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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10.18 Match Context, 경기의 맥락 혹은 흐름의 이해 1

기본적으로 축구라는 종목이 타 구기종목과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많은 숫자의 선수가 끊기는 시간이 거의 없이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경기를 펼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경기 중 벌어지는 상황, 즉 11명 대 11명의 선수가 만들어내는 상황이라는 것을 온전하게 파악하는 것이란 상당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경기를 구성하는 22명의 선수와 공이 끊임 없이 움직이며 시시각각 다른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 축구이기에 이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서는 22명의 선수와 공이라는 개체를 최대한 동시에 시야에 확보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운동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경기를 보면서 즐긴다기 보다는 사실상 관찰하는 입장에 놓여야 하는 난이도가 있는 작업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경기를 보는 대중들은 보통 이런식으로 경기를 11대11의 상황으로 관찰한다기 보다는 공을 중심으로 직관적으로 경기를 이해하며, 특히 득점과 도움이라는 기록이라는 관점에서 경기를 이해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경기를 이와 같은 형태로 이해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경기를 왜곡되게 이해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경기는 매 경기가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기라는 개체를 구성하는 것이 두 팀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경기를 구성하는 한 팀이 동일하다고 할지라도 나머지 한 팀이 어떤 팀이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경기가 펼쳐질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경기의 맥락, 혹은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Match Context이다. 즉 경기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11대11의 상황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어떠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며, 이러한 상황의 연속으로 경기를 이해함으로써 경기가 어떤 맥락과 흐름을 가지고 90분 동안 이어졌는지를 파악해야한다. 

 

 

Q. 맨체스터 시티는 공격적인 축구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후반전 막판을 포함해서 굉장히 힘든 경기를 펼쳤고, 이러한 경기는 당신이 추구하는 축구와 다른 축구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당신에게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팀 조차도 자신들의 진영에 내려앉아 수비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A.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아틀레티코가 후반전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후반전처럼 내려 앉아서 수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리의 경기력은 엉망이었지만 아틀레티코의 경기력은 최고였다. 과거 내가 선수로 뛸 때는 비센테 칼데론이었고 현재는 여기 완다 스타디움이다. 아틀레티코라는 팀이 자신들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이 경기장, 이 팀, 이 팬들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Pep Guardiola, 2021/22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아틀레티코와의 0대0 무승부 이후 기자회견



위 인터뷰에서 과르디올라는 경기의 맥락과 흐름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자가 던진 질문에 경기의 맥락과 흐름에 대한 설명을 가져가고 있다. 감독인 자신은 이를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맥락과 흐름에 의해서 팀은 지속적으로 수비 국면에서 자신들의 진영 깊숙한 곳으로 내려앉는 것을 강요 당했다고 언급하고 있으며,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팀이었던 아틀레티코에 의해서 연출된 상황임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대중들은 위 인터뷰에서 질문을 한 기자의 경우처럼 경기의 맥락과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를 왜곡해서 이해하게 되고 특정 팀이 지속적으로 수비 국면에 놓이는 것을 단순히 해당 팀이 '수비적이다', 혹은 '수비만 한다'와 같은 표현을 통해서 정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Q. 전술이란 무엇인가, 펩?

 

A. 전술이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선수가 매순간 자신이 위치한 포지션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Q. 팀의 전술이 상대의 전술에 맞춰서 적응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A. 물론이다. 우리가 누구를 상대로 경기를 하고 있지?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을 상대로 경기를 하고 있나? 아니다, 우리는 자신만의 고유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팀을 상대로 경기를 하고, 우리는 반드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능력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들의 모든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야 하며, 사전에 엑스레이를 찍는 것처럼 이를 분석해 우리 스스로 상대에게 적응해야 한다. 우리의 책임은 우리의 상대를 파악하고 우리의 전술이 상대의 특성에 맞춰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선수들은 상대에 대해서 파악해야 하며 매 상황 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Q. 만약 상대가 경기 중 자신들의 일반적인 행동양식을 수정하거나  그것들에 변화를 준다면?

 

A. 우리는 그것을 경기 전 이미 사전에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그런 변화가 일어났을 경우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이미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우리’란 팀 전체를 얘기하고, 모든 선수가 상대로 인해서 자신이 무언가 변화를 가져가야 할 경우 자신이 어디서 변화를 주어야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애기한다. 이는 경기 전 상대가 백 4로 나설 것을 예상했지만 경기가 시작하고 보니 백5로 경기에 나서는 경우 뿐만 아니라, 상대가 경기 중에 동일한 변화를 가져갈 경우에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우리는 이러한 모든 수정 사항을 훈련 중 경험 했어야 하고, 선수들은 이러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주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하며 자신이 어떤 식으로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Q. 그렇다면 경기에 대해서 스스로 준비를 하고 경기 중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사전에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시스템이나 포메이션 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겠군.

