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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리그에서 4승 4패를 기록하며 썩 좋지 않은 시즌 초반 흐름을 기록하고 있는 인테르가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바르셀로나를 홈으로 불러들여 승리를 거두며 조별 라운드에서 두번째 승리를 거두는 것에 성공했다. 핸드볼 파울로 인한 이슈가 있기는 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전반 종료 직전 성공 시켰던 찰하노글루의 결승골을 잘 지킨 끝에 1대0으로 경기를 마무리한 것이다. 

 

 홈/원정의 여부와 관계 없이 90분 경기를 치루는 관점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대다수의 팀이 그러하듯 이번 경기에서도 공에 대한 주도권은 홈팀이 아닌 원정팀인 바르셀로나에게 있었고, 이러한 사실을 감안했을 때 인테르가 자신들에게 주어진 몇 안되는 지공 찬스를 살려서 득점을 성공 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던 경기였다.

 

인테르가 이번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몇 안되는 지공 상황에서의 찬스를 살려서 득점까지 성공 시키는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은 적절한 '좌우 윙백의 높이'였다고 볼 수 있는데, 경기 중 발생한 상황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이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수비 국면이 아닌 공을 가지고 공격을 진행하는 공격 국면에서 보았을 때 백4를 구성하는 풀백의 경우에는 공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높이 뿐만 아니라 좌우폭이라는 공간적 개념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공이 자신과 반대되는 측면 공간에 위치했을 경우, 특히 자신의 반대쪽 측면 풀백이 공을 가진 상황에 대해서 풀백은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려 수비로 전환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자신의 높이를 조절함과 동시에 좌우폭 또한 조절해야 한다.

 

공이 자신들의 진영에 머물 경우에는 좌우폭에 대해서만 인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공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간 이후에는 반대쪽 풀백의 위치에 따라서 좌우폭 뿐만 아니라 높이에 대해서도 변화를 가져가며 발생할 수 있는 수비 전환에 대비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아스날처럼 한쪽 풀백을 완전히 센터백 성향이 강한 선수를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좌우폭과 높이에 대한 변동폭 자체를 줄이는 경우도 다수 존재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백4의 풀백이란 공격 국면에서는 이러한 사항들을 시각을 활용한 상황인지를 통해 계속해서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이에 반해 공격 국면에서 고정적으로 백3를 구성해서 공격을 전개할 경우 백4의 풀백에 비해서 백3의 윙백은 좌우폭이라는 공간적 개념에 대해서는 자유로워진다고 볼 수 있다. 공격을 진행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넘겨줘 수비로 전환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백3는 백4와는 다르게 이미 기본적으로 3명의 수비수가 확보되어 있는 상태이기에 수비로 전환되기 위한 기본적인 간격 유지가 자동적으로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윙백은 공격 국면에서는 경기장으로 가로로 보았을 때 상시 터치라인에 가깝게 좌우폭을 최대로 확보한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반대로 종적으로 높이라는 공간적 개념에대서만 상황인지를 가져가며 유기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수정하게 된다. 

 

