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을 진행하는 토마스 투헬 현 첼시 Coach  (이미지 출처 : mirror.co.uk)

 

 

 

코치(Coach)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을 경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볼 수 있다. 

 

'스포츠 팀에 있어서 팀의 전문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신체적인 준비 과정에 종사하는 사람. 매경기 경기에 나서야 하는 선수를 정하며 각 선수가 수행해야 하는 기능적 역할을 지정한다. 특히 이런 분야에 프로로서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러한 설명을 토대로 보았을 때 우리는 코치(국내에서 얘기하는 감독/코치의 구분 없이 직업적인 의미에서 이를 총칭) 라는 존재가 경기에서 선수가 수행하는 기능적 역할을 지정하고 제시하며, 이를 통해서 최종적으로는 스포츠 종목에서 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코치는 훈련을 통해서 앞서 언급한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혹은 어떤 방식으로 코치가 이러한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1. 게임 모델의 구축과 수정

 

코치가 팀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 그리고 훈련을 진행하기에 앞서서 가장 먼져 해야하는 것은 바로 게임 모델의 구축이다. 선수 개인이 수행하는 기능적 역할에 대한 지정과 더불어서 훈련을 주관하기 위해서는 우선 코치 스스로 팀이 어떻게 플레이 해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는 이러한 게임 모델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을 통해서 생각하기를 코치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축구 철학, 혹은 축구관 그 자체로 생각하며 선수들이 이에 맹목적으로 적응을 하고 맞춰야 하는 일방향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게임 모델이란 그렇게 일방향적인 것이 아닌 코치와 선수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구성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코치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축구관이 핵심이 되긴 하지만, 게임 모델은 한번 구축이 된 이후에 고정불변으로 그 형태가 계속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되려 지속적인 수정의 과정을 통해서 게임 모델은 진화하고 변화하게 된다. 특히 팀을 넘어서 구단과 국가에 존재하는 문화, 선수들 개개인의 특성, 그리고 대회의 특성 같은 요소들과 상호작용함으로써 게임 모델은 계속해서 수정되어 진화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게임 모델이란 어떠한 구조로 구성이 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임 모델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축구에서의 4가지 국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축구는 공의 소유권에 따라서 공격과 수비의 역할이 구분될 뿐이지 전/후반을 나누는 하프타임과 세트피스 상황 정도를 제외하고는 경기가 끊김이 없이 진행되는 실시간 종목이다. (물론 최근에는 VAR의 개입으로 인해 그 끊기는 빈도가 좀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턴(Turn)제로 진행되는 야구처럼 완벽하게 경기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끊어서 구분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감안해서 경기를 상황의 연속으로 이해하기는 하되, 공의 소유권을 기준으로 해서 팀이 어떠한 국면에 놓여있는지는 구분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때 그 기본단위가 되는 것이 바로 아래서 볼 수 있는 4개의 국면이다.

 

 

 

 

 

게임 모델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기본이 되는 축구 경기에서 발생하는 4개 국면

 

 

 

 

기본적으로 팀이 공을 가지고 공격을 진행할 경우에는 공격 국면, 반면에 공격을 진행하다가 공을 빼앗긴 직후에는 수비전환 국면에 놓인 것으로 분류한다. 또한 수비전환 국면을 통해서 팀이 완전히 수비로 전환했을 경우에는 수비 국면, 그리고 수비를 하다가 상대로부터 공의 소유권을 다시 회복했을 경우에는 공격전환 국면을 거쳐 다시 공격의 국면으로 회귀하는 것을 축구 경기에 존재하는 하나의 싸이클로써 이해한다.

