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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1.08 첼시vs토트넘, 토마스 투헬의 사이드 채널 이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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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컵 4강전 1차전에서 펼쳐진 첼시와 토트넘의 경기가 홈팀인 첼시의 2대0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홈팀인 첼시 쪽에 어느 정도 우세가 예상되기는 했지만 콘테의 부임 이후 확실하게 분위기를 반전하는 것에 성공한 토트넘이었기에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어느 정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반면 경기는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홈팀인 첼시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진행되었고, 전반전에만 2골을 몰아넣은 첼시는 스코어를 유지하며 90분 경기 내내 큰 위기 없이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는 것에 성공했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을 되짚어보자면 토트넘의 경우에는 비교적 큰 폭으로 경기 중 전술적인 변화를 시도했던 것에 반해, 첼시는 사전에 자신들이 계획했던대로, 즉 수립되었던 전략의 형태를 사실상 크게 바꾸지 않으며 경기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첼시가 가장 돋보였던 것은 자신들이 공을 가진 공격 국면, 특히 자신들의 진영에서부터 토트넘의 압박을 무력화 시키면서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이었는데, '사이드 채널의 이분할'이라는 큰 키워드를 통해서 첼시가 어떤식으로 공격을 전개해나갔는지를 중심으로 경기 중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첼시의 공격 국면 : 1.4.3.3 / 토트넘의 수비 국면 : 1.3.4.1-2

일단 가장 기본적으로 사전에 상대를 분석해 경기에서 어떻게 나올지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기의 전략을 수립한다는 관점에서부터 첼시는 토트넘에게 시작부터 앞서 나갔다고 볼 수 있는 경기였다. 첼시는 토마스 투헬이 지난 시즌 중도에 부임한 이후 대부분의 경기에서 1.3.4.3 시스템을 활용해오고 있고, 비교적 드물게 1.3.5.2 시스템을 혼용해오고 있다. 토트넘은 이를 감안해 첼시의 공격 국면에 대해서 1.3.4.1-2의 형태로 수비 진형을 구축하고 압박을 가져가고자 경기에 나섰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첼시는 1.3.4.3 혹은 1.3.5.2가 아닌 1.4.3.3 시스템으로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토트넘의 수비를 무력화 시키는 것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해당 관점에서 볼 때 가장 핵심적으로 작용했던 것은 바로 좌우 풀백이었던 마르코스 알론소와 아스필리쿠에타의 포지션이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몇년 간 수비 진형의 구축이 극단적으로 컴팩트해짐에 따라 정면에서 공을 가지고 상대 진형 사이의 공간을 공략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일이 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부터 대각선의 형태로 공을 전개하기 위해서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에 대한 중요성이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다. 하프 스페이스는 경기장을 가로로 나눴을 경우 패널티 박스와 골에어리어 사이에 해당하는 공간을 의미하며, 최근에는 이를 표기해서 경기장을 가로로 5분할(사이드 채널, 하프 스페이스 채널, 센터 채널)해 선수의 포지셔닝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반면 이번 경기에서 첼시 풀백들의 포지셔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기장을 5분할 하는 것에서 한 번 더 나아가 좌우 사이드 채널을 이분할 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공격 국면에서 4백을 구성할 경우 좌우 풀백들은 터치 라인에 가깝게 포지셔닝을 가져가며 좌우폭을 완전하게 확보하게 된다. 반면 이런식으로 포지셔닝을 가져갔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4백을 구성하는 선수들, 즉 풀백과 센터백, 그리고 센터백과 센터백 사이의 간격이 비교적 넓다는 것이다. 68미터에 해당하는 좌우폭을 4명의 선수가 온전하게 활용하게 되기 때문에 4명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선다고 가정했을 경우 간격은 17미터에 이르게 되고, 공이 17미터라는 비교적 긴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수비 국면에 놓인 팀은 공을 받게 될 선수, 즉 공을 받기 직전의 선수에 대한 압박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두번째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풀백이 공을 소유했을 경우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압박이 존재한다면 해당 풀백은 완전히 터치 라인까지 몰린 상태에서 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완전히 사이드에 몰린 상태로 공을 소유하게 되었을 경우 가져갈 수 있는 패스의 옵션은 극단적으로 제한되게 되고, 통상적으로는 수비를 등지고 공을 향해 접근하는 윙어를 향하는 패스 밖에 가져가지 못하게 되면서 어떤 형태로든 공의 소유권을 내주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이번 경기에서 첼시가 가져갔던 4백의 형태, 특히 좌우 풀백들의 포지셔닝은 이러한 통상적인 4백과는 상당히 차이를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좌우 풀백이 터치 라인에 가깝게 위치해서 좌우폭을 확보하는 것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 사이드 채널을 가로로 이분할 했을 경우 하프 스페이스 채널과 가까운 안쪽 공간에 위치하면서 센터백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서 첼시가 토트넘을 상대로 가져갈 수 있었던 이점은 앞서 살펴본 통상적인 4백 구성을 통해서 공격을 전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정반대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센터백이 공을 소유했을 경우 풀백이 센터백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압박을 가하는 토트넘 1선 공격수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2v1의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것이 가능했다. 여기에 풀백이 사이드 채널에서 공을 받기는 했지만 센터백과 가까운 안쪽 채널에서 공을 넘겨 받았기 때문에 사이드에 몰리지 않은 상태로 다수의 패스 옵션을 확보한 상태로 공을 소유할 수 있었고, 반대로 해당 풀백에 대한 압박을 가져가는 토트넘의 좌우 윙백은 비교적 먼 거리를 전진해야만 했기에 상대의 압박에 대한 시간적인 여유 또한 확보하는 것이 가능했다.

