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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 폭우 속에 치뤄진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1:3 패배를 기록했다. 특정 선수와 관련된 이슈가 존재했던 양팀 간의 대결이었기에 경기 외적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두팀 간의 대결은, 홈팀이 늦은 시간 1골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먼저 내준 3골의 갭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끝나게 되었다. 또한 결과라는 관점에서 경기를 얘기하기에 앞서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수원은 최근 경기들에서 보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가 자신들에게 '공을 가지게 했을 경우'에 개선되어야 할 사항들을 계속해서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그림1 : 수원은 공격 국면에서 1.3.5.2, 전북은 수비 국면에서 1.4.4.2의 형태로 경기에 임했다

 

경기에서 전북은 기본적으로 수비 국면에서 1.4.4.2의 형태를 갖춰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수원은 지난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1.3.5.2 시스템으로 공격 국면에서 공격을 시도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수원이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광주와의 개막전과 거의 동일한 조건이 갖춰진 경기였지만, 실질적으로 경기 양상은 광주와의 개막전과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는 모습이었다. 

 

이는 광주와 전북이 같은 1.4.4.2 형태를 갖추고 수비 국면에 임했다고 할지라도, 양쪽 윙이 어떤식으로 수비에 임했느냐에서 차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광주의 경우에는 양쪽 윙들이 반라인 정도 전진한 상태로 수원의 좌우 센터백을 압박하기 위한 포지셔닝을 취했고, 이로 인해서 수원의 좌우센터백들은 다른 무언가를 할 필요 없이 공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광주의 좌우 윙을 자신에게 고정(Fijación para dividir)시켜 끌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림2 : 광주의 윙들은 자신들의 중앙미드필더들 보다 반라인 정도 전진해서 수원의 좌우센터백에 대한 압박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러한 광주의 수비형태는 수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적인 특징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것이 가능하게끔 만들어주었다. 특히 인사이드하프 포지션에 위치한 고승범과 김민우, 좌우 윙백이었던 이기제와 김태환을 통해서 수원은 큰 이점을 가져갈 수 있었다. 광주의 윙들이 전진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윙과 중앙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을 인사이드하프였던 고승범과 김민우가 위치할 수 있었고, 반면에 좌우 윙백이었던 이기제와 김태환은 광주의 윙이 아닌 광주의 풀백과 1대1 상황을 가져가며 지속적으로 '윙으로써' 플레이 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이 되었던 것이다.

 

그림3: 광주와의 경기에서 수원이 인사이드하프와 윙백을 통해서 가져갈 수 있었던 이점.

 

이에 반해 전북의 경우에는 '좌우윙이 중앙 미드필더와 동일선상을 유지하며' 블록을 유지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광주와는 차이를 드러냈다. 광주의 경우에는 윙이 전진한 상태로 수비국면에 임했기 때문에 수원의 좌우 센터백들이 공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이들을 끌어내는 것이 가능했지만, 전북의 경우에는 윙들이 중앙 미드필더와 동일선상에 위치해서 블록을 형성했기에 수원의 좌우 센터백들은 공을 가졌을 때 드리블을 통해서 이들을 끌어내야만 했다(Conducción para fijar). 기본적으로는 3백과 수비형 미드필더가 전북의 1선에 대해서 가진 3v2+1의 수적 우위와 위치적 우위를 활용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좌우 센터백들은 공을 가졌을 때 공간에 대한 드리블을 통해서 윙백과 함께 상대 윙에 대해서 2v1의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이후 상황에서 좌우 윙백들이 상대 풀백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1v1 상황을 형성함으로써 이들을 끌어낼 수 있었고, 만약 상대 윙이 윙백을 막았을 경우에는 인사이드하프의 포지셔닝을 통해서 하프스페이스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동영상1 : 좌우센터백이 드리블을 통해 윙을 자신에게 끌어들였을 경우 가져갈 수 있던 선택지
동영상2 : 좌우센터백이 드리블을 해서 전진했을 때 윙이 동료 윙백을 막는다면 하프스페이스 채널이 열리게 된다.

 

반면 경기 중 수원이 보여준 모습은 이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좌우 센터백과 리베로 간의 간격이 너무 멀었기에 공의 순환이 빠르게 이뤄질 수 없었다. 좌우 센터백의 위치가 사실상 4백에서 풀백들이 위치하는 공간에 가까웠기에 공의 순환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사이드 채널까지 밀려나온 상태에서 공을 가졌기에 상대 윙에게 위에서 본 것과 같은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하는 것이 불가능 했다. 좌우 센터백이 상대 윙에게 해당 상황을 강요하기 위해서는 경기장을 가로폭으로 보았을 때 상대 윙을 기준으로 동일한 가로폭을 확보한 상태로 전진해 상대 윙을 정면으로 마주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전북의 윙들은 수원의 좌우센터백이 스스로 사이드에 몰린 상태에서 공을 가졌기에 그저 서서 위치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유효한 수비를 가져갈 수 있었고, 이는 특히 왼쪽 센터백이었던 박대원 쪽에서 두드러졌다.

 

그림4 : 사실상 풀백의 공간에서 플레이 했던 수원의 좌우 센터백

 

그림5~7 : 직관시 촬영한 경기 장면. 수원의 3백, 특히 좌우센터백의 포지셔닝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오른쪽의 경우에는 센터백이었던 장호익이 포지셔닝이라는 관점에서는 왼쪽 센터백이었던 박대원에 비해서 좀 더 적절한 좌우폭을 확보하며 공을 가지는 빈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후 과정에서는 동일하게 어떠한 우위도 살려서 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특히 오른쪽 인사이드하프였던 고승범의 포지셔닝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시즌 경기들을 리뷰하면서도 여러번 언급했지만 1.3.5.2 시스템에서 인사이드하프의 포지셔닝은 항상 상대 미드필더 라인의 등 뒤에서 이뤄져야 한다. 순간적으로 나타나서 다른 공간에서 공을 받는 경우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선수가 점해야 하는 공간은 상대 미드필더 라인의 등 뒤가 되어야 한다.

 

반면 고승범은 이전에 있었던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전북과의 경기에서도 해당 공간에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측면으로 빠져나와 공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로 인해서 수원은 오른쪽 측면에서도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한채 수적 동위만을 반복하는 모습이었다.

 

 

동영상 3 : 상대 미드필더 라인의 등 뒤가 아닌 오른쪽 측면으로 나와 사실상 풀백처럼 공을 받아 플레이 했던 고승범

 

그림8~9 : 수원의 우측 공격 전개 형태. 센터백이 드리블을 통해서 윙을 끌어들이는 대신, 고승범이 측면으로 나와 공을 받으면서 2v2 수적 동위만을 반복한다.

 

그림10 : 후반 51분. 수원이 경기 중 유일하게 센터백의 드리블 이후 전북의 미드필더라인을 공략하며 하프스페이스를 활용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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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수원이 홈에서 강원을 상대로 1대1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을 획득하는 것에 만족해야했다. 지난 주중에 있었던 수원FC와의 더비 경기에 이어서 다시 한번 승점 1점을 획득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던 수원이었는데, 경기 중 발생했던 상황을 살펴보자면 수원FC와의 더비 경기에서 볼 수 있었던 5백을 상대로 했을 때의 문제점이 그대로 다시 한번 노출되는 모습이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보자면 수원FC의 경우에는 1.5.4.1, 반면에 강원의 경우에는 1.5.3.2의 형태로 수비국면을 가져갔기에 차이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개막전이었던 광주전과 비교했을 때 4백을 상대할 때와 다르게 5백을 상대로 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이라는 측면에서는 거의 동일한 양상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었다. 

 

지난 수원FC와의 경기를 복기하면서 언급했던 것처럼 5백의 경우에는 4백에 비해서 백라인이 한명 더 많은 숫자를 안고 구성되기 때문에 68m의 좌우폭을 커버하는데 있어서 이점이 있다. 특히 현재 수원의 경우처럼 공격 국면에서 1.3.5.2 (1.3.1-2.4) 시스템을 활용하는 팀을 상대로 할 경우에는 좌우폭을 확보하고 있는 윙백에 대해서 5백의 윙백이 이에 대해 1x1의 형태로 대인마크 형태를 가져가면 되기 때문에 수비하기가 확실히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공을 가진 팀의 입장에서는 결국 상대가 수비하기가 '용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득점을 가능케 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고, 결국에는 그것이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수원이 어떤식으로 강원이 '수비하기에 용이한 상황'을 연출해주었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그림 1 : 축구에서 실질적으로 공을 가지고 플레이 하게 되는 '위치',혹은 '공간'으로서의 15개 포지션

 

실질적으로 선수가 공을 가지고 플레이 하게 되는 '위치', 혹은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림1에서 Medio centro와 Interior, 즉 홀딩 미드필더와 인사이드 하프 포지션에 위치하게 되는 선수는 기본적으로 상대 1선과 2선의 '등 뒤'에 위치함으로써 상대 1선과 2선에 대해서 '위치적 우위'(Superioridad posicional)를 점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역삼각의 형태로 미드필더 라인을 구성하는 1.4.3.3, 1.3.5.2 두 시스템에서 굉장히 핵심적인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2 : 강원과의 경기에서 수원이 공을 가졌을 때 수원 미드필더들이 가져가야 했던 포지셔닝

이를 1.5.3.2의 형태로 수비 국면을 가져갔던 강원을 상대로 재현 했을 때는 그림2와 같은 형태의 포지셔닝이 이뤄지게 되고 그 의의는 다음과 같다. 먼져 강원의 1선의 등 뒤에서 위치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홀딩미드필더인 최성근이고, 해당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최성근은 강원 1선에게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할 수 있다. 즉 수원의 3백에게 공이 있을 때 강원 1선이 자신들의 등 뒤에 있는 최성근을 수비하기 위해서 눈 앞에 공을 가진 선수를 자유롭게 둘 것인지, 반대로 자신들의 눈 앞에 있는 공을 가진 선수에 대한 수비를 펼치기 위해 자신들의 등 뒤에 있는 최성근을 자유롭게 둘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강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강원 1선이 전자를 택했을 경우에는 후자의 옵션이, 반대로 후자를 택했을 경우에는 전자의 옵션이 수원의 입장에서는 강원의 1선을 공략할 수 있는 옵션으로써 기능하게 된다.

