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원정에서 시즌 첫 패배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최고의 출발을 보이고 있는 아스날이 홈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스날은 지난 시즌에도 홈에서는 토트넘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 끝에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후반기에 있었던 원정 경기에서의 패배가 아무래도 대중들에게는 좀 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이번 경기에서 아스날이 과연 시즌 초반의 쾌조를 토트넘을 상대로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아스날은 3-1의 스코어로 홈에서 승리하면서 다시 한번 지난 시즌에 이어서 홈에서 만큼은 토트넘을 상대로 한 더비경기에서의 우세를 이어가게 되었는데, 아스날의 득점 장면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경기 중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전술적 상황에 대한 설명을 가져가 보고자 한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던 바였지만 토트넘은 아스날을 원정에서 상대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진영에 내려앉아 있는 시간이 상당히 길었는데 토트넘의 수비 접근 방식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는 수비가 시작되는 위치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되어지는 수비 방식에 대해서부터 얘기할 필요가 있다.

 

1) 상대가 골킥을 통해서, 혹은 골킥이 아니더라도 자신들의 패널티박스 내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에 대해서 팀 전체가 상대 진영 안에서 압박을 진행하는 Opposite-half Defence, 

 

2) 경기장을 세로로 3등분 했을 때 첫번째 3분의 1 지점에서부터 압박을 전개하는 High-Block Defence.

 

3) 경기장을 세로로 3등분 했을 때 두번째 3분의 2지점인 하프라인 인근에 수비진형을 갖추고 수비를 펼치는 Medium-Block Defence.

 

4)경기장을 세로로 3등분 했을 때 자신들의 진영의 마지막 3분의 1지점에서 수비진형을 구축하고 수비를 펼치는 Low-Block Defence.

 

수비의 근본적인 목적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능동적인 관점 (Proactive way)와 수동적인 관점(Reactcvie way)로 구분이 되어진다. 능동적인 관점에서의 수비의 목적은 ´적극적으로 공의 소유권을 회복해 공격권을 되찾는 것´이고, 이에 반해 수동적인 관점에서의 수비의 목적은 ´실점하지 않는 것´에 좀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2단계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좀 더 능동적인 관점에서 공의 소유권을 회복하기 위한 팀적인 압박이라는 메커니즘에서 접근이 이뤄지게 되고, 반대로 3,4단계의 경우에는 수동적인 관점에서 실점하지 않는 것에 좀 더 큰 비중을 두고 수비 블록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또한 수비가 시작되는 위치의 차이로 인해서 1,2단계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에는 비교적 상대 골대까지의 거리가 짧은 상황에서 역습을 시도하거나 혹은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 자연스럽게 공의 점유를 거쳐 상대 진영에서 지공을 이어가는 형태의 공격 전환이 주를 이루게 된다. 반면 3,4단계의 경우에는비교적 낮은 지점에서부터 수비가 전개되기 때문에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 공격 전환의 과정이 상대 골대까지의 거리가 비교적 긴 상황에서의 역습을 통해서 이뤄지게 된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선수비 후역습'의 경기 운영 방식은 사실상 3,4단계의 형태로 수비 블록을 유지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 빠르게 긴 거리 역습을 시도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수비의 접근 방식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콘테라는 감독은 필요에 따라서는 1,2단계 형태의 수비 형태에서도 전략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3,4단계에 좀 더 능한 감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지금의 토트넘의 경우에는 손흥민, 케인, 히샬리송이라는 3,4단계 수비 형태 이후 공격 전환 국면에서 긴 거리의 역습에 최적화 되어 있는 선수들이 전방 라인을 구성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아스날전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대로 3,4단계에서 수비를 가져가는 시간이 상당히 길었다.

 

이렇게 큰 틀에서의 경기에 대한 전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대로 경기에 나섰던 토트넘인 반면, 세부적으로 보았을 때 좀 더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아스날의 측면 자원인 마르티넬리와 사카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기 위한 방식이었다. 기본적으로 토트넘은 공격 국면에서는 1.3.4.3 시스템을 활용하고 수비국면에서는 상대 진영에서는 1.5.2.3, 자신들의 진영으로 내려앉은 이후에는 1.5.4.1의 형태로 수비 진형을 구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들의 진영에 내려앉은 상황의 관점에서 볼 때 1.5.3.2 진형에 비해서 1.5.4.1 진형의 경우에는 온전하게 측면에 2명의 선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고, 이번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토트넘은 이를 활용해 아스날의 좌우 측면 자원인 마르티넬리와 사카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2x1의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전술적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아스날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마르티넬리가 왼쪽 측면에서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는 윙백인 에메르송이 1x1로 이에 대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측면 미드필더인 히샬리송이 내려와 2x1 상황을 형성하며 수적 우위를 확보했고, 이를 통해 마르티넬리가 가지고 있는 1x1상황에서의 질적 우위가 발현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했다. 반대쪽 측면에 위치했던 사카가 공을 소유한 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카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도 토트넘은 윙백인 페리시치가 사카에 1x1로 대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측면 미드필더였던 손흥민이 가세해서 2x1의 수적 우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1x1에 능한 선수를 상대로 2x1의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보통 영어권 표현으로는 Doubling-Up이라고 하는데, 이런식으로 토트넘은 아스날의 좌우 측면 자원들이 공을 가진 상황에 대해서 2x1 상황을 형성함으로써 해당 선수들의 드리블 돌파가 시도되는 것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술적으로 보았을 때 이런식의 대응은 상대에게 전하는 메세지가 비교적 분명하다. 쉽게 말해서 "완벽하게 수적 열세에 놓여 있으니 여기서는 너가 우위를 가져갈 수 없다."의 메세지를 전하는 것으로 상대의 장점 자체를 상쇄하는 대응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을 통해서 사이드 채널에서의 1x1 상황에 대해서는 리그 탑급으로 거듭난 마르티넬리와 사카이기에 토트넘의 이러한 대응 방식은 두 선수의 장점을 상쇄한다는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 주효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문제가 되었던 것은 기회비용 차원에서 가장 위협적인 옵션이었던 두 선수를 막기 위해서 감행했던 대응 방식이 이후 상황에서 연쇄적으로 팀의 수비 진형에 균열을 가져왔다는 것에 있다.

