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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감독 교체 이후 경기력이 어느 정도 안정화 된 수원삼성의 바탕에는 1.3.5.2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공격 국면에서는 1.3.5.2, 수비 국면에서는 1.5.3.2의 형태로 경기를 치루는 수원삼성은, 전반기에도 이미 감독대행 체제에서 해당 시스템을 메인 시스템으로 활용했던 바 있다. 하지만 박건하 감독 부임 이후에는 선수단의 변화가 크게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적인 이해도'에서 훨씬 높은 수준을 보이며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경기력의 변화는 공격국면, 좀 더 세부적으로는 진형을 완전히 끌어올린 상태에서 미들써드 이후 지점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많이 부각되는데, 지난 광주와의 시즌 개막전 경기에서 또한 이를 바탕으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수원삼성이다.

 

 

그림1 ;  1.3.5.2 시스템은 종래에는 양쪽 윙백이 윙의 포지션에서 플레이함으로써 상대 풀백과 마주해 1.3.1-2.4의 형태가 된다.

 

기본적으로 1.3.5.2 시스템의 공격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좌우 윙백과 2명의 인사이드 하프의 포지셔닝 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3백의 윙백이라고 일컫는 선수들은 수비국면으로 전환되었을 경우에는 3명의 센터백이 구성하는 라인까지 회귀해 5백을 구성해야한다. 반면에 팀이 수비를 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 공격으로 전환을 시도할 경우, 윙백의 포지션(역할이 아닌 실질적으로 위치하는 공간)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윙'이라고 일컫는 선수들이 위치하는 공간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윙백이 해당 공간에 올바르게 위치했음을 판가름 할 수 있는 기준은 바로 윙백이 공을 잡았을 때 이를 수비하기 위해서 터치라인 쪽으로 끌려나오는 상대 선수가 광주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윙이 아닌 풀백이냐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윙백이 충분히 높은 공간까지 가지 못하고 공을 잡았을 경우, 즉 우리가 통상적으로 윙이라고 일컫는 선수들이 위치하는 공간이 아닌 풀백이라고 일컫는 선수들이 위치하는 공간에서 공을 잡았을 경우에는 상대 풀백이 아닌 상대 윙이 이에 대한 수비를 펼치기 위해 터치라인 쪽으로 끌려 나오게 된다. 이런식으로 상황이 전개되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상대 4백에 대해서 전방에 위치한 공격수 2명만이 위치하게됨으로서 2vs4의 수적열세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이는 지난 시즌 전반기 수원삼성이 1.3.5.2 시스템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빈번하게 발생했던 문제였다) 반면에 좌우 윙백이 모두 공격시 적절한 포지션을 선점하는 것에 성공했을 경우에는 그림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최전방 공격수 2명에 더해 좌우 윙백이 터치라인에 가까운 공간에서 좌우폭(Amplitud)을 확보함으로써 상대 백라인에 대해 4vs4의 수적동위를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그림2 : 전반 13분. 민상기에서 이기제로 한번에 대각선 롱패스가 이어졌고, 이 때 이기제를 막기 위해 터치라인 쪽으로 끌려나온 것은 광주의 풀백인 여봉훈이었다.

 

만약 이런식으로 윙백이 올바른 포지셔닝을 선점하는 것에 성공했다면, 그림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윙백이 공을 넘겨 받았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터치라인 쪽으로 끌려나오는 상대 수비는 풀백이 된다. 다시 말하자면 4x4의 수적동위 상황을 조성하게 되고 공을 기점으로 보았을 경우에는 공을 가진 윙백이 상대 풀백과의 1x1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인데, 이 때 연쇄적으로 공을 막기 위해 끌려나온 상대 풀백에 대해서 순간적으로 2x1의 수적우위를 가져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바로 인사이드 하프의 포지셔닝과 움직임이다. 

 

그림1에서 보았을 때 수원삼성의 인사이드하프인 고승범과 김민우는 광주의 윙어들의 등 뒤,  혹은 광주의 윙어들과 중앙 미드필더들 사이에 발생하는 공간적 갭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식으로 포지셔닝을 가져갔을 경우 인사이드 하프는 상대의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 둘 중 누구에게도 마크를 당하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를 그림2에서 볼 수 있는 상황에 대입 시켰을 경우에는 마크를 당하지 않는 상태로 상대 풀백의 등 뒤, 혹은 상대 풀백과 센터백 사이에 발생한 공간을 공략함으로써 윙백으로부터 2x1 상황에서 공을 넘겨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림2의 상황처럼 상대 중앙 미드필더가 이러한 인사이드 하프의 움직임을 추격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이러한 추격은 공간적으로는 후방에서, 시간적으로는 뒤늦게 '반응'으로써 시도 되기에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2x1의 수적 우위를 2x2의 수적 동위로 바꿔내지는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림3 : 후반 5분. 공이 좌에서 우로 전환되는 상황. 장호익으로부터 김태환에게 대각선 패스가 나갔고, 이민기와 송승민이 2x1의 형태로 수비를 시도했지만 이민기의 등 뒤를 공략하는 김민우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만약 이런 수적 우위를 통해서 인사이드 하프로부터 크로스가 시도되었을 경우, 혹은 이런 수적 우위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윙백으로부터 얼리 크로스가 시도되었을 경우 모두에서 1.3.5.2시스템은 반대쪽에 위치한 인사이드 하프로부터도 세컨드 볼 옵션의 확보라는 이점 또한 가져갈 수 있게 된다. 통상적으로 사람의 시야가 가로폭으로 보았을 때 120도 정도이고, 이를 감안했을 때 골대가 두개 있는 모든 대부분의 구기종목에서 수비가 가질 수 밖에 없는 딜레마는 공과 자신이 막아야 하는 상대를 시야에 동시에 둘 수 없을 때 발생한다. 

