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라운드부터 헤어타 베를린을 맡게 된 타이푼 코르쿳 (이미지 출처 : Jan-Philipp Burmann / dpa)

분데스리가 전반기 13경기를 치룬 시점까지 득점 부문에서는 정확하게 경기당 1골인 13득점, 반대로 실점 부문에서는 27실점을 기록하며 리그 꼴찌에서 두번째로 득점의 두배가 넘는 실점을 기록하고 있던 헤어타 베를린(이하 헤어타)이다. 승점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실점이 득점 보다 많아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이치를 감안했을 때 당연하게도 헤어타의 순위표에서의 포지션은 높을 수가 없었고, 간헐적으로 승점 3점을 획득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시즌의 목표가 1부 리그에서의 생존이라는 것으로 굳어져 가는 모습에서는 지난 시즌과 큰 차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전반기가 마무리 되기 까지 얼마남지 않은 시점인 13라운드 아우쿠스부르크전이 1대1 무승부로 끝난 이후 보비치를 위시로 한 헤어타의 운영진은 감독 교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고, 지난 시즌 잔류를 일궈냈던 다르다이의 후임으로 자리하게 된 것은 최근 들어 그 이름을 접하기가 힘들었던 타이푼 코르쿳이었다.

타이푼 코르쿳은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난 터키 국적의 인물로,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직접적인 자신의 배경지라고 할 수 있는 독일과 터키에서 선수 생활을 했을 뿐만 아니라, 말년에는 레알 소시에닷과 에스빠뇰을 포함한 스페인 클럽들에서도 활동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지금의 부인을 스페인에서 만났으며 코치 커리어의 시작 또한 자신이 몸담았던 레알 소시에닷 유소년 레벨에서 시작할 정도로 스페인과도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인물이기도 한 코르쿳은, 18/19 시즌 자신의 고향팀인 슈투트가르트에서 감독직을 수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백기를 가져오다가 14라운드를 기점으로 헤어타를 맡으며 감독직에 복귀하게 되었다.

코르쿳 부임 기자 회견에서의 코르쿳과 보비치 (이미지 출처 : euditorial.com)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공백기를 가진 코르쿳의 감독 선임은, 이번 시즌이 시작하기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성공적인 5년을 보낸 이후 새로운 도전을 찾아서 헤어타로 넘어온 프레디 보비치 단장에 의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보비치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니코 코바치와 아디 휘터의 감독 선임을 비롯해 전체적인 스포츠 프로젝트를 관장하면서 최근 있었던 프랑크푸르트의 성공을 주도했던 인물이고, 타이푼 코르쿳의 경우에는 과거 보비치가 프랑크푸르트 이전 슈투트가르트에서 단장 역할을 수행했을 당시 구단에서 유소년 레벨에서 코치로 활동하면서 관계를 가져가기 시작한 경우에 해당한다.

단장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관점에 있어서 프랑크푸르트의 성공을 이끌며 성공적인 가도를 달리고 있는 보비치이기에 이번 선택은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고, 특히 분데스리가의 경우에는 최근 들어 계속해서 젊은 지도자들이 연이어 데뷔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백기를 가진 인물을 감독직에 앉히는 것은 현재 흐름에 완전히 반하는 느낌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듯 12월 22일에 있었던 독일의 rbb 라디오 채널이 주관하는 Haupstadtderby 팟캐스트에 출연했던 보비치는, 코르쿳 감독 선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프레디 보비치,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 있어서 특정 인물의 이름값과 커리어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선택하는 인물은 구단을 한 단계 더 앞으로 전진하게 할 것이란 확신을 주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대중의 의견이나 SNS에서 언급되는 사항들과는 별개의 것이다."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감독 후보로 언급될 경우 처음에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의 이름은 때때로 그 자체로 동기부여를 일으키며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한 코치이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나는 철저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자신의 스타일 안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를 불어넣고 지금 현재 스쿼드에서 최상을 끌어낼 수 있는 인물, 그리고 향후에는 공격적인 방식으로 팀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을 원했다."

