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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10.14 페리시치가 손흥민의 득점을 방해한다?
이미지 출처 : Zac Goodwin/PA images

 

주중 있었던 프랑크푸르트와의 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서 토트넘이 3대2 승리를 거두었다. 최종 스코어만 보았을 때는 다소 아쉬운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90분 경기로 보았을 때는 확실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홈팀 토트넘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60분경 발생한 경고 누적으로 인한 투타의 퇴장에서 볼 수 있듯이 프랑크푸르트는 손흥민을 포함한 토트넘의 1선을 막아내는 것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고, 반대로 토트넘은 손흥민-케인-히샬리송으로 구성되는 1선의 활약을 앞세운 끝에 승점 3점을 획득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최근 들어 지난 시즌 리그에서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에 성공했던 손흥민의 득점 페이스가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다소 떨어지면서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원인을 찾는 대중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주 언급 되었던 것이 이번 시즌 새롭게 팀에 합류한 이반 페리시치였다.
 
페리시치는 본래 통상적으로 백4를 활용하는 시스템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주로 출전하는 선수였지만 인테르에서 안토니오 콘테라는 감독과 함께 하면서 백3 시스템에서의 윙백으로 기능하는 것에 완전히 적응한 선수이다. 과거에도 콘테는 첼시 시절 빅토르 모제스라는 측면 자원을 1.3.4.3 시스템의 윙백으로 변환하는 것에 성공한 바 있고, 이를 통해서 콘테는 1x1 능력이 있는 윙백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페리시치가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다 보니 공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빈도나 공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 공을 가지는 시간 자체가 여타 다른 윙백에 비해서는 다소 길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손흥민의 득점이 줄어든 이유가 페리시치 쪽으로 공이 분산 되었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주를 이룬 바 있다. 
 
그리고 때 마침 이번 프랑크푸르트와의 경기에서도 공교롭게 손흥민은 선발 출장을 했지만 페리시치는 선발 출장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손흥민이 2골을 득점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 쯤 되면 확실히 여론이 얘기하는 것처럼 손흥민의 경기력이 떨어지고 득점이 저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페리시치인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결론만 얘기하자면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손흥민의 득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페리시치가 선발로 뛰고 뛰지 않고의 여부라기보다는 '경기의 흐름, 혹은 맥락'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Match Context라고 볼 수 있는데, 이번 글을 통해서는 이번 프랑크푸르트전의 사례를 통해서 이에 대한 설명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토트넘과 프랑크푸르트 두 팀은 모두 공격 국면에서는 1.3.4.3 시스템을 활용하고 수비 국면에서는 1.3.4.3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수비로 전환 되었을 때 구축되는 형태인 1.5.2.3 / 1.5.4.1 블록을 구축하는 팀들이다. 수비 국면의 경우를 좀 더 얘기하자면 상대 진영에 공이 머무는 상황에 대해서는 1.5.2.3 형태의 수비 블록을 구축하고, 반면 공이 자신들의 진영으로 넘어왔을 경우에는 1.5.4.1 형태를 구축함으로써 수비를 전개하는 것이 두 팀의 수비 국면에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이번 경기에서 두 팀의 수비 국면에서의 가장 큰 차이는 이러한 수비 진형의 형태와는 별개라고 할 수 있는 상대가 자신들의 패널티박스에서부터 공격을 시도하는 상황에서의 압박이었다. 특히 전반전에서의 프랑크푸르트는 토트넘이 골킥, 혹은 골키퍼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하기 보다는 경기장을 세로로 4등분 했을 때 4분의1 이하 지점에 수비 진형을 구축하고 해당 지점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하는 것을 선호했고, 이에 반해 토트넘의 경우에는 위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프랑크푸르트가 골킥 혹은 골키퍼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강하게 1x1 형태로 압박을 시도함으로써 지속적으로 프랑크푸르트의 진영에서 공의 소유권을 되찾아 오는 것에 성공했다.
 