이와 같은 윙백의 높이라는 요소를 적절하게 활용한 인테르는 몇차례 되지 않았던 자신들의 진영에서부터 시작된 지공 찬스에서 바르셀로나를 전술적으로 적절하게 공략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번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인테르가 자신들의 진영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할 경우 1.4.2.3.1의 형태에 가까운 진형을 구축해서 압박을 시도했다. 특히 골키퍼였던 오나나에서부터 공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바르셀로나는 인테르의 3백에 대해서 1x1 형태로 마크를 실행했고, 이를 통해서 바스토니-데 브라이-스크리니아르가 직접 앞을 보고 오나나로부터 공을 받는 상황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반면 문제가 되었던 것은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골키퍼인 오나나에서 좌우 윙백으로 한번에 공이 전개되는 상황이었다. 상대 진영에서부터 1x1 형태로 압박을 진행하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바르셀로나의 왼쪽 풀백인 마르코스 알론소가 인테르의 오른쪽 윙백이었던 다르미안을 마크 하기에 다르미안은 상당히 낮은 지점에 위치해 있었고, 이는 지역방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스크리니아르에 대한 마크를 수행하고 있던 하피냐의 수비 범위에 해당하는 지점이었다. 즉 다르미안이 자신의 높이를 의도적으로 낮추며 마르코스 알론소의 수비 범위가 아닌 하피냐의 수비 범위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마르코스 알론소는 이에 대한 마크를 하피냐에게 넘길 수 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마르코스 알론소의 다르미안에 대한 마크를 방해했던 요소는 존재하는데, 바로 인테르의 오른쪽 인사이드 하프였던 바렐라의 존재였다. 바렐라는 지속적으로 자신에 대한 마크를 실행했던 페드리 시야의 사각지대, 즉 페드리의 등 뒤에 위치한 상태에서 마르코스 알론소의 수비 범위로 이동을 했고, 이로 인해 마르코스 알론소는 다르미안이냐 바렐라냐의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바렐라가 자신의 등 뒤로 이동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마르코스 알론소였기에 다르미안에 대한 마크를 실행하는 것에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마르코스 알론소는 오나나에서 다르미안으로 공이 전개되는 상황에서의 다르미안에 대한 마크가 한발 늦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오나나에서 다르미안으로 공이 전개된 이후 공을 가진 다르미안은 마르코스 알론소의 한발 늦은 대응으로 인해 공을 가지고 대각선 안쪽의 하프 스페이스로 이동을 감행할 수 있었는데, 이는 마르코스 알론소의 대응이 늦은 것 이외에도 페드리와 패어(Pair)를 구성한 바렐라의 움직임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1.3.5.2 시스템의 2인 유닛이라고 할 수 있는 윙백과 인사이드하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르미안이 공을 가지고 이동한 공간에 있어야 했던 페드리를 바렐라가 마르코스 알론소의 등 뒤, 즉 본래라면 윙백이었던 다르미안이 있었을 공간으로 끌어냈기 때문에 다르미안에게 공간이 주어졌던 것이다. 

 

해당 과정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 다르미안이 자신의 높이를 낮춤으로써 하피냐에 대해서 2x1 상황을 형성

2. 다르미안에 대한 수비를 펼치기 위해 마르코스 알론소는 자신의 등 뒤 공간을 바렐라에게 내준채 점프

3. 다르미안으로 인해 발생한 마르코스 알론소의 등 뒤 공간으로 바렐라가 자신의 마크인 페드리를 달고 이동

4. 바렐라가 페드리를 끌고 이동하면서 발생한 공간으로 공을 가진 다르미안이 이동

 

이후 상황에서 다르미안은 마르코스 알론소 뿐만 아니라 페드리의 부재로 인해 중앙의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온 세르히오 부스케츠 2명을 동시에 자신에게 고정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마크에서 자유롭게 풀린 찰하노글루는 다르미안-라우타로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제3의 선수로 기능하게 되면서(el tercer hombre) 수비의 마크 없이 앞을 본 상태로 자유롭게 공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상황이 여기까지 전개 되었을 때 때 중요한 것은 공이 위치한 측면의 반대쪽 측면에 위치해서 공과 완전히 관여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인테르의 왼쪽 윙백인 디마르코이다. 

 

앞서 글의 초반에 언급했던 것처럼 백3 시스템에서의 윙백은 높이를 제외한 좌우폭이라는 관점에서는 크게 자신의 위치를 수정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수정을 해서도 안 되는 역할을 부여받게 되고, 이로 인해 왼쪽 윙백인 디마르코는 수비를 전개하는 바르셀로나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찰하노글루로부터 공격 방향 전환 패스를 건네 받는 디마르코는 단순히 해당 위치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팀의 공격 방향 전환을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상황에서 자신을 마크하기 위해 다가온 세르지 로베르토에 대해서 므키타리안과 2x1 상황을 연출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인테르의 공격 전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대응을 한 이후의 바르셀로나는 최종적으로 므키타리안의 크로스가 올라오는 시점에서 자신들의 패널티박스에서 인테르를 상대로 3x4의 수적 열세에 놓이게 되고, 실점에 가까운 위기 상황을 연출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전반 종료 직전 발생했던 득점의 경우에는 앞서 설명한 상황과 좌우 측면이 바뀌었다는 점을 포함해 세부 사항에서는 차이를 드러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인테르가 윙백의 높이를 통해서 바르셀로나의 전방 압박을 공략했다는 것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들의 진영에서 인테르가 빠르게 후방으로 쓰로인을 전개한 이후 왼쪽 센터백인 바스토니에 대한 뎀벨레의 수비가 늦었고, 이로 인해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할 수 있었던 바스토니는 바스토니-코레아-디마르코로 이어지는 3자 전개를 가져가기 위해 전방의 호아킨 코레아에게 공을 전개한다. 뎀벨레가 자신과 디마르코로 이어지는 패스라인을 막으면서 압박을 시도했기에 직접적으로 디마르코에게 향하는 패스가 아닌 3자 전개를 통해서 자유로운 상태에 놓여 있는 디마르코에게 공을 전개하고자 한 것이다.