출처 : https://www.inforadio.de/podcast/feeds/hauptstadtderby/hauptstadtderby.html
12월22일 에피소드 'Quartett mit Fredi Bobic – die Weihnachtsfolge (90)'


분명한 기준을 통해서 가장 적절한 인물이라는 판단 하에 코르쿳을 선임했음을 확실히 한 보비치이고, 실제로 코르쿳은 헤어타에 부임한 이후 단기간에 팀을 확실하게 개선하는 것에 성공하며 보비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13라운드까지 팔 다르다이 체제에서 4승 2무 7패를 기록했던 헤어타는, 코르쿳 감독 부임 이후 치뤄진 14라운드 부터 18라운드에서는 2승 1무 2패의 성적을 거두며 승점 획득 추이에서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단순히 승점 획득이라는 결과 관점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별개로, 경기 관점에서, 특히 공을 가지고 공격을 진행하는 공격 국면에서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코르쿳의 헤어타이기에 향후 전망은 더 밝다고 볼 수 있다.

보비치가 헤어타로 팀을 옮긴 이후 지난 4,5년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언급했던 가장 큰 문제점은 "헤어타는 지난 4,5년간 너무나도 수동적인 팀이었다"는 것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을 가진 상황에서 좀 더 능동적으로, 그리고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보비치의 의견이었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써 선임된 코르쿳이 즉각적으로 해당 관점에서 팀을 개선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수아트 세르다르, ¨우리는 공격적인 축구를 원한다. 우리는 지금 온전하게 축구를 하기 원한다."

"감독 교체 이후 진행된 첫번째 훈련에서부터 우리는 후방에서 공을 전개하는 것을 훈련해오고 있다. 그게 얼마 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하는지와 관계 없이 말이다. 골 찬스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훨씬 즐거운 것이 되었다. 우리는 온전하게 축구를 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그것이 전과는 다른 부분이다."

코르쿳 부임 이후1.4.4.2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헤어타의 베스트 11이라고 볼 수 있는 라인업


코르쿳이 부임한 이후 헤어타는 지속적으로 1.4.4.2(혹은 1.4.2.2.2) 시스템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6라운드였던 마인츠전과 지난 주말에 있었던 18라운드 쾰른전에서는 각각 원정과 홈에서 0대4, 1대3으로 패배를 기록하며 아직까지 다소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세르다르의 인터뷰에서 체감할 수 있듯이 공을 가진 공격 국면에서 만큼은 기존에 있던 선수들의 장점을 1.4.4.2 시스템을 통해서 확실히 살리는 것에 성공했다. 팔 다르다이가 감독으로 재직하던 13라운드까지는 사실상 팀의 메인 시스템이라고 할만한 시스템을 찾지 못하면서 매 경기 비교적 큰 폭으로 시스템과 선발 라인업이 변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헤어타였지만, 코르쿳 감독 부임 이후에는 시스템과 선발 라인업에서부터 확실하게 감독의 스타일이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헤어타는 1.4.4.2 시스템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7번과 11번, 좌우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들이 통상적으로 우리가 윙어로 일컫는 1v1에 강점을 가진 선수들이 아닌, 주로 미드필더 성향이 강한 선수들을 배치 하면서 해당 선수들이 사이드 채널 공간에서 좌우폭을 확보하고 공을 소유하는 상황은 비교적 적게 발생하는 편이다. 특히 주로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세르다르는 페너트레이션 과정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경기장을 가로로 보았을 때 하프 스페이스 채널을 벗어나는 경우가 극히 드물며, 왼쪽 센터백+2명의 중앙 미드필더와 주로 링크 업 되며 세번째 중앙 미드필더로써 플레이 한다.

공이 순환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세르다르.

지속적으로 상대 2선의 등 뒤에 위치해 있음으로써 2선의 시야 밖에 위치해 있다가 한 라인 밑으로 나타나 공을 소유하고, 해당 상황에서 공을 소유했을 경우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우위와 함께 오른발잡이인 점을 살려 상대 1선과 2선을 자신에게 끌어들이며 직접적으로 공격 방향을 오른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기여한다.

또한 세르다르의 이러한 움직임은 상대가 수비 국면에서 4백을 구성할 경우에는 오른쪽 풀백의 마킹을 유발함으로써 오른쪽 풀백을 끌어내는 효과 또한 가져오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왼쪽 측면 미드필더에 해당하는 세르다르이기에 세르다르에 대한 마킹은 상대 오른쪽 풀백이 가져가야만 하고, 만약 공이 전환되지 않고 왼쪽 측면에서 공이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공간을 투톱 중 하나가 측면으로 빠져나와 센터백과의 1v1을 가져가며 활용하게 된다.