 

본래라면 사이드 채널은 보통 수적으로 2x2 상황에서의 대결이 주를 이룬다. 이번 아스날과 토트넘의 경기의 상황을 예로 들자면 공을 가진 사카에 대한 수비는 윙백인 페리시치가, 그리고 반대로 아스날의 오른쪽 풀백인 벤 화이트에 대해서는 손흥민이 마크를 펼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쪽 측면의 경우에는 공을 가진 마르티넬리를 에메르송이, 왼쪽 풀백인 진첸코의 경우에는 히샬리송이 마크를 가져가게 된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토트넘은 마르티넬리와 사카가 가지고 있는 1x1 상황에서의 질적 우위를 상쇄하기 위해서 두 선수가 공을 가진 상황에 대해서 2x1의 수적 위를 확보하는 것을 택했고, 이로 인해서 여러가지 문제를 겪으며 실점을 기록하게 되었다. 

 

위 이미지에서 묘사되어 있는 아스날의 첫번째 득점 장면의 경우에는 일반적이라면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벤 화이트에 대한 수비를 가져갔어야 할 손흥민이 2x1 상황을 형성하며 공을 가진 사카에게 전념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사카에서 벤 화이트로 공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공을 넘겨 받은 벤 화이트에 대한 수비는 호이비예르가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연속적인 상황의 연출로 인해서 중앙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공을 넘겨받은 파티는 다이렉트로 중거리 슛을 통해 득점을 뽑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반대로 아스날의 두번째 득점의 경우에는 마르티넬리가 위치한 왼쪽 측면에서부터 연속적인 상황의 연출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르티넬리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 에메르송과 히샬리송이 2x1 수적 우위를 가져갔고, 이로 인해 마르티넬리로부터 공을 건네 받은 진첸코에 대한 마킹은 호이비에르 가져가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 미드필더였던 호이비에르와 벤탄쿠르 사이의 공간이 비교적 크게 벌어졌고, 이후 케인을 상대로 2x1의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가브리엘과 살리바는 호이비에르와 벤탄쿠르 사이에 벌어진 공간에서 자유롭게 공을 받을 수 있었던 파티에게 대각선으로 공을 건네게 된다.

 

살리바에서 파티로 향하는 대각선 패스는 대각선 패스가 유발하는 시야적 제한으로 인해 공을 받는 파티에 대한 견제는 벤탄쿠르가 아닌 호이비에르가 가져가야만 했다. 하지만 이전 상황에서 진첸코에 대한 마킹을 가져가야 했기 때문에 호이비에르는 파티가 공을 받아 자신들이 구성하고 있는 미드필더 라인을 직면하는 것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공을 가지고 토트넘의 미드필더 라인을 직면한 파티는 1차적으로는 제수스와의 패스 라인을 통해서 호이비에르와 벤탄쿠르에게 중앙으로의 Shifting을 강요했으며, 2차적으로는 외데고르와의 패스라인을 통해서 벤탄쿠르와 손흥민의 중앙으로의 Shifting을 강요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파티는 오른쪽 측면에 위치해있던 사카가 순간적으로 손흥민으로 인한 수적 열세 없이 1x1의 상황에서 공을 받을 수 있게끔 공을 건넬 수 있었고, 뒤늦게 손흥민이 2x1 수적우위를 형성하고자 합류했지만 상황은 이미 오버래핑을 시도한 벤 화이트에 의해서 2x2 형태로 전개가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사카는 2x2상황 안에서 페리시치가 아닌 손흥민을 상대로 1x1을 시도함으로써 슈팅을 가져갈 수 있었고, 슈팅 이후의 세컨드 볼 과정에서 제수스가 득점을 기록한 끝에 아스날은 역전골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토트넘의 1.5.4.1 진형을 통한 3,4단계 형태의 수비 접근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콘테 감독 개인으로 보았을 경우 콘테 감독은 과거 첼시 감독 시절에도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이런식으로 1.5.4.1 형태로 3,4단계의 수비를 펼친 끝에 홈에서 0대1로 패배를 기록했던 바 있다. 당시에는 이번 아스날과의 경기 두번째 득점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었던 미드필더 라인의 안쪽 공간을 막는 Shifting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점을 내줄 수 밖에 없었는데, 당시의 맨체스터 시티와 이번 아스날의 공격 전개는 기본적으로 구기 종목에서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하는 팀이 수비를 펼치는 팀을 상대로 가질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그대로 보여준다.