 

이러한 양자택일 선택의 강요는 인사이드하프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앞서 언급한 상황을 거쳐 수원이 공을 가지고 강원의 1선을 공략하는 것에 성공했을 때, 인사이드하프인 고승범과 김민우는 홀딩미드필더였던 최성근이 강원 1선에 대해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영-김동현-김대우로 구성되는 강원 2선의 '등 뒤'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포지셔닝을 고수함으로써 두명의 인사이드하프인 고승범과 김민우는 강원 2선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 즉 강원의 3선과 2선 사이에 위치하게 되고, 이를 통해서 강원 2선은 강원1선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공을 가진 선수를 막음으로써 등 뒤의 공략을 허용하느냐, 혹은 반대로 등 뒤를 막음으로써 공을 가진 선수를 허용하느냐의 선택이 강요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공이 2선을 넘어서서 강원의 3선, 즉 백라인을 직면하게 되었을 경우에도 위와 같은 인사이드하프의 포지셔닝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1.3.5.2 시스템의 경우에는 실질적인 선수 배치가 1.3.1-2.4가 되기 때문에 2에 해당하는 인사이드하프의 가세가 없을 경우에는 최전방에 위치한 공격수와 윙백에 대해서 상대 5백이 5x4의 수적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인사이드하프가 지속적으로 상대 2선의 등 뒤에 위치했을 경우에는 상대 2선의 수비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로 상대 5백에 대해서 수적우위를 확보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영상1 : 인사이드하프 포지셔닝을 통한 1.5.3.2 공략의 긍정적인 예시

이에 반해 강원과의 경기에서 나타난 수원 미드필더들의 포지셔닝은 강원의 1선과 2선에 대한 이점을 가져가기에는 다소 부적절한 형태였다 . 기본적으로 왼쪽 인사이드하프 포지션에 있었던 김민우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강원의 2선의 등 뒤에 위치하면서 공이 왼쪽 윙백이었던 이기제에게 전개 되었을 경우, 영상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공을 가진 이기제를 막는 김수범의 '등 뒤'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림3 : 실제 경기에서 나타난 수원 미드필더들의 포지셔닝

반면 홀딩미드필더였던 최성근과 오른쪽 인사이드하프였던 고승범의 경우에는 그 포지셔닝이 강원의 1선과 2선을 공략하기에는 다소 부적절한 형태로 이뤄졌다. 강원의 1선의 등 뒤에서 위치적인 우위를 확보해야 했던 최성근은 강원 1선과 동일 선상, 혹은 강원 1선보다 밑으로 내려가 공을 받는 경우가 비교적 잦았다. 또한 오른쪽 인사이드하프였던 고승범 또한 왼쪽 인사이드하프였던 김민우와는 다르게 지속적으로 강원 2선의 등 뒤가 아닌 강원의 2선 시야, 특히 강원의 왼쪽 인사이드하프였던 한국영의 시야 안에서 움직임으로써 지속적으로 한국영을 등진 상태로 공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림4,5 : 경기에서 고승범과 최성근의 포지셔닝은 경기장을 세로로 보았을 때 상대 라인에 대해서 한칸씩 밀려난 형태로 이뤄졌다.

 

이러한 고승범과 최성근의 포지셔닝은 경기장을 가로로 보고 절반으로 나눴을 때 수원의 공격이 오른쪽으로 전개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리게 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특히 그림4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측 윙백이었던 김태환이 상대 윙백이었던 윤석영의 대인방어를 의식해 오른쪽 센터백이었던 장호익이 공을 가졌을 때 강원의 2선보다 낮은 위치까지 공을 받으러 움직이는 상황에서 이는 더욱 부각되었다. 김태환이 윤석영을 비교적 낮은 위치까지 끌어냈을 경우 공간이 발생하는 곳은 강원의 왼쪽 윙백이었던 윤석영의 등 뒤였지만, 이를 공략해야할 고승범은 지속적으로 한국영의 시야 안에 있었기 때문에 강원의 왼쪽 인사이드하프였던 한국영과 왼쪽 센터백이었던 김영빈은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시야에 대해서만 수비하면 되는 '수비하기에 용이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다.

 

영상2 : 고승범의 포지셔닝으로 인해 강원의 한국영과 김영빈은 수비국면에서 굉장히 '편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다.

 

영상3 : 수원FC와의 경기에서도 수원은 이미 같은 문제를 드러냈던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수원의 미드필더 포지셔닝 문제는 이미 지난 수원FC와의 경기에서도 동일한 형태로 문제를 드러냈던 바 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수원FC의 경우에는 1.5.4.1, 강원의 경우에는 1.5.3.2의 형태로 수비를 가져가면서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당시에도 수원은 홀딩미드필더였던 한석종과 오른쪽 인사이드하프였던 고승범의 포지셔닝을 통해서 스스로 문제를 자초했던 바 있다. 이렇게 동일한 문제가 반복 되었기 때문에 수원은 수원FC와의 경기에 이어서 강원과의 경기에서도 지공 상황에서 문제를 겪을 수 밖에 없었고, 이러한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5백을 기반으로 수비 국면을 가져가는 팀들을 상대로는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 예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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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의 홈에서 펼쳐진 수원FC와 수원삼성(이하 수원) 간의 수원더비가 득점 없이 0대0의 무승부로 끝나며 양팀이 승점을 1점씩 나눠가지게 되었다. 개막 이후 2연승을 거두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던 수원이었기에 경기 전 승부에 대한 예상은 무게중심이 비교적 수원쪽으로 쏠려 있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수원은 더비 라이벌인 수원FC에게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승점 1점을 획득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단순히 경기가 득점 없는 무승부로 끝났다는 결과와는 별개로 과정이라는 관점에서도 1,2라운드와는 다르게 공의 순환을 통해서 공격을 전개하는 것에 다소 애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수원FC가 수비 국면에서 1.5.4.1의 형태를 가져가며 경기에 대한 전략을 수립한 것이 유효했다는 것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림1 : 수원이 공을 가지고 공격국면에 놓여 있을 때 양팀의 선수 배치

 

이날 홈팀이었던 수원FC는 기본적으로 공격 국면에서는 1.4.3.3 시스템으로 경기를 치뤘고, 반대로 수비국면에서는 홀딩 미드필더였던 김건웅을 두명의 센터백 사이로 내리면서 1.5.4.1의 형태를 갖춰 경기를 치뤘다. 수원의 지난 두경기를 돌아봤을 때 첫번째 경기 상대였던 광주의 경우에는 수비 국면에서 1.4.4.2의 형태를 갖췄고, 반면에 두번째 상대였던 성남의 경우에는 1.5.3.2의 형태를 갖추고 경기를 진행하다가 퇴장 이후에는 1.4.4.1로 변화를 주었고, 후반전에는 다시 1.5.3.1의 형태로 변화를 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 퇴장으로 인해 절대적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성남전을 제외하고 광주전과 비교했을 때 수원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 가장 큰 차이를 드러냈던 부분은 바로 상대가 4백이 아닌 5백을 활용했다는 것에 있다. 

 

통상적으로 경기장의 크기가 105mx68m라고 감안했을 때, 4백의 경우에는 수비시 가로폭에 해당하는 68m를 순간적으로 4명이서 커버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공이 패널티박스 폭 안, 즉 하프 스페이스를 포함한 센터 채널에 공이 있다가 사이드 채널로 전개되었을 경우, 공에 대한 수비를 가져가야 하는 풀백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보았을 때 비교적 큰 제약이 걸리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공에 도달하는 시점에 상대는 이미 공을 컨트롤 해놓고 자신을 공략할 준비를 갖춰놓고 있을 공산이 크고, 또한 이에 대한 수비를 펼치기 위해 이동함으로써 자신의 등 뒤에 비교적 큰 공간을 허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풀백의 등 뒤를 공략하는 형태의 공격을 하프스페이스 공략법이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사실 하프 스페이스 공략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어디까지나 '풀백의 등 뒤'로 공이 향하는 과정에서 공이 향하는 공간이 하프 스페이스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사이드 채널의 공간으로 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5백의 경우에는 4백이 가로폭 68m를 4명이 커버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를 5명이 커버하게 된다. 1명 차이이지만 이로 인해 사이드채널로 공이 향했을 경우 이를 위한 수비를 위해서 윙백이 움직였을 때 공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4백의 풀백에 비해서는 훨씬 적게 소요될 수 밖에 없고, 또한 공에 대한 수비를 가져간 윙백의 등뒤의 공간을 노출한다는 관점에서도 가까운쪽 센터백의 커버로 인해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1.5.4.1의 형태로 수비국면을 가져갔던 수원FC는, 수원의 윙백을 활용한 플레이를 무력화 시키고 상쇄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고 이는 실제로 경기 내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개막전이었던 광주전과는 다르게 좌우폭을 확보하고 있던 윙백의 활용을 통해서 시도되는 플레이가 수원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 거의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공을 가진 수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수원FC의 1.5.4.1 블록을 공략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는데, 별 것 아닌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날 경기에서 수원은 선수들의 포지셔닝이라는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림2 : 공이 미들써드까지 전개되었을 때, 좌우 센터백들은 하프스페이스 채널 폭 안에 위치해야 한다.

 

첫번째로 수원이 1.3.5.2(1.3.1-2.4) 시스템으로 경기를 치뤄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수원FC의 1.5.4.1 블록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좌우 센터백의 올바른 포지셔닝이 필수적이었다. 그림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양쪽 윙백을 모두 끌어올린 상태에서 공이 미들써드까지 진입하는 것에 성공했을 때, 후방에서 공을 순환하는 과정에서 좌우 센터백은 가로폭으로 보았을 때는 패널티박스 폭 안, 구체적으로 공간에 대한 구분으로 보았을 경우에는 하프 스페이스 채널 안에서 플레이를 해야한다. 또한 중앙의 리베로가 공을 받았을 경우에는 리베로와 완전히 평행한 위치까지 내려와 본인이 공을 받았을 경우에 앞을 볼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이런식으로 포지셔닝을 가져갔을 경우 좌우 센터백이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은 상대 1.5.4.1의 4의 양쪽 윙에 해당하는 선수들에게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좌우 센터백 중 하나가 공을 가졌을 때 해당 센터백은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할 수 있게 되고, 이 때 이러한 센터백에 직면하게 되는 윙어는 크게 두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강요받게 된다. 공을 가진 센터백에서 윙백으로 향하는 대각선 패스라인을 막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등 뒤에서 '위치적 우위'(Superioridad posicional)을 점하고 있는 인사이드 하프에게 향하는 패스라인을 막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윙이 자신의 등 뒤를 막는 것을 택했다면 공을 가진 센터백은 자신과 대각선에 위치한 윙백에 대한 패스라인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해당 패스라인을 활용해 공을 전개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이 때 중요한 것은 윙백이 공을 받는 위치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5백의 경우에는 수비시 4백에 비해서 가로폭을 커버하는 과정에서 공이 사이드 채널로 향했을 경우 1x1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센터백으로부터 공을 받는 윙백은 공을 받았을 때 즉각적으로 상대 윙백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깊은 공간이 아닌, 상대 윙에 대해서 2x1상황을 형성하게 되는 공간에서 공을 받아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 되었을 경우 상대 윙백이 수비를 하기 위해서 움직여야하는 동선 자체가 대각선(가로+세로)이 되게 되고, 이를 통해 수비시 이동해야하는 거리를 늘림으로써 공격팀 윙백은 공을 컨트롤 하고 앞을 보기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후 과정에서는 4백의 경우와는 다르게 공에 대한 수비를 펼치는 윙백의 등 뒤를 공략하는 것이 아닌, 윙백의 등 뒤를 커버하는 공과 가까운 쪽 센터백의 등 뒤를 공략함으로써 동시에 두명의 수비를 공략하는 것이 가능하다. 쉽게 말하자면 공을 가진 윙백이 자신을 수비하는 상대 윙백을 자신에게 고정시키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뒤를 커버하는 가까운 쪽 센터백까지 자신에게 고정시킴으로써 이 2명을 한번에 무력화 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반대로 상대 윙이 이러한 대각선으로 나가는 윙백과의 패스라인을 막는 것을 선택했을 경우에는, 윙의 등 뒤에서 위치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던 인사이드 하프로 향하는 패스를 시도하거나 상대 중앙 미드필더 사이에서 나타나는 패스라인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그림3 : 실제 경기에서 수원의 센터백들이 자주 보여주었던 포지셔닝