 

그리고 게임 모델이란 결국 축구 경기에 존재하는 이 4개 국면에서 팀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한 '행동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각 국면에서 상황에 따라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원칙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반복적으로 훈련을 진행하여 이것이 경기에서도 그대로 발현되게 한다. 코치의 머릿속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형태,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매번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혼동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 훈련 상황에서의 반복을 통해서 명확하고 분명하게 선수들에게 전달이 되고 입력이 되는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게임 모델의 구축은 큰 단위의 상위 원칙들에 종속되는 하위 원칙들의 정립을 통해서 더 구체화 된다. 예를 들면 공격을 진행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빼앗겨 수비로 전환해야하는 수비전환 국면의 경우에는, 상위 원칙으로 '즉각적인 압박'이냐 혹은 '수비진형의 구축'이냐를 설정하고 상황에 따라 이를 선택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두가지 형태의 상위 원칙은 기본적으로 팀의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반면에 하위 원칙의 정립을 통해서 필요한 것은 라인 단위, 혹은 선수 개인 단위로 해당 상위 원칙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조금 더 세부적인 행동양식이다. 단적인 예로 '수비진형의 구축'이라는 상위 원칙을 실행하는 관점에서 볼 때, 공과 가장 가까운 선수가 가져가야하는 행동과 공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선수가 가져가야하는 행동은 동일할 수 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감안한 구체적인 하위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2. 훈련의 구성과 진행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어떻게 구성되고 진행되어야 하는가 라는 포스팅을 통해서 이론적인 관점에서 훈련이라는 것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대략적인 이해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론적인 관점에서의 설명 보다는, 토마스 투헬 (현 첼시 Coach)의 말을 빌려 좀 더 실질적인 관점에서의 얘기를 해보고자한다. 

 


토마스 투헬, "나의 팀은 사이드 채널에 공이 있을 경우, 사이드라인을 따라서 플레이 하는 방식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ex) 사이드라인에 있는 풀백이 같은 사이드라인에 있는 윙에게 하는 종패스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편하고 안전한 방법이었다. 선수들은 공을 가진 선수가 전방에서 뭘 하는지 볼 수 있었으며, 자신이 플레이에 관여되려고 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그런식으로 플레이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나는 나의 팀이 좀 더 후방에서부터 전방을 향해 대각선으로 나가는 날카로운 패스를 통해서 플레이 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했냐고? 우리는 우리가 훈련하는 운동장에서 코너 부근을 잘라내버렸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골대 2개가 배치되어 있는 운동장이긴 한데,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직사각형의 모서리가 없는 운동장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운동장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우리는 모든 경기에 대한 준비를 그 다이아몬드 형태의 운동장에서 진행했다.¨

 

¨왜냐고? 우리의 핵심 원칙이 대각선의 형태로 플레이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각선 방향으로, 땅볼로, 역동적으로 들어가는 패스를 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고 나의 코칭 스태프의 목표였다."

 

"그래서 우리는 운동장의 형태 변화를 통해서 선수들이 해당 플레이를 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었다. 우리는 선수들의 내적인 관점에서 변화를 준 것이 아니라, 운동장의 형태라는 외적인 환경의 변화를 줌으로써 선수들의 창의력을 최대치로 강제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다이아몬드 공간 안에서 상황을 타개하는 관점에서 볼 때, 선수들 자신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조건들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그러한 조건들을 원치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나의 코치에 대한 역할을 극단적으로 바꾼 프로세스이다."

 

"나는 그렇게 선수들이 뭔가 스스로 조건을 만드는 것을 당시에도 원하지 않았고, 지금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사이드라인에서 사이드라인으로 종패스가 시도될 때 마다 훈련을 멈추고 이를 지적하는 코치가 되고 싶지 않다."

 

""내가 몇번이나 말했어, 대각선으로 플레이해야된다고 했잖아!" 나는 그런 유형의 코치가 되고 싶지않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한 방식이 아니다."

 

"나는 그저 운동장에서 코너 부분들을 잘라서 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그런 얘기를 하기 위해 훈련을 계속해서 멈출 필요가 없어진다."

 

"대신에 나는 선수들이 그 다이아몬드 공간 안에서 어떻게 상황을 타개하는지 관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할 수 있다. 관찰의 과정을 통해서 선수들에게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다면 격려와 칭찬을 건넬 수 있을 것이고, 만약에 적절하게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비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바로 내가 훈련하는 방식을 바꾼 상황이다. 이러한 방식이 바로 내가 원했던 방식이며, 지금도 내가 계속해서 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형태의 훈련 모델, 그리고 행동 양식은 여전히 내 코칭스태프 안에서 주류로써 자리매김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최근의 인간 뇌에 대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발전시키고 개선해왔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계속해서 반복해서 훈련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반복은 결코 같은 상황의 재현, 즉 재생산에 있지 않다. 우리의 훈련방식은 생산적인 것이지, 재생산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는 훈련 과정에서 전략을 적용하거나 사전에 준비된 패턴을 활용하지 않는다."


