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겔스만'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1.12.14 전방 압박 메커니즘으로 보는 테데스코의 라이프치히 1

RB 라이프치히에 새롭게 부임한 도메니코 테데스코 (이미지 출처 : https://www.insidesport.in)

지난 시즌 리그 2위를 차지했던 것을 감안했을 때 14라운드 기준 5승 3무 6패의 성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던 이번 시즌의 RB 라이프치히. 결국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제시 마쉬 감독이 팀을 떠나고 지난 시즌까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를 이끌었던 도메니코 테데스코가 팀을 이끌 감독으로 시즌 중 새롭게 합류했다. 프로젝트 자체가 하나의 게임 모델을 공유하는 레드불 프로젝트의 특성상 지난 시즌까지 잘츠브루크를 이끌었던 제시 마쉬 감독은 그 누구보다 레드불 프로젝트의 정점에 있는 라이프치히를 이끌기에 적임자로 느껴졌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즌을 치루면서 마쉬 감독은 랄프 랑닉이 구축했던 레드블 프로젝트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경기에서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꾸준함을 가져오는 것에 실패했고, 결국에는 비교적 이른 시점인 리그 14라운드만에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팀을 떠나게 되었다.

 

마쉬의 후임으로 팀에 합류한 도메니코 데데스코는 러시아 무대로 넘어가면서 최근에는 언급되는 빈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지만 프로 레벨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하던 시점부터 이미 어느 정도 율리안 나겔스만 현 바이언 감독과 직접적인 대결 구도를 가져갔던 인물이다. 나겔스만이 호펜하임의 감독직을 맡아 프로 레벨 최연소 지도자로써 세간의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축구적인 관점에서도 경쟁력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비슷한 시기에 함께 주목을 받은 것이 도메니코 테데스코라고 할 수 있다. 테데스코는 2016년 독일축구협회 UEFA-Pro 라이센스 수료 당시 나겔스만의 동기생이었으며, 그 당시 이 둘은 수료 성적에 있어서 테데스코가 수석, 나겔스만이 차석을 기록했던 이른바 우등생들이었다. 이후 나겔스만이 2016/17 시즌 도중 호펜하임의 감독으로 부임을 해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후 한 발 늦게 테데스코가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샬케에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둘의 관계가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테데스코가 샬케에 부임했을 당시 나겔스만은 이미 세간의 집중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2016년 라이센스 수료 당시 나겔스만 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둔 감독이 이번에 샬케에 부임했다'의 형태로 테데스코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나이에서는 테데스코가 85년생, 나겔스만이 87년생으로 테데스코가 2살 더 많은데다가 라이센스 과정에서도 수석 자리를 가져갔지만, 프로 데뷔 시점 자체는 차석이었던 나겔스만이 더 빠르게 가져간 상황이었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형태의 관심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2016년 헤네스-바이스바일러 아카데미에서 라이센스 수료 당시 수석과 차석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테데스코와 나겔스만 (이미지 출처 : bundesliga.com)

 

이 둘이 모두 분데스리가 1부 리그 무대에 데뷔한 17/18 시즌은 상당히 뜨거웠다. 직전 시즌이었던 16/17 시즌, 반환점이 지난 시점에서 팀을 넘겨 받아서 리그 4위로 시즌을 마쳤던 나겔스만은, 17/18 시즌에도 감독으로써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만개해서 펼쳐보였고 이를 기반으로 호펜하임은 리그에서 직전 시즌 대비 한 단계 더 올라선 3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반면 한 발 늦게 1부 리그 무대에 데뷔한 테데스코가 거둔 성적은 데뷔 시즌만을 놓고 보았을 경우 나겔스만 보다 한 단계 위의 것이었다. 16/17 시즌 당시 리그에서 10위의 성적을 기록했던 샬케를 맡아 데뷔 시즌이었던 17/18시즌에 곧 바로 팀을 리그 2위에 올려놓으며 확실하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에 성공했던 테데스코이다.

 

당시 나겔스만의 호펜하임의 경우에는 1.3.5.2 시스템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공을 가진 공격 국면, 특히 지공 상황에서의 경쟁력이 상당히 돋보이는 팀이었다. 이에 반해 테데스코의 샬케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공격 국면 보다는 수비 국면, 특히 상대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11대11의 상황의 관점에서 어떻게 팀의 압박 메커니즘을 구성하느냐라는 부분에서 최대 장점을 가지는 팀이었다. 상대가 공을 어떤식으로 순환 시키느냐를 사전에 분석하고 패스가 길어지는 구간에서 상대에 대한 압박을 시작하며, 1차적인 압박 플랜이 기능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 2차적인 압박 플랜까지 갖춰진 것이 테데스코의 샬케였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매 경기 상대에 대해 최적화 되어 있는 팀 압박 메커니즘을 가지고 경기에 나섰던 것이 테데스코의 샬케였는데, 코치로서 이렇게 전략적인 능력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테데스코는 직전 시즌 대비 무려 8칸이나 높은 2위 자리에서 팀이 시즌을 마칠 수 있게끔 했다. 

 

도메니코 테데스코, "어떤 선수가 어떤 상황에서 압박을 가할 것인지 분명 해야만 한다. 누가 압박을 시작하는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 상대가 어떤 패스를 시도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압박을 시작하기 위한 신호로서 인지하고 있을 것인가? 에 대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서 자신들의 진영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두 명의 센터백이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서 공을 주고 받는 팀들이 있다. 만약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에게 패스를 시도할 경우 공은 상대적으로 먼거리를 이동해야만 한다. 이 말은 공이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는 얘기이고, 공이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는 얘기는 공이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상태가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떄가 바로 압박을 가하기 최적의 순간이다."