반면에 실제 경기에서 수원의 센터백들이 다수의 상황에서 보여주었던 포지셔닝은 그림3에서 볼 수 있는 형태가 훨씬 잦았다. 가로폭으로 보았을 때는 패널티박스 폭의 밖, 그리고 공간에 대한 구분으로 보았을 때는 하프 스페이스 밖에 위치한 상태에서 리베로였던 민상기로부터 공을 건네 받는 경우가 많았고, 또한 민상기와 평행한 위치가 아닌 대각선으로 높은 지점에서 공을 받으면서 공을 받는 시점에 고개를 들고 앞을 보았을 경우에는 이미 상대 윙으로부터 압박을 당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몇미터 안되는 공간의 차이이지만 이런식으로 포지셔닝을 가져가게 되었을 경우 공을 가지는 센터백은 더 이상 상대 윙에게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할 수 없고 공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 한쪽 사이드로 밀려나게 된다. 1차적으로는 자신이 공을 가지는 시점에서 이미 상대 윙으로부터 압박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고, 2차적으로는 상대 윙은 센터백에게 압박을 하는것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등 뒤에 위치한 옵션은 자연스럽게 차단할 수 있기에 공이 나갈 수 있는 방향이 윙백 하나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식으로 상황이 전개되었을 경우 상대 윙백은 공이 나올 수 있는 방향을 미리 예상하고 훨씬 이른 시점에 압박을 나오게 되기 때문에, 센터백에서 윙백으로 공이 향한다고 하더라도 상대 윙백의 수비로 인해 이미 윙백은 앞을 보고 공을 소유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림4 : 좌측 센터백이었던 박대원의 포지셔닝. 해당 위치에서 공을 받았을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이미 하나로 제약된다.

 

두번째로 이러한 좌우 센터백의 포지셔닝과 더불어서 수원이 공격 국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었던 부분은, 바로 홀딩 미드필더, 6번 역할을 수행했던 한석종과 리베로였던 민상기가 상대 1선을 공략하는 형태였다 . 수원FC는 수비 국면에서 1.5.4.1, 즉 자신들의 1선에는 원톱이었던 라스만을 배치한채 경기를 치뤘기에 리베로였던 민상기가 공을 잡았을 경우 적절한 상황 연출이 이뤄졌다면 지속적으로 상대의 1선을 넘어서서 2선을 직면한 상태로 경기를 치루는 것이 가능했다.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1.5.4.1의 1이었던 수원FC의 라스는, 수원의 리베로였던 민상기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는 공을 가진 민상기에게 고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6번 역할을 수행했던 한석종은 이러한 라스의 '등 뒤'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러한 조건들을 바탕으로 한석종은 민상기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라스의 등 뒤에서 공에 대해 대각선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것이 가능했고, 이러한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라스에 대해 2x1 수적 우위를 가져갔을 경우 공을 건네받는 것만으로도 상대 1선을 공략하는 것이 가능했던 수원이었다. 

 

 

그림5 : 실제 경기에서의 민상기와 한석종이 연출한 상황. 공을 가진 상황에서 민상기는 드리블을 통해서 라스를 자신에게 좀 더 고정시켜야 했고, 한석종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라스의 대각선 등 뒤에서 포지셔닝을 가져가야 했다.

 

 

반면 실제 경기에서 수원이 수원FC의 1선을 공략하는 형태는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6번 역할을 수행했던 한석종이 라스의 등 뒤에 있는 것이 아닌 사실상 민상기와 같은 높이까지 내려와 앞을 보고 공을 잡고, 이러한 한석종의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한 라스 등 뒤의 공간을 활요하기 위해서는 고승범이 한승규의 등 뒤에 있다가 나타나는 식이었다.

 

이런 형태로 공을 전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좌우 센터백을 포함해 상대 1선을 넘어서기 위해 총 5명의 선수가 동원 됨으로써 전방에서 상대 5백에 대한 수적 우위를 잃어버리게 되는 점이다. 두번째는 영상에서처럼 상대 중앙 미드필더 등 뒤에서 나타난 인사이드 하프, 즉 고승범이 상대 1선을 넘어서는 위치에서 공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수비를 펼치는 중앙 미드필더를 등을 지고 공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연속적인 압박으로 인해 공은 결국 앞으로 향하지 못하고 뒤로 향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만약 해당 상황에서 골키퍼가 롱패스를 시도해 최전방으로 공이 향한다고 할지라도, 전방에 투톱은 상대 3명의 센터백을 상대로 2x3의 수적열세에 놓이기 때문에 공의 소유권이 계속해서 이뤄지기가 힘들게 된다. 

 

결론적으로 수원이 이번 시즌을 포함해서 향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격 국면에서 5백을 상대로 했을 때 후방에서부터 공이 좀 더 '깨끗하게' 나가기 위한 (Salida límpia) 상황의 연출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전의 경우처럼 상대가 4백을 활용했을 경우에는 윙백의 활용을 통한 공격 전개가 좀 더 수월할 것이 예상이 되지만, 이번 수원FC와의 경기에서처럼 5백을 활용하는 팀, 특히 1.5.4.1의 형태로 수비를 하는 팀을 만났을 경우에는 같은 상황의 연출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수비를 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회복해 빠르게 전방으로 향하는 역습에 비해서 지공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은 그 복잡성(Complexity)이다. 역습의 경우에는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시점을 기점으로 공과 직접적으로 관련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2,3명 정도가 득점까지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복잡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지공의 경우에는 팀 11명이 연속적인 상황의 연출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고, 매 순간 공이 전개된 그 다음 상황을 고려해서 포지셔닝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그 복잡성이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공격 전환 과정에서의 역습보다는 지공 상황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수원이, 이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 수반되어야 하는 복잡성을 잘 조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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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감독 교체 이후 경기력이 어느 정도 안정화 된 수원삼성의 바탕에는 1.3.5.2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공격 국면에서는 1.3.5.2, 수비 국면에서는 1.5.3.2의 형태로 경기를 치루는 수원삼성은, 전반기에도 이미 감독대행 체제에서 해당 시스템을 메인 시스템으로 활용했던 바 있다. 하지만 박건하 감독 부임 이후에는 선수단의 변화가 크게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적인 이해도'에서 훨씬 높은 수준을 보이며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경기력의 변화는 공격국면, 좀 더 세부적으로는 진형을 완전히 끌어올린 상태에서 미들써드 이후 지점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많이 부각되는데, 지난 광주와의 시즌 개막전 경기에서 또한 이를 바탕으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수원삼성이다.

 

 

그림1 ;  1.3.5.2 시스템은 종래에는 양쪽 윙백이 윙의 포지션에서 플레이함으로써 상대 풀백과 마주해 1.3.1-2.4의 형태가 된다.

 

기본적으로 1.3.5.2 시스템의 공격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좌우 윙백과 2명의 인사이드 하프의 포지셔닝 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3백의 윙백이라고 일컫는 선수들은 수비국면으로 전환되었을 경우에는 3명의 센터백이 구성하는 라인까지 회귀해 5백을 구성해야한다. 반면에 팀이 수비를 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 공격으로 전환을 시도할 경우, 윙백의 포지션(역할이 아닌 실질적으로 위치하는 공간)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윙'이라고 일컫는 선수들이 위치하는 공간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윙백이 해당 공간에 올바르게 위치했음을 판가름 할 수 있는 기준은 바로 윙백이 공을 잡았을 때 이를 수비하기 위해서 터치라인 쪽으로 끌려나오는 상대 선수가 광주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윙이 아닌 풀백이냐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윙백이 충분히 높은 공간까지 가지 못하고 공을 잡았을 경우, 즉 우리가 통상적으로 윙이라고 일컫는 선수들이 위치하는 공간이 아닌 풀백이라고 일컫는 선수들이 위치하는 공간에서 공을 잡았을 경우에는 상대 풀백이 아닌 상대 윙이 이에 대한 수비를 펼치기 위해 터치라인 쪽으로 끌려 나오게 된다. 이런식으로 상황이 전개되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상대 4백에 대해서 전방에 위치한 공격수 2명만이 위치하게됨으로서 2vs4의 수적열세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이는 지난 시즌 전반기 수원삼성이 1.3.5.2 시스템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빈번하게 발생했던 문제였다) 반면에 좌우 윙백이 모두 공격시 적절한 포지션을 선점하는 것에 성공했을 경우에는 그림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최전방 공격수 2명에 더해 좌우 윙백이 터치라인에 가까운 공간에서 좌우폭(Amplitud)을 확보함으로써 상대 백라인에 대해 4vs4의 수적동위를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그림2 : 전반 13분. 민상기에서 이기제로 한번에 대각선 롱패스가 이어졌고, 이 때 이기제를 막기 위해 터치라인 쪽으로 끌려나온 것은 광주의 풀백인 여봉훈이었다.

 

만약 이런식으로 윙백이 올바른 포지셔닝을 선점하는 것에 성공했다면, 그림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윙백이 공을 넘겨 받았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터치라인 쪽으로 끌려나오는 상대 수비는 풀백이 된다. 다시 말하자면 4x4의 수적동위 상황을 조성하게 되고 공을 기점으로 보았을 경우에는 공을 가진 윙백이 상대 풀백과의 1x1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인데, 이 때 연쇄적으로 공을 막기 위해 끌려나온 상대 풀백에 대해서 순간적으로 2x1의 수적우위를 가져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바로 인사이드 하프의 포지셔닝과 움직임이다. 

 

그림1에서 보았을 때 수원삼성의 인사이드하프인 고승범과 김민우는 광주의 윙어들의 등 뒤,  혹은 광주의 윙어들과 중앙 미드필더들 사이에 발생하는 공간적 갭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식으로 포지셔닝을 가져갔을 경우 인사이드 하프는 상대의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 둘 중 누구에게도 마크를 당하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를 그림2에서 볼 수 있는 상황에 대입 시켰을 경우에는 마크를 당하지 않는 상태로 상대 풀백의 등 뒤, 혹은 상대 풀백과 센터백 사이에 발생한 공간을 공략함으로써 윙백으로부터 2x1 상황에서 공을 넘겨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림2의 상황처럼 상대 중앙 미드필더가 이러한 인사이드 하프의 움직임을 추격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이러한 추격은 공간적으로는 후방에서, 시간적으로는 뒤늦게 '반응'으로써 시도 되기에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2x1의 수적 우위를 2x2의 수적 동위로 바꿔내지는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림3 : 후반 5분. 공이 좌에서 우로 전환되는 상황. 장호익으로부터 김태환에게 대각선 패스가 나갔고, 이민기와 송승민이 2x1의 형태로 수비를 시도했지만 이민기의 등 뒤를 공략하는 김민우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만약 이런 수적 우위를 통해서 인사이드 하프로부터 크로스가 시도되었을 경우, 혹은 이런 수적 우위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윙백으로부터 얼리 크로스가 시도되었을 경우 모두에서 1.3.5.2시스템은 반대쪽에 위치한 인사이드 하프로부터도 세컨드 볼 옵션의 확보라는 이점 또한 가져갈 수 있게 된다. 통상적으로 사람의 시야가 가로폭으로 보았을 때 120도 정도이고, 이를 감안했을 때 골대가 두개 있는 모든 대부분의 구기종목에서 수비가 가질 수 밖에 없는 딜레마는 공과 자신이 막아야 하는 상대를 시야에 동시에 둘 수 없을 때 발생한다. 

