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tothelaneandback.com/

 

최근 들어서 우리는 공격 국면에서 3명의 센터백을 배치하는, 소위 말하는 3백 시스템을 활용하는 팀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것과 더불어 공격 국면에서 센터백의 역할을 강조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양적 관점에서 이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난 것과는 별개로,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공을 가진 상황에서 센터백이 온전하게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을 가졌을 때 센터백이 '수비수'가 아닌, 공을 가지고 공격을 진행해야 하는 11명 중의 1명으로써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의 여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센터백이라는 포지션을 얘기하는 관점에서 '수비수'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곤 한다. 그리고 이 수비수라는 단어를 머릿 속에 연상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들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걷어내기, 태클, 헤더, 슛 블락, 마킹 등과 같은, 말 그대로 '팀이 공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기술적/전술적 행위들이 연상될 것이라고 본다.

 

반면 해당 인식 자체부터가 어떻게 보면 상당히 큰 오류라고 볼 수 있다. 축구는 하나의 공을 가지고 두 팀이 공격과 수비로 나뉘어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종목이다. 다시 말해 공을 가진 팀은 득점을 위해, 그리고 공을 갖지 않은 팀은 공을 가진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고 나아가서는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 자신들이 공격을 하기 위해 경기를 펼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공을 갖지 않은 팀은 팀 전체가 수비를 펼쳐 상대의 공격을 저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11명 모두가 '수비수'의 역할을 수행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공간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선수가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공간에 위치하느냐, 혹은 자신의 골대와 먼 공간에 위치하느냐에 따라서 요구 받는 기술적/전술적 행위들에서 차이가 존재할 뿐이지 기본적으로는 11명이 모두 모두 수비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뱐대로 공을 가진 공격 국면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팀이 공을 가진 공격 국면에서는 팀을 구성하는 11명의 구성원은 모두 '공격수'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 그저 수비 국면과는 반대로 공간적 기준을 자신들의 골대가 아닌 상대 골대를 기준으로 해서 상대 골대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공간에 위치하느냐, 혹은 먼 공간에 위치하느냐에 따라서 선수가 각기 다른 기술적/전술적 행위들을 요구 받게 될 뿐이다.

 

이러한 축구 종목의 본질을 온전하게 이해했을 때 우리는 앞서 언급했던 인식 과정에서부터 존재하는 센터백의 역할과 관련한 오류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게 된다. 센터백은 수비 국면에서는 수비수로써 기능해야 하지만 이는 센터백 뿐만이 아니라 팀의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반대로 팀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는 센터백 또한 팀의 나머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해야하는 선수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센터백이라는 역할을 정의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했던 공간적인 이해라고 볼 수 있다. 센터백은 수비 국면에서는 통상적으로 자신들의 골대와 가까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해당 공간적 특성에 기인해서 발생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기술적/전술적 능력을 요구받게 된다. 앞서 언급한 걷어내기, 태클, 헤더, 슛 블락, 마킹과 같은 능력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로 행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계속해서 노출되는 것이다. 반대로 공격 국면에서는 상대 골대와 먼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에 기인해서 발생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기술적/전술적 능력이 필요하게 된다.

 

최근 들어서는 센터백의 역할을 정의하는 관점에서 공격 국면에서 요구되는 기술적/전술적 능력을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많아 진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는 어디까지나 '수비수+@' 정도의 관점에서 이해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종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온전한 의미에서의 센터백이라는 역할은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공간에 위치한 수비수+상대 골대와 먼 공간에 위치한 공격수' 정도로 정의되어야 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육면체는 말 그대로 정육면체이지 애초부터 정사각형이었던적이 없다. 다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 정사각형으로 잘못 이해하고 인식할 뿐이다.

 

물론 센터백이라는 역할을 이러한 형태로 정의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시선을 뒷받침 하는 주요 논지는 아마도 센터백은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공을 가진 상황에서 공의 소유권을 잃었을 경우 실점을 할 수 있는 리스크는 크고, 반대로 상대 골대와는 먼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득점 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도가 될 것이라고 본다. 

