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Zac Goodwin/PA images

 

주중 있었던 프랑크푸르트와의 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서 토트넘이 3대2 승리를 거두었다. 최종 스코어만 보았을 때는 다소 아쉬운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90분 경기로 보았을 때는 확실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홈팀 토트넘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60분경 발생한 경고 누적으로 인한 투타의 퇴장에서 볼 수 있듯이 프랑크푸르트는 손흥민을 포함한 토트넘의 1선을 막아내는 것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고, 반대로 토트넘은 손흥민-케인-히샬리송으로 구성되는 1선의 활약을 앞세운 끝에 승점 3점을 획득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최근 들어 지난 시즌 리그에서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에 성공했던 손흥민의 득점 페이스가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다소 떨어지면서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원인을 찾는 대중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주 언급 되었던 것이 이번 시즌 새롭게 팀에 합류한 이반 페리시치였다.
 
페리시치는 본래 통상적으로 백4를 활용하는 시스템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주로 출전하는 선수였지만 인테르에서 안토니오 콘테라는 감독과 함께 하면서 백3 시스템에서의 윙백으로 기능하는 것에 완전히 적응한 선수이다. 과거에도 콘테는 첼시 시절 빅토르 모제스라는 측면 자원을 1.3.4.3 시스템의 윙백으로 변환하는 것에 성공한 바 있고, 이를 통해서 콘테는 1x1 능력이 있는 윙백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페리시치가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다 보니 공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빈도나 공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 공을 가지는 시간 자체가 여타 다른 윙백에 비해서는 다소 길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손흥민의 득점이 줄어든 이유가 페리시치 쪽으로 공이 분산 되었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주를 이룬 바 있다. 
 
그리고 때 마침 이번 프랑크푸르트와의 경기에서도 공교롭게 손흥민은 선발 출장을 했지만 페리시치는 선발 출장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손흥민이 2골을 득점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 쯤 되면 확실히 여론이 얘기하는 것처럼 손흥민의 경기력이 떨어지고 득점이 저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페리시치인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결론만 얘기하자면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손흥민의 득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페리시치가 선발로 뛰고 뛰지 않고의 여부라기보다는 '경기의 흐름, 혹은 맥락'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Match Context라고 볼 수 있는데, 이번 글을 통해서는 이번 프랑크푸르트전의 사례를 통해서 이에 대한 설명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토트넘과 프랑크푸르트 두 팀은 모두 공격 국면에서는 1.3.4.3 시스템을 활용하고 수비 국면에서는 1.3.4.3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수비로 전환 되었을 때 구축되는 형태인 1.5.2.3 / 1.5.4.1 블록을 구축하는 팀들이다. 수비 국면의 경우를 좀 더 얘기하자면 상대 진영에 공이 머무는 상황에 대해서는 1.5.2.3 형태의 수비 블록을 구축하고, 반면 공이 자신들의 진영으로 넘어왔을 경우에는 1.5.4.1 형태를 구축함으로써 수비를 전개하는 것이 두 팀의 수비 국면에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이번 경기에서 두 팀의 수비 국면에서의 가장 큰 차이는 이러한 수비 진형의 형태와는 별개라고 할 수 있는 상대가 자신들의 패널티박스에서부터 공격을 시도하는 상황에서의 압박이었다. 특히 전반전에서의 프랑크푸르트는 토트넘이 골킥, 혹은 골키퍼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하기 보다는 경기장을 세로로 4등분 했을 때 4분의1 이하 지점에 수비 진형을 구축하고 해당 지점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하는 것을 선호했고, 이에 반해 토트넘의 경우에는 위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프랑크푸르트가 골킥 혹은 골키퍼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강하게 1x1 형태로 압박을 시도함으로써 지속적으로 프랑크푸르트의 진영에서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 오는 것에 성공했다.
 