 

팀이 공을 가진 선수에게 다수의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상대가 특정 옵션을 차단하는 것을 강요하고, 만약 상대가 특정 옵션을 차단함으로 인해서 다른 옵션에 무방비로 노출될 경우 해당 옵션을 활용해서 상대 골대를 직접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도 1.5.4.1 진형을 갖춰 자신들의 진영에서 수비를 가져가다가 실점을 허용했던 콘테의 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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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컵 4강전 1차전에서 펼쳐진 첼시와 토트넘의 경기가 홈팀인 첼시의 2대0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홈팀인 첼시 쪽에 어느 정도 우세가 예상되기는 했지만 콘테의 부임 이후 확실하게 분위기를 반전하는 것에 성공한 토트넘이었기에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어느 정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반면 경기는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홈팀인 첼시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진행되었고, 전반전에만 2골을 몰아넣은 첼시는 스코어를 유지하며 90분 경기 내내 큰 위기 없이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는 것에 성공했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을 되짚어보자면 토트넘의 경우에는 비교적 큰 폭으로 경기 중 전술적인 변화를 시도했던 것에 반해, 첼시는 사전에 자신들이 계획했던대로, 즉 수립되었던 전략의 형태를 사실상 크게 바꾸지 않으며 경기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첼시가 가장 돋보였던 것은 자신들이 공을 가진 공격 국면, 특히 자신들의 진영에서부터 토트넘의 압박을 무력화 시키면서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이었는데, '사이드 채널의 이분할'이라는 큰 키워드를 통해서 첼시가 어떤식으로 공격을 전개해나갔는지를 중심으로 경기 중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첼시의 공격 국면 : 1.4.3.3 / 토트넘의 수비 국면 : 1.3.4.1-2

일단 가장 기본적으로 사전에 상대를 분석해 경기에서 어떻게 나올지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기의 전략을 수립한다는 관점에서부터 첼시는 토트넘에게 시작부터 앞서 나갔다고 볼 수 있는 경기였다. 첼시는 토마스 투헬이 지난 시즌 중도에 부임한 이후 대부분의 경기에서 1.3.4.3 시스템을 활용해오고 있고, 비교적 드물게 1.3.5.2 시스템을 혼용해오고 있다. 토트넘은 이를 감안해 첼시의 공격 국면에 대해서 1.3.4.1-2의 형태로 수비 진형을 구축하고 압박을 가져가고자 경기에 나섰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첼시는 1.3.4.3 혹은 1.3.5.2가 아닌 1.4.3.3 시스템으로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토트넘의 수비를 무력화 시키는 것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해당 관점에서 볼 때 가장 핵심적으로 작용했던 것은 바로 좌우 풀백이었던 마르코스 알론소와 아스필리쿠에타의 포지션이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몇년 간 수비 진형의 구축이 극단적으로 컴팩트해짐에 따라 정면에서 공을 가지고 상대 진형 사이의 공간을 공략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일이 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부터 대각선의 형태로 공을 전개하기 위해서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에 대한 중요성이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다. 하프 스페이스는 경기장을 가로로 나눴을 경우 패널티 박스와 골에어리어 사이에 해당하는 공간을 의미하며, 최근에는 이를 표기해서 경기장을 가로로 5분할(사이드 채널, 하프 스페이스 채널, 센터 채널)해 선수의 포지셔닝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반면 이번 경기에서 첼시 풀백들의 포지셔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기장을 5분할 하는 것에서 한 번 더 나아가 좌우 사이드 채널을 이분할 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공격 국면에서 4백을 구성할 경우 좌우 풀백들은 터치 라인에 가깝게 포지셔닝을 가져가며 좌우폭을 완전하게 확보하게 된다. 반면 이런식으로 포지셔닝을 가져갔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4백을 구성하는 선수들, 즉 풀백과 센터백, 그리고 센터백과 센터백 사이의 간격이 비교적 넓다는 것이다. 68미터에 해당하는 좌우폭을 4명의 선수가 온전하게 활용하게 되기 때문에 4명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선다고 가정했을 경우 간격은 17미터에 이르게 되고, 공이 17미터라는 비교적 긴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수비 국면에 놓인 팀은 공을 받게 될 선수, 즉 공을 받기 직전의 선수에 대한 압박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두번째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풀백이 공을 소유했을 경우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압박이 존재한다면 해당 풀백은 완전히 터치 라인까지 몰린 상태에서 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완전히 사이드에 몰린 상태로 공을 소유하게 되었을 경우 가져갈 수 있는 패스의 옵션은 극단적으로 제한되게 되고, 통상적으로는 수비를 등지고 공을 향해 접근하는 윙어를 향하는 패스 밖에 가져가지 못하게 되면서 어떤 형태로든 공의 소유권을 내주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이번 경기에서 첼시가 가져갔던 4백의 형태, 특히 좌우 풀백들의 포지셔닝은 이러한 통상적인 4백과는 상당히 차이를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좌우 풀백이 터치 라인에 가깝게 위치해서 좌우폭을 확보하는 것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 사이드 채널을 가로로 이분할 했을 경우 하프 스페이스 채널과 가까운 안쪽 공간에 위치하면서 센터백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서 첼시가 토트넘을 상대로 가져갈 수 있었던 이점은 앞서 살펴본 통상적인 4백 구성을 통해서 공격을 전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정반대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센터백이 공을 소유했을 경우 풀백이 센터백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압박을 가하는 토트넘 1선 공격수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2v1의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것이 가능했다. 여기에 풀백이 사이드 채널에서 공을 받기는 했지만 센터백과 가까운 안쪽 채널에서 공을 넘겨 받았기 때문에 사이드에 몰리지 않은 상태로 다수의 패스 옵션을 확보한 상태로 공을 소유할 수 있었고, 반대로 해당 풀백에 대한 압박을 가져가는 토트넘의 좌우 윙백은 비교적 먼 거리를 전진해야만 했기에 상대의 압박에 대한 시간적인 여유 또한 확보하는 것이 가능했다.