공을 순환시키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시스템의 Variation이 이뤄지면서 자신의 기량을 극대화 하고 있는 또 다른 선수는 바로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샥 벨포딜이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호펜하임으로부터 합류한 벨포딜은, 18/19 시즌만 보았을 경우 나겔스만 체제에서 리그에서만 18골 9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내에서도 수준급의 활약을 보여주었던 자원이다. 반면 19/20시즌 초반 무릎 부상 이후 수술을 받으면서 기량을 회복하는 것에 실패했고, 지난 시즌에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교체로 출장하며 14경기에 출장해 0골 1도움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만 했었다.

이번 시즌의 경우에도 시즌이 개막한 이후 2라운드까지 치뤄진 시점에서 호펜하임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며 헤어타에 새롭게 합류하기는 했지만, 팀이 전체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본인 또한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단 하나의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한 채 13라운드까지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코르쿳이 감독으로 부임하며 시스템적으로 변화가 이뤄진 이후에는 14라운드에서 곧 바로 도움을 기록한 것에 이어서 4경기에 출전해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확실하게 반전에 성공한 모습이다. 또한 단순히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기 때문에 선수가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기 보다는, 선수가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공격 포인트가 발생했기 때문에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도르트문트와의 17라운드 경기 득점 장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시스템의 variation이 행해지는 과정에서 선수가 자신의 능력을 만개할 수 있는 상황, 상대 풀백이 끌려나가면서 상대 센터백과 180도의 공간에서 1v1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경우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벨포딜이다. 벨포딜은 도르트문트전 득점 외에도 경기 중 해당 상황이 연출되었을 경우 공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동료가 골키퍼의 시야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취소되었던 슈투트가르트전 득점 장면에서도 벨포딜의 이러한 장점은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타이푼 코르쿳, "아이디어의 핵심은 항상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 것에 있다. 여기에 추가로 선수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과 함께 우리가 운동장에서 선수들에게 주지시키는 사항에 대해서 선수들이 편안함을 느껴야만 한다."


벨포딜 외에도 전방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요베티치, 마올리다의 경우에도 모두 해당 상황의 연출을 통해서 공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 센터백인 니클라스 슈타크의 경우에는 후방에서부터 깨끗하게 공격이 전개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팔 다르다이가 감독으로 있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공을 가진 상황에서 상대가 블록을 형성할 경우 공간에 대한 드리블을 행함으로써 상대 1선을 끌어들이거나 혹은 1선을 넘어서는 플레이를 능수능란하게 선보이고 있고, 상대 2선을 관통하는 쓰루패스를 비롯해 공을 가진 상황에서 센터백이라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 슈타크이다.

코르쿳 감독의 첫 경기였던 슈투트가르트전만 하더라도 선발 라인업에 포함이 되지 않았던 슈타크였고, 반면 센터백으로는 드물게 선발로 출전했던 토루나리가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70분경 교체로 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기 후 있었던 기자 회견에서 경기 내용을 감안했을 때 슈타크가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선수를 투입 시켰다고 언급했던 코르쿳 감독은, 이후 경기들에서는 왼쪽, 오른쪽 위치를 가리지 않고 슈타크를 지속적으로 경기에 선발 출전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팀이 공을 가지지 않은 수비 국면에서도 수비수로써 나쁘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던 슈타크이지만, 감독 교체 이후 지속적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는 슈타크는 팀이 공을 가지지 않는 수비 국면 보다는 팀이 공을 가지고 있는 공격 국면에서 확실히 더 돋보이는 선수로써 자리매김 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단순히 수비 국면에서의 '수비수' 라는 역할이 아닌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 모두에서 온전하게 '센터백'으로써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슈타크인데, 이처럼 선수의 장점을 확실하게 포착하고 이를 극대화 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코르쿳이 감독으로 자리하고 있기에 앞으로 다가올 후반기 일정에서는 한 단계 앞으로 확실하게 도약하는 헤어타의 모습을 예상해 본다.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고 있는 니클라스 슈타크 (이미지 출처 : globalhappenings.com)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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