이러한 양팀의 차이가 극명하게 잘 드러난 구간은 바로 토트넘의 동점골이자 손흥민의 첫번째 득점이 발생하기까지의 과정이다. 프랑크푸르트는 공격을 시도하다가 토트넘의 골킥이 발생한 상황에서 패널티박스에서부터 곧 바로 압박을 시작하기 보다는 운동장 세로 4분의 1 지점에 수비 진형을 구축하는 것을 시도했고, 이로 인해 토트넘은 오른쪽 센터백인 로메로에서 오른쪽 윙백인 에메르송으로 공을 큰 방해 없이 전개할 수 있었다.
 
이 때 프랑크푸르트 입장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공을 받는 에메르송의 포지셔닝이었다. 기본적으로 에메르송에 대한 마크는 왼쪽 윙백이었던 렌츠가 가져가야 했지만 지역 방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에메르송은 사실상 1선을 구성하는 카마다의 수비 범위에 해당하는 낮은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카마다의 기본적인 마크 대상은 자신의 시야 안에 있던 토트넘의 오른쪽 센터백인 로메로였고, 이로 인해 에메르송은 순간적으로 로메로와 함께 카마다에 대해서 2x1 수적우위를 확보한 상태로 공을 소유할 수 있었다.

 

 

 

해당 상황의 연출을 통해서 에메르송은 프랑크푸르트의 2선과 3선 사이에서 자신의 마크인 하세베를 등지고 있는 케인에게 공을 전개하게 되고, 이후 케인은 공을 가지고 돌아선 끝에 자신에게 고정된 투타의 등 뒤로 대각선 언마크(Desmarque de ruptura)를 시도하는 손흥민에게 공을 연결함으로써 손흥민의 득점을 어시스트 하게 된다. 

 

토트넘의 가장 위력적이고 효율적인 공격 루트인 등을 지고 공을 받는 케인에서 백라인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공격 루트가 정석대로 발현하게 된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만약 왼쪽 윙백에 이번 프랑크푸르트전에서 선발로 나온 세세뇽이 아니고 페리시치가 나왔다면 손흥민의 득점이 기록되지 않았을까의 여부이다. 만약 페리시치로 인해서, 혹은 안토니오 콘테라는 감독이 페리시치를 투입함으로 인해서 손흥민의 역할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에 손흥민의 득점이 감소하고 경기력이 떨어진 것이라면 이러한 전제가 성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에 대한 설명에서 이미 답이 나와있듯 이에 대한 대답은 명백하게 NO 라고 할 수 있다. 왼쪽 윙백이 세세뇽이 아닌 페리시치가 투입되었다고 하더라도 페리시치의 포지셔닝은 어디까지나 왼쪽 윙백으로서 경기장의 좌우폭을 최대치로 확보하는 터치라인 인근이 되었을 것이고, 페리시치가 득점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프랑크푸르트의 오른쪽 윙백인 야키치가 자신을 지속적으로 의식하게 함으로써 안쪽 공간에 위치한 손흥민에 대한 마크를 전적으로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것 뿐이다. 

 

즉 세세뇽이 아닌 페리시치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누가 되었든 왼쪽 윙백은 어디까지나 손흥민이 득점을 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할 뿐이지 결코 방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실질적으로 손흥민의 경기력과 득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앞서 언급 했던 경기의 흐름, 혹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는 Match Context이다. 경기의 흐름이라는 것에는 굉장히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양 팀의 특성이다. 

 

토트넘과 프랑크푸르트의 경기를 예로 들자면 토트넘이 공격-수비-공격전환-수비전환으로 구성되는 4개 국면에서 어떠한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반대로 프랑크푸르트가 해당 4개 국면에서 어떠한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경기의 흐름과 맥락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얘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토트넘이 하는 경기라고 할지라도 매 경기가 사실상 완전히 다른 경기라는 관점에서 이해되어져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토트넘의 경기를 주로 보는 대중의 경우에는 해당 경기를 '토트넘의 경기'로 이해한다. 즉 경기에서 상대팀을 배제한 상태에서 오직 '토트넘이 무엇을 하느냐'의 관점에서만 경기를 이해하고 바라본다는 것이다

 