 

그림2의 상황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세컨드볼 옵션으로 자리하는 먼 쪽 인사이드 하프, 즉 김민우를 막아야하는 것은 광주의 40번인 이찬동이지만 이찬동은 공을 시야에 두는 과정에서 김민우를 완전히 등지게 되고, 이로 인해서 김민우는 크로스가 올라오는 시점에서 이미 이찬동의 시에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그림3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공을 가지고 있는 김태환에 대한 수비를 가져간 이민기의 등 뒤를 공격한 것은 오른쪽 인사이드 하프인 김민우이고, 이 때 반대쪽 인사이드 하프인 고승범은 자신을 마크해야할 김원식의 등 뒤에 위치하며 크로스가 시도되는 시점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세컨드볼 옵션으로써 아크 부근에 위치하게 된다.

 

그림4 : 그림2와 그림3 상황에서 크로스가 시도되기 직전 장면. 반대쪽 인사이드 하프는 수비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로 세컨드 볼 옵션으로서 자리하게 된다. 

 

이러한 인사이드하프의 포지셔닝은 윙백이 공을 가졌을 때, 즉 공이 사이드 채널에 위치했을 때 뿐만 아니라 가로폭으로 보았을 때 패널티 박스 폭 안인 센터 채널에 위치했을 경우에도 상대 중앙 미드필더에게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킨다. 

 

그림5 : 후반7분 나왔던 수원삼성의 결승골 득점 장면 직전 상황. 광주의 중앙 미드필더였던 김원식이 순간적으로 인사이드 하프인 고승범에게 고정(Fijación)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박대원에서 김건희로 가는 패스라인이 발생했다. 

 

그림5 상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광주의 중앙 미드필더였던 김원식은 공과 가까운 쪽의 중앙 미드필더였다. 이로 인해서 공과 가까운 쪽의 인사이드 하프였던 고승범을 시야에 둘 수 있었고, 순간적으로 자신을 끌고가는 고승범에게 고정(Fijación)이 되며 자신의 등 뒤에서 나타나는 김건희 쪽으로 패스라인이 형성되는 것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공과 먼 쪽의 중앙 미드필더였던 이찬동의 경우에는 공에 대한 시야 확보를 위해 자신의 등 뒤에 위치해 있던 인사이드 하프인 김민우에 대한 인식을 가져갈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왼쪽 센터백인 박대원에서 시작된 패스는 김민우-고승범-김건희의 3자 플레이로 이어지며 굴절의 과정을 거쳐 득점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림6 : 후반전 니콜라오가 투입된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은 이어졌다. 김주공이 한석종에게 고정되어 1선을 열어줬고, 2선에서는 이찬동이 고승범에게 고정이 되어 끌려가며 민상기에서 니콜라오로 이어지는 패스라인을 허용했다.

 

결국 수원삼성이 경기 중 연출하는 이러한 상황들은 도입부에서 얘기했던것처럼 시스템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지난 시즌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동일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경기를 치루긴 했지만 윙백과 인사이드 하프의 포지셔닝을 통해서 경기 중 가져갈 수 있는 수적 우위나 위치적 우위의 연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확실히 인상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각 시스템은 해당 시스템이 가져가는 선수의 배치를 통해 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그리고 위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가져가야 하는 움직임과 공의 위치에 따라 점해야 하는 공간들이 각 포지션별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스템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았을 경우 '필요한 기능을 실현하기 위하여 관련 요소를 어떤 법칙에 따라 조합한 집합체'라는 설명을 볼 수 있는데, 축구에서의 시스템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11명의 선수들이 운동장 위에서 움직이는 법칙을 바탕으로 조합되는 집합체인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과거 필립 코쿠가 PSV 감독 재임 시절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현 네덜란드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에 대해서 얘기한적이 있다. 첫번째는 네덜란드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선수들이 그렇듯 '길거리 축구'가 사라짐으로 인해서 어린 나이에 자연스럽게 기술적인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대다수의 클럽에서 시스템적인 교육이 1.4.3.3과 1.3.4.3에만 치우쳐 있다는 점을 얘기한 바 있다. 프로가 되어서 경기에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할 경우 경기에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인 관점에서 다른 시스템을 팀에 적용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선수들이 이에 대한 경험적/학문적 지식이 부족하면서 경기에서 승리하는데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수원삼성은 현재 1.3.5.2라는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잘 알아가고 있는 과정에 놓여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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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시티가 홈에서 울버햄튼을 꺾고 연승기록을 이어가는 것에 성공했다. 이로써 맨체스터시티는 27경기를 치룬 현재 승점 65점을 획득하며 한경기를 덜 치룬 2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는 승점차가 15점이 되었다. 이날 경기에서 맨체스터시티는 득점을 하는 것에 애를 먹었던 것과는 별개로 전략적으로 굉장히 준비가 잘된 모습이었고, 후반전 초중반 정도를 제외하고는 확실하게 계속해서 '공을 가지고' 경기를 컨트롤 하며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과르디올라가 항상 얘기하는 강팀과의 경기에서만 무언가 특별한 것이 준비되는 것이 아니라, 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상대방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상대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 수립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림1 ; 맨체스터시티가 미들써드에서 공을 전개할 때 양팀 선수들의 선수 배치.

 

울버햄튼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던 대로 공격국면에서는 1.3.4.3, 수비국면에서는 1.5.4.1의 형태로 선수를 배치하며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누누의 울버햄튼은 이제 너무나도 잘 알려져있는 것처럼 공격 국면,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지공 상황에서 위력적인 팀이라기 보다는 수비를 하고 있다가 공격으로 전환되는 수비->공격 전환 국면을 극대화 하는 팀이다.

 

특히 공격 전환 국면을 극대화 하는 관점에서 이를 좀 더 세부적으로 보았을 때, 상대 진영에서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서 비교적 높은 지점에서 공의 소유권을 회복해 역습을 진행하는 팀이라기 보다는, 좀 더 낮은 지점, 즉 자신들의 진영에서 Medium-Low Block을 구축해서 공의 소유권을 회복해 상대 백라인 뒤에 뒷공간이 존재할 때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팀이다. 그리고 이는 사실상 팀이 보유하고 있는 Adama Traore, Raúl Jiménez, Pedro Neto (그리고 과거에는 Diogo Jota)와 같은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형태의 경기 접근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이번 경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다만 이번 경기에서는 전문 공격수 없이 Adama Traore를 최전방에 배치하고 좌우에는 Pedro Neto와 Nelson Semedo를 배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 레알 소시에닷에서 영입된 Wilian José의 경우에는 수비->공격 전환 국면에서보다는 공격 국면에서 좀 더 힘을 발휘하는 유형이고, 맨체스터시티가 상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자신들이 공을 점유하며 진형을 완전히 끌어올려 공격을 진행하는 상황이 그다지 많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략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카드가 선택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러한 울버햄튼을 상대로 한 맨체스터시티는 상대가 전방에서부터 적극적인 형태로 압박을 시도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진영에서 Medium-Low Block을 구축할 것을 예상해 선수 배치를 가져감으로써 이를 전술적으로 적절하게 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본적으로 맨체스터시티는 자신들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 진형을 끌어올려 Middle Third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할 경우에는 울버햄튼의 1.5.4.1 Medium-Low Block을 상대로 그림1과 같은 선수 배치를 가져갔는데, 이 때 경기에서 굉장히 핵심적으로 작용했던 것은 Bernardo Silva, De Bruyne의 위치였다. 두 선수가 위치했던 공간은 울버햄튼이 수비 국면에 놓였을 때 1.5.4.1에서 4의 좌우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던 Neto와 Semedo의 등 뒤 (Positional Superiority)였다. 그리고 이러한 두 선수의 포지셔닝은 울버햄튼의 좌우 미드필더였던 Neto와 Semedo로 하여금 끊임 없이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하게 하였고, 이는 특히 맨체스터시티의 왼쪽 측면을 막아야 했던 Semedo에게 있어서 조금 더 곤욕스럽게 작용했다.

 

 

그림2
그림3

 

왼쪽 센터백으로 플레이 했던 Laporte가 압박 없이 앞을 보고 공을 가졌을 때, Semedo는 계속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림2에서 보는 것처럼 만약 Semedo가 안쪽 공간, 즉 자신의 등 뒤에 있는 De Bruyne를 막기 위해서 움직였을 경우에는 완전히 터치라인에 붙어서 좌우폭(Amplitud)을 확보하는 것에 주력했던 Cancelo에게 공이 가는 것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고, 반면에 Cancelo에게 공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바깥쪽으로 움직였을 경우에는 안쪽에 있는 공간이 열리면서 De Bruyne로 향하는 패스라인이 생기는 것을 혀용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전자와 후자의 경우 모두에서 결국 공을 가지게 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Cancelo였는데, 이 날 경기에서 Cancelo는 최근 경기에서 계속해서 가짜 인사이드 하프(Falso interior)로 활약했던 것과는 다르게 반댓발 윙어로 완전히 터치라인에 붙어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Cancelo는 반대쪽 측면의 Mahrez가 좌우폭을 확보한 상태로 1on1에 주력했던 것과는 다소 상반되는 모습의 플레이를 보여주었는데, 이는 반댓발 윙어를 배치했을 경우 가져갈 수 있는 또 다른 이점의 활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림4

 