 

어느 정도는 근거가 있는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논지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접하는 하이라이트 영상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하이라이트 영상은 영상의 길이에 따라서 내용이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 득점, 혹은 득점과 가까웠던 장면 위주로 구성이 된다. 그리고 영상은 해당 장면이 일어나기 직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예를 들어 득점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하면 통상적으로는 득점이 발생하기 10초 전 쯤 상황에서 영상이 시작해서 득점이 이뤄지는 장면을 보여주고, 득점에 대한 리플레이가 몇 차례 더 재생이 되면서 다음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영상에 등장하는 선수의 관점에서 얘기를 하자면 직접적으로 득점을 하는 선수, 그리고 득점을 어시스트 하는 선수 정도가 영상에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중들이 경기를 인식하는 방식은 사실 하이라이트의 편집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적으로 긴 시간인 90분 동안 경기가 거의 끊김 없이 실시간으로 진행이 된다는 점, 타 종목에 비해 많은 22명의 선수가 운동장에서 동시에 움직인다는 사실로 인해 운동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혹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파악하기란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작업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득점이라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기점으로 해서 득점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선수가 누구인지를 판단해 공격과 수비의 관점에서 쉽게 말하면 잘잘못을 가리는 것으로 경기를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결과를 분석)

 

이에 반해서 온전하게 경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기를 득점과는 관계 없이 '상황의 연속'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금 이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 다음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상황의 연속이라는 관점에서 인과 관계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결국 득점이라는 것은 이러한 상황의 연속 안에서 탄생하는 '부산물' 이라는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과정을 분석)

 

그리고 이런식으로 후자의 관점에서 축구를 이해했을 때, 즉 과정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센터백이라는 역할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롱패스를 통해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장면이나 세트피스에서 득점을 하는 장면 정도를 제외하면 화면에 잡히지 조차 않을 정도로 영향력이 없는 존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득점이 이뤄진 상황이 발생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연출되어야만 했던 이전 상황들을 만들어내는 존재가 바로 센터백이기 때문이다. 득점이 이뤄지기 1분 전, 혹은 2분 전의 상황을 연출했기 때문에 득점과 연관지어 이를 인지하기란 쉽지 않지만, 흔히 얘기하는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 혹은 이보다 더 전 과정을 연출하는 것이 센터백이라는 역할인 것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서 센터백이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하다가 실수를 저질러 실점이 발생했을 경우 대중들은 '굳이 저런 리스크를 감수해야하느냐'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센터백이 필연적으로 극복해야만 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해당 센터백은 사람들이 인지를 하지 못했을 뿐이지 자신의 실수로 실점한 숫자 보다 훨씬 더 많은 팀의 득점에 기여했을 공산이 크다.

 

실수를 저지른 스톤스에 대한 질문에 "스톤스는 여기 있는 사람들을 전부 다 합친 것 보다도 배짱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응답했던 과르디올라. 스톤스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이에 대한 비판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이 센터백으로써 해야만 하는 것을 실행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가진 센터백이다.

 