반면 실제로 축구 경기라는 것은 그렇게 전개되지 않는다. 토트넘의 상대팀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리고 해당 팀이 어떠한 특성과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경기의 흐름은 완전히 달라질 수 밖에 없게 되고, 이러한 경기의 흐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어떠한 경기에서는 손흥민을 포함한 특정 선수의 장점이 지속적으로 발현되는 경기 흐름이 이어지는 반면 다른 경기에서는 반대로 선수가 가진 장점이 발현되기 힘든 경기의 흐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프랑크푸르트가 전반전부터 토트넘이 골킥을 포함한 패널티박스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에서부터 강하게 1x1의 형태로 압박을 전개하는 팀이었다면? 아마 손흥민의 첫번째 득점 장면과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는 해당 상황에서 압박을 시도하기 보다는 한발짝 물러나 온전하게 1.5.2.3의 형태를 갖추고 압박을 시도하는 것을 원하는 팀이었고, 이로 인해서 손흥민의 득점은 기록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페리시치가 지속적으로 윙백 포지션에서 뒷공간으로 침투를 시도하기 때문에 손흥민이 뒷공간을 침투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여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1.3.4.3이라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1선에서 뒷공간으로 침투를 해야하는 상황과 반대로 윙백에서 침투를 감행해야 하는 상황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공이 연결되는 그 순간만을 보았을 경우에는 윙백에게 공이 전개됨으로 인해서 1선이 공을 받을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번 경기에서 전반전 5분 39초 경 발생한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왼쪽 측면에서 쓰로인이 전개된 이후 오른쪽으로 공격 방향 전환이 이뤄졌고, 이후 다시 한번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 방향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이어에서 랑글레로 공이 전개될 때 만약 왼쪽 윙백인 세세뇽이 공을 받기 위해서 공을 가진 랑글레에게 다가올 경우, 세세뇽은 자신의 마크인 야키치를 등 지고 공을 소유하게 되기 때문에 사실상 앞으로 공을 전개할 수 있는 옵션을 갖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해당 상황에서 세세뇽은 공을 발로 받는 것이 아닌 공간에서 받는 옵션을 택해 수비 뒷공간으로 언마크를 시도하면서 공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랑글레는 이러한 세세뇽을 향해 롱패스를 통해 공을 전개하게 된다. 

 



이후 랑글레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세세뇽은 엔드라인 인근에서 먼 포스트를 향해 크로스를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세세뇽의 언마크로 인해서 벌어진 프랑크푸르트의 2선과 3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 놓이게 된다. 즉 세세뇽이 크로스를 시도한 이후의 상황이 조금만 달랐더라도 되려 손흥민이 득점을 하기에는 더 유리한 상황이 연출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손흥민의 두번째 득점이 기록되었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왼쪽 윙백인 세세뇽이 프랑크푸르트의 오른쪽 윙백인 야키치를 끌고 들어갔기 때문에 손흥민은 프랑크푸르트의 수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 놓일 수 있었고, 결국 이러한 상황의 연출 안에서 손흥민은 호이비에르의 크로스를 받아 득점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반면 동일한 상황임에도 만약 손흥민에게 공이 연결되지 않아서 득점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일반적인 반응은 아마도 '윙백인 세세뇽이 왜 해당 공간까지 전진해서 손흥민의 자리를 빼앗느냐', '세세뇽 때문에 손흥민이 득점 기회를 놓쳤다'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해당 선수가 세세뇽이 아닌 페리시치 였다면 최근 흐름으로 보았을 때 그 반응은 훨씬 극단적이 되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정이 아닌 결과라는 것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진행되는 범인이 정해져 있는 표적 수사에 불과하게 된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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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라운드부터 헤어타 베를린을 맡게 된 타이푼 코르쿳 (이미지 출처 : Jan-Philipp Burmann / dpa)

