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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10.03 공을 가진 상황에서의 수적우위란 무엇인가 1

이번 주말 있었던 경기들 중 가장 기대를 많이 모았던 매치업인 맨체스터 시티(이하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유나이티드) 간의 맞대결이 홈팀인 시티의 6대3 대승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전반이 끝나는 시점에 이미 스코어를 4대0까지 벌려놓았던 시티는 이후 후반전 들어서도 스코어를 6대1까지 벌려놓는 것에 성공했고, 이후 75분경 대대적으로 교체를 단행 하면서 남은 시간 동안에는 2골을 추가 실점 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를 확실하게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번 경기는 유나이티드가 홈에서 경기를 펼치기는 했지만 현재 리그 1위에 올라있는 아스날과 리버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이후 였기에 유나이티드의 승점 획득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90분 경기가 진행되는 과정을 살펴보자면 유나이티드는 스코어 뿐만 아니라 과정이라는 측면에서도 상당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전반전 다수의 실점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그리고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Context)에 큰 영향을 미쳤던 전술적 상황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번 시티와의 경기에서 유나이티드는 1.4.2.3.1 진형을 갖추고 상대 진영에서부터 수비를 전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면 이 과정에서 상대 패널티박스 내에 공이 있을 경우, 특히 시티의 골키퍼인 에데르송이 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압박을 시작하지 않았고, 에데르송에서 좌우 센터백이었던 아케나 아칸지 중 하나로 공이 전개되는 상황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통상적으로 이렇게 상대 진영 높은 지점에서부터 압박을 실행하기는 하되 골키퍼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 압박을 시작하지 않는 것은 공을 가진 골키퍼에 대한 압박을 시도할 경우 일시적으로 11x10의 수적 열세에 놓이게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하는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에 올라있는 골키퍼의 경우에는 공을 가지고 상대의 압박을 의도적으로 끌어들여 거기서부터 수적 우위를 연속적으로 연출해나갈 수 있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이와는 별개로 이번 경기에서 유나이티드는 상대 진영에서 수비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공격적으로 압박을 시도했다기 보다는 정적으로블록을 형성하는 것에 그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완연하게 1.4.2.3.1 형태의 블록을 갖추고 수비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유나이티드의 수비 전개 방식으로 인해서 경기 중 벌어졌던 상황을 아래의 이미지를 통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단순히 유나이티드가 1.4.2.3.1 형태로 수비를 전개 했다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운동장 안에서 발생하는 11x11의 상황으로 경기를 이해했을 때 유나이티드와 시티가 경기 중 연출해 냈던 상황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로 유나이티드 최전방 1에 해당하는 래쉬포드에 대해서 시티는 아케, 아칸지, 그리고 골키퍼였던 에데르송이 3x1의 수적우위를 점했고, 이는 특히 래쉬포드가 골키퍼인 에데르송이 공을 가진 상황에 대해서는 수비를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인해 사실상 경기 중 대부분의 시간에서 유지되었다. 기본적으로 이런식으로 상대 진형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하는 경우에는 수적인 관점에서 볼 때 어느 공간에서 우위를 가져갈 것이냐를 정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다. 예를 들어서 이번 경기에서의 유나이티드의 경우를 보자면 최전방에서는 아케, 아칸지, 에데르송을 상대로 1x3의 수적 열세에 놓일지라도, 시티의 최전방 라인인 그릴리쉬-홀란드-포든을 상대로는 백4 라인을 온전하게 유지하며 4x3의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얘기했을 경우에는 두명의 센터백인 바란과 마르티네스가 포워드인 홀란드를 상대로 2x1의 수적 우위를 확보하게 되고, 나머지 포지션에서는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완전히 덮어씌워지는 형태로 1x1의 형태로 수비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 이번 경기에서 시티를 상대했던 유나이티드의 수비 진형이다.

 

다시 말하자면 수비를 하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자신들의 골대와 가장 거리가 먼 위치, 즉 실점에 대한 위협이 가장 적은 공간에 대해서는 수적으로 열세에 놓이는 것을 혀용하되, 자신들의 골대와 가장 가까운 실점에 대한 위협이 가장 큰 공간에 대해서는 수적 우위를 확보했고, 나머지 선수들에 대해서는 1x1의 형태로 수적 동위를 가져가며 마킹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장치를 했다고 볼 수 있겠다.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 같았던 유나이티드의 수비 형태였지만 실질적으로 경기에서는 해당 수비 형태는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선적으로 최전방에서 시티를 상대로 내주었던 수적 우위가 굉장히 크게 작용했다. 시티의 경우에는 상대의 수비 라인을 전방에서부터 하나 하나 넘어서는 포지션 플레이에 최적화가 되어있는 팀이고, 이러한 시티의 센터백들에게 수적 우위를 내주는 것 자체가 사실상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고 볼 수 있다. 