그렇다면 공격 국면에서 센터백에게 요구되는 구체적인 기술적/전술적 능력은 무엇일까? 국내의 경우에는 항상 영어권 어휘들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빌드업 능력이 좋다' 정도로 센터백의 공격 국면에서의 공격 전개 능력을 평가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추상적이며 명확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애시당초 빌드업이라는 것 자체가 '후방에서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것' 정도로 명확하게 정립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해당 개념에서 파생된 추가적인 개념은 더욱 더 불분명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개념이 필요한 것이 현실인데, 개인적으로는 이를 '드리블과 패스'라는 기술적/전술적 능력으로 어느 정도 설명하고 정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축구 종목에서 기술이라는 것은 '동작의 실행'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패스의 경우에는 한 선수가 A라는 지점에서 B라는 지점까지 패스를 10번 시도해서 10번을 모두 성공 시킨다면 해당 선수는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흠잡을 구석이 없는 선수가 될 것이다.(물론 해당 평가 기준에는 단순히 공의 목적지 도달 여부가 아닌, 공의 구질이나 공의 속도, 공의 높이 등도 고려되어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에 반해서 전술의 경우에는 '판단'을 의미한다. 축구는 총 22명의 선수가 운동장에 동시에 존재하는 팀 종목인데다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선수는 특정 동작을 실행하기 전에 항상 판단이라는 프로세스를 가져간다. 예를 들어 A라는 선수가 공을 가졌을 때 B라는 선수에게 패스를 할 것인지 C라는 선수에게 패스를 할 것인지, 혹은 패스를 하는 것이 아니고 슈팅을 할 것인지 선택을 하는 것이 전술으로써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종합해 보았을 때 공을 가진 센터백에게 요구되는 주된 능력은 적절한 전술적 판단을 바탕으로 드리블과 패스라는 기술적 행위를 실행하는 것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 때 아마 센터백에게 패스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에는 크게 의문 부호가 따라붙지 않는 반면에 드리블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에서는 아마 다소 의문 부호가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센터백은 그 어떤 포지션 보다 드리블 능력이 강조되는 포지션이고, 반면 국내에서는 그 개념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센터백이 '수비수+@'정도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드리블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경우에는 측면에 위치한 윙어가 상대 풀백을 상대로 현란한 발재간을 자랑하면서 해당 풀백을 벗겨내기 위한 동작을 실행하는 것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반면 드리블을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정의한다면 첫번째는 전방에 존재하는 공간에 대해서 선수가 해당 공간으로 공을 가지고 이동하는 드리블을 얘기할 수 있겠고, 두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직접적으로 공을 가지고 수비를 벗겨내기 위한 형태의 드리블을 애기할 수 있겠다.

 

이 두 가지 형태의 드리블 중 센터백에게 요구되는 형태의 드리블은 바로 전자에 해당하는 전방의 공간을 향해 공을 가지고 이동하는 형태의 드리블이다. 직접적으로 수비를 벗겨내는 형태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센터백이 굳이 공을 가지고 공간을 향해 전진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에 조금 더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서 왜 센터백에게 드리블이 필수불가결한 능력인지에 대해서 얘기를 이어나가보도록 하겠다.

 

스페인 대표팀과 스웨덴 대표팀의 경기 영상

위 영상을 보았을 때 통상적으로 대중이 주목하는 장면은 사라비아가 슈팅을 하는 장면이겠지만 사전에 언급했던 '과정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저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영상의 초반인 라포르트가 공을 가지고 드리블을 통해서 만들어낸 상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1.4.4.2의 형태로 수비진형을 갖춘 스웨덴을 상대로 라포르트는 자신의 전방에 존재하는 공간을 향해 드리블을 실행하는데, 이 때 이 라포르트의 드리블은 스웨덴의 1선으로 하여금 뭔가를 강요하게 하는, 다시 말해 상대가 특정 행동을 하게끔 유발하는 드리블이다. 그리고 공간적으로 보았을 때도 좀 더 명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단순히 전방의 공간을 향한 드리블이 아닌, 스웨덴의 1선을 구성하는 2명의 사이 공간을 향하는 드리블이다. 해당 드리블을 통해서 라포르트는 스웨덴 1선이 자신들의 등 뒤에 위치한 부스케츠로 공이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게끔 했고, 이를 의식한 스웨덴의 1선은 라포르트에서 부스케츠로 향하는 패스라인을 저지하기 위해서 2명의 선수가 안쪽으로 좁히는 움직임을 가져가게 된다.

