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Twitter @alexhconrad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성화와 해외 매체에 대한 접근이 훨씬 쉽고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축구 관련 어휘들이 국내에 쏟아져 들어오고 빠른 속도로 대중화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최근 몇 년 간 그 사용 빈도가 가장 많이 높아진 어휘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하프 스페이스(Half-Space)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펩 과르디올라가 바이언 감독이었을 당시 과르디올라가 훈련장의 피치를 어떤식으로 나눠서 선수들에게 좀 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포지션이라는 개념, 즉 '공과 연관되기 위해서 공의 위치에 따라 운동장의 어느 곳에 위치해 있어야 하느냐'를 주지시키는지가 독일 언론을 통해서 공개가 되었다. 이 중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은 해당 공간 분할법에 있어서 경기장을 가로로 나눠서 채널(Channel) 개념으로 보았을 경우 골 에어리어와 패널티 박스 폭 사이에 위치하는 공간을 말하는 것인데, 해당 어휘가 해외 언론에 의해 자주 사용이 되면서 국내에도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 최근에는 가장 많이 쓰이는 축구 어휘 중 하나로써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서 던져볼만한 질문은 바로 하프 스페이스 라는 공간의 실질적인 그 의의가 무엇이냐이다. 축구 현직 종사자와 팬을 포함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경기 중 공이 하프 스페이스라고 불리우는 공간에 위치했을 경우 '아 지금 저 선수가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소유하고 있다' 라던지 혹은 '오늘 경기에서 저 선수가 지속적으로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받고 있다' 라고 얘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경기 중 공이 어느 공간에 위치해 있느냐 정도를 설명하는 관점에서 해당 어휘를 활용하는 것이지, 해당 공간에서 공을 소유했을 경우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이며 해당 공간에 공이 위치하는 것이 다음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와 같은 본질적인 설명을 명쾌하게 던지는 경우는 사실상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글을 통해서는 단순히 공간적인 분류를 얘기하기 위해서 해당 어휘를 맹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에서 공을 소유했을 경우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이며 공이 해당 공간에 위치했을 경우 다음 상황에 대해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농구에서의 Drive and kick은 공을 가진 선수가 수비수들을 자신에게 고정시켜 이로 인해 자유로워지는 선수를 활용하는 것이 잘 정립된 전술적 개념이다

 

기본적으로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공을 소유한 선수'(Poseedor)가 수행하는 '상대 선수를 고정하는 선수'(Fijador)로서의 역할이다. 축구, 풋살, 농구, 핸드볼, 하키 등 구기 종목 중 '드리블'이라는 개념과 '패스'라는 기술적/전술적 행위가 존재하는 종목에서 공을 가진 선수는, 항상 자신들의 골대를 지키려고 하는 상대 수비수들을 자신에게 고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수비수들은 실점하지 않기 위해서 공을 가진 상대가 자신들의 골대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야만 하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공을 소유한 선수를 자신의 시야에 둠으로써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공의 위치에 따라서 자신들의 위치에도 지속적으로 변화를 줘야한다. 반면 수비수들은 이와 동시에 지역방어냐 대인방어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이 마크 해야하는 공이 없는 상대 선수, 즉 '잠재적으로 공을 가질 수 있는 선수'를 자신의 시야에 두며 해당 선수에게 공이 연결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한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했을 때 수비수 개인의 입장에서 공의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떠나서 아닌 수비를 하기 가장 용이한 경우는 ´공을 소유한 선수와 자신이 마크 해야 하는 선수가 동일한 경우´이다. 반면 공을 소유한 선수와 자신이 마크 해야 하는 선수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특히 공을 소유한 선수와 자신이 마크 해야 하는 선수를 동시에 시야에 둘 수 없는 상황에서 수비수는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고려한다면 하프 스페이스 라는 공간은 공을 소유한 선수가 상대 수비수들에게 유발할 수 있는 어려움을 가장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공간이라는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위 그림에서의 상황처럼 공을 소유한 선수가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해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공을 소유한 선수가 왼발잡이일 경우(예를 들어 메시) 백라인을 구성하고 있는 수비수들의 몸의 방향과 시야는 공을 소유한 선수에게 고정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와 동시에 수비수들은 공을 소유한 선수가 안쪽 공간을 향해 드리블을 시작하는 경우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당하게 된다.