공을 가진 상황에서 Cancelo는 왼쪽 터치라인에 가깝게 위치해있었기 때문에 공을 잡은 시점에 앞을 보면서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했고, 이 때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 Sterling의 포지셔닝이다. Sterling은 울버햄튼이 1.5.4.1, 즉 5백을 갖추고 백라인을 구성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공을 가진 Cancelo를 막는 수비의 등 뒤, 즉 오른쪽 윙백이었던 Hoeber의 등 뒤가 아닌, Hoeber와 가까운쪽 센터백이었던 Dendoncker의 등 뒤에 지속적으로 위치해 있었다. 이러한 포지셔닝을 가져감으로써 Sterling은 Cancelo가 오른발잡이 왼쪽 윙어로써 시도하는 오른발 대각선 패스에 대해서 Dendoncker가 전혀 개입할 수 없는 공간에서부터 뒷공간 침투(Desmarque de ruptura)를 시도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Sterling에게 해당 패스가 이어졌을 때 울버햄튼의 백라인은 5백 5명 중 2명만이 유효한 위치에서 수비를 펼칠 수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공을 가진 Sterling과 공이 없는 상태에서 울버햄튼의 골대를 공략하기 위해 움직이는 Gabriel Jesus에 대해서 Coady와 Saiss의 2x2 상황이 골에어리어 인근에서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과르디올라가 얘기하는 어떠한 시스템을 쓰느냐와는 관계 없이 터치라인에 위치해서 좌우폭을 완전하게 확보하고 있는 윙어를 배치했을 경우 가져갈 수 있는 '수비할 수 없는 공간'(Espacio indefendible) 공략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날은 다른 경기들에 비해서 차이가 있었다면 울버햄튼의 경우에는 4백이 아닌 5백을 통해서 백라인을 구축하는 팀이었기 때문에 공을 가지고 있는 윙어를 막는 상대 풀백의 등 뒤에서 이러한 대각선 움직임이 행해진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 있다. 통상적으로는 윙어를 막는 풀백의 등뒤로 De Bruyne가 해당 움직임을 가져가고, 이후 상황에서는 논스톱으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시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울버햄튼과의 경기에서는 상대가 4백이 아닌 5백이었기에 공을 받는 시점에서 수비수 한명을 더 배제하기 위해 공을 가진 Cancelo를 막는 Hoeber의 등 뒤가 아닌, Hoeber의 등 뒤를 커버하던 Dendoncker의 등 뒤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시도되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대각선 패스 하나, 대각선 침투 하나로 Hoeber와 Dendoncker라는 2명의 수비수를 동시에 배제할 수 있는 형태의 공격 전개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영상1 ; 이러한 시티의 공격방식은 울버햄튼의 오른쪽 측면을 내내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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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던 인테르가 밀란 더비에서 3대0 완승을 거둠으로써 2위 밀란과의 승점차를 4점까지 벌리는 것에 성공했다. 더비 경기였다는 점에 더해 정말 오랜만에 두 팀이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경기에 대한 관심도는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었다. 결국  밀란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리그 우승을 향해 한발짝 더 다가서는 인테르였는데,  이날 인테르는 단순히 스코어에서만 앞선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전술적인 관점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본적으로 밀란은 시즌 내내 공수 모두에서 1.4.2.3.1을 기반으로 시즌을 치뤄오고 있고, 반면에 인테르의 경우에는 1.3.5.2 를 기반으로 시즌을 치루고 있다. 양팀 감독 모두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는 큰폭으로 변화를 주지 않는 감독이고, 양팀의 이러한 모습은 이탈리아 감독들이 전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전략 수립 과정에서 주체성을 좀 더 중요시하는 모습이 잘 드러난 예라고 할 수 있다.

 

*전략을 수립하는 관점(경기를 준비하는 관점)에서 상대의 강점을 상쇄하거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시스템적으로 큰 폭으로 변화를 주기 보다는, 온전히 자신들의 관점에서 공/수 모두 자신들이 제일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경기에 접근하는 것이 전반적인 이탈리아 감독들의 특징이다.

 

그리고 이는 이번 더비 경기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상할 수 있던대로 밀란은 공수 모두에서 1.4.2.3.1 형태로 경기에 임했고, 반면에 인테르는 공격국면에서는 1.3.5.2, 수비 국면에서는 1.5.3.2의 형태로 경기에 임했다. 이는 양 팀 감독 모두가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경기에서 발생할 상황을 예상해서 경기를 준비했을 것이다. 반면에 경기에서 전술적으로 좀 더 잘 기능했던 팀, 즉 전략적인 관점에서의 준비를 바탕으로 경기를 더 잘치뤘던 쪽은 인테르였다. 특히 이 날 경기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작용했던 것은 골킥 상황을 비롯해 패널티 박스에서부터 인테르가 공격을 시작될 때 밀란이 감행했던 전방 압박, 그리고 이를 파훼하고자 하는 인테르의 공격 전개 방식(Salida de balón)이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에 있었다.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밀란은 골킥 상황을 비롯해 인테르의 패널티박스 근처에서 압박을 실행할 경우에는 골키퍼였던 한다노비치를 제외한 인테르의 나머지 선수들을 대상으로 전부 1x1의 형태로 대인방어 형태를 가져갔다. 안쪽 공간을 우선적으로 막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1x1의 형태로 마크맨을 설정함으로써 공을 가지게 되는 선수가 앞을 보고 플레이 하는 것(Jugar de cara)을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 그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술적인 상황을 마크에 따라서 1번부터 10번까지 나누어서 보았을 때, 밀란의 입장에서 주로 문제가 발생했던 상황은 1, 7, 8, 9번 매치업에 공이 있을 때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1번과 7번, 8번의 경우를 통해서 인테르가 밀란에게 공간적/시간적 관점에서의 문제를 야기시켰고, 이를 통해 9번 매치업으로 공을 전개시켜 Lukaku가 Romagnoli에 대해서 점하고 있는 질적 우위(Superioridad cualitativa)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밀란의 골대를 공략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우선 전자에 해당하는 1,7,8번의 경우에는 밀란의 압박 형태를 예상한 인테르가 적절하게 선수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면서, 즉 선수들의 포지셔닝을 통해서 밀란에게 공간적/시간적 문제가 발생시킨 경우였다.

 

1번 매치업 중 인테르의 오른쪽 센터백인 Skriniar의 실질적인 위치는, 우리가 보통 '풀백'이라고 얘기하는 선수가 위치하는 공간이다. 해당 공간에 있던 Skriniar에게 공이 향했을 경우 이에 대한 압박을 가져가야했던 선수는 Rebic였다. 하지만 Rebic는 Skriniar에게 공이 가기 전까지는 진형을 유지하면서 안쪽 공간, 즉 자신의 등 뒤에 있는 Barella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우선적으로 막고 있어야 했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 강요되었던 Rebic는 Skriniar를 압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거리라는 공간적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제 타이밍, 즉 시간적으로 적절한 압박을 가하는 것에도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식의 1x1 형태 압박이 정상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공을 받는 선수가 앞을 보고 공을 컨트롤 하기 전, 즉 다음 플레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 압박이 가해지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Rebic는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해당 타이밍에 적절한 압박을 가할 수 가 없었고, 이로 인해 Skriniar는 앞을 보고 공을 컨트롤 함으로써 다음 플레이에 대한 판단과 실행을 가져갈 공간적/시간적 조건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Skriniar와 마찬가지로 공을 받은 이후 다음 플레이를 위한 공간적/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고 있는 Barella

 

그리고 Skriniar가 공간적/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음으로 인해서 연속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은 Kessie였다. Skriniar로부터 롱패스가 넘어와 자신의 등 뒤에 있는 Lukaku나 Lautaro 쪽으로 공이 향할 수 있었기에 등 뒤의 공간을 방어할 것인지, 그렇지 않고 가까운 옵션으로서 공을 받기 위해 움직이는 눈 앞에 Barella를 마크해야하는지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골대와 좀 더 가까운 공간, 즉 자신의 등 뒤의 공간을 우선시 할 수 밖에 없었던 Kessie는, Rebic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크맨인 Barella에게 다음 플레이를 위한 공간적/시간적 여유를 허용하게 된다. 

 

이렇게 공격을 전개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잃어서 전개하는 공-수 전환 국면에서의 압박이 아닌, 온전하게 정렬이 된 상태에서 전개하는 수비 국면에서의 압박은 그 과정에서 한 차례 타이밍이 늦어지게 되었을 경우, 그 다음 공이 향하는 선수를 압박해야하는 선수 또한 연속적으로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받을 수 밖에 없다. Kessie의 경우처럼 등 뒤의 공간을 우선시하게 되면 압박의 타이밍이 연속적으로 늦어지게 되고, 반대로 눈 앞에 있는 선수를 택할 경우에는 자신의 등 뒤, 즉 골대와 더 가까운 공간이 공략당할 가능성을 노출하게 되는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공격을 전개하는 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공을 가지게 되는 선수가 해당 상황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적절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면, 다시 한번 더 상대 골대와 가까운 공간으로 공을 전개할 수 있음을 의미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결국 우연의 일치로 일어난다기 보다는 철저하게 철저하게 계획되고 의도된 상황의 연속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다.

 

 

Hakimi가 Skriniar의 가까운 옵션으로써 공을 건네 받을 경우, 4백의 풀백인 테오는 압박을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거리라는 공간적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인테르가 8번 매치업을 통해서 문제를 야기시키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통상적으로 3백의 윙백은 공격 국면에서 우리가 윙이라고 일컫는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공간에 위치한다. 밀란과 인테르와의 경기로 해당 상황을 적용시켰을 경우에는 오른쪽 윙백인 Hakimi가 4백의 풀백인 Theo와 나란히 위치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되겠다. 반면에 문제가 되는 상황은 위 장면처럼 오른쪽 윙백인 Hakimi가 윙의 공간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풀백의 공간에서 플레이 할 경우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Rebic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를 압박해야 하는 Theo는 4백을 유지하고 있다가 상당히 먼 거리를 극복해야만 Hakimi를 압박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이러한 포지셔닝을 통해서 Hakimi 또한 공간적/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로 다음 플레이를 전개하는 것이 가능했다.

 

 

Skriniar, Hakimi, Lukaku가 형성하는 2x1 상황의 연속. 그리고 최종적으로 Lukaku가 Roamagnoli를 상대로 1x1에서의 질적우위를 가져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1번과 7번, 혹은 1번과 8번을 통해서 밀란의 압박을 무력화 시킨 이후에 인테르가 공을 전개한 곳은 모두 Lukaku가 Romagnoli와 맞선 9번 매치업이었다. 특히 이 둘의 매치업은 계속해서 인테르 기준으로 오른쪽 측면 터치라인에서 주로 이뤄졌다. 이런식으로 풀백을 끌어내고 풀백의 등 뒤, 즉 측면 터치라인에 붙은 상황에서 공격수가 공을 건네받을 경우 발생하는 이점은 크게 두가지라고 볼 수 있다. 첫번째는 터치라인을 등지고 플레이하기 때문에 공을 받는 시점에서 공과 앞을 동시에 볼 수 있게 되고, 이는 중앙에서 플레이하는 상황과 비교해본다면 상대 수비를 등지는 것이 아닌 상대 수비를 바라보고 플레이 함으로써 직선적인 돌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2톱이 4백을 상대할 경우에 특히 두드러지는 점인데, 바로 상대 백라인을 완전히 한쪽으로 치우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끌려나간 풀백을 제외하면 백라인에서 남아 있는 상대 수비는 3명뿐이고, 이 때 터치라인에서 공을 건네 받은 공격수를 막기 위해서는 공과 가까운쪽의 센터백이 터치라인까지 끌려나와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 되면 나머지 백라인 두명은 공이 있는 반대쪽 공간(Weak Side)에 대해서는 완전히 시야를 잃어버리게 되고, 해당 공간은 과르디올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비할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린다. 