 

투헬이 도르트문트 시절 진행한 컨디션 매치(Partido modificado). 역시나 코너를 잘라낸 다이아몬드, 혹은 8각형 형태의 공간에서 이를 실행하고 있다.

 

 

위와 같은 투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결국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의 연출' 그 자체여야만 한다. 투헬의 경우에는 공간적으로 운동장의 코너 부근을 잘라서 들어냄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게임 모델에 근거한 플레이가 실행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선수가 해당 상황에 계속해서 노출되게 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축구를 뇌에서 시작되는 활동, 즉 무의식이 개입이 그 무엇보다 크다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훈련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선수가 특정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유도하지만, 행위 자체를 반복하는 재생산의 개념이 아닌 다른 구성요소들과 상호작용하게끔 함으로서 '새로운 습관의 형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정리를 하자면 훈련의 주관자로서 코치는, 우선적으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팀의 게임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게임 모델은 각 국면별로 명확하고 세부적인 상위 원칙과 하위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자신 뿐만 아니라 선수에게도 구체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형태의 것이어야 한다. 또한 이렇게 구축된 게임 모델은 고정불변의 형태가 아니고 선수의 특성을 비롯한 여러가지 요소들과 상호작용 하며 끊임 없이 수정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코치는 이렇게 선결 과제로써 마련된 게임 모델을 기반으로 해서 훈련을 구성하고 진행하게 된다. 반면에 이는 투헬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을 통해서 이뤄진다기 보다는 '상황의 연출'을 통해서 이뤄진다. 적정 수준에서의 피드백은 분명히 이뤄져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투헬의 말처럼 훈련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코치의 이상적인 역할은, 연출된 상황에서 선수들이 상호작용 하는 것을 관찰하는 '관찰자'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관찰자가 되기 위해서는 훈련을 계획하고 구상하는 단계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만 한다. 어떠한 조건들을 통해서 선수들이 게임 모델을 체화하기에 좀 더 나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 없는 고민과 고뇌가 필요하며, 이러한 고민과 고뇌를 통해서 구상되고 계획된 훈련에서만이 자신의 개입은 최소화 한 상태로 원하는 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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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futbolsesion.com

 

먼저 살펴보았던 축구에서의 기술-전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어떻게 구성되고 진행되어야 하는가, 다시 말해 최근의 축구 '훈련 방법론'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본격적으로 내용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자 한다. 축구에서의 훈련이란 것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구체적으로 어떠한 장면이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은 위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마커와 허들, 스틱 등 우리가 흔히 훈련 장비들이라고 하는 것들이 운동장 위에 배치가 되어 있고, 선수들이 공을 가지고, 혹은 공을 가지지 않은 상태로 그 훈련 장비들을 장애물로써 통과하거나 극복하는 모습으로써 말이다. 이 외에도 선수들이 운동장을 돌고 있는 모습이나 웨이트 장비를 활용해서 실내에서 훈련하는 등의 모습들을 떠올리는 것이 '훈련'이라는 단어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연상작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훈련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일반적인 이미지들을 다른 어휘로 표현해보자면 이는 '개인의 수련 ' 정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훈련은 개인이 개인의 신체적, 기술적 능력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 행하는 성격이 강하다. 어떤 종목들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훈련이 가장 효율적이며 이를 가장 필요로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를 하자면 실시간으로 상대를 직면하지 않는 종목의 경우가 그러한데, 구기 종목에서 예를 들자면 가장 대표적인 종목은 아마 골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골프는 공이 정지된 상태에서 타인의 간섭이나 개입 없이 온전하게 자신의 신체적, 기술적 능력을 활용해서 공을 목적지로 보내야만 하는 종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반복적으로 기술 행위를 실행하고 이를 통해서 자신의 신체적인 능력과 기술적인 능력을 향상 시키는 수련의 느낌이 강한 훈련이 가장 효율적인 훈련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구기 종목을 벗어나서 예를 찾는다면 기계 체조도 같은 경우에 해당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유명한 양학선 선수의 경우를 떠올려보자. 기계체조 종목 중에서도 양학선 선수의 주종목은 도마에 해당한다. 즉 양학선 선수가 자신의 종목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해야하는 것은, 도마 위에서, 혹은 도마를 발판 삼아 할 수 있는 기술적인 행위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학선 선수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십번, 수백번, 혹은 수천번에 가깝게 도마를 가지고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 훈련할 것이고, 이 또한 온전하게 개인이 수행하는 수련에 가까운 훈련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도마 위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는 양학선     (이미지 출처 : 2020 Tokyo 올림픽 홈페이지)