 

첫번째 선택의 경우에는 공을 소유한 선수가 안쪽으로 드리블을 시도해서 들어와 슈팅을 시도할 경우를 생각해 라인을 버리고 앞으로 전진해 자신이 공에 대한 직접적인 수비를 가져가는 경우인데, 반면 이런 선택을 할 경우에는 자신이 마크해야하는 선수를 완전히 시야에서 잃어버리게 되며 해당 선수에게 자신의 등 뒤 공간을 공략당할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두번째 선택의 경우에는 자신이 공과 함께 시야에 둬야 하는 잠재적으로 공을 가질 수 있는 선수에 대한 마크를 하기 위해서 그대로 라인을 지키는 경우인데, 이럴 경우에는 반대로 공을 소유한 선수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며 해당 선수가 드리블 이후 슈팅을 시도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실점을 허용할 수도 있게 된다.

 

즉 수비수 입장에서는 상대 선수가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소유하게 되는 그 순간부터는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히 클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2021/2022 시즌 초반 호르헤 삼파올리의 올림피크 마르세유 라인업

 

 

그리고 아직까지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이번 시즌 호르헤 삼파올리의 마르세유는 이러한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에 있어서 상당히 흥미로운 사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삼파올리의 마르세유는 수비 국면에서는 1.4.4.2 형태의 수비 진형을 구축하지만, 공격 국면에서 지공을 전개할 경우에는 1.3.4.3(1.3.2.5)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 때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과 관련해서 공을 가지고 가장 직접적으로 해당 공간을 활용하는 선수는 바로 오른쪽 윙백인 17번 윈데르와 가짜 9번이라고 할 수 있는 10번 파예이다.

 

마르세유는 좌우 윙백을 모두 측면과 일치하는 발이 아닌 측면과 반대되는 발을 주로 사용하는 선수를 배치한다. 하지만 왼쪽 윙백인 콘라드의 경우에는 오른발잡이 왼쪽 윙백이라고 할지라도 엔드라인까지 향하는 직선적인 돌파를 즐겨하는 선수인 반면, 오른쪽 윙백인 윈데르의 경우에는 엔드라인까지 가는 직선적인 돌파보다는 공을 가진 상황에서 횡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 진입하는 경우가 잦은 선수이다.

 

몽펠리에전에서 볼 수 있었던 공을 가진 윈데르를 통한 하프 스페이스 활용

 

이러한 윈데르의 하프 스페이스 활용을 통해서 마르세유는 1 라운드 몽펠리에전에서는 상대가 4백인 점을 이용해 오른쪽 윙백인 윈데르에서 왼쪽 윙백인 콘라드로 한번에 측면 전환을 가져가는 상황을 연출하며 몽펠리에 백라인을 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해당 상황 자체는 몽펠리에 백라인이 어느 정도 제대로 기능한 것을 의미하기는 한다.

 

공을 소유하고 있는 윈데르가 슈팅까지는 가지 못하도록 막아섰을 뿐만 아니라, 나머지 백라인 선수들은 잠재적으로 공을 소유할 수 있는 자신들이 마크해야 하는 선수들을 시야에서 잃지 않음으로써 윈데르가 사실상 골대와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선수에게 공을 보내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몽펠리에는 마르세유의 하프 스페이스를 활용한 공격에 공략 당했다고 볼 수 있다. 4v4 상황에서 하프 스페이스로 진입하는 윈데르를 수비하기 위해서 왼쪽 풀백과 왼쪽 센터백 2명이 윈데르에게 고정되었고, 이로 인해 나머지 2명이 자신의 마크 대상인 파예와 제르송에 대한 수비를 정상적으로 실행했음에도 결국에는 수적으로 열세에 놓이며 콘라드를 완전히 무방비로 상태로 방치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하프 스페이스에서 드리블이 행해지는 순간 수비수들의 입장에서는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리스크가 수적인 열세로 나타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파예의 몽펠리에전 득점 장면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
파예의 보르도전 득점 장면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

 

윈데르가 마르세유 공격에 있어서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에 기여하는 선수라면 파예의 경우에는 왼쪽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을 주로 가져가는 선수이다. 다만 파예의 경우에는 선수가 가지고 있는 기술적 우위를 활용하기 위해서 조금 더 온전하게 드리블 이후 슈팅이라는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고, 윈데르가 사이드 채널에서 공을 건네받아 하프 스페이스로 진입하는 경우였다면 파예의 경우에는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받아 플레이를 시작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상단에 있는 링크를 통해서 파예의 1라운드 몽펠리에전 득점 장면과 2라운드 보르도전 득점 장면을 보았을 경우 해당 관점에서 얘기할 수 있는 포인트는 바로 하프 스페이스를 활용하는, 혹은 위치하는 선수에게 전제되어야 하는 능력이다.