 

 

첫번째 득점의 경우에도 공의 소유권을 회복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화는 과정에서 발생하기는 했지만, 공을 잃어버리기 직전까지의 상황에서 풀백의 포지셔닝을 기반으로 한 공의 순환이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득점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최초로 왼쪽 풀백인 알론소가 센터백과 가까운 안쪽 사이드채널에서 공을 소유하면서 에메르송을 끌어들이는 것에 성공했고, 이에 대해서 또 다른 왼쪽 측면 유닛이었던 하바츠의 경우에는 공을 가진 알론소에 대해서 대각선 위치인 바깥쪽 사이드 채널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하바츠의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서 하바츠를 마크 해야 했던 탕강가는 자신의 포지션을 버리고 비교적 큰 폭으로 터치라인 근처까지 끌려나와야만 했고, 이러한 상황은 오른쪽으로 공이 전개가 되었을 경우에도 지예시가 동일한 움직임으로 벤 데이비스를 터치라인까지 끌어들이며 동일하게 연출 되었다.

이후 상황에서 호이비에르가 공의 소유권을 되찾으면서 공격권이 토트넘으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문제는 첼시의 이와 같은 공의 순환 과정을 수비하기 위해서 토트넘의 전체적인 선수들의 간격, 특히 백라인을 구성하는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에 있었다. 특히 공의 소유권을 회복하는 것에 성공했던 왼쪽 측면을 스트롱 사이드로 만들기 위해 전체적인 진형이 왼쪽으로 비교적 크게 쉬프팅(Shifting-Basculación)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공의 소유권을 회복한 이후 오른쪽 센터백이었던 탕강가와 오른쪽 윙백이었던 에메르송 사이의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졌다. 앞서 살펴보았던 통상적인 형태로 4백 라인을 구성해 공을 순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언급했던 선수 간의 간격으로 인한 문제가 첼시가 아닌 토트넘에게 벌어진 것이었는데,  반대로 첼시는 알론소가 이를 놓치지 않고 탕강가에서 에메르송으로 패스가 나가는 해당 구간을 포착, 공을 탈취해 내는 것에 성공하면서 팀의 선제골을 만들어내는 것에 기여했다.

 

전방 압박 최적의 타겟은 공이 먼 거리를 이동할 때, 해당 공을 받기 직전의 선수이다

 

<1분 10초에서 부터 확인이 가능한 첼시의 첫번째 득점 장면.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

 

전반 17분 경 1.5.2.3의 형태로 수비 진형에 변화를 준 토트넘


첫번째 실점을 내준 이후 전반 17분 경, 토트넘이 비교적 빠르게 수비 진형에 변화를 주며 첼시의 공격 전개를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1.3.4.1-2에서 1.5.2.3의 형태로 변화를 주며 수비 진형을 구축하기 시작한 토트넘이었고, 이를 통해서 1선이 압박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첼시의 풀백과 센터백을 상대로 한 2v1의 수적 열세를 상쇄 하고자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여전히 경기의 흐름은 계속해서 첼시의 것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압박의 형태를 1.5.2.3의 형태로 바꾸면서 1선 구성에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되려 1선의 등 뒤에 위치한 사울과 조르지뉴, 특히 첼시의 입장에서 왼쪽 유닛으로 플레이 했던 조르지뉴의 존재로 인해서 수적 열세에 놓이는 경우가 더 자주 발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1.3.4.1-2의 형태로 상대 진형에서의 압박을 가져갔을 경우에는 1에 해당하는 모우라가 6번인 조르지뉴의 등 뒤에 존재하면서 지속적으로 마킹을 가져갔기 때문에 조르지뉴를 향하는 패스 라인 자체를 완전히 무력화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1.5.2.3 형태로 변화를 준 이후에는 조르지뉴가 해당 구속력에서 벗어나 플레이 할 수 있게 되면서 조르지뉴가 활용 가능한 옵션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서 첼시는 사르-조르지뉴-알론소가 지속적으로 삼각형을 형성하며 모우라에 대해서 3v1의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다. 

 

 

해당 우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첼시가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 가져갔던 것은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닌 여전히 지속적으로 백라인에서 공을 순환 시키는 것이었다. 만약 모우라가 자신의 등 뒤에 존재하는 조르지뉴를 의식해 전진해 수비를 펼치지 않았을 경우에는 왼쪽 풀백인 알론소에서 오른쪽 풀백인 아스필리쿠에타를 향해 공을 순환 시켰다. 만약 오른쪽으로 공이 순환되는 과정에서 손흥민, 혹은 케인이 자신이 마킹해야하는 대상인 아스필리쿠에타나 뤼디거를 향해서 전진해 압박을 시도했을 때는 그 지점에서부터 빠르게 공의 순환 방향을 다시 왼쪽으로 전환 시켰고, 한번 1선의 압박이 시작된 이후에는 모우라 또한 자신의 눈 앞에 마킹 대상인 사르에 대해서 압박을 가져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첼시는 사르->알론소->조르지뉴로 이어지는 3자 플레이를 가져갈 수 있었다.

 

해당 우위가 지속적으로 발현이 가능했던 것에는 1.5.2.3의 형태로 토트넘이 수비 진형에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2선과 3선에서는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상당히 크게 작용했다. 2선과 3선에서는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스킵과 에메르송은 여전히 첼시가 자신들의 1선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개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스킵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시야 밖에서 움직임을 가져가는 마운트에 묶이면서 조르지뉴에 대해서 개입을 가져가는 것이 불가능했고, 에메르송의 경우에는 수비 진형의 변화를 주기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알론소가 공을 소유하게 되었을 경우 수비를 가져가기 위해서 비교적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기에 알론소에게 시간적/공간적 여유를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구자철이 투헬과의 일화를 얘기하는 영상의 2분 2초 경에서부터 이와 같은 투헬의 풀백 포지셔닝이 언급된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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