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google.com

테데스코 부임 이후 RB라이프치히(이하 라이프치히)가 리그에서만 세번째 경기를 치뤘다. 데뷔전에서 묀헨글라드바흐를 상대로 4대1 승리를 거둔 뒤 아우쿠스부르크 원정에서는 경기 막판 패널티킥으로 아쉬운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승점 1점 획득에 만족해야만 했던 라이프치히였다. 승리와 무승부를 한차례씩 거뒀던 라이프치히는 이번 경기에서는 0대2로 홈에서 패배를 기록하면서 테데스코는 감독 부임 이후 치뤄진 경기에서 1승 1무 1패라는 성적을 받아들게 된 상황이다.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승점 획득 추이에 있어서 꾸준함이라는 핵심 포인트가 결여된 것이 이번 시즌의 라이프치히이기 때문에, 향후 경기들, 특히 윈터 브레이크를 가져간 이후 얼마나 승점 획득을 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테데스코의 감독으로써의 평가가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1명 퇴장을 당한 상대에게 홈에서 2골을 내주며 0대2로 패배를 한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경기 내용적인 관점에서는 얘기할만한 요소들이 분명 존재했던 지난 빌레펠트전이었다. 특히 앞선 2경기와는 다르게 1.3.4.1.2가 아닌 1.3.5.2 시스템을 선발 라인업에 적용해 들고나왔던 라이프치히였고, 빌레펠트가 이를 수비하기 위해서 1.4.2.1.3에 가까운 진형을 갖추면서 발생했던 라이프치히의 공격 국면 상황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1.3.5.2 시스템을 들고나온 라이프치히를 수비하는 빌레펠트의 1.4.2.1.3 진형의 실질적인 배치

경기 극초반 포르스베리가 부상을 당하면서 아웃되고 아담스가 대신 경기에 투입되기는 했지만 경기의 전체적인 양상에 큰 변화는 없었고, 라이프치히가 공을 가졌을 때, 특히 경기장을 세로로 4등분 했을 때 라이프치히쪽 4분의 1지점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수비를 시작했던 빌레펠트였다. 빌레펠트는 라이프치히가 1.3.5.2 시스템으로 경기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1.4.2.1.3에 가까운 형태의 수비 진형을 구축해서 라이프치히를 무력화 시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실상 이는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본적으로는 라이프치히의 1.3.5.2 진형을 완전히 덮어씌우는 형태였다고 할 수 있다. 1.4.2.1.3 블록을 유지하기는 하되 라이프치히의 공을 가진 선수로부터 직접적으로 공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1대1 대인방어의 형태로 수비를 할 수 있도록 라이프치히 선수들의 포지셔닝과 완전히 겹치는 형태로 선수가 배치되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서 이런식으로 한쪽이 공을 가졌을 경우 다른 한쪽이 공을 가진 상대의 포지셔닝을 완전히 덮어버림으로써 공을 가지게 되는 선수를 지속적으로 대인방어하고, 이를 통해서 공을 가진 선수가 앞을 보지 못하게끔 하는 형태의 수비가 제일 자주 발생했던 구도는 바로 1.3.4.3 vs 1.3.4.3의 구도였다. 1.3.4.3 시스템의 경우에는 안토니오 콘테의 첼시가 성공을 거둔 이후 프리미어리그 뿐만 아니라 타리그에서도 활용되는 빈도가 굉장히 높아졌고, 1.3.4.3 시스템을 활용하는 팀들 중 공격 국면에서 유독 강점을 드러내는 팀을 상대할 경우 이에 맞서는 팀들이 자신들이 기존에 주로 사용했던 시스템이 무엇이었느냐의 여부와는 관계 없이 상대의 공격 국면을 무력화 하기 위해서 동일하게 1.3.4.3 시스템을 활용해 대인방어에 가까운 지역방어를 펼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반면 이번 경기에서는 이러한 공격 국면에 놓인 팀과 수비 국면에 놓인 팀간의 대칭 구도가 1.3.5.2 vs 1.4.1.2.3의 구도로 나타난 것인데, 이러한 빌레펠트의 수비 형태를 타개하기 위해서 라이프치히는 다음과 같은 1.3.5.2 시스템 특유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은 전반 11분과 14분 경기에서 두 차례 발생한 장면이다. 왼쪽 센터백인 그바르디올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 상대 오른쪽 윙어인 비머가 압박을 시도한다. 이 때 공을 가진 그바르디올에 대해서 가까운 옵션에 해당하는 앙헬리뇨가 공을 받기 위해서 공과 가까워지는 움직임 (Support Unmark - Desmarque de apoyo)을 가져가고, 이로 인해서 앙헬리뇨에 대한 마킹을 가져가던 브루너가 끌려온다. 이러한 앙헬리뇨의 움직임으로 인해서 발생한 브루너 등 뒤에 해당하는 공간, 즉 빌레펠트의 오른쪽 센터백과 풀백 사이의 간격이 벌어짐으로써 발생하는 공간에 대해서 소보슬라이가 침투하는 움직임(Deep Unmark - Desmarque de ruptura)을 가져가고, 브루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소보슬라이를 마킹하고 있던 쇱프는 소보슬라이의 이러한 움직임에 끌려가며 공을 가진 그바르디올을 마킹하는 비머의 등 뒤 공간을 허용하게 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당 공간에서 공을 건네받아 다음 공 소유자가 되는 것은 최전방에 위치해 있던 안드레 실바이다. 반면 안드레 실바를 마킹해야 하는 피퍼는 자신이 안드레 실바를 쫓아 이동했을 경우 자신과 골키퍼 사이에 해당하는 공간, 즉 백라인 뒷공간이 노출되는 것을 의식하여 안드레 실바에 대한 마킹을 포기하게 된다. 이로 인해서 안드레 실바는 상대 선수에 대한 마킹 없이 앞을 본 상태로 공을 소유하게 되고, 공을 소유하는 것 자체로 자신을 마킹해야하는 피퍼에 이어서 소보슬라이를 마킹하던 쇱프까지 자신에게 고정시키면서(Fix - Fijación) 쇱프의 마킹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백라인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소보슬라이에게 공을 건네게 된다.