분데스리가 전반기 13경기를 치룬 시점까지 득점 부문에서는 정확하게 경기당 1골인 13득점, 반대로 실점 부문에서는 27실점을 기록하며 리그 꼴찌에서 두번째로 득점의 두배가 넘는 실점을 기록하고 있던 헤어타 베를린(이하 헤어타)이다. 승점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실점이 득점 보다 많아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이치를 감안했을 때 당연하게도 헤어타의 순위표에서의 포지션은 높을 수가 없었고, 간헐적으로 승점 3점을 획득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시즌의 목표가 1부 리그에서의 생존이라는 것으로 굳어져 가는 모습에서는 지난 시즌과 큰 차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전반기가 마무리 되기 까지 얼마남지 않은 시점인 13라운드 아우쿠스부르크전이 1대1 무승부로 끝난 이후 보비치를 위시로 한 헤어타의 운영진은 감독 교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고, 지난 시즌 잔류를 일궈냈던 다르다이의 후임으로 자리하게 된 것은 최근 들어 그 이름을 접하기가 힘들었던 타이푼 코르쿳이었다.

타이푼 코르쿳은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난 터키 국적의 인물로,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직접적인 자신의 배경지라고 할 수 있는 독일과 터키에서 선수 생활을 했을 뿐만 아니라, 말년에는 레알 소시에닷과 에스빠뇰을 포함한 스페인 클럽들에서도 활동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지금의 부인을 스페인에서 만났으며 코치 커리어의 시작 또한 자신이 몸담았던 레알 소시에닷 유소년 레벨에서 시작할 정도로 스페인과도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인물이기도 한 코르쿳은, 18/19 시즌 자신의 고향팀인 슈투트가르트에서 감독직을 수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백기를 가져오다가 14라운드를 기점으로 헤어타를 맡으며 감독직에 복귀하게 되었다.

코르쿳 부임 기자 회견에서의 코르쿳과 보비치 (이미지 출처 : euditorial.com)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공백기를 가진 코르쿳의 감독 선임은, 이번 시즌이 시작하기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성공적인 5년을 보낸 이후 새로운 도전을 찾아서 헤어타로 넘어온 프레디 보비치 단장에 의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보비치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니코 코바치와 아디 휘터의 감독 선임을 비롯해 전체적인 스포츠 프로젝트를 관장하면서 최근 있었던 프랑크푸르트의 성공을 주도했던 인물이고, 타이푼 코르쿳의 경우에는 과거 보비치가 프랑크푸르트 이전 슈투트가르트에서 단장 역할을 수행했을 당시 구단에서 유소년 레벨에서 코치로 활동하면서 관계를 가져가기 시작한 경우에 해당한다.

단장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관점에 있어서 프랑크푸르트의 성공을 이끌며 성공적인 가도를 달리고 있는 보비치이기에 이번 선택은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고, 특히 분데스리가의 경우에는 최근 들어 계속해서 젊은 지도자들이 연이어 데뷔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백기를 가진 인물을 감독직에 앉히는 것은 현재 흐름에 완전히 반하는 느낌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듯 12월 22일에 있었던 독일의 rbb 라디오 채널이 주관하는 Haupstadtderby 팟캐스트에 출연했던 보비치는, 코르쿳 감독 선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프레디 보비치,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 있어서 특정 인물의 이름값과 커리어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선택하는 인물은 구단을 한 단계 더 앞으로 전진하게 할 것이란 확신을 주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대중의 의견이나 SNS에서 언급되는 사항들과는 별개의 것이다."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감독 후보로 언급될 경우 처음에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의 이름은 때때로 그 자체로 동기부여를 일으키며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한 코치이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나는 철저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자신의 스타일 안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를 불어넣고 지금 현재 스쿼드에서 최상을 끌어낼 수 있는 인물, 그리고 향후에는 공격적인 방식으로 팀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을 원했다."

출처 : https://www.inforadio.de/podcast/feeds/hauptstadtderby/hauptstadtderby.html
12월22일 에피소드 'Quartett mit Fredi Bobic – die Weihnachtsfolge (90)'


분명한 기준을 통해서 가장 적절한 인물이라는 판단 하에 코르쿳을 선임했음을 확실히 한 보비치이고, 실제로 코르쿳은 헤어타에 부임한 이후 단기간에 팀을 확실하게 개선하는 것에 성공하며 보비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13라운드까지 팔 다르다이 체제에서 4승 2무 7패를 기록했던 헤어타는, 코르쿳 감독 부임 이후 치뤄진 14라운드 부터 18라운드에서는 2승 1무 2패의 성적을 거두며 승점 획득 추이에서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단순히 승점 획득이라는 결과 관점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별개로, 경기 관점에서, 특히 공을 가지고 공격을 진행하는 공격 국면에서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코르쿳의 헤어타이기에 향후 전망은 더 밝다고 볼 수 있다.