 

 

경기장을 가로로 반으로 나눴을 때 공이 없는 반대쪽은 '수비할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린 상황

 

 

득점 장면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첫번째 득점 장면에서의 Lukaku는 첫번째 이점을 살려 앞을 보고 공을 받아 그대로 Romagnoli를 돌파하는 형태로 Luataro의 득점까지 어시스트 했고, 두번째 득점 장면에서는 등을 진 상태로 Romagnoli를 이겨내면서 Hakimi에게 공을 건네 반대쪽 측면(Weak-Side)로 공이 전개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해당 상황에서의 두번째 이점을 살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두번째 득점에 기여한 등을 지고 공을 지켜내는 플레이의 경우에는 가지고 있는 신체 조건에 비해서 선수의 단점으로 꼽혔던 부분인데, 최근에는 이 또한 훈련을 통해서 개선되어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Lukaku, "인테르에 온 이후 처음 3달 동안 Conte는 나에게 등을 진 상태에서 플레이하는 것 외에는 훈련에서 다른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매 훈련 마다 그는 Ranocchia를 내 등 뒤에 붙여놓고 그에게 나를 상대로 강하게 플레이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내가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릴 때마다 우리는 해당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첫번째, 두번째 득점 영상>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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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우리가 축구 종목에서 일컫는 세트피스(Set Piece)는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본래 세트 피스라는 것의 정의는, 규정에 근거한 이유로 인해 공이 정지(Dead Ball)되어 경기가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되는 경우를 얘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세트피스의 범주를 넓혀서 보았을 경우, 자연스럽게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 뿐만 아니라 패널티킥, 쓰로인, 그리고 골킥까지 세트피스의 범주에 포함이 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통 코너킥과 프리킥을 이 나머지 세가지 상황과 떼어놓고 이들만 세트피스로 칭하는 경우 해당 세트피스의 정의는 무엇일까? 통상적인 관념이기 때문에 이를 확실하게 100퍼센트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대략적으로는 '상대 골대와 가까운 공간으로 한번에 공을 보내서 득점을 노리는 단발성 플레이'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키커와 골키퍼의 1대1 상황이 벌어지는 페널티킥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쓰로인과 골킥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리는 형태로 플레이가 재개되는 것에는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트피스로 인식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플레이를 재개하는 선수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쓰로인의 경우에는 공을 던지는 선수의 능력에 따라, 골킥의 경우에는 공을 차는 선수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좀 더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로리 델랍을 비롯해 이미 다수의 예가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벤피카 시절 에데르손이 대표적이다. 당시 에데르손은 골킥 상황에서 공을 차서 상대 패널티박스까지 공을 보내곤 했었고, 벤피카는 공중볼 경합에 능한 미트로글루를 통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곤 했다.)

 

여기서 이제 우리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만한 부분은, 플레이가 재개되는 공간적인 조건으로 봤을 때 득점과는 가장 거리가 먼, 즉 상대 골대와 가장 먼 위치에서 진행되는 골킥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에서 이해를 가져가야하느냐 라는 부분이다. 특히 공중볼 경합이 가능한 옵션을 향해서 길게 차서 경기를 재개하는 형태가 아닌, 가까운 옵션의 활용을 통해서 경기를 재개하는 경우에 해당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본래 세트피스는 전략의 성향이 강하다. 전략이라는 것은 '예측, 예상, 계획, 준비' 등의 단어와 연관지어서 생각할 수 있는 개념이다. 경기가 있기 전 상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상대의 특성과 강점/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우리의 특성과 강점/약점이라는 요소들과 연계해서 경기에서 상대를 공략하고 무력화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흔히 얘기하는 세트피스 상황들은, 상대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반응, 대응, 상호작용'하는 개념인 전술의 성향이 강하지 않은 온전하게 '예측'과 '계획'의 성향이 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속된 플레이'라는 단어 그 자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무엇을 할지는 상대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미 계획이 되어져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를 성공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는 상대와 얼마나 적절하게 상호작용 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기 보다는, 킥을 통해서 경기를 재개하는 선수를 포함해서 나머지 선수들이 얼마나 온전하게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코너킥 전략의 예 ; 상대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 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 이미지 출처 : soccercoachingpro.com

 

이에 반해 가까운 옵션을 통해서 재개되는 골킥의 경우에는, 세트피스의 전략적 특성을 지니고 있음과 동시에 그것이 행해지는 공간의 공간적 한계로 인해 전술적인 성향 또한 지니고 있다.

 

세트피스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은 경기를 다시 재개하기까지 일정 수준의 시간이 주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주어진 시간 동안 팀은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선수를 배치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세트피스가 가지는 시간적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축구의 경우에는 골키퍼를 포함해서 11명 누구든 운동장 위에 위치하고 오프사이드 룰을 위반하지만 않는다면, 위치에 대한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축구에서의 세트피스는 이러한 종목의 특성을 극대화 함으로써 전술보다 전략의 성향이 강해지는 순간인 것이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Football이 American Football과 비슷해지는 순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골킥은 상대방의 마지막 볼터치를 통해서 공이 우리 골대 엔드라인으로 나가게 되었을 경우 플레이를 재개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서 공간적으로는 상대 골대와 가장 먼 공간인 우리 골대의 골 에어리어에서 플레이가 재개되긴하지만, 주어지는 시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다른 세트피스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세트피스 상황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이뤄진 분석의 과정을 통해서 상대의 수비 형태를 예상, 이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선수 배치를 가져간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다른 세트피스와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이해를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세트피스 상황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존재하는 부분은, 상대 골대를 직접적으로 공략할 수 없는 위치에서 행해진다는 것에 기인한 목적의 차이이다. 코너킥이나 프리킥은 상대 골대와 인접한 거리에서(혹은 상대 패널티박스로 공을 보낼 수 있는 거리에서)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리기 위한 형태로 이뤄지지만, 가까운 옵션을 활용하는 골킥의 경우에는 그 목적이 득점을 하는 것이 아닌 득점을 시도할 수 있는 위치까지 공의 운반을 시작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골킥 상황에서의 온전한 이해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운동장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펼치지는 온전한 11대11의 상황으로서 이해를 시도해야 한다. 11대 11의 인플레이 상황을 시작한다는 관점에 있어서 상대의 수비 국면에서의 특징을 감안했을 때, 이를 공략하기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갖춰놓고 플레이를 재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골킥이기 때문이다.

 

그림1 : 일반적인 중계화면에서 볼 수 있는 골킥 상황. 11대11 상황으로 경기를 이해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림2 : 골킥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11대 11 상황의 관점에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골킥 상황에서 가까운 옵션의 활용을 통해서 플레이가 재개되는 빈도가 굉장히 높아졌고, 이로 인해서 골킥룰이 개정된 이후에는 골킥이 전개되는 형태에 대한 제약이 사실상 없어져 버렸다. 결과적으로 골킥을 실행하기까지의 과정, 즉 전략적인 관점에서 패널티박스 안에 선수를 배치하는 형태가 굉장히 다양해짐으로써 골킥에 대한 관심도나 언급 또한 과거에 비해 굉장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져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는 바로 골킥의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상대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형태로 선수가 배치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공을 받을 수 있는 패널티박스 인근의 선수 뿐만이 아니라 운동장 전체에 11명의 선수가 상대 11명에 대해서 어떻게 배치가 되어 있느냐라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골킥의 목적은 앞서 말한 것처럼 득점을 시도할 수 있는 위치까지 공을 운반하는 것에 있기 때문에 배치 그 자체에서 의의를 찾기 보다는, 향후 상황이 전개됨에 있어서 해당 선수 배치가 어떤식의 영향을 미치느냐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공이 한번, 두번 연결된 이후의 단기적인 과정까지만을 보고 이에 대한 정의를 내리거나 결론을 지어버리기 때문에 해당 의의를 파악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림1의 인테르vs라치오 경기에서 발생했던 상황의 연속. 시모네 인자기의 라치오는 유럽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골킥에 대해서 가장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팀 중 하나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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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진행하는 토마스 투헬 현 첼시 Coach  (이미지 출처 : mirror.co.uk)

 

 

 

코치(Coach)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을 경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볼 수 있다. 

 

'스포츠 팀에 있어서 팀의 전문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신체적인 준비 과정에 종사하는 사람. 매경기 경기에 나서야 하는 선수를 정하며 각 선수가 수행해야 하는 기능적 역할을 지정한다. 특히 이런 분야에 프로로서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러한 설명을 토대로 보았을 때 우리는 코치(국내에서 얘기하는 감독/코치의 구분 없이 직업적인 의미에서 이를 총칭) 라는 존재가 경기에서 선수가 수행하는 기능적 역할을 지정하고 제시하며, 이를 통해서 최종적으로는 스포츠 종목에서 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코치는 훈련을 통해서 앞서 언급한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혹은 어떤 방식으로 코치가 이러한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1. 게임 모델의 구축과 수정

 

코치가 팀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 그리고 훈련을 진행하기에 앞서서 가장 먼져 해야하는 것은 바로 게임 모델의 구축이다. 선수 개인이 수행하는 기능적 역할에 대한 지정과 더불어서 훈련을 주관하기 위해서는 우선 코치 스스로 팀이 어떻게 플레이 해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는 이러한 게임 모델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을 통해서 생각하기를 코치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축구 철학, 혹은 축구관 그 자체로 생각하며 선수들이 이에 맹목적으로 적응을 하고 맞춰야 하는 일방향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게임 모델이란 그렇게 일방향적인 것이 아닌 코치와 선수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구성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코치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축구관이 핵심이 되긴 하지만, 게임 모델은 한번 구축이 된 이후에 고정불변으로 그 형태가 계속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되려 지속적인 수정의 과정을 통해서 게임 모델은 진화하고 변화하게 된다. 특히 팀을 넘어서 구단과 국가에 존재하는 문화, 선수들 개개인의 특성, 그리고 대회의 특성 같은 요소들과 상호작용함으로써 게임 모델은 계속해서 수정되어 진화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게임 모델이란 어떠한 구조로 구성이 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임 모델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축구에서의 4가지 국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축구는 공의 소유권에 따라서 공격과 수비의 역할이 구분될 뿐이지 전/후반을 나누는 하프타임과 세트피스 상황 정도를 제외하고는 경기가 끊김이 없이 진행되는 실시간 종목이다. (물론 최근에는 VAR의 개입으로 인해 그 끊기는 빈도가 좀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턴(Turn)제로 진행되는 야구처럼 완벽하게 경기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끊어서 구분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감안해서 경기를 상황의 연속으로 이해하기는 하되, 공의 소유권을 기준으로 해서 팀이 어떠한 국면에 놓여있는지는 구분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때 그 기본단위가 되는 것이 바로 아래서 볼 수 있는 4개의 국면이다.