이러한 양팀의 차이가 극명하게 잘 드러난 구간은 바로 토트넘의 동점골이자 손흥민의 첫번째 득점이 발생하기까지의 과정이다. 프랑크푸르트는 공격을 시도하다가 토트넘의 골킥이 발생한 상황에서 패널티박스에서부터 곧 바로 압박을 시작하기 보다는 운동장 세로 4분의 1 지점에 수비 진형을 구축하는 것을 시도했고, 이로 인해 토트넘은 오른쪽 센터백인 로메로에서 오른쪽 윙백인 에메르송으로 공을 큰 방해 없이 전개할 수 있었다.
 
이 때 프랑크푸르트 입장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공을 받는 에메르송의 포지셔닝이었다. 기본적으로 에메르송에 대한 마크는 왼쪽 윙백이었던 렌츠가 가져가야 했지만 지역 방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에메르송은 사실상 1선을 구성하는 카마다의 수비 범위에 해당하는 낮은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카마다의 기본적인 마크 대상은 자신의 시야 안에 있던 토트넘의 오른쪽 센터백인 로메로였고, 이로 인해 에메르송은 순간적으로 로메로와 함께 카마다에 대해서 2x1 수적우위를 확보한 상태로 공을 소유할 수 있었다.

 

 

 

해당 상황의 연출을 통해서 에메르송은 프랑크푸르트의 2선과 3선 사이에서 자신의 마크인 하세베를 등지고 있는 케인에게 공을 전개하게 되고, 이후 케인은 공을 가지고 돌아선 끝에 자신에게 고정된 투타의 등 뒤로 대각선 언마크(Desmarque de ruptura)를 시도하는 손흥민에게 공을 연결함으로써 손흥민의 득점을 어시스트 하게 된다. 

 

토트넘의 가장 위력적이고 효율적인 공격 루트인 등을 지고 공을 받는 케인에서 백라인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공격 루트가 정석대로 발현하게 된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만약 왼쪽 윙백에 이번 프랑크푸르트전에서 선발로 나온 세세뇽이 아니고 페리시치가 나왔다면 손흥민의 득점이 기록되지 않았을까의 여부이다. 만약 페리시치로 인해서, 혹은 안토니오 콘테라는 감독이 페리시치를 투입함으로 인해서 손흥민의 역할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에 손흥민의 득점이 감소하고 경기력이 떨어진 것이라면 이러한 전제가 성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에 대한 설명에서 이미 답이 나와있듯 이에 대한 대답은 명백하게 NO 라고 할 수 있다. 왼쪽 윙백이 세세뇽이 아닌 페리시치가 투입되었다고 하더라도 페리시치의 포지셔닝은 어디까지나 왼쪽 윙백으로서 경기장의 좌우폭을 최대치로 확보하는 터치라인 인근이 되었을 것이고, 페리시치가 득점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프랑크푸르트의 오른쪽 윙백인 야키치가 자신을 지속적으로 의식하게 함으로써 안쪽 공간에 위치한 손흥민에 대한 마크를 전적으로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것 뿐이다. 

 

즉 세세뇽이 아닌 페리시치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누가 되었든 왼쪽 윙백은 어디까지나 손흥민이 득점을 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할 뿐이지 결코 방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실질적으로 손흥민의 경기력과 득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앞서 언급 했던 경기의 흐름, 혹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는 Match Context이다. 경기의 흐름이라는 것에는 굉장히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양 팀의 특성이다. 