기본적으로 안드레 실바가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하게 되기 까지, 앙헬리뇨와 소보슬라이가 가져갔던 움직임은 두 선수가 잠재적으로 공을 소유할 수 있는 선수, 혹은 간접적으로 공을 소유하는 선수(Poseedor mediato)로써 실행한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수비 입장에서는 공과 가까운 옵션에 해당하는 선수, 즉 즉각적으로 공을 건네받아 공을 소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움직임 (Unmark - Desmarque)을 가져갈 경우 이를 마킹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런 경우 공을 직접적으로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수비를 자신의 움직임에 반응하게 만들어 특정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선수를 간적적으로 공을 소유하는 선수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간접적으로 공을 소유하는 선수의 움직임은 최근 들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후방에서부터 공을 깨끗하게 전개하면서 공격 국면에서 강점을 드러내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고, 반대로 이를 무력화 하기 위한 대응책으로써 많은 팀들이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앞선 1.3.4.3 vs 1.3.4.3의 예나 지금 살펴본 라이프치히를 상대한 빌레펠트의 예에서 볼 수 있는 수비 진형을 상대 공격 진형에 완전히 덮어 씌워 대인방어를 가져가는 수비 형태이다.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자연적으로 공을 가진 상대를 포함해 상대 필드 플레이어 10명에 대해서 대인방어를 가져갈 수 있게 되고, 해당 형태의 수비를 가져가는 팀이 사전 분석을 기반으로 한 훈련을 통해서 어느 정 숙달이 되어 있는 상태라면 공을 가진 팀은 지속적으로 앞을 보고, 혹은 상대 골대를 바라보고 공을 소유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 지게 된다. 이 때 공을 가진 팀의 입장에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앙헬리뇨와 소보슬라이의 움직임과 같은 간접적으로 공을 소유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이다. 이를 실행하는 선수들은 어디까지나 공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 움직임을 가져가지만 자신이 공을 받지 못하더라도 2명 이상의 선수가 연쇄적으로 움직임을 가져감으로써, 첫번째가 아니라면 두번째, 두번째가 아니면 세번째로 움직임을 가져가는 선수가 상대 마킹에서 벗어나 공을 건네 받아 상대 골대를 바라보고 공을 소유하는 것이 가능하게끔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가능하게끔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시스템적인 경험, 혹은 지식'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 1.4.3.3, 1.4.4.2, 1.3.5.2 같은 시스템을 단순히 '숫자놀음'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상대가 공격 진형을 완전히 덮어씌우는 형태로 대인 방어를 가져갈 경우에 특히 얘기가 상당히 많이 달라진다. 왼쪽 센터백인 그바르디올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 윙백인 앙헬리뇨와 인사이드-하프인 소보슬라이, 최전방 공격수인 안드레 실바가 3인 유닛으로 연쇄적인 움직임을 가져간 것처럼, 특정 선수가 공을 가졌을 경우 어떤 선수들이 하나의 유닛이 되어 연쇄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야 하고 해당 움직임이 실행되었을 경우 공을 전개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디가 되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이는 굉장히 어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 시스템은 그 고유의 선수 배치로 인해서 자연적으로 유닛으로 묶이는 선수가 발생하게끔 하고,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훈련을 통해서 체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감독을 포함한 코칭 스태프의 시스템적인 지식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카를로 안첼로티, "레지오 에밀리아에서의 나의 모험은 1.4.4.2 시스템으로 시작되었다. 1.4.4.2는 내가 선수 시절 사키 감독과 그의 코칭 스태프들과 함께 했던 덕분에 그 당시 내가 가장 잘 아는 시스템이었다. 당시 나는 감독으로 경험이 일천했고, 선수들의 특성과는 관계 없이 내가 좀 더 확실히 알고 있는 시스템을 활용하고자 해당 시스템을 활용했다."
Carlo Ancelotti, Mi árbol de navidad

이를 감안했을 때 테데스코는 여태까지 지도자 커리어를 살펴보았을 경우 1.3.5.2 시스템과 1.3.4.1.2 시스템에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반면 팀에 부임한 이후 일주일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무려 3경기를 치룬 상태이기에 이를 온전하게 팀에 적용시키고 극대화 시키는 것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 예상된다. 1.3.5.2 시스템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라이프치히 선수들이 지난 시즌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시스템이란 말 그대로 이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가 온전하게 상호작용 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기능을 하는 것이기에 비교적 큰 폭으로 선수단에 변화가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라이프치히는 온전하게 해당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이번 경기에서 몇 차례 볼 수 있었던 장면을 감안했을 때 윈터 브레이크 기간 동안 테데스코와 그의 코칭스태프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적인 지식과 경험이 팀에 온전하게 전달된다면, 후반기에는 공격 국면에서 전반기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 예상되는 라이프치히이다.

Posted by 장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