 

 

보르도전 드미트리 파예의 득점 장면; 파예가 드리블을 통해서 하프 스페이스에 진입했고 보르도의 백라인은 전부 파예에게 고정되어 있다.

 

몽펠리에전과 보르도전 득점 장면에서 파예를 직접적으로 파예를 막아서기 위해 움직이는 공이 위치한 스트롱 사이드 수비수들은 윅 사이드 수비수들과는 다르게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당하지 않는 상태이다. 다시 말하자면 하프 스페이스(혹은 인접 공간)에서 공을 받아 드리블을 시도하는 파예를 막아서는 선택을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기회비용으로써의 리스크인 자신이 시야에 두며 마크해야 하는 선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술적 판단에 있어서는 훨씬 난이도가 낮은 상황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예는 본인이 해당 수비수들을 상대로 확보하고 있는 질적 우위(Superioridad cualitativa)를 통해서 1대 다수의 상황에서도 이들을 공략하고 득점에까지 성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에서의 이점을 온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공간을 활용하는 선수에게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하프 스페이스는 상대 미드필더 라인과 백라인 사이의 공간을 의미하고, 상대 백라인을 직면해야 하는 공간이다. 쉽게 말하자면 공간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드리블이라는 기술적 행위를 통해 상대 수비수들을 상대로 질적인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선수여야만 온전하게 상대 수비수들에게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질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선수여야만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파예의 경우처럼 직접적으로 득점을 시도하는 형태로 하프 스페이스의 활용이 가능하게 된다. 만약 이와 같은 질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선수를 해당 공간에 위치시켜놓는다고 한들 100번 공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유효한 공격이 나오기는 커녕 공의 소유권을 상대 수비수에게 잃어버리는 상황이 연속해서 발생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90min.com

 

정리를 하자면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는 사실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단순히 해당 공간에서 공을 소유했다, 해당 공간에서 공을 몇번 받았다 라는 행위 자체로는 의미를 찾기가 힘들다. 이를 본질적으로는 어떤 선수가 어떤 상황에서 공을 소유 했느냐 를 파악해야 하며, 해당 공간에서의 공 소유가 이후 상황에서 어떠한 형태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를 가져가려고 시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온전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을 소유하고 있는 선수를 분리시키고 고립시켜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거시적으로 운동장 전체를 보고 11명 대 11명이 대치하는 상황의 일부분으로써 이해하려는 노력이 전제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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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 라이프치히에 새롭게 부임한 도메니코 테데스코 (이미지 출처 : https://www.insidesport.in)

지난 시즌 리그 2위를 차지했던 것을 감안했을 때 14라운드 기준 5승 3무 6패의 성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던 이번 시즌의 RB 라이프치히. 결국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제시 마쉬 감독이 팀을 떠나고 지난 시즌까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를 이끌었던 도메니코 테데스코가 팀을 이끌 감독으로 시즌 중 새롭게 합류했다. 프로젝트 자체가 하나의 게임 모델을 공유하는 레드불 프로젝트의 특성상 지난 시즌까지 잘츠브루크를 이끌었던 제시 마쉬 감독은 그 누구보다 레드불 프로젝트의 정점에 있는 라이프치히를 이끌기에 적임자로 느껴졌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즌을 치루면서 마쉬 감독은 랄프 랑닉이 구축했던 레드블 프로젝트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경기에서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꾸준함을 가져오는 것에 실패했고, 결국에는 비교적 이른 시점인 리그 14라운드만에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팀을 떠나게 되었다.

 

마쉬의 후임으로 팀에 합류한 도메니코 데데스코는 러시아 무대로 넘어가면서 최근에는 언급되는 빈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지만 프로 레벨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하던 시점부터 이미 어느 정도 율리안 나겔스만 현 바이언 감독과 직접적인 대결 구도를 가져갔던 인물이다. 나겔스만이 호펜하임의 감독직을 맡아 프로 레벨 최연소 지도자로써 세간의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축구적인 관점에서도 경쟁력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비슷한 시기에 함께 주목을 받은 것이 도메니코 테데스코라고 할 수 있다. 테데스코는 2016년 독일축구협회 UEFA-Pro 라이센스 수료 당시 나겔스만의 동기생이었으며, 그 당시 이 둘은 수료 성적에 있어서 테데스코가 수석, 나겔스만이 차석을 기록했던 이른바 우등생들이었다. 이후 나겔스만이 2016/17 시즌 도중 호펜하임의 감독으로 부임을 해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후 한 발 늦게 테데스코가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샬케에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둘의 관계가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테데스코가 샬케에 부임했을 당시 나겔스만은 이미 세간의 집중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2016년 라이센스 수료 당시 나겔스만 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둔 감독이 이번에 샬케에 부임했다'의 형태로 테데스코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나이에서는 테데스코가 85년생, 나겔스만이 87년생으로 테데스코가 2살 더 많은데다가 라이센스 과정에서도 수석 자리를 가져갔지만, 프로 데뷔 시점 자체는 차석이었던 나겔스만이 더 빠르게 가져간 상황이었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형태의 관심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2016년 헤네스-바이스바일러 아카데미에서 라이센스 수료 당시 수석과 차석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테데스코와 나겔스만 (이미지 출처 : bundesliga.com)