보비치가 헤어타로 팀을 옮긴 이후 지난 4,5년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언급했던 가장 큰 문제점은 "헤어타는 지난 4,5년간 너무나도 수동적인 팀이었다"는 것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을 가진 상황에서 좀 더 능동적으로, 그리고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보비치의 의견이었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써 선임된 코르쿳이 즉각적으로 해당 관점에서 팀을 개선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수아트 세르다르, ¨우리는 공격적인 축구를 원한다. 우리는 지금 온전하게 축구를 하기 원한다."

"감독 교체 이후 진행된 첫번째 훈련에서부터 우리는 후방에서 공을 전개하는 것을 훈련해오고 있다. 그게 얼마 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하는지와 관계 없이 말이다. 골 찬스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훨씬 즐거운 것이 되었다. 우리는 온전하게 축구를 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그것이 전과는 다른 부분이다."

코르쿳 부임 이후1.4.4.2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헤어타의 베스트 11이라고 볼 수 있는 라인업


코르쿳이 부임한 이후 헤어타는 지속적으로 1.4.4.2(혹은 1.4.2.2.2) 시스템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6라운드였던 마인츠전과 지난 주말에 있었던 18라운드 쾰른전에서는 각각 원정과 홈에서 0대4, 1대3으로 패배를 기록하며 아직까지 다소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세르다르의 인터뷰에서 체감할 수 있듯이 공을 가진 공격 국면에서 만큼은 기존에 있던 선수들의 장점을 1.4.4.2 시스템을 통해서 확실히 살리는 것에 성공했다. 팔 다르다이가 감독으로 재직하던 13라운드까지는 사실상 팀의 메인 시스템이라고 할만한 시스템을 찾지 못하면서 매 경기 비교적 큰 폭으로 시스템과 선발 라인업이 변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헤어타였지만, 코르쿳 감독 부임 이후에는 시스템과 선발 라인업에서부터 확실하게 감독의 스타일이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헤어타는 1.4.4.2 시스템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7번과 11번, 좌우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들이 통상적으로 우리가 윙어로 일컫는 1v1에 강점을 가진 선수들이 아닌, 주로 미드필더 성향이 강한 선수들을 배치 하면서 해당 선수들이 사이드 채널 공간에서 좌우폭을 확보하고 공을 소유하는 상황은 비교적 적게 발생하는 편이다. 특히 주로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세르다르는 페너트레이션 과정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경기장을 가로로 보았을 때 하프 스페이스 채널을 벗어나는 경우가 극히 드물며, 왼쪽 센터백+2명의 중앙 미드필더와 주로 링크 업 되며 세번째 중앙 미드필더로써 플레이 한다.

공이 순환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세르다르.

지속적으로 상대 2선의 등 뒤에 위치해 있음으로써 2선의 시야 밖에 위치해 있다가 한 라인 밑으로 나타나 공을 소유하고, 해당 상황에서 공을 소유했을 경우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우위와 함께 오른발잡이인 점을 살려 상대 1선과 2선을 자신에게 끌어들이며 직접적으로 공격 방향을 오른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기여한다.

또한 세르다르의 이러한 움직임은 상대가 수비 국면에서 4백을 구성할 경우에는 오른쪽 풀백의 마킹을 유발함으로써 오른쪽 풀백을 끌어내는 효과 또한 가져오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왼쪽 측면 미드필더에 해당하는 세르다르이기에 세르다르에 대한 마킹은 상대 오른쪽 풀백이 가져가야만 하고, 만약 공이 전환되지 않고 왼쪽 측면에서 공이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공간을 투톱 중 하나가 측면으로 빠져나와 센터백과의 1v1을 가져가며 활용하게 된다.


