열어놓은 채로 공을 받는 것이 가능했고, 이로 인해서 3자에 해당하는 토마스 파티를 향해서 공을 전개하는 것 또한 훨씬 용이하게 이어갈 수 있었다.

 

이를 반대로 노리치 입장에서 보자면 노리치는 화이트와 외데가르가 자신들의 왼쪽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공을 전개했기 때문에 해당 측면으로 전체적인 진형을 이동(Shifting-Basculación) 시킬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외데가르가 2선의 등 뒤에서 터차라인을 향해 이동했기 때문에 맥린을 시작으로 2선 전체가 공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은 길모어와 사전트 사이에 해당되는 공간이었다. 1.4.4.2에서 오른쪽 윙어로 출전했던 사전트는 위 상황처럼 상대가 자신들의 왼쪽 측면에서 공을 전개할 경우 안쪽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이동하는 전술적인 움직임에서 에러를 비교적 자주 범했다. 이로 인해서 아스날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 방향의 전환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길모어와 사전트 사이를 관통하는 패스를 통해 노리치의 2선을 완전하게 공략할 수 있었으며,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은 결국 또 다른 8번이었던 쟈카의 포지셔닝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8번인 쟈카는 자신보다 후방의 선수가 공을 가진 상태에서 압박을 당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상대 2선의 등 뒤에 위치해 있었고, 해당 포지셔닝 자체만으로도 쟈카는 노리치의 2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위치에서 공을 받아 사이드 채널에 위치한 마르티넬레에게 공을 전개해 공격 방향 전환을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스날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

 

공을 가진 선수가 압박을 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1.4.3.3 8번 미드필더들의 위치는 상대 미드필더의 등 뒤, 즉 시야 밖이어야만 한다.

 

중앙에서 3자 플레이를 통해 상대 2선을 공략하는 형태

 

공격 방향의 전환을 통해서 상대 2선을 공략하는 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개입하는 빈도가 높지 않았던 라까제트이지만, 하프 스페이스 채널을 비롯해 센터 채널에서 공격 전개가 되는 경우에는 2선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비중이 상당히 컸다고 볼 수 있었던 라까제트이다. 라까제트는 리옹에서 프로 데뷔 이후 측면과 중앙, 1선과 2선을 오가다가 푸흐니에 감독 부임 이후 중앙 공격수로 완전하게 자리를 굳힌 경우에 해당한다. 푸흐니에 감독은 리옹의 감독으로 있으면서 라까제트를 중앙 공격수로 기용해 상대 골대를 등진 상황에서의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이후 해당 플레이는 라까제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되었다. 

 

 

직접적으로 자신을 마킹하는 선테백을 등 뒤에 달고서 플레이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상대 골대를 등진 상황에서 라까제트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 센터백의 견제 없이 플레이 할 수 있는 상황이 언제인지 알고 활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특히 노리치전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해당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서 등을 진 상황에서 공을 받아 3자 플레이(Dejar de cara)를 가져가는 빈도가 유독 높았던 라까제트였는데, 구체적으로 해당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를 정확하게 얘기해 보고자 한다.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노리치는 상대 진영에서는 1.4.4.2로 수비를 가져가다가 자신들의 진영에서는 1.4.5.1 형태로 수비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였고, 이로 인해 센터백인 가브리엘이 드리블을 통해 전진할 경우 이를 저지해야 했던 것은 도웰이었다. 이 때 직접적으로 문제가 됐던 것은 도웰이 전진하면서 발생한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서 길모어가 움직여야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길모어의 움직임으로 인해서 순간적으로 길모어와 맥린 사이에 공간이 발생했고, 해당 상황이 바로 라까제트가 상대 센터백의 견제 없이 지속적으로 3자 플레이를 가져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상황에서 공을 가진 가브리엘은 노리치의 수비로 인해서 쟈카 혹은 파티에게는 직접적으로 공을 연결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 길모어와 맥린 사이에 발생한 공간으로 상대 골대를 등을 지고 나타난 라까제트에게는 공을 전개하는 것이 가능하다. 라까제트가 해당 공간에서 가브리엘로부터 공을 건네받았을 경우 라까제트는 상대 센터백의 견제 없이 원터치 플레이로 앞을 보고 있는 파티에게 공을 연결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반해 노리치 2선의 중앙인 길모어와 맥린은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공을 받는 라까제트를 향하게 된다. 이렇게 아스날이 가브리엘->라까제트->파티로 이어지는 3자 플레이를 통해서 노리치 2선을 직면하는 것에 성공했을 때 8번 미드필더에 해당하는 쟈카와 외데가르는 여지 없이 노리치의 2선 등 뒤에 위치해 있게 되고, 둘 중 하나에게 공이 연결될 경우 아스날은 노리치의 2선을 넘어서는 것에 성공하게 되면서 백라인을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감독 교체 이후에도 사전에 상대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서 전략을 수립하는 관점에서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노리치는 이번 아스날과의 경기에서도 이러한 아스날의 공격 전개에 속수 무책을 당할 수 밖에 없었고, 반대로 아스날은 이러한 공격 전개를 통해 노리치의 1선과 2선을 공략해 3선을 직면하는 상황을 다수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한 향후 이런식으로 공격 국면에서 1.4.3.3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사용될 경우 가장 큰 수혜자가 되는 것은 8번 미드필더 중 하나였던 외데가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직접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은 외데가르이지만, 아르테타가 경기 후 기자 회견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고 언급을 했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외데가르이다.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던 레알 소시에닷 임대 시즌에도 1.4.3.3에서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리그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외데가르이고, 특히 외데가르는 이번 노리치전처럼 측면으로 빠져나가서 공을 소유하거나 상대 2선의 등 뒤, 즉 상대 2선과 3선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공을 소유했을 경우에도 기술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이다. 이번 노리치전의 경우에는 이러한 외데가르의 특징이 가장 잘드러났던 장면은 티어니의 득점을 어시스트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영상 27초에서 시작되는 아스날의 두번째 골 장면에서 외데가르가 8번 미드필더로서 가지고 있는 장점을 확인 가능하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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