 

이 둘이 모두 분데스리가 1부 리그 무대에 데뷔한 17/18 시즌은 상당히 뜨거웠다. 직전 시즌이었던 16/17 시즌, 반환점이 지난 시점에서 팀을 넘겨 받아서 리그 4위로 시즌을 마쳤던 나겔스만은, 17/18 시즌에도 감독으로써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만개해서 펼쳐보였고 이를 기반으로 호펜하임은 리그에서 직전 시즌 대비 한 단계 더 올라선 3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반면 한 발 늦게 1부 리그 무대에 데뷔한 테데스코가 거둔 성적은 데뷔 시즌만을 놓고 보았을 경우 나겔스만 보다 한 단계 위의 것이었다. 16/17 시즌 당시 리그에서 10위의 성적을 기록했던 샬케를 맡아 데뷔 시즌이었던 17/18시즌에 곧 바로 팀을 리그 2위에 올려놓으며 확실하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에 성공했던 테데스코이다.

 

당시 나겔스만의 호펜하임의 경우에는 1.3.5.2 시스템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공을 가진 공격 국면, 특히 지공 상황에서의 경쟁력이 상당히 돋보이는 팀이었다. 이에 반해 테데스코의 샬케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공격 국면 보다는 수비 국면, 특히 상대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11대11의 상황의 관점에서 어떻게 팀의 압박 메커니즘을 구성하느냐라는 부분에서 최대 장점을 가지는 팀이었다. 상대가 공을 어떤식으로 순환 시키느냐를 사전에 분석하고 패스가 길어지는 구간에서 상대에 대한 압박을 시작하며, 1차적인 압박 플랜이 기능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 2차적인 압박 플랜까지 갖춰진 것이 테데스코의 샬케였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매 경기 상대에 대해 최적화 되어 있는 팀 압박 메커니즘을 가지고 경기에 나섰던 것이 테데스코의 샬케였는데, 코치로서 이렇게 전략적인 능력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테데스코는 직전 시즌 대비 무려 8칸이나 높은 2위 자리에서 팀이 시즌을 마칠 수 있게끔 했다. 

 

도메니코 테데스코, "어떤 선수가 어떤 상황에서 압박을 가할 것인지 분명 해야만 한다. 누가 압박을 시작하는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 상대가 어떤 패스를 시도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압박을 시작하기 위한 신호로서 인지하고 있을 것인가? 에 대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서 자신들의 진영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두 명의 센터백이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서 공을 주고 받는 팀들이 있다. 만약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에게 패스를 시도할 경우 공은 상대적으로 먼거리를 이동해야만 한다. 이 말은 공이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는 얘기이고, 공이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는 얘기는 공이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상태가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떄가 바로 압박을 가하기 최적의 순간이다."

2017년 11월 24일 Spielverlagerung 인터뷰 중
(원문 : https://spielverlagerung.de/2017/11/24/tedesco-domenico-interview-schalke/)

 

 

테데스코가 예로써 설명하는 상황. 상단의 경우에는 다이아몬드 1.4.4.2의 전형적인 압박 형태이다. 상대 센터백에서 풀백으로 패스가 나갈 경우 8번 미드필더가 상대적으로 긴 거리를 뛰어가서 압박을 가한다. 

하단의 경우에는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 테데스코가 제시한 압박의 형태이다. 투톱 중 하나가 센터백에서 풀백으로 나가는 패스 라인을 차단함으로써 센터백 간의 패스를 유발한다. 이를 통해서 센터백 간의 패스를 유발했을 경우, 투톱 중 또 다른 한 명의 경우에는 공을 받는 센터백을 향해 뛰어가 압박의 강도를 올리기 위해 움직인다. 10번의 경우에는 압박으로 인해서 공을 받는 센터백이 부정확한 패스를 했을 경우 이를 차단한다. 만약 패스가 정확해서 상대 센터백에서 6번 미드필더로 공이 이어졌을 경우, 8번 미드필더는 곧 바로 6번 미드필더가 돌아설 수 없게 압박을 가한다. 만약 해당 상황에서 상대 6번이 원터치 플레이로 자신과 가까운 풀백에게 공을 넘겼을 경우에는, 6번이 돌아설 수 없게 압박을 가했던 8번이 공을 받는 풀백을 향해 압박을 가하면 된다. 8번은 상대 6번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 이미 앞으로 전진하면서 탄력이 붙은 상태이기 때문에 큰 폭의 방향전환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24일 Spielverlagerung 인터뷰 중
(원문 : https://spielverlagerung.de/2017/11/24/tedesco-domenico-interview-schalke/)