공을 순환시키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시스템의 Variation이 이뤄지면서 자신의 기량을 극대화 하고 있는 또 다른 선수는 바로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샥 벨포딜이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호펜하임으로부터 합류한 벨포딜은, 18/19 시즌만 보았을 경우 나겔스만 체제에서 리그에서만 18골 9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내에서도 수준급의 활약을 보여주었던 자원이다. 반면 19/20시즌 초반 무릎 부상 이후 수술을 받으면서 기량을 회복하는 것에 실패했고, 지난 시즌에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교체로 출장하며 14경기에 출장해 0골 1도움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만 했었다.

이번 시즌의 경우에도 시즌이 개막한 이후 2라운드까지 치뤄진 시점에서 호펜하임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며 헤어타에 새롭게 합류하기는 했지만, 팀이 전체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본인 또한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단 하나의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한 채 13라운드까지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코르쿳이 감독으로 부임하며 시스템적으로 변화가 이뤄진 이후에는 14라운드에서 곧 바로 도움을 기록한 것에 이어서 4경기에 출전해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확실하게 반전에 성공한 모습이다. 또한 단순히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기 때문에 선수가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기 보다는, 선수가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공격 포인트가 발생했기 때문에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도르트문트와의 17라운드 경기 득점 장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시스템의 variation이 행해지는 과정에서 선수가 자신의 능력을 만개할 수 있는 상황, 상대 풀백이 끌려나가면서 상대 센터백과 180도의 공간에서 1v1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경우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벨포딜이다. 벨포딜은 도르트문트전 득점 외에도 경기 중 해당 상황이 연출되었을 경우 공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동료가 골키퍼의 시야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취소되었던 슈투트가르트전 득점 장면에서도 벨포딜의 이러한 장점은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타이푼 코르쿳, "아이디어의 핵심은 항상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 것에 있다. 여기에 추가로 선수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과 함께 우리가 운동장에서 선수들에게 주지시키는 사항에 대해서 선수들이 편안함을 느껴야만 한다."


벨포딜 외에도 전방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요베티치, 마올리다의 경우에도 모두 해당 상황의 연출을 통해서 공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 센터백인 니클라스 슈타크의 경우에는 후방에서부터 깨끗하게 공격이 전개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팔 다르다이가 감독으로 있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공을 가진 상황에서 상대가 블록을 형성할 경우 공간에 대한 드리블을 행함으로써 상대 1선을 끌어들이거나 혹은 1선을 넘어서는 플레이를 능수능란하게 선보이고 있고, 상대 2선을 관통하는 쓰루패스를 비롯해 공을 가진 상황에서 센터백이라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 슈타크이다.

코르쿳 감독의 첫 경기였던 슈투트가르트전만 하더라도 선발 라인업에 포함이 되지 않았던 슈타크였고, 반면 센터백으로는 드물게 선발로 출전했던 토루나리가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70분경 교체로 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기 후 있었던 기자 회견에서 경기 내용을 감안했을 때 슈타크가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선수를 투입 시켰다고 언급했던 코르쿳 감독은, 이후 경기들에서는 왼쪽, 오른쪽 위치를 가리지 않고 슈타크를 지속적으로 경기에 선발 출전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팀이 공을 가지지 않은 수비 국면에서도 수비수로써 나쁘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던 슈타크이지만, 감독 교체 이후 지속적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는 슈타크는 팀이 공을 가지지 않는 수비 국면 보다는 팀이 공을 가지고 있는 공격 국면에서 확실히 더 돋보이는 선수로써 자리매김 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단순히 수비 국면에서의 '수비수' 라는 역할이 아닌 공격 국면과 수비 국면 모두에서 온전하게 '센터백'으로써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슈타크인데, 이처럼 선수의 장점을 확실하게 포착하고 이를 극대화 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코르쿳이 감독으로 자리하고 있기에 앞으로 다가올 후반기 일정에서는 한 단계 앞으로 확실하게 도약하는 헤어타의 모습을 예상해 본다.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고 있는 니클라스 슈타크 (이미지 출처 : globalhappenings.com)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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