 

 

첫번째 득점의 경우에도 공의 소유권을 회복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화는 과정에서 발생하기는 했지만, 공을 잃어버리기 직전까지의 상황에서 풀백의 포지셔닝을 기반으로 한 공의 순환이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득점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최초로 왼쪽 풀백인 알론소가 센터백과 가까운 안쪽 사이드채널에서 공을 소유하면서 에메르송을 끌어들이는 것에 성공했고, 이에 대해서 또 다른 왼쪽 측면 유닛이었던 하바츠의 경우에는 공을 가진 알론소에 대해서 대각선 위치인 바깥쪽 사이드 채널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하바츠의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서 하바츠를 마크 해야 했던 탕강가는 자신의 포지션을 버리고 비교적 큰 폭으로 터치라인 근처까지 끌려나와야만 했고, 이러한 상황은 오른쪽으로 공이 전개가 되었을 경우에도 지예시가 동일한 움직임으로 벤 데이비스를 터치라인까지 끌어들이며 동일하게 연출 되었다.

이후 상황에서 호이비에르가 공의 소유권을 되찾으면서 공격권이 토트넘으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문제는 첼시의 이와 같은 공의 순환 과정을 수비하기 위해서 토트넘의 전체적인 선수들의 간격, 특히 백라인을 구성하는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에 있었다. 특히 공의 소유권을 회복하는 것에 성공했던 왼쪽 측면을 스트롱 사이드로 만들기 위해 전체적인 진형이 왼쪽으로 비교적 크게 쉬프팅(Shifting-Basculación)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 오른쪽 센터백이었던 탕강가와 오른쪽 윙백이었던 에메르송 사이의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졌다. 앞서 살펴보았던 통상적인 형태로 4백 라인을 구성해 공을 순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언급했던 선수 간의 간격으로 인한 문제가 첼시가 아닌 토트넘에게 벌어진 것이었는데,  반대로 첼시는 알론소가 이를 놓치지 않고 탕강가에서 에메르송으로 패스가 나가는 해당 구간을 포착, 공을 탈취해 내는 것에 성공하면서 팀의 선제골을 만들어내는 것에 기여했다.

 

전방 압박 최적의 타겟은 공이 먼 거리를 이동할 때, 해당 공을 받기 직전의 선수이다

 

<1분 10초에서 부터 확인이 가능한 첼시의 첫번째 득점 장면.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

 

전반 17분 경 1.5.2.3의 형태로 수비 진형에 변화를 준 토트넘


첫번째 실점을 내준 이후 전반 17분 경, 토트넘이 비교적 빠르게 수비 진형에 변화를 주며 첼시의 공격 전개를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1.3.4.1-2에서 1.5.2.3의 형태로 변화를 주며 수비 진형을 구축하기 시작한 토트넘이었고, 이를 통해서 1선이 압박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첼시의 풀백과 센터백을 상대로 한 2v1의 수적 열세를 상쇄 하고자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여전히 경기의 흐름은 계속해서 첼시의 것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압박의 형태를 1.5.2.3의 형태로 바꾸면서 1선 구성에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되려 1선의 등 뒤에 위치한 사울과 조르지뉴, 특히 첼시의 입장에서 왼쪽 유닛으로 플레이 했던 조르지뉴의 존재로 인해서 수적 열세에 놓이는 경우가 더 자주 발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1.3.4.1-2의 형태로 상대 진형에서의 압박을 가져갔을 경우에는 1에 해당하는 모우라가 6번인 조르지뉴의 등 뒤에 존재하면서 지속적으로 마킹을 가져갔기 때문에 조르지뉴를 향하는 패스 라인 자체를 완전히 무력화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1.5.2.3 형태로 변화를 준 이후에는 조르지뉴가 해당 구속력에서 벗어나 플레이 할 수 있게 되면서 조르지뉴가 활용 가능한 옵션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서 첼시는 사르-조르지뉴-알론소가 지속적으로 삼각형을 형성하며 모우라에 대해서 3v1의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다. 