 

과거 테데스코가 샬케 감독으로 재임하던 시절 Spielverlagerung과의 인터뷰 중 일부를 발췌해서 살펴 보았는데, 이를 통해서 우리는 테데스코가 수비 진형을 완전히 갖춘 정렬된 상황에서의 압박, 특히 상대 진영에서의 압박을 팀적으로 행하는데 있어서 얼마만큼 디테일 하고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감독인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테데스코의 이러한 코치로서의 정체성은 라이프치히에 부임한 이후 데뷔전이었던 지난 분데스리가 15라운드 묀헨글라드바흐전에서도 여지 없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부임 이후 단 이틀의 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테데스코는 상대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전략적으로 가장 적절한 형태의 압박을 준비했고, 이는 전술적으로 운동장에서 상당히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팀의 4대1 승리에 기여하는 모습이었다.

 

다이아몬드 1.4.4.2 시스템의 묀헨글라드바흐에 대해서 1.3.4.1.2 진형을 구축했던 테데스코의 라이프치히

기본적으로 이 날 경기에서 라이프치히는 다이아몬드 1.4.4.2 시스템을 활용했던 묀헨글라드바흐에 대해서 1.3.4.1.2 진형을 구축해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기장을 세로로 4등분 했을 때 묀헨글라드바흐가 4분의 1을 넘어서는 지점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압박을 구사하기 시작했는데 이 날 압박의 경우에는 묀헨글라드바흐의 시스템을 감안했을 때 중앙 채널에서 공간을 내주지 않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3선에는 라이머와 캄플, 2선에는 포르스베리, 1선에는 실바와 은쿤쿠가 위치하면서 중앙 채널의 공간을 가장 우선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고, 이를 통해서 중앙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들인 슈틴들과 엠볼로를 향해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패스 라인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었다. 반면 1.3.4.1.2 시스템상 문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3선의 라이머와 캄플에 측면에 해당하는 공간이었는데, 해당 공간의 경우에도 라이프치히는 사전에 전략적으로 계획된 압박을 통해서 상당히 효율적으로 커버하는 것이 가능했다.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카리아가 센터백들과 동일한 높이로 내려와서 공을 가졌을 경우에는 1차적으로는 안드레 실바와 쿤쿠가 안쪽으로 좁혀들어옴으로써 라이머 혹은 캄플의 대각선 위치, 즉 라이머와 캄플이 시야를 확보할 수 없는 공간으로 패스 라인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또한 이를 통해서 자카리아가 좌우 센터백 중 하나에게 공을 전개했을 경우에는 안드레 실바와 쿤쿠 중 해당 센터백과 가까운 쪽 포워드가 센터백이 다시금 자카리아와 패스할 수 있는 패스 라인을 차단하면서 압박을 가져갔고, 이는 결국 만약 공이 라이머나 캄플의 측면에 위치한 공간으로 공이 연결된다고 할지라도 이미 해당 공간은 라이머 혹은 캄플이 시야를 확보한 상태로 바깥쪽으로 몰아낼 수 있는 수비를 마친 상태이기에 크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압박을 팀 단위의 메커니즘으로 생각했을 경우 이는 직접적으로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움직임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직접적으로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오다기 보다는 공을 가진 상대가 장점을 발현할 수 없도록 이를 무력화(Neutralize) 한다는 관점에서 경기 내내 상당히 훌륭한 압박을 유지했던 라이프치히 였다고 볼 수 있겠다. 실제로 해당 경기의 90분 종류 이후 최종 점유율 퍼센테이지는 52대 48로 라이프치히가 근소하게 앞섰지만 상대적으로 라이프치히는 묀헨글라드바흐가 공을 가지고 있었을 경우 이를 무력화 하는 것에 성공함으로써 경기를 4대1의 스코어로 승리할 수 있었다.

 

 

과거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공이 비교적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투톱이 압박을 가해서 공의 소유권을 탈취,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모습 또한 보였던 테데스코를 위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포르투갈어로 Vamos sim André! sim André!를 반복적으로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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