 

그림2의 상황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세컨드볼 옵션으로 자리하는 먼 쪽 인사이드 하프, 즉 김민우를 막아야하는 것은 광주의 40번인 이찬동이지만 이찬동은 공을 시야에 두는 과정에서 김민우를 완전히 등지게 되고, 이로 인해서 김민우는 크로스가 올라오는 시점에서 이미 이찬동의 시에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그림3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공을 가지고 있는 김태환에 대한 수비를 가져간 이민기의 등 뒤를 공격한 것은 오른쪽 인사이드 하프인 김민우이고, 이 때 반대쪽 인사이드 하프인 고승범은 자신을 마크해야할 김원식의 등 뒤에 위치하며 크로스가 시도되는 시점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세컨드볼 옵션으로써 아크 부근에 위치하게 된다.

 

그림4 : 그림2와 그림3 상황에서 크로스가 시도되기 직전 장면. 반대쪽 인사이드 하프는 수비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로 세컨드 볼 옵션으로서 자리하게 된다. 

 

이러한 인사이드하프의 포지셔닝은 윙백이 공을 가졌을 때, 즉 공이 사이드 채널에 위치했을 때 뿐만 아니라 가로폭으로 보았을 때 패널티 박스 폭 안인 센터 채널에 위치했을 경우에도 상대 중앙 미드필더에게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킨다. 

 

그림5 : 후반7분 나왔던 수원삼성의 결승골 득점 장면 직전 상황. 광주의 중앙 미드필더였던 김원식이 순간적으로 인사이드 하프인 고승범에게 고정(Fijación)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박대원에서 김건희로 가는 패스라인이 발생했다. 

 

그림5 상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광주의 중앙 미드필더였던 김원식은 공과 가까운 쪽의 중앙 미드필더였다. 이로 인해서 공과 가까운 쪽의 인사이드 하프였던 고승범을 시야에 둘 수 있었고, 순간적으로 자신을 끌고가는 고승범에게 고정(Fijación)이 되며 자신의 등 뒤에서 나타나는 김건희 쪽으로 패스라인이 형성되는 것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공과 먼 쪽의 중앙 미드필더였던 이찬동의 경우에는 공에 대한 시야 확보를 위해 자신의 등 뒤에 위치해 있던 인사이드 하프인 김민우에 대한 인식을 가져갈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왼쪽 센터백인 박대원에서 시작된 패스는 김민우-고승범-김건희의 3자 플레이로 이어지며 굴절의 과정을 거쳐 득점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림6 : 후반전 니콜라오가 투입된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은 이어졌다. 김주공이 한석종에게 고정되어 1선을 열어줬고, 2선에서는 이찬동이 고승범에게 고정이 되어 끌려가며 민상기에서 니콜라오로 이어지는 패스라인을 허용했다.

 

결국 수원삼성이 경기 중 연출하는 이러한 상황들은 도입부에서 얘기했던것처럼 시스템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지난 시즌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동일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경기를 치루긴 했지만 윙백과 인사이드 하프의 포지셔닝을 통해서 경기 중 가져갈 수 있는 수적 우위나 위치적 우위의 연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확실히 인상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각 시스템은 해당 시스템이 가져가는 선수의 배치를 통해 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그리고 위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가져가야 하는 움직임과 공의 위치에 따라 점해야 하는 공간들이 각 포지션별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스템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았을 경우 '필요한 기능을 실현하기 위하여 관련 요소를 어떤 법칙에 따라 조합한 집합체'라는 설명을 볼 수 있는데, 축구에서의 시스템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11명의 선수들이 운동장 위에서 움직이는 법칙을 바탕으로 조합되는 집합체인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과거 필립 코쿠가 PSV 감독 재임 시절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현 네덜란드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에 대해서 얘기한적이 있다. 첫번째는 네덜란드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선수들이 그렇듯 '길거리 축구'가 사라짐으로 인해서 어린 나이에 자연스럽게 기술적인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대다수의 클럽에서 시스템적인 교육이 1.4.3.3과 1.3.4.3에만 치우쳐 있다는 점을 얘기한 바 있다. 프로가 되어서 경기에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할 경우 경기에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인 관점에서 다른 시스템을 팀에 적용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선수들이 이에 대한 경험적/학문적 지식이 부족하면서 경기에서 승리하는데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수원삼성은 현재 1.3.5.2라는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잘 알아가고 있는 과정에 놓여 있다고 보여진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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