 

 

해당 우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첼시가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 가져갔던 것은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닌 여전히 지속적으로 백라인에서 공을 순환 시키는 것이었다. 만약 모우라가 자신의 등 뒤에 존재하는 조르지뉴를 의식해 전진해 수비를 펼치지 않았을 경우에는 왼쪽 풀백인 알론소에서 오른쪽 풀백인 아스필리쿠에타를 향해 공을 순환 시켰다. 만약 오른쪽으로 공이 순환되는 과정에서 손흥민, 혹은 케인이 자신이 마킹해야하는 대상인 아스필리쿠에타나 뤼디거를 향해서 전진해 압박을 시도했을 때는 그 지점에서부터 빠르게 공의 순환 방향을 다시 왼쪽으로 전환 시켰고, 한번 1선의 압박이 시작된 이후에는 모우라 또한 자신의 눈 앞에 마킹 대상인 사르에 대해서 압박을 가져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첼시는 사르->알론소->조르지뉴로 이어지는 3자 플레이를 가져갈 수 있었다.

 

해당 우위가 지속적으로 발현이 가능했던 것에는 1.5.2.3의 형태로 토트넘이 수비 진형에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2선과 3선에서는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상당히 크게 작용했다. 2선과 3선에서는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스킵과 에메르송은 여전히 첼시가 자신들의 1선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개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스킵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시야 밖에서 움직임을 가져가는 마운트에 묶이면서 조르지뉴에 대해서 개입을 가져가는 것이 불가능했고, 에메르송의 경우에는 수비 진형의 변화를 주기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알론소가 공을 소유하게 되었을 경우 수비를 가져가기 위해서 비교적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기에 알론소에게 시간적/공간적 여유를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구자철이 투헬과의 일화를 얘기하는 영상의 2분 2초 경에서부터 이와 같은 투헬의 풀백 포지셔닝이 언급된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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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의 경우 공격 국면에서 1.4.3.3 시스템을 활용했던 반면 노리치의 경우에는 1.4.4.2 진형을 갖춰 수비 국면에 임했다.

아스날 공격 국면 기준으로 보았을 때 노리치와 아스날의 경기에서 양 팀의 선수 배치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이루어졌다. 아스날은 최근 들어서 1.4.2.3.1이 아닌 1.4.3.3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고, 이를 노리치의 진형에 대한 상호작용으로 보았을 때 중요한 포인트는 8번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는 쟈카와 외데가르의 위치이다. 기본적으로 두 선수는 노리치가 1.4.4.2 진형을 갖췄을 경우 노리치의 2선, 즉 미드필더 라인의 등 뒤에 위치해 있다. 자신보다 후방의 선수가 공을 가지고 압박을 받을 경우에는 패스 라인을 형성하기 위해서 가까운 옵션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노리치 2선의 등 뒤에서 해당 선수들의 시야 밖에 위치해 있다가 말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압박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로 공을 가진 선수에게 서포트를 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적인 사항이다. 또한 이를 반대로 얘기하면 자신보다 후방의 선수에게 압박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는 2선의 등 뒤 포지셔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만 하는 것이 8번의 역할이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대 2선을 공략하는 형태

 

오른쪽 사이드 채널에 공이 위치했을 경우, 특히 오른쪽 풀백이었던 벤 화이트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 비교적 빈번하게 발생했다. 벤 화이트는 토미야스가 해당 위치에 출전했을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비 국면에서는 오른쪽 풀백이었지만 공격 국면에서는 사실상 가브리엘과 홀딩에 이어서 세번째 센터백으로 플레이했다고 봐야한다. 자신들의 진영에서 공이 순환될 경우 사이드 채널로 이동해 공을 받았는 상황에서, 사이드 채널이긴 하더라도 완전히 터치라인 인근까지 이동하지 않고 사이드 채널에서 최대한 안쪽 공간에 위치함으로써 터치라인 부근으로 움직이는 외데가르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대각선 포지셔닝을 가져갔다. 해당 포지셔닝을 통해서 벤 화이트는 자신을 마킹해야하는 플라체타따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함과 동시에 플라체따의 등 뒤에 있는 외데가르에게 향하는 패스 각도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했다. 공을 받는 외데가르의 입장에서도 자신과 대각선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서 패스를 받았기 때문에 공을 받는 순간 상대 골대를 등지지 않고 몸을 열어놓은 채로 공을 받는 것이 가능했고, 이로 인해서 3자에 해당하는 토마스 파티를 향해서 공을 전개하는 것 또한 훨씬 용이하게 이어갈 수 있었다.

 

이를 반대로 노리치 입장에서 보자면 노리치는 화이트와 외데가르가 자신들의 왼쪽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공을 전개했기 때문에 해당 측면으로 전체적인 진형을 이동(Shifting-Basculación) 시킬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외데가르가 2선의 등 뒤에서 터차라인을 향해 이동했기 때문에 맥린을 시작으로 2선 전체가 공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은 길모어와 사전트 사이에 해당되는 공간이었다. 1.4.4.2에서 오른쪽 윙어로 출전했던 사전트는 위 상황처럼 상대가 자신들의 왼쪽 측면에서 공을 전개할 경우 안쪽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이동하는 전술적인 움직임에서 에러를 비교적 자주 범했다. 이로 인해서 아스날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 방향의 전환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길모어와 사전트 사이를 관통하는 패스를 통해 노리치의 2선을 완전하게 공략할 수 있었으며,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은 결국 또 다른 8번이었던 쟈카의 포지셔닝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8번인 쟈카는 자신보다 후방의 선수가 공을 가진 상태에서 압박을 당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상대 2선의 등 뒤에 위치해 있었고, 해당 포지셔닝 자체만으로도 쟈카는 노리치의 2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위치에서 공을 받아 사이드 채널에 위치한 마르티넬레에게 공을 전개해 공격 방향 전환을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스날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

 

공을 가진 선수가 압박을 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1.4.3.3 8번 미드필더들의 위치는 상대 미드필더의 등 뒤, 즉 시야 밖이어야만 한다.

