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던 인테르가 밀란 더비에서 3대0 완승을 거둠으로써 2위 밀란과의 승점차를 4점까지 벌리는 것에 성공했다. 더비 경기였다는 점에 더해 정말 오랜만에 두 팀이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경기에 대한 관심도는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었다. 결국  밀란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리그 우승을 향해 한발짝 더 다가서는 인테르였는데,  이날 인테르는 단순히 스코어에서만 앞선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전술적인 관점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본적으로 밀란은 시즌 내내 공수 모두에서 1.4.2.3.1을 기반으로 시즌을 치뤄오고 있고, 반면에 인테르의 경우에는 1.3.5.2 를 기반으로 시즌을 치루고 있다. 양팀 감독 모두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는 큰폭으로 변화를 주지 않는 감독이고, 양팀의 이러한 모습은 이탈리아 감독들이 전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전략 수립 과정에서 주체성을 좀 더 중요시하는 모습이 잘 드러난 예라고 할 수 있다.

 

*전략을 수립하는 관점(경기를 준비하는 관점)에서 상대의 강점을 상쇄하거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시스템적으로 큰 폭으로 변화를 주기 보다는, 온전히 자신들의 관점에서 공/수 모두 자신들이 제일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경기에 접근하는 것이 전반적인 이탈리아 감독들의 특징이다.

 

그리고 이는 이번 더비 경기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상할 수 있던대로 밀란은 공수 모두에서 1.4.2.3.1 형태로 경기에 임했고, 반면에 인테르는 공격국면에서는 1.3.5.2, 수비 국면에서는 1.5.3.2의 형태로 경기에 임했다. 이는 양 팀 감독 모두가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경기에서 발생할 상황을 예상해서 경기를 준비했을 것이다. 반면에 경기에서 전술적으로 좀 더 잘 기능했던 팀, 즉 전략적인 관점에서의 준비를 바탕으로 경기를 더 잘치뤘던 쪽은 인테르였다. 특히 이 날 경기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작용했던 것은 골킥 상황을 비롯해 패널티 박스에서부터 인테르가 공격을 시작될 때 밀란이 감행했던 전방 압박, 그리고 이를 파훼하고자 하는 인테르의 공격 전개 방식(Salida de balón)이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에 있었다.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밀란은 골킥 상황을 비롯해 인테르의 패널티박스 근처에서 압박을 실행할 경우에는 골키퍼였던 한다노비치를 제외한 인테르의 나머지 선수들을 대상으로 전부 1x1의 형태로 대인방어 형태를 가져갔다. 안쪽 공간을 우선적으로 막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1x1의 형태로 마크맨을 설정함으로써 공을 가지게 되는 선수가 앞을 보고 플레이 하는 것(Jugar de cara)을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 그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술적인 상황을 마크에 따라서 1번부터 10번까지 나누어서 보았을 때, 밀란의 입장에서 주로 문제가 발생했던 상황은 1, 7, 8, 9번 매치업에 공이 있을 때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1번과 7번, 8번의 경우를 통해서 인테르가 밀란에게 공간적/시간적 관점에서의 문제를 야기시켰고, 이를 통해 9번 매치업으로 공을 전개시켜 Lukaku가 Romagnoli에 대해서 점하고 있는 질적 우위(Superioridad cualitativa)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밀란의 골대를 공략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우선 전자에 해당하는 1,7,8번의 경우에는 밀란의 압박 형태를 예상한 인테르가 적절하게 선수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면서, 즉 선수들의 포지셔닝을 통해서 밀란에게 공간적/시간적 문제가 발생시킨 경우였다.

 

1번 매치업 중 인테르의 오른쪽 센터백인 Skriniar의 실질적인 위치는, 우리가 보통 '풀백'이라고 얘기하는 선수가 위치하는 공간이다. 해당 공간에 있던 Skriniar에게 공이 향했을 경우 이에 대한 압박을 가져가야했던 선수는 Rebic였다. 하지만 Rebic는 Skriniar에게 공이 가기 전까지는 진형을 유지하면서 안쪽 공간, 즉 자신의 등 뒤에 있는 Barella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우선적으로 막고 있어야 했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 강요되었던 Rebic는 Skriniar를 압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거리라는 공간적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제 타이밍, 즉 시간적으로 적절한 압박을 가하는 것에도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식의 1x1 형태 압박이 정상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공을 받는 선수가 앞을 보고 공을 컨트롤 하기 전, 즉 다음 플레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 압박이 가해지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Rebic는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해당 타이밍에 적절한 압박을 가할 수 가 없었고, 이로 인해 Skriniar는 앞을 보고 공을 컨트롤 함으로써 다음 플레이에 대한 판단과 실행을 가져갈 공간적/시간적 조건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Skriniar와 마찬가지로 공을 받은 이후 다음 플레이를 위한 공간적/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고 있는 Barella

 

그리고 Skriniar가 공간적/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음으로 인해서 연속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은 Kessie였다. Skriniar로부터 롱패스가 넘어와 자신의 등 뒤에 있는 Lukaku나 Lautaro 쪽으로 공이 향할 수 있었기에 등 뒤의 공간을 방어할 것인지, 그렇지 않고 가까운 옵션으로서 공을 받기 위해 움직이는 눈 앞에 Barella를 마크해야하는지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골대와 좀 더 가까운 공간, 즉 자신의 등 뒤의 공간을 우선시 할 수 밖에 없었던 Kessie는, Rebic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크맨인 Barella에게 다음 플레이를 위한 공간적/시간적 여유를 허용하게 된다. 