 

A. 물론이다. 전술이란 숫자를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무엇을 해야할지를 아는 것이다.

 

PEP GUARDIOLA. LA METAMORFOSIS, Marti Perarnau

 

 

위 전술에 대한 정의를 언급하는 인터뷰에서도 과르디올라는 11명 대 11명의 상황으로 구성되는 축구, 그리고 이러한 상황의 연속이라는 관점에서의 경기의 흐름과 맥락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경기 중 상대방이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어떻게 기능 하느냐에 따라서 팀을 구성하는 구성요소로써 선수 개개인은 이에 적절하게 대응을 할 줄 알아야 하며, 상대방이 경기 중 변화를 감행할 경우에는 해당 변화에 대해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과르디올라의 전술에 대한 정의는 다시 한번 축구 경기라는 것이 두 개의 팀에 의해서 구성되는 개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만약 A라는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이 슈팅에 있다고 할지라도 상대에 의해서 해당 장점이 발현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해당 선수는 팀을 구성하는 구성요소의 관점에서 볼 때 다른 기능을 통해서 팀의 나머지 구성요소들과 상호작용을 가져가야 한다. 

 

슈팅이라는 것이 득점이라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행위라는 것을 감안할 때 해당 경기에서 선수의 득점에 대한 기대값 자체는 낮아질 수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방에 의해서, 그리고 경기의 흐름으로 인해 강요되는 사항이기에 해당 선수가 득점과는 또 다른 형태로 팀에 기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그리고 이처럼 선수가 직접적으로 득점을 가져가지 못 한다고 할지라도 상대에 따라서, 그리고 경기 중 발생하는 상황과 흐름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기술/전술)로 팀에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이 우리가 통상적으로 얘기하는 '좋은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여기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경기를 왜곡해서 이해하는 경우이다. 직접적으로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선수의 경기력 자체에 대해 의문부호가 따라 붙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팀에 대한 이해 없이 특정 선수를 중심으로 경기를 이해했을 경우에는 팀, 혹은 감독이 해당 선수가 득점하는 상황을 막았다고 까지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경기를 어디까지나 공을 중심으로, 그리고 공격 포인트가 누구에 의해서 기록되느냐를 가지고 경기에 대한 이해를 시도할 경우 경기의 맥락과 흐름은 자연스럽게 배제가 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콘테 인테르 1.3.4.1.2 Variation-1

 

콘테 인테르 1.3.4.1.2 Variation-2

 

콘테가 인테르를 지휘했을 당시 인테르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1.3.4.1.2 시스템에서의 Variation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유닛으로 묶이는 세 선수가 동일한 움직임을 가져갔지만 상대가 이에 대해 어떤식으로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서 공의 전개, 그리고 이후 연출되는 상황은 상당히 큰 폭으로 달라지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경기를 11대  11의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가졌을 경우에만 가졌을 경우에만 온전하게 파악이 가능하다. 

 

만약 그렇지 않고 왜곡된 관점에서 공을 중심으로 특정 선수의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게 된다면 비판 아닌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스크리니아르는 바렐라에게 수비에 대한 부담을 떠맡기고 공격에 가담하는 무책임한 센터백이 될 수 있으며, 콘테는 공격적 재능이 뛰어난 바렐라를 센터백으로 만드는 어리석은 감독이 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와의 원전 경기에서의 토트넘
에버튼과의 홈경기에서의 토트넘

 

또한 과르디올라의 전술에 대한 정의에서 볼 수 있었듯이 동일한 시스템, 동일한 선수로 구성된 팀의 경기라고 할지라도 경기라는 개체를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인 상대팀의 특성에 따라서 경기 중 발생하는 상황,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경기의 맥락과 흐름은 큰 폭으로 달라지게 된다.

 

동일한 1.3.4.3, 동일한 선발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선 토트넘이라고 할지라도 상대가 수비 국면에서 1.5.4.1의 형태를 취하는프랑크푸르트냐, 혹은 1.5.3.2의 형태를 취하는 에버튼이냐에 따라서 경기의 맥락과 흐름은 달라질 수 밖에 없게 되며, 이로 인해 토트넘이라는 팀을 구성하는 11명 선수들의 상호작용 또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특정 선수는 이러한 경기의 흐름에 의해서 득점에 대한 기대값이 높아질 수도, 혹은 낮아질 수도 있으며, 좀 더 세부적으로는 공을 소유하게 되는 공간이나 공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빈도 자체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를 이해하는 과정 자체를 해당 선수를 분리시키고 고립시켜서 독립된 개체의 관점에서 시도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비 국면에서 1.5.3.2 진형을 구축한 에버튼을 상대하는 토트넘. 동일한 선수, 동일한 시스템을 활용한다고 할지라도 상대의 특성에 따라 경기 중 발생하는 상황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Posted by 장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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