 

에데르송이 공을 가진 상황에서는 압박을 가하지 않다가 센터백이었던 아칸지나 아케 둘 중 하나로 공이 전개될 경우 래쉬포드는 압박을 시작했다. 특히 공을 가진 센터백이 골키퍼인 에데르송이나 반대쪽 센터백과 직접적인 패스를 하지 못하도록 포물선으로 안쪽 공간을 막으면서 압박을 가했던 래쉬포드였는데, 반면 이로 인해서 공을 가진 시티의 센터백은 해당 옵션들은 차단 당했지만 되려 이로 인해 전방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것에는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특이 이러한 상황의 연출로 인해서 자주 발생했던 패스라인은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센터백인 아칸지 혹은 아케에서 포워드였던 홀란드로 향하는 패스라인이었다. 센터백이었던 바란과 마르티네스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전부 자신이 마크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1x1의 형태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공을 가진 아칸지에게 2차적인 압박을 가할 수 없었으며, 이는 중앙 미드필더였던 에릭센과 맥토미나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 둘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등 뒤로 이동하는 베르나르두 실바와 드 브루이네를 마킹하는 과정에서 간격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고, 해당 벌어진 공간을 활용해 완전히 한 라인 밑으로 내려와 등을 지고 공을 받는 홀란드를 제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유나이티드였다.

 

이런식으로 홀란드에게 공이 전개되었을 경우 이후 상황에서 시티가 가져갈 수 있었던 이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일시적으로 홀란드가 9번이 아닌 6번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아칸지-홀란드-아케 삼각형의 형성을 통해서 공을 반대쪽 측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었고, 이를 통해서 시티는 유나이티드의 1.4.2.3.1 중 최전방 1을 넘어서는 것이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문제는 이후 상황에서부터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래쉬포드가 공략당한 상황에서 공을 가지고 전진하는 아케에 대한 대응을 가져가야 했던 것은 2선에 위치한 브루누 페르난데스, 혹은 안토니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두 선수는 깐셀루와 귄도간에 대해서 1x1로 묶여 있었고, 이로 인해 두 선수는 공을 가진 아케로 인해 2x1 수적 열세에 놓이며 양자택일을 강요당할 수 밖에 없었다.

위 그림의 상황에서는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결국 공을 가진 아케에 대한 수비를 선택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자신의 등 뒤로 이동하는 귄도간을 프리로 놓아주게 되는데, 이로 인해서 귄도간은 유나이티드의 1.4.2.3.1 진형에서 2선까지 넘어서는 위치에서 아케로부터 공을 건네 받을 수 있게 된다.

 

한번 강요된 양자택일의 상황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공을 가진 귄도간에 대한 수비를 하기 위해서 3선인 맥토미나이는 자신의 등 뒤로 이동한 베르나르두 실바에 대한 마킹을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이로 인해 달롯이 베르나르두 실바와 그릴리쉬에 대해서 2x1 수적 열세에 놓이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이후 강요받게 된다.

 

달롯이 자신의 등 뒤에 위치한 베르나르두 실바를 아무리 의식한다고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베르나르두 실바는 달롯의 시야 밖에 위치하게 되고, 결국 공과 자신이 마크해야하는 선수를 동시에 시야에 확보할 수 없는 달롯은 2x1 수적 열세 속에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향하는 패스를 허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시티의 공격 전개 방식은 철저하게 인간의 시야를 공략하는 관점에서 이뤄진다. 수적 우위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굉장히 많이 일반화 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온전하게 수적 우위에 대한 정의를 얘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온전한 의미의 수적 우위라는 것은 공과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선수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으며 위치적 우위 또한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위치적 우위라는 것은 결국 상대 수비의 시야의 제한을 인지하고 철저하게 이를 공략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선수의 포지셔닝이다. 만약 2x1로 말 그대로 숫자로 보았을 때는 1명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해당 2명이 모두 수비의 시야에 들어가 있다면 이는 온전하게 수적 우위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시티의 공격 전개 방식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수적 우위란 수비가 공을 가진 선수와 공과 인접한 공을 갖지 않은 선수를 동시에 시야에 놓을 수 없을 때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되고, 이러한 상황의 연출을 통해서 공을 갖지 않은 선수가 공을 건네 받았을 때 수비로부터 자유로운, 쉽게 말해서 1x1이 아닌 1x0의 상황에서 공을 받을 수 있을 때 온전하게 수적 우위가 발현 되었다고 할 수 있게 된다.

 

 

 

경기가 끝난 이후 기자회견에서 유나이티드의 감독인 텐 하흐는 시티와의 경기에서의 팀에 대해서 "선수들이 믿음이 없었으며 전방에서부터 수비를 하지 못했다"라고 표현을 했다. 여기서 텐 하흐가 말한 선수들이 믿음을 갖지 못했다는 것은 반대로 얘기하면 시티가 위와 같은 형태로 지속적으로 유나이티드 선수들을로 하여금 의구심을 갖게 하고 주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공을 가진 센터백에서부터 시작되어 연속적으로 발생되는 시티의 수적 우위로 인해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자신의 시야 밖에 있는 자신의 마크 대상과 공을 가진 선수에 대한 수비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주저할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상대 진영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며 경기의 흐름 자체를 완전히 내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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