 

중앙에서 3자 플레이를 통해 상대 2선을 공략하는 형태

 

공격 방향의 전환을 통해서 상대 2선을 공략하는 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개입하는 빈도가 높지 않았던 라까제트이지만, 하프 스페이스 채널을 비롯해 센터 채널에서 공격 전개가 되는 경우에는 2선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비중이 상당히 컸다고 볼 수 있었던 라까제트이다. 라까제트는 리옹에서 프로 데뷔 이후 측면과 중앙, 1선과 2선을 오가다가 푸흐니에 감독 부임 이후 중앙 공격수로 완전하게 자리를 굳힌 경우에 해당한다. 푸흐니에 감독은 리옹의 감독으로 있으면서 라까제트를 중앙 공격수로 기용해 상대 골대를 등진 상황에서의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이후 해당 플레이는 라까제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되었다. 

 

 

직접적으로 자신을 마킹하는 선테백을 등 뒤에 달고서 플레이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상대 골대를 등진 상황에서 라까제트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 센터백의 견제 없이 플레이 할 수 있는 상황이 언제인지 알고 활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특히 노리치전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해당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서 등을 진 상황에서 공을 받아 3자 플레이(Dejar de cara)를 가져가는 빈도가 유독 높았던 라까제트였는데, 구체적으로 해당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를 정확하게 얘기해 보고자 한다.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노리치는 상대 진영에서는 1.4.4.2로 수비를 가져가다가 자신들의 진영에서는 1.4.5.1 형태로 수비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였고, 이로 인해 센터백인 가브리엘이 드리블을 통해 전진할 경우 이를 저지해야 했던 것은 도웰이었다. 이 때 직접적으로 문제가 됐던 것은 도웰이 전진하면서 발생한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서 길모어가 움직여야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길모어의 움직임으로 인해서 순간적으로 길모어와 맥린 사이에 공간이 발생했고, 해당 상황이 바로 라까제트가 상대 센터백의 견제 없이 지속적으로 3자 플레이를 가져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상황에서 공을 가진 가브리엘은 노리치의 수비로 인해서 쟈카 혹은 파티에게는 직접적으로 공을 연결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 길모어와 맥린 사이에 발생한 공간으로 상대 골대를 등을 지고 나타난 라까제트에게는 공을 전개하는 것이 가능하다. 라까제트가 해당 공간에서 가브리엘로부터 공을 건네받았을 경우 라까제트는 상대 센터백의 견제 없이 원터치 플레이로 앞을 보고 있는 파티에게 공을 연결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반해 노리치 2선의 중앙인 길모어와 맥린은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공을 받는 라까제트를 향하게 된다. 이렇게 아스날이 가브리엘->라까제트->파티로 이어지는 3자 플레이를 통해서 노리치 2선을 직면하는 것에 성공했을 때 8번 미드필더에 해당하는 쟈카와 외데가르는 여지 없이 노리치의 2선 등 뒤에 위치해 있게 되고, 둘 중 하나에게 공이 연결될 경우 아스날은 노리치의 2선을 넘어서는 것에 성공하게 되면서 백라인을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감독 교체 이후에도 사전에 상대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서 전략을 수립하는 관점에서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노리치는 이번 아스날과의 경기에서도 이러한 아스날의 공격 전개에 속수 무책을 당할 수 밖에 없었고, 반대로 아스날은 이러한 공격 전개를 통해 노리치의 1선과 2선을 공략해 3선을 직면하는 상황을 다수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한 향후 이런식으로 공격 국면에서 1.4.3.3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사용될 경우 가장 큰 수혜자가 되는 것은 8번 미드필더 중 하나였던 외데가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직접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은 외데가르이지만, 아르테타가 경기 후 기자 회견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고 언급을 했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외데가르이다.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던 레알 소시에닷 임대 시즌에도 1.4.3.3에서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리그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외데가르이고, 특히 외데가르는 이번 노리치전처럼 측면으로 빠져나가서 공을 소유하거나 상대 2선의 등 뒤, 즉 상대 2선과 3선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공을 소유했을 경우에도 기술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이다. 이번 노리치전의 경우에는 이러한 외데가르의 특징이 가장 잘드러났던 장면은 티어니의 득점을 어시스트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영상 27초에서 시작되는 아스날의 두번째 골 장면에서 외데가르가 8번 미드필더로서 가지고 있는 장점을 확인 가능하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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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진행하는 토마스 투헬 현 첼시 Coach  (이미지 출처 : mirror.co.uk)

 

 

 

코치(Coach)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을 경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볼 수 있다. 