 

 

 

 

 

게임 모델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기본이 되는 축구 경기에서 발생하는 4개 국면

 

 

 

 

기본적으로 팀이 공을 가지고 공격을 진행할 경우에는 공격 국면, 반면에 공격을 진행하다가 공을 빼앗긴 직후에는 수비전환 국면에 놓인 것으로 분류한다. 또한 수비전환 국면을 통해서 팀이 완전히 수비로 전환했을 경우에는 수비 국면, 그리고 수비를 하다가 상대로부터 공의 소유권을 다시 회복했을 경우에는 공격전환 국면을 거쳐 다시 공격의 국면으로 회귀하는 것을 축구 경기에 존재하는 하나의 싸이클로써 이해한다.

 

그리고 게임 모델이란 결국 축구 경기에 존재하는 이 4개 국면에서 팀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한 '행동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각 국면에서 상황에 따라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원칙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반복적으로 훈련을 진행하여 이것이 경기에서도 그대로 발현되게 한다. 코치의 머릿속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형태,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매번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혼동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 훈련 상황에서의 반복을 통해서 명확하고 분명하게 선수들에게 전달이 되고 입력이 되는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게임 모델의 구축은 큰 단위의 상위 원칙들에 종속되는 하위 원칙들의 정립을 통해서 더 구체화 된다. 예를 들면 공격을 진행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빼앗겨 수비로 전환해야하는 수비전환 국면의 경우에는, 상위 원칙으로 '즉각적인 압박'이냐 혹은 '수비진형의 구축'이냐를 설정하고 상황에 따라 이를 선택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두가지 형태의 상위 원칙은 기본적으로 팀의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반면에 하위 원칙의 정립을 통해서 필요한 것은 라인 단위, 혹은 선수 개인 단위로 해당 상위 원칙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조금 더 세부적인 행동양식이다. 단적인 예로 '수비진형의 구축'이라는 상위 원칙을 실행하는 관점에서 볼 때, 공과 가장 가까운 선수가 가져가야하는 행동과 공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선수가 가져가야하는 행동은 동일할 수 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감안한 구체적인 하위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2. 훈련의 구성과 진행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어떻게 구성되고 진행되어야 하는가 라는 포스팅을 통해서 이론적인 관점에서 훈련이라는 것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대략적인 이해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론적인 관점에서의 설명 보다는, 토마스 투헬 (현 첼시 Coach)의 말을 빌려 좀 더 실질적인 관점에서의 얘기를 해보고자한다. 

 


토마스 투헬, "나의 팀은 사이드 채널에 공이 있을 경우, 사이드라인을 따라서 플레이 하는 방식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ex) 사이드라인에 있는 풀백이 같은 사이드라인에 있는 윙에게 하는 종패스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편하고 안전한 방법이었다. 선수들은 공을 가진 선수가 전방에서 뭘 하는지 볼 수 있었으며, 자신이 플레이에 관여되려고 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그런식으로 플레이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나는 나의 팀이 좀 더 후방에서부터 전방을 향해 대각선으로 나가는 날카로운 패스를 통해서 플레이 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했냐고? 우리는 우리가 훈련하는 운동장에서 코너 부근을 잘라내버렸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골대 2개가 배치되어 있는 운동장이긴 한데,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직사각형의 모서리가 없는 운동장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운동장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우리는 모든 경기에 대한 준비를 그 다이아몬드 형태의 운동장에서 진행했다.¨

 

¨왜냐고? 우리의 핵심 원칙이 대각선의 형태로 플레이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각선 방향으로, 땅볼로, 역동적으로 들어가는 패스를 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고 나의 코칭 스태프의 목표였다."

 

"그래서 우리는 운동장의 형태 변화를 통해서 선수들이 해당 플레이를 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었다. 우리는 선수들의 내적인 관점에서 변화를 준 것이 아니라, 운동장의 형태라는 외적인 환경의 변화를 줌으로써 선수들의 창의력을 최대치로 강제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다이아몬드 공간 안에서 상황을 타개하는 관점에서 볼 때, 선수들 자신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조건들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그러한 조건들을 원치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나의 코치에 대한 역할을 극단적으로 바꾼 프로세스이다."

 

"나는 그렇게 선수들이 뭔가 스스로 조건을 만드는 것을 당시에도 원하지 않았고, 지금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사이드라인에서 사이드라인으로 종패스가 시도될 때 마다 훈련을 멈추고 이를 지적하는 코치가 되고 싶지 않다."

 

""내가 몇번이나 말했어, 대각선으로 플레이해야된다고 했잖아!" 나는 그런 유형의 코치가 되고 싶지않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한 방식이 아니다."

 

"나는 그저 운동장에서 코너 부분들을 잘라서 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그런 얘기를 하기 위해 훈련을 계속해서 멈출 필요가 없어진다."

 

"대신에 나는 선수들이 그 다이아몬드 공간 안에서 어떻게 상황을 타개하는지 관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할 수 있다. 관찰의 과정을 통해서 선수들에게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다면 격려와 칭찬을 건넬 수 있을 것이고, 만약에 적절하게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비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바로 내가 훈련하는 방식을 바꾼 상황이다. 이러한 방식이 바로 내가 원했던 방식이며, 지금도 내가 계속해서 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형태의 훈련 모델, 그리고 행동 양식은 여전히 내 코칭스태프 안에서 주류로써 자리매김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최근의 인간 뇌에 대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발전시키고 개선해왔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계속해서 반복해서 훈련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반복은 결코 같은 상황의 재현, 즉 재생산에 있지 않다. 우리의 훈련방식은 생산적인 것이지, 재생산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는 훈련 과정에서 전략을 적용하거나 사전에 준비된 패턴을 활용하지 않는다."


 

투헬이 도르트문트 시절 진행한 컨디션 매치(Partido modificado). 역시나 코너를 잘라낸 다이아몬드, 혹은 8각형 형태의 공간에서 이를 실행하고 있다.

 

 

위와 같은 투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결국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의 연출' 그 자체여야만 한다. 투헬의 경우에는 공간적으로 운동장의 코너 부근을 잘라서 들어냄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게임 모델에 근거한 플레이가 실행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선수가 해당 상황에 계속해서 노출되게 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축구를 뇌에서 시작되는 활동, 즉 무의식이 개입이 그 무엇보다 크다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훈련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선수가 특정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유도하지만, 행위 자체를 반복하는 재생산의 개념이 아닌 다른 구성요소들과 상호작용하게끔 함으로서 '새로운 습관의 형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정리를 하자면 훈련의 주관자로서 코치는, 우선적으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팀의 게임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게임 모델은 각 국면별로 명확하고 세부적인 상위 원칙과 하위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자신 뿐만 아니라 선수에게도 구체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형태의 것이어야 한다. 또한 이렇게 구축된 게임 모델은 고정불변의 형태가 아니고 선수의 특성을 비롯한 여러가지 요소들과 상호작용 하며 끊임 없이 수정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코치는 이렇게 선결 과제로써 마련된 게임 모델을 기반으로 해서 훈련을 구성하고 진행하게 된다. 반면에 이는 투헬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을 통해서 이뤄진다기 보다는 '상황의 연출'을 통해서 이뤄진다. 적정 수준에서의 피드백은 분명히 이뤄져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투헬의 말처럼 훈련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코치의 이상적인 역할은, 연출된 상황에서 선수들이 상호작용 하는 것을 관찰하는 '관찰자'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관찰자가 되기 위해서는 훈련을 계획하고 구상하는 단계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만 한다. 어떠한 조건들을 통해서 선수들이 게임 모델을 체화하기에 좀 더 나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 없는 고민과 고뇌가 필요하며, 이러한 고민과 고뇌를 통해서 구상되고 계획된 훈련에서만이 자신의 개입은 최소화 한 상태로 원하는 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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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undoneurona.wordpress.com

 

 

축구는 결국 몸이 아니고 뇌가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할 수 있다. 축구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축구를 단순히 공을 발로 차면서 하는 행위가 아닌, 정확하게 말하자면 뇌에서부터 시작되는 활동으로써 이해해야하는 것은 확실히 맞는 얘기다. 하지만 뇌 또한 우리 몸의 일부로써 기능하는 신체 기관이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몸과 고립시키고 분리시켜서 생각할 수 없으므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축구와 뇌라는 두 단어를 연관지어서 얘기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느끼는 그 거리감은 상당히 클 수 밖에 없고, 어쩌면 뇌라는 단어를 축구와 엮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 조차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뇌라는 단어, 그리고 뇌와 관련된 지식은 우리가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면 일상생활에서는 접할 수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생소하기만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뇌는 굳이 축구가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생활에서 그 어떤 신체 기관보다 큰 영향을 우리의 삶에 미친다. 우리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밤에 잠이드는 그 순간까지, 우리의 뇌는 우리가 내리는 모든 판단과 결정을 관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판단과 결정은 크게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축구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무의식적으로 뇌가 내리는 판단과 결정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이니에스타의 득점은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 3년 동안 9관왕을 기록했던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 헤게모니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도 같았던 득점이었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니에스타는 왼쪽에서 패스가 넘어온 것을 컨트롤 하지 않고 오른발로 다이렉트로 처리했고 공은 골대 우측 상단으로 향했다. 수비의 위치나 여러가지 정황들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득점이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공이 향했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이후 다수의 기자들이 득점의 주인공인 이니에스타에게 다가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건넸다.


Q. 공을 차기 전에, 슛팅을 하기 전에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그 공간이 유일하게 득점을 성공시킬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았나요?
그러자 이니에스타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A.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전 그저 제 혼을 담아서 공을 찼을 뿐이고, 공이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대중들은 선수들이 행하는 행위의 대부분이 의식적으로 행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끊임없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하는 축구의 특성상 이는 사실이 아니다. 특히 우리가 텔레비젼이나 모바일 중계를 통해서 볼 수 있는 레벨의 경기들에서는 선수들에게 주어진 공간적/시간적 여유가 극히 제한적이다. 이는 축구라는 종목을 행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주어진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써 이뤄지는 무의식에서 나온 행동을 통해서 경기에 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니에스타의 위와 같은 인터뷰는 그 사실을 뒷받침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최근의 뇌과학 분야에서 정설로서 받아들여지는 의식-무의식의 관계와도 일치한다. 선수가 특정 동작을 취한다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최근의 뇌과학은 해당 동작이 내려지기까지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무의식을 통해서 선수는 특정 동작을 실행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선수의 의식은 해당 동작이 실행되었다는 정보를 전달 받고 이를 본인의 자유 의지(libre albedrío)를 통해서 선택했다고 인식한다' (Rafel Pol, 2011)

 

이를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생각하는 특정 행동의 의도라는 것은 사실상 무의식을 통해서 실행된 행위에 대한 ´이유 혹은 설명´으로써 후에 덧붙여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의식이라는 것 또한 우리의 행동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행동을 시작하는 그 시발점으로써 기능하기 보다는, 무의식을 통해서 결정된 행동에 대한 일종의 '거부권'으로써 활용된다. 즉 무의식을 통해서 결정된 행동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의식이 개입하여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Libet, 1983). 반면 앞서 말했듯이 축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축구에서 행해지는 선수들의 동작들에는 이러한 거부권으로써의 의식이 개입하는 비중 보다는 무의식이 개입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무의식의 행동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무의식이란 결국에는 말 그대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예측할 수 없고 우리의 자유의지로는 전혀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인 것일까? 무의식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으로 인해서 이렇게 생각하기가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무의식의 행동, 특히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 종목에서 행해지는 무의식에서부터 시작되는 동작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기억'이라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보통 기억을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회상할 수 있는 능력 정도로 생각하고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억은 저장되는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서 세부적으로 그 종류가 나눠지게 되는데, 우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무의식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억은 바로 장기기억의 한 종류인 '절차기억'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기억은 크게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뉘게 되고, 장기기억의 경우에는 또 다시 외현기억과 암묵기억 두 종류로 나뉘게 된다. 외현기억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떠올리는 기억인 반면, 암묵기억에서의 절차기억은 습관화, 즉 반복과 연습을 통해서 남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몸에 남는 기억'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절차기억이 바로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반응을 일으키는 우리의 뇌에 내재된 기억인 것이다.