2017년 11월 24일 Spielverlagerung 인터뷰 중
(원문 : https://spielverlagerung.de/2017/11/24/tedesco-domenico-interview-schalke/)

 

 

테데스코가 예로써 설명하는 상황. 상단의 경우에는 다이아몬드 1.4.4.2의 전형적인 압박 형태이다. 상대 센터백에서 풀백으로 패스가 나갈 경우 8번 미드필더가 상대적으로 긴 거리를 뛰어가서 압박을 가한다. 

하단의 경우에는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 테데스코가 제시한 압박의 형태이다. 투톱 중 하나가 센터백에서 풀백으로 나가는 패스 라인을 차단함으로써 센터백 간의 패스를 유발한다. 이를 통해서 센터백 간의 패스를 유발했을 경우, 투톱 중 또 다른 한 명의 경우에는 공을 받는 센터백을 향해 뛰어가 압박의 강도를 올리기 위해 움직인다. 10번의 경우에는 압박으로 인해서 공을 받는 센터백이 부정확한 패스를 했을 경우 이를 차단한다. 만약 패스가 정확해서 상대 센터백에서 6번 미드필더로 공이 이어졌을 경우, 8번 미드필더는 곧 바로 6번 미드필더가 돌아설 수 없게 압박을 가한다. 만약 해당 상황에서 상대 6번이 원터치 플레이로 자신과 가까운 풀백에게 공을 넘겼을 경우에는, 6번이 돌아설 수 없게 압박을 가했던 8번이 공을 받는 풀백을 향해 압박을 가하면 된다. 8번은 상대 6번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 이미 앞으로 전진하면서 탄력이 붙은 상태이기 때문에 큰 폭의 방향전환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24일 Spielverlagerung 인터뷰 중
(원문 : https://spielverlagerung.de/2017/11/24/tedesco-domenico-interview-schalke/)

 

과거 테데스코가 샬케 감독으로 재임하던 시절 Spielverlagerung과의 인터뷰 중 일부를 발췌해서 살펴 보았는데, 이를 통해서 우리는 테데스코가 수비 진형을 완전히 갖춘 정렬된 상황에서의 압박, 특히 상대 진영에서의 압박을 팀적으로 행하는데 있어서 얼마만큼 디테일 하고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감독인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테데스코의 이러한 코치로서의 정체성은 라이프치히에 부임한 이후 데뷔전이었던 지난 분데스리가 15라운드 묀헨글라드바흐전에서도 여지 없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부임 이후 단 이틀의 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테데스코는 상대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전략적으로 가장 적절한 형태의 압박을 준비했고, 이는 전술적으로 운동장에서 상당히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팀의 4대1 승리에 기여하는 모습이었다.

 

다이아몬드 1.4.4.2 시스템의 묀헨글라드바흐에 대해서 1.3.4.1.2 진형을 구축했던 테데스코의 라이프치히

기본적으로 이 날 경기에서 라이프치히는 다이아몬드 1.4.4.2 시스템을 활용했던 묀헨글라드바흐에 대해서 1.3.4.1.2 진형을 구축해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기장을 세로로 4등분 했을 때 묀헨글라드바흐가 4분의 1을 넘어서는 지점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압박을 구사하기 시작했는데 이 날 압박의 경우에는 묀헨글라드바흐의 시스템을 감안했을 때 중앙 채널에서 공간을 내주지 않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3선에는 라이머와 캄플, 2선에는 포르스베리, 1선에는 실바와 은쿤쿠가 위치하면서 중앙 채널의 공간을 가장 우선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고, 이를 통해서 중앙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들인 슈틴들과 엠볼로를 향해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패스 라인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었다. 반면 1.3.4.1.2 시스템상 문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3선의 라이머와 캄플에 측면에 해당하는 공간이었는데, 해당 공간의 경우에도 라이프치히는 사전에 전략적으로 계획된 압박을 통해서 상당히 효율적으로 커버하는 것이 가능했다.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카리아가 센터백들과 동일한 높이로 내려와서 공을 가졌을 경우에는 1차적으로는 안드레 실바와 쿤쿠가 안쪽으로 좁혀들어옴으로써 라이머 혹은 캄플의 대각선 위치, 즉 라이머와 캄플이 시야를 확보할 수 없는 공간으로 패스 라인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또한 이를 통해서 자카리아가 좌우 센터백 중 하나에게 공을 전개했을 경우에는 안드레 실바와 쿤쿠 중 해당 센터백과 가까운 쪽 포워드가 센터백이 다시금 자카리아와 패스할 수 있는 패스 라인을 차단하면서 압박을 가져갔고, 이는 결국 만약 공이 라이머나 캄플의 측면에 위치한 공간으로 공이 연결된다고 할지라도 이미 해당 공간은 라이머 혹은 캄플이 시야를 확보한 상태로 바깥쪽으로 몰아낼 수 있는 수비를 마친 상태이기에 크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압박을 팀 단위의 메커니즘으로 생각했을 경우 이는 직접적으로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움직임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직접적으로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오다기 보다는 공을 가진 상대가 장점을 발현할 수 없도록 이를 무력화(Neutralize) 한다는 관점에서 경기 내내 상당히 훌륭한 압박을 유지했던 라이프치히 였다고 볼 수 있겠다. 실제로 해당 경기의 90분 종류 이후 최종 점유율 퍼센테이지는 52대 48로 라이프치히가 근소하게 앞섰지만 상대적으로 라이프치히는 묀헨글라드바흐가 공을 가지고 있었을 경우 이를 무력화 하는 것에 성공함으로써 경기를 4대1의 스코어로 승리할 수 있었다.

 

 

과거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공이 비교적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투톱이 압박을 가해서 공의 소유권을 탈취,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모습 또한 보였던 테데스코를 위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포르투갈어로 Vamos sim André! sim André!를 반복적으로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Posted by 장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