 

'스포츠 팀에 있어서 팀의 전문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신체적인 준비 과정에 종사하는 사람. 매경기 경기에 나서야 하는 선수를 정하며 각 선수가 수행해야 하는 기능적 역할을 지정한다. 특히 이런 분야에 프로로서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러한 설명을 토대로 보았을 때 우리는 코치(국내에서 얘기하는 감독/코치의 구분 없이 직업적인 의미에서 이를 총칭) 라는 존재가 경기에서 선수가 수행하는 기능적 역할을 지정하고 제시하며, 이를 통해서 최종적으로는 스포츠 종목에서 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코치는 훈련을 통해서 앞서 언급한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혹은 어떤 방식으로 코치가 이러한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1. 게임 모델의 구축과 수정

 

코치가 팀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 그리고 훈련을 진행하기에 앞서서 가장 먼져 해야하는 것은 바로 게임 모델의 구축이다. 선수 개인이 수행하는 기능적 역할에 대한 지정과 더불어서 훈련을 주관하기 위해서는 우선 코치 스스로 팀이 어떻게 플레이 해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는 이러한 게임 모델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을 통해서 생각하기를 코치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축구 철학, 혹은 축구관 그 자체로 생각하며 선수들이 이에 맹목적으로 적응을 하고 맞춰야 하는 일방향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게임 모델이란 그렇게 일방향적인 것이 아닌 코치와 선수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구성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코치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축구관이 핵심이 되긴 하지만, 게임 모델은 한번 구축이 된 이후에 고정불변으로 그 형태가 계속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되려 지속적인 수정의 과정을 통해서 게임 모델은 진화하고 변화하게 된다. 특히 팀을 넘어서 구단과 국가에 존재하는 문화, 선수들 개개인의 특성, 그리고 대회의 특성 같은 요소들과 상호작용함으로써 게임 모델은 계속해서 수정되어 진화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게임 모델이란 어떠한 구조로 구성이 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임 모델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축구에서의 4가지 국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축구는 공의 소유권에 따라서 공격과 수비의 역할이 구분될 뿐이지 전/후반을 나누는 하프타임과 세트피스 상황 정도를 제외하고는 경기가 끊김이 없이 진행되는 실시간 종목이다. (물론 최근에는 VAR의 개입으로 인해 그 끊기는 빈도가 좀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턴(Turn)제로 진행되는 야구처럼 완벽하게 경기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끊어서 구분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감안해서 경기를 상황의 연속으로 이해하기는 하되, 공의 소유권을 기준으로 해서 팀이 어떠한 국면에 놓여있는지는 구분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때 그 기본단위가 되는 것이 바로 아래서 볼 수 있는 4개의 국면이다.

 

 

 

 

 

게임 모델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기본이 되는 축구 경기에서 발생하는 4개 국면

 

 

 

 

기본적으로 팀이 공을 가지고 공격을 진행할 경우에는 공격 국면, 반면에 공격을 진행하다가 공을 빼앗긴 직후에는 수비전환 국면에 놓인 것으로 분류한다. 또한 수비전환 국면을 통해서 팀이 완전히 수비로 전환했을 경우에는 수비 국면, 그리고 수비를 하다가 상대로부터 공의 소유권을 다시 회복했을 경우에는 공격전환 국면을 거쳐 다시 공격의 국면으로 회귀하는 것을 축구 경기에 존재하는 하나의 싸이클로써 이해한다.

 

그리고 게임 모델이란 결국 축구 경기에 존재하는 이 4개 국면에서 팀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한 '행동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각 국면에서 상황에 따라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원칙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반복적으로 훈련을 진행하여 이것이 경기에서도 그대로 발현되게 한다. 코치의 머릿속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형태,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매번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혼동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 훈련 상황에서의 반복을 통해서 명확하고 분명하게 선수들에게 전달이 되고 입력이 되는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게임 모델의 구축은 큰 단위의 상위 원칙들에 종속되는 하위 원칙들의 정립을 통해서 더 구체화 된다. 예를 들면 공격을 진행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빼앗겨 수비로 전환해야하는 수비전환 국면의 경우에는, 상위 원칙으로 '즉각적인 압박'이냐 혹은 '수비진형의 구축'이냐를 설정하고 상황에 따라 이를 선택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두가지 형태의 상위 원칙은 기본적으로 팀의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반면에 하위 원칙의 정립을 통해서 필요한 것은 라인 단위, 혹은 선수 개인 단위로 해당 상위 원칙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조금 더 세부적인 행동양식이다. 단적인 예로 '수비진형의 구축'이라는 상위 원칙을 실행하는 관점에서 볼 때, 공과 가장 가까운 선수가 가져가야하는 행동과 공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선수가 가져가야하는 행동은 동일할 수 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감안한 구체적인 하위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2. 훈련의 구성과 진행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어떻게 구성되고 진행되어야 하는가 라는 포스팅을 통해서 이론적인 관점에서 훈련이라는 것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대략적인 이해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론적인 관점에서의 설명 보다는, 토마스 투헬 (현 첼시 Coach)의 말을 빌려 좀 더 실질적인 관점에서의 얘기를 해보고자한다. 

