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futbolsesion.com

 

먼저 살펴보았던 축구에서의 기술-전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어떻게 구성되고 진행되어야 하는가, 다시 말해 최근의 축구 '훈련 방법론'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본격적으로 내용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자 한다.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것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구체적으로 어떠한 장면이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은 위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마커와 허들, 스틱 등 우리가 흔히 훈련 장비들이라고 하는 것들이 운동장 위에 배치가 되어 있고, 선수들이 공을 가지고, 혹은 공을 가지지 않은 상태로 그 훈련 장비들을 장애물로써 통과하거나 극복하는 모습으로써 말이다. 이 외에도 선수들이 운동장을 돌고 있는 모습이나 웨이트 장비를 활용해서 실내에서 훈련하는 등의 모습들을 떠올리는 것이 '훈련'이라는 단어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연상작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훈련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일반적인 이미지들을 다른 어휘로 표현해보자면 이는 '개인의 수련 ' 정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훈련은 개인이 개인의 신체적, 기술적 능력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 행하는 성격이 강하다. 어떤 종목들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훈련이 가장 효율적이며 이를 가장 필요로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를 하자면 실시간으로 상대를 직면하지 않는 종목의 경우가 그러한데, 구기 종목에서 예를 들자면 가장 대표적인 종목은 아마 골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골프는 공이 정지된 상태에서 타인의 간섭이나 개입 없이 온전하게 자신의 신체적, 기술적 능력을 활용해서 공을 목적지로 보내야만 하는 종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반복적으로 기술 행위를 실행하고 이를 통해서 자신의 신체적인 능력과 기술적인 능력을 향상 시키는 수련의 느낌이 강한 훈련이 가장 효율적인 훈련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구기 종목을 벗어나서 예를 찾는다면 기계 체조도 같은 경우에 해당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유명한 양학선 선수의 경우를 떠올려보자. 기계체조 종목 중에서도 양학선 선수의 주종목은 도마에 해당한다. 즉 양학선 선수가 자신의 종목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해야하는 것은, 도마 위에서, 혹은 도마를 발판 삼아 할 수 있는 기술적인 행위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학선 선수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십번, 수백번, 혹은 수천번에 가깝게 도마를 가지고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 훈련할 것이고, 이 또한 온전하게 개인이 수행하는 수련에 가까운 훈련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도마 위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는 양학선     (이미지 출처 : 2020 Tokyo 올림픽 홈페이지)

 

 

반면 이러한 형태의 훈련방식은 축구 종목에서의 훈련 방식으로 주가 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보았던 두 종목과 비교했을 때 축구는 크게 두가지 부분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낸다. 첫번째로 축구는 팀 종목이기 때문에 1+1=2가 아닌 경우가 굉장히 많다. 나라는 개인이 행하는, 온전히 개인의 행위에 의해서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닌, 11명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기능해야만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단순히 개인의 능력을 향상 시키는 방법이 팀적인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힘들다.  두번째로 축구는 실시간으로 상대를 직면해야 하는 종목이다. 기술-전술의 상관관계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상대가 왼쪽을 막아선다면 나는 오른쪽으로 갈 수 밖에 없고, 반대로 상대가 오른쪽을 막아선다면 나는 왼쪽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축구라는 종목의 특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팀 동료와 상대에 대한 상호작용, 즉 전술적인 관점에서의 상황인식과 판단 및 결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고, 이러한 과정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기술적으로 아무리 높은 수준에 있는 선수라도 본인의 그 기술적인 능력을 만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최근 축구에서의 훈련 방법론이란 이러한 축구의 큰 두가지 특성을 감안해서 훈련이 구성되고 진행되어져야 한다는 이론이다. 한마디로 이를 표현하자면 '훈련에서는 항상 실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어야만 한다'가 되겠다. 축구 경기는 셋트피스 상황 정도를 제외하고는 선수들이 정지되어 있는 경우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의 메인 포커스는 항상 움직이는 동료, 움직이는 상대, 그리고 움직이는 공에 대해서 끊임 없이 상호작용 하는 상황에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경우 선수는 계속해서 해당 상황에 대한 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다음 동작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강요 받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서 무의식의 형태, 즉 습관으로써 경기에서 이러한 것들이 발현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 최근의 훈련 방법론의 최종적인 목표이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되어야 하는 프로세스가 있는데, 이는 바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 의해서 진행되어야 하는 팀의 게임 모델, 혹은 플레이 모델 (Modelo de juego)의 구축이다. 게임 모델이란 선수 개개인을 포함한 팀이 특정 상황에 노출되었을 경우 자신이 어떠한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는 '행동양식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선수가 내릴 수 있는 판단과 결정에 있어서 '모범 답안'을 제시하는 존재인 것이다. 통상적으로 게임 모델은 크게 '공격-수비-공격전환-수비전환' 4가지 국면으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분류하고, 해당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선수 개개인을 포함해서 팀이 어떠한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하는지를 가이드하게 된다. 이러한 플레이 모델의 존재는 또한 궁극적으로는 코칭스태프-선수 간의 커뮤니케이션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선수-선수 간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도 기여하게 된다. 팀을 구성하는 모두가 특정 상황에서 자신들이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하는지를 동일한 플레이 모델이라는 기준을 통해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이 아무래도 효율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리를 하자면 최근 축구에서의 훈련 방법론이 의도하는 것은 훈련이 실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술적 상황을 연출해야 한다는 것이고, 선수를 반복적으로 해당 상황에 노출시킴으로써 선수의 상황인식과 판단 과정을 계획된 방향으로 유도해 이것이 경기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발현되게 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 때 우리가 얘기하는 계획된 방향이란 결국 게임 모델을 의미하게 되고, 게임 모델이란 특정 상황에 대해서 '우리는 이 상황에서 이렇게 판단하고 행동한다'라는 팀의 행동양식 체계인 것이다.

 

 

 

언급한 훈련 방법론에 근거한 축구 팀의 연속적인 싸이클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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