 

 

반면 이러한 형태의 훈련방식은 축구 종목에서의 훈련 방식으로 주가 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보았던 두 종목과 비교했을 때 축구는 크게 두가지 부분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낸다. 첫번째로 축구는 팀 종목이기 때문에 1+1=2가 아닌 경우가 굉장히 많다. 나라는 개인이 행하는, 온전히 개인의 행위에 의해서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닌, 11명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기능해야만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단순히 개인의 능력을 향상 시키는 방법이 팀적인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힘들다.  두번째로 축구는 실시간으로 상대를 직면해야 하는 종목이다. 기술-전술의 상관관계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상대가 왼쪽을 막아선다면 나는 오른쪽으로 갈 수 밖에 없고, 반대로 상대가 오른쪽을 막아선다면 나는 왼쪽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축구라는 종목의 특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팀 동료와 상대에 대한 상호작용, 즉 전술적인 관점에서의 상황인식과 판단 및 결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고, 이러한 과정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기술적으로 아무리 높은 수준에 있는 선수라도 본인의 그 기술적인 능력을 만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최근 축구에서의 훈련 방법론이란 이러한 축구의 큰 두가지 특성을 감안해서 훈련이 구성되고 진행되어져야 한다는 이론이다. 한마디로 이를 표현하자면 '훈련에서는 항상 실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어야만 한다'가 되겠다. 축구 경기는 셋트피스 상황 정도를 제외하고는 선수들이 정지되어 있는 경우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의 메인 포커스는 항상 움직이는 동료, 움직이는 상대, 그리고 움직이는 공에 대해서 끊임 없이 상호작용 하는 상황에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경우 선수는 계속해서 해당 상황에 대한 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다음 동작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강요 받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서 무의식의 형태, 즉 습관으로써 경기에서 이러한 것들이 발현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 최근의 훈련 방법론의 최종적인 목표이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되어야 하는 프로세스가 있는데, 이는 바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 의해서 진행되어야 하는 팀의 게임 모델, 혹은 플레이 모델 (Modelo de juego)의 구축이다. 게임 모델이란 선수 개개인을 포함한 팀이 특정 상황에 노출되었을 경우 자신이 어떠한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는 '행동양식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선수가 내릴 수 있는 판단과 결정에 있어서 '모범 답안'을 제시하는 존재인 것이다. 통상적으로 게임 모델은 크게 '공격-수비-공격전환-수비전환' 4가지 국면으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분류하고, 해당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선수 개개인을 포함해서 팀이 어떠한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하는지를 가이드하게 된다. 이러한 플레이 모델의 존재는 또한 궁극적으로는 코칭스태프-선수 간의 커뮤니케이션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선수-선수 간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도 기여하게 된다. 팀을 구성하는 모두가 특정 상황에서 자신들이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하는지를 동일한 플레이 모델이라는 기준을 통해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이 아무래도 효율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리를 하자면 최근 축구에서의 훈련 방법론이 의도하는 것은 훈련이 실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술적 상황을 연출해야 한다는 것이고, 선수를 반복적으로 해당 상황에 노출시킴으로써 선수의 상황인식과 판단 과정을 계획된 방향으로 유도해 이것이 경기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발현되게 한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 때 우리가 얘기하는 계획된 방향이란 결국 게임 모델을 의미하게 되고, 게임 모델이란 특정 상황에 대해서 '우리는 이 상황에서 이렇게 판단하고 행동한다'라는 팀의 행동양식 체계인 것이다.

 

 

 

언급한 훈련 방법론에 근거한 축구 팀의 연속적인 싸이클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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