 

이렇게 공격을 전개하다가 공의 소유권을 잃어서 전개하는 공-수 전환 국면에서의 압박이 아닌, 온전하게 정렬이 된 상태에서 전개하는 수비 국면에서의 압박은 그 과정에서 한 차례 타이밍이 늦어지게 되었을 경우, 그 다음 공이 향하는 선수를 압박해야하는 선수 또한 연속적으로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받을 수 밖에 없다. Kessie의 경우처럼 등 뒤의 공간을 우선시하게 되면 압박의 타이밍이 연속적으로 늦어지게 되고, 반대로 눈 앞에 있는 선수를 택할 경우에는 자신의 등 뒤, 즉 골대와 더 가까운 공간이 공략당할 가능성을 노출하게 되는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공격을 전개하는 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공을 가지게 되는 선수가 해당 상황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적절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면, 다시 한번 더 상대 골대와 가까운 공간으로 공을 전개할 수 있음을 의미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결국 우연의 일치로 일어난다기 보다는 철저하게 철저하게 계획되고 의도된 상황의 연속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다.

 

 

Hakimi가 Skriniar의 가까운 옵션으로써 공을 건네 받을 경우, 4백의 풀백인 테오는 압박을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거리라는 공간적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인테르가 8번 매치업을 통해서 문제를 야기시키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통상적으로 3백의 윙백은 공격 국면에서 우리가 윙이라고 일컫는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공간에 위치한다. 밀란과 인테르와의 경기로 해당 상황을 적용시켰을 경우에는 오른쪽 윙백인 Hakimi가 4백의 풀백인 Theo와 나란히 위치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되겠다. 반면에 문제가 되는 상황은 위 장면처럼 오른쪽 윙백인 Hakimi가 윙의 공간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풀백의 공간에서 플레이 할 경우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Rebic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를 압박해야 하는 Theo는 4백을 유지하고 있다가 상당히 먼 거리를 극복해야만 Hakimi를 압박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이러한 포지셔닝을 통해서 Hakimi 또한 공간적/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로 다음 플레이를 전개하는 것이 가능했다.

 

 

Skriniar, Hakimi, Lukaku가 형성하는 2x1 상황의 연속. 그리고 최종적으로 Lukaku가 Roamagnoli를 상대로 1x1에서의 질적우위를 가져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1번과 7번, 혹은 1번과 8번을 통해서 밀란의 압박을 무력화 시킨 이후에 인테르가 공을 전개한 곳은 모두 Lukaku가 Romagnoli와 맞선 9번 매치업이었다. 특히 이 둘의 매치업은 계속해서 인테르 기준으로 오른쪽 측면 터치라인에서 주로 이뤄졌다. 이런식으로 풀백을 끌어내고 풀백의 등 뒤, 즉 측면 터치라인에 붙은 상황에서 공격수가 공을 건네받을 경우 발생하는 이점은 크게 두가지라고 볼 수 있다. 첫번째는 터치라인을 등지고 플레이하기 때문에 공을 받는 시점에서 공과 앞을 동시에 볼 수 있게 되고, 이는 중앙에서 플레이하는 상황과 비교해본다면 상대 수비를 등지는 것이 아닌 상대 수비를 바라보고 플레이 함으로써 직선적인 돌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2톱이 4백을 상대할 경우에 특히 두드러지는 점인데, 바로 상대 백라인을 완전히 한쪽으로 치우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끌려나간 풀백을 제외하면 백라인에서 남아 있는 상대 수비는 3명뿐이고, 이 때 터치라인에서 공을 건네 받은 공격수를 막기 위해서는 공과 가까운쪽의 센터백이 터치라인까지 끌려나와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 되면 나머지 백라인 두명은 공이 있는 반대쪽 공간(Weak Side)에 대해서는 완전히 시야를 잃어버리게 되고, 해당 공간은 과르디올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비할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린다. 

 

 

경기장을 가로로 반으로 나눴을 때 공이 없는 반대쪽은 '수비할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린 상황

 

 

득점 장면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첫번째 득점 장면에서의 Lukaku는 첫번째 이점을 살려 앞을 보고 공을 받아 그대로 Romagnoli를 돌파하는 형태로 Luataro의 득점까지 어시스트 했고, 두번째 득점 장면에서는 등을 진 상태로 Romagnoli를 이겨내면서 Hakimi에게 공을 건네 반대쪽 측면(Weak-Side)로 공이 전개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해당 상황에서의 두번째 이점을 살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두번째 득점에 기여한 등을 지고 공을 지켜내는 플레이의 경우에는 가지고 있는 신체 조건에 비해서 선수의 단점으로 꼽혔던 부분인데, 최근에는 이 또한 훈련을 통해서 개선되어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Lukaku, "인테르에 온 이후 처음 3달 동안 Conte는 나에게 등을 진 상태에서 플레이하는 것 외에는 훈련에서 다른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매 훈련 마다 그는 Ranocchia를 내 등 뒤에 붙여놓고 그에게 나를 상대로 강하게 플레이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내가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릴 때마다 우리는 해당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첫번째, 두번째 득점 영상>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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