 

 

본래라면 패스를 받기 위해 움직인 호아킨 코레아에 대한 마크를 수행해야 했던 것은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센터백인 크리스텐센이었지만 크리스텐센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라우타로를 마크해야 했기에 코레아에 대한 마크를 수행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코레아에 대한 마크를 수행했던 것은 세르지 로베르토였는데, 이로 인해 디마르코는 자신을 마크해야 했던 세르지 로베르토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반대쪽 측면에서 좌우폭을 확보하고 있던 다르미안을 향해 공격 전환 패스를 시도하게 된다.

 

디마르코로부터 공격 전환 패스를 건네 받은 다르미안은 바르셀로나의 왼쪽 풀백인 마르코스 알론소에 대해서 바렐라와 함께 2x1상황을 형성하게 된다. 이후 다르미안은 마르코스 알론소가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공을 가진 자신이 아닌 본인의 등 뒤로 이동하는 바렐라에 대한 마크를 수행하자 바렐라에게 공을 전개하지 않고 먼 포스트를 향해 크로스를 시도하게 된다.

 

 

먼포스트에서의 2x1 수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크로스 직후 상황에서 득점을 기록하는 것에는 실패하지만, 인테르의 반복되는 공격 방향 전환으로 인해 수비 진형이 완전히 무너진 바르셀로나는 결국 찰하노글루에게 중거리 슈팅을 허용하면서 실점을 기록하게 된다.

 

이번 경기에서 인테르가 보여준 이러한 모습은 챔피언스리그라는 무대에 최적화되어 있는 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축구 경기라는 것이 90분 동안 공격 국면, 수비 국면, 수비 전환, 공격 전환, 그리고 세트피스라는 것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챔피언스리그에서라는 무대에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특정 상황이 주어졌을 때 해당 상황에서 최고의 효율을 발휘하는 것이다. 

 

즉 경기를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감독은 상대 팀의 특성과 우리 팀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경기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를 예측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바르셀로나와 같은 팀을 상대로 할 경우 아무리 능동적으로 경기에 접근한다고 할지라도 상대적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수비 국면에 놓이는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해서 수비 국면을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하고, 또한 수비 국면에서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 공격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집중적으로 준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이번 경기에서 인테르가 보여준 것처럼 경기의 흐름상 몇 차례 되지 않는, 소수의 드문 경우라고 할지라도 지공을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면 해당 상황에서 지공으로 차이를 만들어내는 팀이 챔피언스리그라는 무대에서 성과를 거두는 팀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인테르는 안토니오 콘테라는 감독이 1.3.5.2 시스템을 바탕으로 구축해 놓은 팀에 대한 연속성을 굉장히 잘 살리고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콘테라는 감독이 팀을 떠난 이후 리그 내에서 해당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후임 감독을 영입함으로써 경험적인 지식이라는 관점에서 팀이 시스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지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했으며, 이는 주중 경기와 주말 경기가 반복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상당히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볼 때 아무래도 경기 중 좀 더 높은 빈도로 벌어지는 상황을 대비하는 것 외에는 훈련을 계획하고 진행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다년간 동일한 시스템으로 연속성을 가져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체화된 팀의 지공은 이미 선수들의 무의식에 내장되어 있는 팀의 무기로써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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