 


토마스 투헬, "나의 팀은 사이드 채널에 공이 있을 경우, 사이드라인을 따라서 플레이 하는 방식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ex) 사이드라인에 있는 풀백이 같은 사이드라인에 있는 윙에게 하는 종패스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편하고 안전한 방법이었다. 선수들은 공을 가진 선수가 전방에서 뭘 하는지 볼 수 있었으며, 자신이 플레이에 관여되려고 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그런식으로 플레이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나는 나의 팀이 좀 더 후방에서부터 전방을 향해 대각선으로 나가는 날카로운 패스를 통해서 플레이 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했냐고? 우리는 우리가 훈련하는 운동장에서 코너 부근을 잘라내버렸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골대 2개가 배치되어 있는 운동장이긴 한데,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직사각형의 모서리가 없는 운동장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운동장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우리는 모든 경기에 대한 준비를 그 다이아몬드 형태의 운동장에서 진행했다.¨

 

¨왜냐고? 우리의 핵심 원칙이 대각선의 형태로 플레이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각선 방향으로, 땅볼로, 역동적으로 들어가는 패스를 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고 나의 코칭 스태프의 목표였다."

 

"그래서 우리는 운동장의 형태 변화를 통해서 선수들이 해당 플레이를 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었다. 우리는 선수들의 내적인 관점에서 변화를 준 것이 아니라, 운동장의 형태라는 외적인 환경의 변화를 줌으로써 선수들의 창의력을 최대치로 강제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다이아몬드 공간 안에서 상황을 타개하는 관점에서 볼 때, 선수들 자신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조건들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그러한 조건들을 원치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나의 코치에 대한 역할을 극단적으로 바꾼 프로세스이다."

 

"나는 그렇게 선수들이 뭔가 스스로 조건을 만드는 것을 당시에도 원하지 않았고, 지금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사이드라인에서 사이드라인으로 종패스가 시도될 때 마다 훈련을 멈추고 이를 지적하는 코치가 되고 싶지 않다."

 

""내가 몇번이나 말했어, 대각선으로 플레이해야된다고 했잖아!" 나는 그런 유형의 코치가 되고 싶지않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한 방식이 아니다."

 

"나는 그저 운동장에서 코너 부분들을 잘라서 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그런 얘기를 하기 위해 훈련을 계속해서 멈출 필요가 없어진다."

 

"대신에 나는 선수들이 그 다이아몬드 공간 안에서 어떻게 상황을 타개하는지 관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할 수 있다. 관찰의 과정을 통해서 선수들에게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다면 격려와 칭찬을 건넬 수 있을 것이고, 만약에 적절하게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비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바로 내가 훈련하는 방식을 바꾼 상황이다. 이러한 방식이 바로 내가 원했던 방식이며, 지금도 내가 계속해서 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형태의 훈련 모델, 그리고 행동 양식은 여전히 내 코칭스태프 안에서 주류로써 자리매김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최근의 인간 뇌에 대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발전시키고 개선해왔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계속해서 반복해서 훈련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반복은 결코 같은 상황의 재현, 즉 재생산에 있지 않다. 우리의 훈련방식은 생산적인 것이지, 재생산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는 훈련 과정에서 전략을 적용하거나 사전에 준비된 패턴을 활용하지 않는다."


 

투헬이 도르트문트 시절 진행한 컨디션 매치(Partido modificado). 역시나 코너를 잘라낸 다이아몬드, 혹은 8각형 형태의 공간에서 이를 실행하고 있다.

 

 

위와 같은 투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결국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의 연출' 그 자체여야만 한다. 투헬의 경우에는 공간적으로 운동장의 코너 부근을 잘라서 들어냄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게임 모델에 근거한 플레이가 실행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선수가 해당 상황에 계속해서 노출되게 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축구를 뇌에서 시작되는 활동, 즉 무의식이 개입이 그 무엇보다 크다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훈련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선수가 특정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유도하지만, 행위 자체를 반복하는 재생산의 개념이 아닌 다른 구성요소들과 상호작용하게끔 함으로서 '새로운 습관의 형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정리를 하자면 훈련의 주관자로서 코치는, 우선적으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팀의 게임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게임 모델은 각 국면별로 명확하고 세부적인 상위 원칙과 하위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자신 뿐만 아니라 선수에게도 구체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형태의 것이어야 한다. 또한 이렇게 구축된 게임 모델은 고정불변의 형태가 아니고 선수의 특성을 비롯한 여러가지 요소들과 상호작용 하며 끊임 없이 수정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코치는 이렇게 선결 과제로써 마련된 게임 모델을 기반으로 해서 훈련을 구성하고 진행하게 된다. 반면에 이는 투헬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을 통해서 이뤄진다기 보다는 '상황의 연출'을 통해서 이뤄진다. 적정 수준에서의 피드백은 분명히 이뤄져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투헬의 말처럼 훈련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코치의 이상적인 역할은, 연출된 상황에서 선수들이 상호작용 하는 것을 관찰하는 '관찰자'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관찰자가 되기 위해서는 훈련을 계획하고 구상하는 단계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만 한다. 어떠한 조건들을 통해서 선수들이 게임 모델을 체화하기에 좀 더 나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 없는 고민과 고뇌가 필요하며, 이러한 고민과 고뇌를 통해서 구상되고 계획된 훈련에서만이 자신의 개입은 최소화 한 상태로 원하는 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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