 

이 때 스웨덴 입장에서 문제는 라포르트에게 이미 다른 옵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해당 선택을 강요당했고 이를 실행했다는 것에 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라포르트는 스웨덴의 1선에게 드리블을 통해서 해당 선택을 강요한 이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옵션인 빠우 또레스를 향해 패스를 실행한다. 라포르트의 드리블로 인해 빠우 또레스는 스웨덴의 1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시간적-공간적 여유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을 소유하게 되고, 이어지는 상황에서 스웨덴의 2선은 가비를 의식해 중앙에서 간격이 벌어지면서 이를 활용해 모라따가 또 다시 한번 시간적-공간적 여유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을 소유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사라비아의 슈팅이 득점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득점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고,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라포르트의 드리블은 농담반 진담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의 어시스트 정도 되는 상황을 연출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결국 득점이라는 것은 최종적으로 슈팅이 골대로 들어가느냐 여부에 따라서 달라질 뿐이지 연출해내는 상황의 연속 안에서 나타나는 부산물인 것이고, 코칭스태프를 필두로 경기에 뛰는 11명의 선수들이 시도해야 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상황을 연출해내는 것에 있다. 그리고 해당 과정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센터백의 드리블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라포르트의 드리블에서 볼 수 있었던 것 처럼 후방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관점에서 상대로 하여금 특정 선택을 강요하게끔 하는 수단이라는 것에 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센터백의 공간을 향하는 전술적인 드리블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라포르트의 경우에서 보았던 것 처럼 2명의 사이 공간, 즉 라인을 구성하는 선수들 사이의 인터벌(intervalo)을 향한 형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방의 공간을 향해서 이동하긴 하되 특정 선수를 향해 드리블을 시도함으로써 해당 선수를 자신에게 끌어들여 해당 선수가 막아야 하는 팀 동료를 해방 시켜 공을 중심으로 2x1 상황을 만들어내는 형태이다. 

 

반면 아직까지도 국내에는 프로 레벨과 아마추어 레벨을 막론하고 센터백의 이러한 공격 전개를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상대가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할 경우에는 상대쪽에서 공을 가진 센터백에게 어느 정도 선택을 강요하면서 오기 때문에 센터백이 능동적으로 드리블을 통해서 상대에게 선택을 강요해야할 경우가 많지 않지만, 반대로 상대가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하기 보다는 스웨덴의 경우처럼 경기장을 세로로 보았을 때 4분의1 지점 이하로 물러나 블록을 형성할 경우에는 드리블을 통해서 센터백이 능동적으로 상대에게 특정 선택을 강요해야 하는데 이러한 플레이 자체가 시도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당 상황에서 센터백들은 라포르트의 경우처럼 공을 가지고 상대의 1,2미터 앞까지 전진해서 상대가 특정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끔 강요를 해야 하지만,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센터백들은 상대로부터 5미터 이상 떨어져서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태로 공을 순환하다가 롱패스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센터백이 뒤로 물러나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미드필더가 센터백으로부터 공을 건네 받기 위해서 센터백을 향해 내려오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그러면서 전방에서는 상대 백라인을 상대로 수적/위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롱패스가 나가더라도 이후 상황에서 공격을 효율적으로 전개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결과를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당장 센터백이 공을 빼앗겨서 실점하는 장면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는 것은 맞지만, 과정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 공을 가진 상황에서 상대를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 했기 때문에 공의 소유권을 내줄 수 밖에 없게 되면서 결국에는 실점으로 이어지는 조삼모사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센터백이라는 역할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골대와 가까운 공간에 위치한 수비수+상대 골대와 먼 공간에 위치한 공격수 라는 공간적 전제를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이번 글을 통해서는 상대적으로 센터백의 수비수로써의 역할이 아직까지도 크게 강조되고 있음에 따라서 공을 가진 상황에서의 역할에 대해서 주로 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온전한 의미의 센터백은 수비와 공격 둘 중 하나를 등한시 하지 않고 모든 측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여야만 한다. 특히 팀의 게임 모델이나 경기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팀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센터백 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해당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장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