 

축구로 상황을 설정할 경우 공이 우리를 향해 왔을 때 그 공을 컨트롤 하는 동작, 동료에게 정확한 패스를 보낼 수 있는 동작, 그리고 골대를 향해서 슛팅을 시도하는 동작까지 우리가 기술이라고 하는 모든 동작들은 이처럼 반복과 연습을 통해서 우리 몸에 남는 기억인 절차기억을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실행되게 된다. 이말은 결국 선수가 자신이 경기에서 실행하는 동작을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는 없지만, 특정 행동을 반복과 연습을 통해서 습관화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경기 중에 개입하는 이 무의식의 영역에도 충분히 개입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 때 이러한 선수의 무의식의 영역에 개입해서 올바른 습관의 형성에 기여해야하는 것이 바로 훈련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때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바로 축구라는 종목의 특성이다. 훈련 방법론에 대한 포스팅기술과 전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포스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축구는 단순히 기술적인 행위를 실행하는 것으로는 선수가 경기에서 온전하게 기능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놓인 상황이 어떠한 상황인지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당 상황에 대한 적응, 혹은 적절한 해결책으로써 기술적인 동작을 실행해야만 하기 때문에 반드시 실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 상태에서 반복과 연습을 해야지만 유효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이강인이 느끼는 스페인과 한국 선수들의 차이 : 7분 17초부터 9분1초.> 스페인 선수들은 폼, 즉 기술적인 능력이 조금은 부족할지라도, 올바른 상황인식과 판단(전술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11대11 상황을 타개한다. 또한 가장 경기에 가까운 훈련은 결국 경기이고, 훈련은 결국 경기에서 발생하는 상황의 연출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축구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들의 훈련 방법론과 국내의 훈련 방법론에는 비교적 큰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유소년 레벨에서 이 접근방식의 차이는 굉장히 두드러진다. 우리가 축구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들은 대부분이 이렇게 축구의 훈련과 경기에 대한 접근방식 자체를 뇌과학적인 관점에 두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경기 상황과 비슷한 상황 속에서 선수들이 올바른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다시 말해서 국내에서 흔히 얘기하는 코디네이션이나 레슨, 즉 마커나 장비들을 배치해 놓고 움직이는 동료나 상대 없이 공을 가지고 선수 개인이 기술적인 동작을 반복하는 '상황 인식이 배제된' 형태는 훈련의 보조가 될 수는 있어도 주가 되지는 않는다.

 

오프사이드. 쓰로인, 골킥 등 축구의 규칙이나 여러가지 상황들을 이해하는 것이 아직 힘들고, 축구라는 행위를 하기에 앞서 온전하게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법을 학습해야 하는 미취학 아동 연령대의 경우, 그런 형태가 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미 축구 경기에서의 규칙이나 온전하게 축구 종목 자체를 이해할 수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 연령대에만 이르더라도, 통상적으로 훈련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전술적인 상황 안에서 올바른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되게 된다.

 

아직은 기술적인 능력이 부족해서 컨트롤에 실패해 동료로부터 건네 받은 공이 발에서 튀어나간다고 할지라도, 움직이는 동료가 있고 움직이는 상대가 있는 상황 안에서 그 컨트롤이라는 기술 능력의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다. 결국 좋은 컨트롤이란 다음 플레이를 전개하기에 적절한 것이 되어야만 하는데, 움직이는 동료와 상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다음 플레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그 기준 자체가 없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상황 인식이 없는 형태로 훈련을 반복했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상황 인식이 배제된 '공과 나'라는 관점에서의 습관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번 포스팅에서 살펴본 것처럼 훈련은 결국 무의식의 단계에 개입할 수 있는 습관을 형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반면에 '뇌의 가소성' (뇌가 외부 자극에 대해 상호작용 하는 능력)이 가장 높은 시기인 만 8세에서 16세 사이에 축구 경기에 존재하는 요소, 즉 '나, 상대, 동료, 공'이라는 요소들이 존재하지 않는 오직 '공과 나'라는 요소만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습관이 형성된다면, 이는 결국 상대와 동료라는 요소들이 개입하는 경기 상황이 되었을 경우에는 굉장히 크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기술-전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포스팅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기술적인 능력을 분리시켜서 보았을 때는 분명 능력이 출중한 선수이지만, 움직이는 동료와 상대에 대해서 상호작용을 해야하는 경기 상황에 놓이게 되면 상황인식 능력과 판단 능력의 결여로 인해 그 기술적인 능력을 온전하게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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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futbolsesion.com

 

먼저 살펴보았던 축구에서의 기술-전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어떻게 구성되고 진행되어야 하는가, 다시 말해 최근의 축구 '훈련 방법론'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본격적으로 내용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자 한다.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것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구체적으로 어떠한 장면이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은 위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마커와 허들, 스틱 등 우리가 흔히 훈련 장비들이라고 하는 것들이 운동장 위에 배치가 되어 있고, 선수들이 공을 가지고, 혹은 공을 가지지 않은 상태로 그 훈련 장비들을 장애물로써 통과하거나 극복하는 모습으로써 말이다. 이 외에도 선수들이 운동장을 돌고 있는 모습이나 웨이트 장비를 활용해서 실내에서 훈련하는 등의 모습들을 떠올리는 것이 '훈련'이라는 단어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연상작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훈련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일반적인 이미지들을 다른 어휘로 표현해보자면 이는 '개인의 수련 ' 정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훈련은 개인이 개인의 신체적, 기술적 능력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 행하는 성격이 강하다. 어떤 종목들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훈련이 가장 효율적이며 이를 가장 필요로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를 하자면 실시간으로 상대를 직면하지 않는 종목의 경우가 그러한데, 구기 종목에서 예를 들자면 가장 대표적인 종목은 아마 골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골프는 공이 정지된 상태에서 타인의 간섭이나 개입 없이 온전하게 자신의 신체적, 기술적 능력을 활용해서 공을 목적지로 보내야만 하는 종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반복적으로 기술 행위를 실행하고 이를 통해서 자신의 신체적인 능력과 기술적인 능력을 향상 시키는 수련의 느낌이 강한 훈련이 가장 효율적인 훈련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구기 종목을 벗어나서 예를 찾는다면 기계 체조도 같은 경우에 해당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유명한 양학선 선수의 경우를 떠올려보자. 기계체조 종목 중에서도 양학선 선수의 주종목은 도마에 해당한다. 즉 양학선 선수가 자신의 종목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해야하는 것은, 도마 위에서, 혹은 도마를 발판 삼아 할 수 있는 기술적인 행위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학선 선수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십번, 수백번, 혹은 수천번에 가깝게 도마를 가지고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 훈련할 것이고, 이 또한 온전하게 개인이 수행하는 수련에 가까운 훈련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도마 위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는 양학선     (이미지 출처 : 2020 Tokyo 올림픽 홈페이지)

 

 

반면 이러한 형태의 훈련방식은 축구 종목에서의 훈련 방식으로 주가 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보았던 두 종목과 비교했을 때 축구는 크게 두가지 부분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낸다. 첫번째로 축구는 팀 종목이기 때문에 1+1=2가 아닌 경우가 굉장히 많다. 나라는 개인이 행하는, 온전히 개인의 행위에 의해서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닌, 11명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기능해야만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단순히 개인의 능력을 향상 시키는 방법이 팀적인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힘들다.  두번째로 축구는 실시간으로 상대를 직면해야 하는 종목이다. 기술-전술의 상관관계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상대가 왼쪽을 막아선다면 나는 오른쪽으로 갈 수 밖에 없고, 반대로 상대가 오른쪽을 막아선다면 나는 왼쪽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축구라는 종목의 특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팀 동료와 상대에 대한 상호작용, 즉 전술적인 관점에서의 상황인식과 판단 및 결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고, 이러한 과정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기술적으로 아무리 높은 수준에 있는 선수라도 본인의 그 기술적인 능력을 만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최근 축구에서의 훈련 방법론이란 이러한 축구의 큰 두가지 특성을 감안해서 훈련이 구성되고 진행되어져야 한다는 이론이다. 한마디로 이를 표현하자면 '훈련에서는 항상 실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어야만 한다'가 되겠다. 축구 경기는 셋트피스 상황 정도를 제외하고는 선수들이 정지되어 있는 경우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의 메인 포커스는 항상 움직이는 동료, 움직이는 상대, 그리고 움직이는 공에 대해서 끊임 없이 상호작용 하는 상황에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경우 선수는 계속해서 해당 상황에 대한 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다음 동작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강요 받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서 무의식의 형태, 즉 습관으로써 경기에서 이러한 것들이 발현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 최근의 훈련 방법론의 최종적인 목표이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되어야 하는 프로세스가 있는데, 이는 바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 의해서 진행되어야 하는 팀의 게임 모델, 혹은 플레이 모델 (Modelo de juego)의 구축이다. 게임 모델이란 선수 개개인을 포함한 팀이 특정 상황에 노출되었을 경우 자신이 어떠한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는 '행동양식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선수가 내릴 수 있는 판단과 결정에 있어서 '모범 답안'을 제시하는 존재인 것이다. 통상적으로 게임 모델은 크게 '공격-수비-공격전환-수비전환' 4가지 국면으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분류하고, 해당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선수 개개인을 포함해서 팀이 어떠한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하는지를 가이드하게 된다. 이러한 플레이 모델의 존재는 또한 궁극적으로는 코칭스태프-선수 간의 커뮤니케이션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선수-선수 간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도 기여하게 된다. 팀을 구성하는 모두가 특정 상황에서 자신들이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하는지를 동일한 플레이 모델이라는 기준을 통해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이 아무래도 효율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리를 하자면 최근 축구에서의 훈련 방법론이 의도하는 것은 훈련이 실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술적 상황을 연출해야 한다는 것이고, 선수를 반복적으로 해당 상황에 노출시킴으로써 선수의 상황인식과 판단 과정을 계획된 방향으로 유도해 이것이 경기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발현되게 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 때 우리가 얘기하는 계획된 방향이란 결국 게임 모델을 의미하게 되고, 게임 모델이란 특정 상황에 대해서 '우리는 이 상황에서 이렇게 판단하고 행동한다'라는 팀의 행동양식 체계인 것이다.

 

 

 

언급한 훈련 방법론에 근거한 축구 팀의 연속적인 싸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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