 

토트넘과 프랑크푸르트의 경기를 예로 들자면 토트넘이 공격-수비-공격전환-수비전환으로 구성되는 4개 국면에서 어떠한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반대로 프랑크푸르트가 해당 4개 국면에서 어떠한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경기의 흐름과 맥락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얘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토트넘이 하는 경기라고 할지라도 매 경기가 사실상 완전히 다른 경기라는 관점에서 이해되어져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토트넘의 경기를 주로 보는 대중의 경우에는 해당 경기를 '토트넘의 경기'로 이해한다. 즉 경기에서 상대팀을 배제한 상태에서 오직 '토트넘이 무엇을 하느냐'의 관점에서만 경기를 이해하고 바라본다는 것이다

 

반면 실제로 축구 경기라는 것은 그렇게 전개되지 않는다. 토트넘의 상대팀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리고 해당 팀이 어떠한 특성과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경기의 흐름은 완전히 달라질 수 밖에 없게 되고, 이러한 경기의 흐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어떠한 경기에서는 손흥민을 포함한 특정 선수의 장점이 지속적으로 발현되는 경기 흐름이 이어지는 반면 다른 경기에서는 반대로 선수가 가진 장점이 발현되기 힘든 경기의 흐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프랑크푸르트가 전반전부터 토트넘이 골킥을 포함한 패널티박스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에서부터 강하게 1x1의 형태로 압박을 전개하는 팀이었다면? 아마 손흥민의 첫번째 득점 장면과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는 해당 상황에서 압박을 시도하기 보다는 한발짝 물러나 온전하게 1.5.2.3의 형태를 갖추고 압박을 시도하는 것을 원하는 팀이었고, 이로 인해서 손흥민의 득점은 기록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페리시치가 지속적으로 윙백 포지션에서 뒷공간으로 침투를 시도하기 때문에 손흥민이 뒷공간을 침투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여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1.3.4.3이라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1선에서 뒷공간으로 침투를 해야하는 상황과 반대로 윙백에서 침투를 감행해야 하는 상황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공이 연결되는 그 순간만을 보았을 경우에는 윙백에게 공이 전개됨으로 인해서 1선이 공을 받을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번 경기에서 전반전 5분 39초 경 발생한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왼쪽 측면에서 쓰로인이 전개된 이후 오른쪽으로 공격 방향 전환이 이뤄졌고, 이후 다시 한번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 방향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이어에서 랑글레로 공이 전개될 때 만약 왼쪽 윙백인 세세뇽이 공을 받기 위해서 공을 가진 랑글레에게 다가올 경우, 세세뇽은 자신의 마크인 야키치를 등 지고 공을 소유하게 되기 때문에 사실상 앞으로 공을 전개할 수 있는 옵션을 갖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해당 상황에서 세세뇽은 공을 발로 받는 것이 아닌 공간에서 받는 옵션을 택해 수비 뒷공간으로 언마크를 시도하면서 공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랑글레는 이러한 세세뇽을 향해 롱패스를 통해 공을 전개하게 된다. 

 



이후 랑글레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세세뇽은 엔드라인 인근에서 먼 포스트를 향해 크로스를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세세뇽의 언마크로 인해서 벌어진 프랑크푸르트의 2선과 3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 놓이게 된다. 즉 세세뇽이 크로스를 시도한 이후의 상황이 조금만 달랐더라도 되려 손흥민이 득점을 하기에는 더 유리한 상황이 연출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손흥민의 두번째 득점이 기록되었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왼쪽 윙백인 세세뇽이 프랑크푸르트의 오른쪽 윙백인 야키치를 끌고 들어갔기 때문에 손흥민은 프랑크푸르트의 수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 놓일 수 있었고, 결국 이러한 상황의 연출 안에서 손흥민은 호이비에르의 크로스를 받아 득점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반면 동일한 상황임에도 만약 손흥민에게 공이 연결되지 않아서 득점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일반적인 반응은 아마도 '윙백인 세세뇽이 왜 해당 공간까지 전진해서 손흥민의 자리를 빼앗느냐', '세세뇽 때문에 손흥민이 득점 기회를 놓쳤다'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해당 선수가 세세뇽이 아닌 페리시치 였다면 최근 흐름으로 보았을 때 그 반응은 훨씬 극단적이 되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정이 아닌 결과라는 것을 분석하는 관점에서 진행되는 범인이 정해져 있는 표적 수사에 불과하게 된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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